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다섯, 인생이 새로 태어난다
서울 지하철 아침 10시의 새로운 풍경. 9시까지의 출근시간 교통지옥이 갑자기 밀려나가고 등산복을 입은 새로운 물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른바 출연진의 다수교체다. 이들은 노인은 아니나 노인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젊은 층은 아니어서 딱히 장년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 보인다. 팔·다리는 성하니 산에 가자는 것이다.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과 비슷해 산으로 가냐, 직장으로 가냐의 차이일 뿐 시간대도 그럴듯하고 집사람 보기도 덜 미안하다.이 그룹에 대해 필자는 연소노인(年少老人)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 이 나이 군을 대략 55세에서 64세까지로 가정해 보면 우리나라 평균퇴직연령인 54.7과 노인법에 의한 법정노인이 되는 65의 바로 직전과도 일치한다.
국가관리 필요한 젊은 노인들
우리의 출발점인 55세는 평균 퇴직연령 이외에도 여러 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매일 17,000여명이 이 나이에 진입하고 있으며 남성의 경우는 대략 대학 졸업후 사회활동 기간과 퇴직이후 사망시까지의 연한이 거의 비슷한 중간점이 되고, 여성의 경우 초경이 시작되어 폐경(요즈음은 완경으로 부른다)까지의 기간과 폐경이후 남은 수명 35년과의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 남녀 모두가 이 시점에서 서로 엇갈린 호르몬을 배출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평형이 깨어지고 순간적으로 남녀가 뒤바뀌는 생물학적 전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새로태어남?’과 같은 제2의 인생의 시작점이다. 이들은 또 다른 표현으로 젊은 노인(young-old)이라 부르며 “나이는 먹었으나 아직 일할 수 있어” 영어로 “young enough but old”의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노인도 아니면서 노인 대접을 받고 그렇다고 노인복지수혜자에는 끼워주지도 않으니 능력에 비해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에 430만, 전남지역은 21만, 비율로 약11%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활동참가율이 매우 낮다. 또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소위 실질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연령대의 약점이 경기 변화와 노동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거시적 차원에서 보면 인적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복지 등 사회적 비용의 엄청난 증가를 초래하게 되고 이것을 기업이나 가족이 부담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연소노인의 문제는 조기퇴직, 노령화, 가치관, 조직문화, 정치제도, 취업훈련, 노인복지 등을 포함한 현재의 온갖 사회문제와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어서 따로 떼어 얘기할 수는 없으나 벌써부터 문제의 출발을 논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나이 65세 이상이면 국가의 의무교육이 다시 필요하다고 했다. 필자의 제안은 이보다 10세쯤 낮춰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55세가 되면 국가의 중요한 관리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오늘의 얘기를 정리해 보자. 우리나라사람 5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는 430만이고 연간 5백만 명이 이 그룹에 합류하며 이 현상은 당분간 계속된다. 어떤 국가의 제도나 정책도 이 과도기에 대한 구체적 수단을 갖고 있지 않으며 어디에서도 베껴 올 만한 모델이 없다. 문제의 개념조차도 염두에 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회적 비용 증가 고민해야
연소노인의 출발점인 55세는 지식이나 지혜는 최고점에 도달해 있는 한편 생물학적, 유전적, 경제적, 사회적 과도기의 중요한 출발점이고 이 지점에서부터 노인에 대한 국가의 관리가 시작돼야 한다. 이 세대가 잘 정리되어야 65세 이후의 노인세대와 55세 이전의 장년세대가 모두 건강해진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새롭게 태어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우리지역 역시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 중앙정부가 안하면? 기다릴 필요 없다. 지방정부가 먼저 하면 된다. 누구에게 의지할 것도 아닌 우리가 해결해야 할 우리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정기 목포대 겸임교수〉
첫댓글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심각한 문제입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각자가 다 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