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건물이건 비상구라는 표지가 있다. 대도시건 지방 중소도시건 좀 크다 싶은 건물이면 반드시 한쪽에 비상구나
비상문으로 표시를 해두고 만약에 있을 화재나 돌발 상황에 재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둔다.
1970년대
초에 1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일본의 센니치 백화점 화재(1972년 오사카)와 다이요 백화점 화재(1973년 구마모토)를 계기로 피난 유도
사인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표시는 '非常口'라고 한자로 적혀 있을 뿐이었다. 우선 이 문자를 크게 확대하는 극히 단순한 개정안이 실시되었지만 한자를 읽을 수 없는 어린이나
외국인에게는 어떤 해결책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비상구'라는 글자를 그림까지 삽입해서 멀리서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디자인과 관련해서 당시 소련과 일본 간에
공방전이 있었는데 일본이
제안한 디자인이 선정되어서 그때부터 '비상구'의 그림과 표시는 전 세계 공통으로
쓰이게 되었다.
우리
인생에는 두 가지의 큰 위험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일찍 사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무런
대책 없이 오래 사는 것이다.
일찍 사망하는 데도 또 오래 사는 데도 반드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마치 건물에 불이 나면 사람들이 아무런 피해 없이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비상구를 만들듯이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비상구를 만들어 놓지 않고 산다. 각 개개인이 만들 수 있는 비상구로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잘
키운 자식새끼, 내 노후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러분 자녀들이 노후를 보장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어릴 적부터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걸 삶의 목표로 삼도록 교육시키면 된다? 아마도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그저 잘 자라서 제 밥벌이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일 듯싶다.
모
대학교에서 여대생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결혼
후 살집을 그려 보라고 요청했는데, 모두들 하나같이 정말 그럴싸한 집을 그렸다고 한다. 침실, 서재, 거실, 아이들방, 마당, 개집, 등등…….
그러나 어느 곳에도 부모님 방은 없었다고
한다. 이게 우리 현실이자 곧 닥칠 미래이다.
각자
인생이란
건물을 그려 본 후 비상구가 어디쯤 있는지 둘러보자. 못 찾는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삶의 무게를 잘못 짚어 왔다.
미국에서
25세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4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인 65세 때의 생활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부자 1명, 돈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내는
사람 4명, 은퇴하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 13명, 경제적 빈곤으로 최저 생계수준 이하인 사람 66명, 이미 사망한 사람 16명이었다고
한다.
과연
여러분은 이중 어디에 속하는가? 대부분 사람들이 포함된다는 '경제적 빈곤으로 최저 생계수준 이하인 사람'에 포함될 셈인가?
65세에서
여러분 나이를 빼도록 하자. 만약에 35세의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65세35세〓30년이란 시간 여유가 있다. 아직 비상구를 만들 만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만
60세가 된 부부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물론 평균수명이 연장된 만큼 훨씬 더 살 수 있다) 20년간 생활하는 데 필요한 생활비는 얼마나
될까?
2003년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부로만 구성된 가정의 경우, 한 달 기초생활비 58만 9,000원과 여유생활비 50만 원을 계산에
넣으면 대략 2억 6,000만 원이 필요하다. 만약 좀 더 인간답게 산다고 한 달 생활비를 220만원으로 늘리면 필요한 금액은 5억 3,000만
원이고, 300만 원으로 늘리면 무려 7억 2,0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만들어야 할 비상구는 싸구려가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 장기적으로 준비해서 표시를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누가 도와주거나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 우리 모두 인생의 비상구를 오늘 당장 계획해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