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나이
이수만 (언론인, 한국컴퓨터속기학원원장)
(1)이름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성(姓)과 이름(名)은 일생을 살아가는데 대단히 중요하고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정당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국민의힘(대표 이준석)과 국민의당(대표 안철수)이 합당을 앞두고 당명 변경 때문에 기싸움을 하고 있어 합당이 불투명하다.
21대 총선 강남갑에서 당선된 태구민 씨가 원래 성명인 태영호로 개명했다. 탈북자 태영호로 잘 알려졌는데, 한국에 와서 태구민으로 개명해서 사용하다가 출마했다. 그가 태영호로 출마했다면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연예인은 개명한 사람이 많다. 송해(송복희), 최불암(최영한), 김지미(김명자), 남궁원(홍경일), 황해(전홍구), 나훈아(최홍기), 도금봉(정옥순), 태진아(조방헌), 설운도(이영춘), 현미(김명선), 박재란(이영숙), 김상희(최순강), 선우용녀(정용례), 장미화(김순애), 엄앵란(엄인기), 나문희(나경자), 김수미(김영옥), 반효정(반만희), 남진(김남진), 송가인(조은심), 영탁(박영탁) 등.
고인이 된 강신성일 씨 본명은 강신영 이었다. 영화배우 신성일로 유명 했는데, 강신영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 후 강신성일로 개명하고 당선되었다.
우리는 이수일(李守一)과 심순애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이수일은 오직 심순애 한 사람만 지키면 되었다. 필자는 이수만(李守萬)이라 만 가지를 지켜야 하니 직업도 공무원, 언론인, 정치인, 사회교육자 등 여러 가지로 늘 바쁜 삶을 살아왔다. 개명 하라는 권유도 여러 번 받았으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이름을 자주 바꾸는 사람은 사기꾼이 많다. 정당 이름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새천년민주당, 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새정치민주연합, 열린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한국당, 한국민주당, 민주국민당, 신한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연합 등 ‘민주’라는 이름이 성씨처럼 거의 대부분을 줄곧 사용해왔다.
그러나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이다.
진보의 대표정당이 ‘민주’를 성씨처럼 사용해왔다면, 보수의 대표정당은 ‘자유’라는 단어를 성씨처럼 당명에 꼭 넣으면 좋겠다. 정당 이름을 너무 자주 바꾸었다.
외국을 보라.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독일의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 일본의 자유민주당(자민당)과 공명당 등 주요 정당은 몇 백 년을 사용해오고 있다. 정당의 이름은 그냥 듣기 좋거나 상황 변화에 따른 임기응변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 이념이 압축된 명칭이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후보가 나올 때마다 주요 선거를 치룰 때마다 정당 이름을 바꾸고 정당의 색깔을 바꾼다면 과연 그 정당이 유권자의 신뢰를 어찌 받을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이제 제발 친박이니 비박이니 패거리 집안 싸움하지 말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말고, 모두 힘을 합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새 출발하기 바란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자만하지 말고, 당리(黨利)보다 국민을 위해서 제1야당과 잘 타협해서 봉사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여당이 잘 하느냐 제1 야당이 잘 하느냐는 차기 대선에서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다.
(2)나이
지난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로 36세 이준석 후보가 최연소 당대표에, 배현진(37), 김용태(31)가 최고위원에 당선, 30대 돌풍이 불었다.세대교체와 시대의 변화 요구에 부응해야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투표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
이준석 대표는 석사 박사도 아니고 서울대 졸업생도 아니다.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 컴퓨터과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학사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과 혁신위원장, 최고위원을 지냈고, 국회의원에 세 번 출마하여 낙선, TV에 자주 등장하여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5선, 6선을 제치고 당선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나이가 적다고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4년전 에마뉘엘 마크롱은 39세로 제25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어 현재 세계 주요국 리더 중에서 가정 젊은 지도자다.
60년 전인 1961년에 존F.케네디는 44세에 제3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40대 기수론을 제일 먼저 주창한 사람은 만27세로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4선 신민당 원내총무인 김영삼 이였다.
50년전 1971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에서 40대인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 의원이 출마해서, 1차 투표에서 김영삼이 1위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3위인 이철승이 2위인 김대중에게 자기 지지표를 몰아주어서 김대중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세분 다 고인이 되었지만 김영삼은 65세에 14대 대통령, 김대중은 74세에 15대 대통령이 되었다.
5.16혁명 당시 박정희는 44세, 김종필은 35세, 혁명 내각의 장도영 내각수반 겸 국방장관은 39세, 박기석 건설 34세, 김광옥 교통 36세, 배덕신 체신 38세, 심흥선 공보는 36세 였고, 한신 내무, 백선진 재무, 문희석 문교, 장경순 농림장관은 40세였다.
지금 거론 되는 대선후보 희망자를 내년 대선일인 3월9일 기준으로 나이를 순서대로 살펴보면정세균(71), 이낙연(69), 홍준표(67), 최문순(66), 김동연(65), 최재형(65), 황교안(64), 유승민(64), 추미애(63), 양승조(62), 김두관(62), 윤석열(61), 안철수(60), 우상호(59), 장성민(58), 원희룡(58), 이재명(57), 이광재(57) 하태경(53), 박용진(50) 순이다.
헌정사에서 집권여당 또는 제1야당에서 30대가 ‘간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에 대통령은 출마자격이 만40세 이상이라고 돼있으니, 30대 제1야당 대표에 40대 대통령 후보가 등장 한다면 얼마나 신선할까 기대를 해본다.
이준석 대표가 말한 것을 보면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고향인 대구에 와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하다.”고 했는가 하면 TV합동토론에서 “청년 여성 할당제를 폐지해야한다.” “공직후보자는 시험을 치게 하겠다.”는 발언이 오히려 박수를 받았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어렵게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민주주의와 법치의 훼손을 걱정하며 정권교체를 갈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공자는 ‘천재불용(天才不用)’ 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지도자의 위치에서 사회를 이끄는 사람은 천재가 아니라 덕(德)이 높은 사람이다. 그리고 정치의 근본은 수신제가(修身齊家) 이후에 치국(治國)이다.
자기 자신과 가정과 가까운 집안도 못 다스리는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사람은 망상가(妄想家)이다.
2022년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은 공정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협위원장과 당 비대위원, 최고위원을 한 경험이 있어 당 운영과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잘해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것으로 본다. 늙은 고양이든 젊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