2026년 5월 30일 (녹) 연중 제8주간 토요일
말씀의 씨앗 Semina Verbi: 연중 8주 토요일 충실함에서 나오는 참된 권위
오늘 복음에서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원로들은 예수님께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11,28) 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이는 진리를 찾는 질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되물으십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찾기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산만 합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오늘날에도 매우 익숙한 영적 병입니다. 곧, 자신의 안락함과 지위를 흔드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권한"(ἐξουσία)이란 단순한 힘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받아 생명을 살리고 섬기게 하는 권위를 뜻합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성부와 완전히 일치된 삶에서 나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권위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정치와 제도, 심지어 교회까지도 신뢰를 잃는 이유는 권력이 겸손과 진실 없이 행사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단순히 다른 사람을 비판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가?
가정과 본당 공동체, 그리고 디지털 공간 안에서 우리는 쉽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 하고, 자기 이미지를 지키려 합니다. 특히 사회관계망 안에서는 큰 목소리가 진실한 목소리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참된 권위가 직함이나 영향력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투명한 삶에서 나온다고 가르치십니다.
유다서에서 사도는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지극히 거룩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아가십시오.”(20절). 여기서 “성장시키다”는 표현은 집을 세우듯 인내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뜻합니다. 믿음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기도와 자비, 인내 안에서 날마다 쌓아 올리는 삶입니다.
또한 유다서는 “성령 안에서 기도하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성령께 자신을 맡기는 사람만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진실을 따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소음과 분열, 두려움이 가득한 시대 안에서 그리스도인은 겸손히 귀 기울이는 마음을 지켜야 합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바로 이러한 복음적 권위를 살아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높은 자리도, 세상적 학식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삶 안에서 깊은 영적 힘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복음에 대한 철저한 충실함과 가난한 마음에서 나온 힘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누구를 지배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병 환자를 끌어안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평화를 선포했습니다. 전쟁과 탐욕이 가득했던 시대 안에서 그는 참된 권위가 온유함과 자비, 그리고 삶의 일치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의 마음 자세를 돌아보게 합니다. 성전을 지키던 이들은 자신의 안전과 명예를 잃을까 두려워 예수님의 질문에 정직하게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역시 변명과 계산 속에 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다서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지키십시오”(21절)라고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문다는 것은 복음의 진실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정직하게 말하고, 사회관계망 안에서도 책임 있게 행동하며, 판단하기 전에 먼저 들으려 노력하고, 인정받기보다 섬기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외롭고 소외된 이들 곁에 머물러야 합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권위가 시작됩니다.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