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굴기’를 앞세워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축구는 압도적인 자금력으로 세계적 명성의 선수를 자국 리그로 끌어 모으고 있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는 슈퍼리그의 선수 영입은 판도가 변했다. 그 전까지는 내리막길에 접어 든 선수들이 왔다면 이제는 한참 전성기를 달리는 선수들이 중국으로 향한다.
홍정호도 결국은 중국행을 택했다. 지난해부터 슈퍼리그 클럽들의 구애를 받았던 홍정호는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3년 생활을 마무리 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최근 최용수 감독이 부임한 신흥 강호 장쑤 쑤닝이다. 장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호주 국가대표 센터백 트렌트 세인스버리를 정리하고 홍정호를 택했다.
홍정호의 중국행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 센터백 최초로 유럽 무대, 그것도 중심부인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홍정호의 도전이 막을 내렸다. 국가대표팀 센터백들의 주류가 슈퍼리그 소속 선수가 됐음을 천명하기도 했다. 바로 이웃한 중국 슈퍼리그의 고속 성장을 피부로 생생히 느끼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다.
■ 막을 내린 한국인 센터백의 유럽 도전
2013년 여름 홍정호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하며 한국인 센터백으로는 최초로 유럽 무대를 밟았다. 그 이후로도 유럽파 센터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기준으로 홍정호는 분데스리가 전체에서도 유일한 아시아인 센터백이었다. 벤치만 지키고 명단에만 이름을 올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2015/2016시즌 홍정호는 분데스리가, 유로파리그, 각종 컵대회 포함 28경기에 나선 주전급 선수였다.
유럽 3년차에 팀 내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성공의 희망을 남겼지만 그만큼 홍정호 본인의 고통도 컸다. 육체적으로 고된 리그다 보니 항상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확고한 신뢰를 받는 것도 어려웠다. 팀 내 3번 옵션의 센터백인 홍정호는 기존 주전들의 부상이 있을 경우에 기회가 주어졌다. 센터백, 스트라이커 같은 중앙에서 뛰는 포지션의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를 실감했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 아우크스부르크 합류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홍정호는 후반기에 다시 입지를 잃어갔다. 팀 잔류에 대한 고민에 불을 지른 것은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의 이적이었다. 홍정호를 잘 알고 아시아 선수들의 능력을 인정했던 바인지를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샬케04로 떠났다. 다름슈타트를 이끈 디르크 슈스터 감독이 부임함에 따라 홍정호는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팀을 둘러싼 여러 변수는 홍정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우크스부르크도 계약 만료 1년을 앞둔 홍정호를 정리하며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는 쪽으로 결정하며 중국행으로 마무리가 됐다.
■ 중국으로 향하는 국가대표 센터백들
최용수 감독이 장쑤로 부임할 당시 아시아쿼터의 변화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장쑤는 조, 하미레스, 알렉스 테세이라의 브라질 3인방을 앞세운 공격력은 탁월하지만 수비라인의 안정감이 늘 발목을 잡았다. 세인스버리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오히려 실수를 연발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때 최용수 감독이 고려할 수 있는 최적의 옵션은 이미 슈퍼리그에서 믿고 쓰는 카드로 통하는 한국인 센터백들이었다.
홍정호가 사실상 유일한 카드였다. 이미 국가대표 센터백들은 죄다 슈퍼리그로 넘어온 상태였다. 장쑤에 내줄 리도 없었다. 실제로 홍정호는 지난 1년간 슈퍼리그가 노린 마지막 한국인 센터백 자원이었다. 슈퍼리그 최고의 수비수인 김영권과 같은 레벨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산둥 루넝, 상하이 선화, 허베이 화샤싱푸 등이 50억원 가량의 이적료와 20억원에 달하는 연봉으로 지난해부터 홍정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한국인 감독이 있는 장쑤로 가게 됐다. 장쑤가 아우크스부르크와 홍정호에게 지불하는 이적료와 연봉은 이전 팀들이 제시했던 금액 이상으로 알려졌다.
홍정호마저 중국으로 향하면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센터백 자원은 거의 다 슈퍼리그에서 활약하게 됐다.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광저우 푸리), 김주영(상하이 상강), 김기희(상하이 선화)가 차례로 슈퍼리그로 향했고 팀의 핵심 전력으로 인정 받고 있다. 국가대표 센터백 자원 중 슈퍼리그 소속이 아닌 선수는 최근 FC서울로 복귀한 곽태휘만이 유일하다.
과거 J리그와 중동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표팀 센터백 자원의 다수를 채운 적은 있지만 이렇게 특정 아시아 리그에 집중된 적은 없다. 아시아쿼터와 연계된 센터백의 가치가 중국 무대에서 가장 인정받는다는 의미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남는다.
■ 분하고 아쉬운 올림픽 와일드카드
이 시점에서 가장 안타까운 이는 따로 있다. 바로 올림픽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다. 신태용 감독은 홍정호의 와일드카드 합류를 가장 원했다. 홍정호 역시 4년 전 무릎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던 대회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올림픽 본선행이 확정된 뒤 유럽으로 건너가 홍정호와 접촉했던 신태용 감독은 선수의 의지를 확인하고는 손흥민, 장현수와 함께 홍정호를 일찌감치 와일드카드 후보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홍정호가 다음 시즌에도 팀의 중요 자원임을 강조하며 프리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차출을 거부했다. 홍정호가 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음에도 설득하지 못할 정도로 팀 입장은 강경했다. 신태용 감독은 차출 불가를 판단하고 석현준을 대신 선발했다. 홍정호는 예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아우크스부르크는 신태용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에 얘기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결정을 했다. 만일 장쑤로의 이적 타이밍이 빨랐거나 그 사실을 미리 인지했다면 신태용 감독의 와일드카드는 원래 계획대로 진행될 수도 있었다. 최용수 감독이 팀을 맡고 있는 만큼 차출에 대한 협상의 여지도 충분했다. 신태용 감독은 “아쉽고 서운하다”라며 홍정호의 이적을 바라보는 마음을 밝혔다. 이어서는 “정호와 함께 했다면 좋겠지만 이미 팀 구성은 마무리했다. 지금 상태로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라며 생각을 정리했다.
글=서호정
사진=FAphotos, Gettyimages/이매진스
기사제공 서호정 칼럼
첫댓글 센터백이 중국과 중동등의 해외 진출에 공격수보다 수월한 것 같네요.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격수는 남미에서 많이 스카우트하니까요.
부디 좋은모습 보여주세요
부상없이 화이팅!!!
응원합니다!!!
어릴때 선수들의 꿈이 영국 스페인 독일인데...씁쓸하네여. 프로는 돈이라고 하지만... 축구도 야구선수 이대호 같은 선수가 나왔으면 합니다.
홍정호선수 화이팅 이니다.
홍정호선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