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자 조선일보 A27 통해 '동백아가씨50주년 기념'이란 기사를 읽었다.
그 작은 알림 기사 끝에 기념 음반을 무료로 배부한다는 내용과 함께 전화번호가 있었다.
나는 이틀이 지난 후에 연락했는데도 음반을 받을 수 있었다.
음반을 보낸 곳은 충절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상남도 진주의 어느 의원이었다.
동백아가씨 작곡가인 백영호의 장남 백경권씨는 그곳에서 개업의로 일하고 있다.
나는 작년 이맘쯤에도 그로부터 비슷한 음반을 한 장 받았다.
작곡가인 백영호의 10주기를 기념하여 장남인 백경권씨가 만든 음반이었다.
그는 자비로 음반을 만들었고, 원하는 분들에게 무료로 배부까지 했다.
그런데 금년에도 '동백아가씨 50주년 기념'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또다시 사비로 음반을 만들고 우편 요금을 부담해 가면서 보내주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애틋함이 가미되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의 이런 정성에 감사와 고마움을 넘어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의사 백경권이 아닌 우리 대중음악의 전통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그의 품격을 헤아릴 수 있었기 떄문이다.
그가 아버지의 업적을 기린다는 사소한 일에서 출발했든 우리 대중음악의 흐름을 보존한다는 공적인 입장에서
시작했든 그의 높은 문화의식과 품격 있는 태도는 높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는 동백아가씨 50주년을 맞아 작곡가인 백영호의 업적을 인정해서 '백영호의 동백아가씨'를 기억해 주억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부산 출신이며 기타의 달인 이었던 백영호 선갱의 업적을 기념하는 노래비를 고향에 세울 수 있기를 기원했다.
우리 대중음악에 기여한 수많은 작곡가와 작사가, 그리고 가수를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이룩한 역사가 족히 한 세기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우리 문학과 우리 음악의 범주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생각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국가적 차원이든 지역적 차원이든 또는 예술단체 차원이든,
우리의 주옥같은 대중음악의 리듬과 가사와 소리를 점검하고 배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난날 우리의 힘들고 고단했던 일제강점기와 현대사를 지탱해주고 버티게 해 주었던
백영호 선생 같은 음악인들의 기여와 업적을 되짚어보고 기념해야할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영호 선생의 장남인 백경원씨에게 심심한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하며
부디 그의 소망대로 '작곡가 백영호의 동백아가씨 기념비'가 부산 어느 곳에 건립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기념비가 더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새겨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해 본다.
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