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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15
1. 존경각 (낮)
재회가 열리고 있는 존경각 안.
위압적으로 윤희와 재신을 추궁하는 하인수.
긴장한 듯 보이는 윤희와 재신.
굳은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선준, 용하와 흥분한 유생들의 분위기.
하인수 : 오늘 재회는 문재신 유생과 김윤식 유생의 남색추문에 대한 유벌을 결정하기 위한 자리다.
윤희 : --
재신 : --
하인수 : 남녀가 유별한 것은 유학의 기본이오. 예와 법도를 숭상하는 이 성균관에서 남색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희 : ---
재신 : ---
선준 : ---
용하 : ---
하인수 : 하여 우리 모든 유생들은 (재신, 윤희 보며) 자네들의 두 이름을 청금록에서 영원히 삭제해....
과거와 출사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그 부도덕을 벌하고 성균관에서 제명해 성균관의 명예를 지키고자 한다.
유생들 : (일제히) 옳소....
유생들, 힘껏 옳소 외치면서 탁구채 모양의 유벌판을 흔든다.
(유벌판: 탁구채 크기로 앞/뒤에 한쪽엔 붉은색 바탕에 검은 벌, 한쪽엔 그저 무지 흰색으로 칠해진)
군중심리의 전형적인 모습들.
해원 우탁 도현도... 눈치보다 흔들고. 씩 웃는 하인수.
그런 유생들 모습에 굳어지는 선준, 윤희, 재신.
윤희와 재신 ... 모멸감 느끼는 듯 보인다.
재신, 주먹 꽉 쥐면 윤희가 그 손 제지하고... 그 앞에 용하 역시 재신을 향해 입술을 깨문다.
꾸욱 참는 재신.
하인수 : 문재신, 김윤식에게 묻지.
재신 : --
윤희 : --
하인수 : 그날 밤... 향관청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사실인가.
윤희 : (나서며) 아닙니다. 저흰.. 믿어주십시오. 장의.
하인수 : 아니라면, 그 날 밤 향관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든 유생들 앞에서 사실대로 말해주겠나.
윤희 : 저흰... 그저.. (말문이 막히는)
재신 : (하인수 쏘아본다)
하인수 : (씨익 웃으며) 허면 목격자의 증언을 듣는 수 밖에 --
하인수 돌아보면, 증언석 위로 올라와 서는 선준.
선준 굳은 표정이고. 윤희, 재신, 용하 모두 선준을 긴장한 듯 보고 있다.
하인수 : 이선준 유생, 그날 밤 향관청에서 문재신과 김윤식을 봤나?
선준 : ---
하인수 : 저 둘은 남색이 틀림 없다. 그렇지 않나-
선준 : (보다가 결심한 듯) 남색은.... 접니다.
윤희, 놀란 듯 선준 보고... 재신도 의외다. 용하 허걱 싶다.
하인수 : (믿기지 않는 듯) 지금 뭐라 했나?
선준 : 남색은 바로... 접니다.
웅성 웅성대는 유생들과 도현, 우탁, 해원.
도현 : 이선준... 너 마저?!!!
우탁, 해원 휙 놀란 듯 돌아보고.
하인수, 그런 선준을 쏘아보는데 흔들림 없는 얼굴의 선준. 그 위로--
대사성E : 이선준이... 남...색--?
2. 정록청 (낮)
찻잔을 떨어뜨리는 대사성.
그 앞에 앉은 함춘호, 정약용, 유창익.
대사성 : 정말 제 입으로.. 나..남색이라 말했단 말인가?
함춘호 : 예.. 영감.
대사성 : (벌떡 일어나는) 내.... 이놈의 자식,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나더러.. 좌상대감 얼굴을 어찌 보라구..
달려 나가는 대사성. 함춘호 그 뒤를 따르고.
유창익 : (기막힌 듯) 나.. 남색이라니. 이 성균관에 허, 그것도 한 두명도 아니고 (겸연쩍은) 나..원.
정약용 : (픽 웃는다.. 그러다.. 너털웃음, 윤희가 여자임을 잘 알기에)
유창익 :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웃음이!!
정약용 : 이선준..그 친구 알면 알수록.. 재밌는 녀석입니다.
유창익 : (의아한데)
정약용 : 아.. 이럴게 아니라 우리도 가서.. 구경이나 해볼까요? 유박사님--?
3. 존경각 (낮)
선준 : 그날 밤 향관청엔... 문재신, 김윤식 유생만이 아니라 저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러니 문재신, 김윤식 유생이 남색이라면
저 또한 남색이라 해야 마땅한 일 아닙니까-?
웅성 웅성대는 유생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용하.
재신 저건 뭐야 싶고.. 윤희는 선준을 바라본다.
하인수 : 자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나? 남색임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게다. 청금록에서 삭제 당한다 해도 할 말이 없어!!
선준 : (OL) 그것이 법도라면- 하는 수 없겠지요.
하인수 : (본다)
선준 : (재신과 윤희 보며) 문재신 유생과 김윤식 유생이 선비로써 할 수 없는 부덕한 소행을 했다면 말입니다.
윤희 : --
재신 : --
하인수 : 그 따위 거짓증언으로, 죄인들을 변호할 생각인가--?
선준 : 그날 밤 제가 향관청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선준, 우탁, 해원, 도현 보면 헉.. 당황하는 우탁, 해원, 도현.
선준 : 안도현, 김우탁, 배해원 유생입니다.
우탁/해원/도현 : --
하인수 : 사실인가--
유생들 : (시선집중)
우탁/해원/도현 : (끄덕끄덕)
선준 : (유생들 보며) 헌데 왜 저는 그 추문 속에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유생들 : --
선준 : 추문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윤희 : --
재신 : --
유생들 : (웅성웅성--) 사실이.. 아니라구? 봤다는데.. (소란소란)
선준 : (유생들에게 다가와) 김윤식 문재신 유생의 부적절한 관계를 유생께서 보셨습니까?
노론 : --- 난.. 아니..이 친구가. (소론 1 끄집고)
선준 : (소론 1 보면)
소론1 : 나두..아니.. 난 저 친구가..
선준 : (도현 우탁 해원) 봤습니까?
도현해원우탁 : (헉!! 고개가 떨어져 나가라 젓는데)
용하 : (풋.. 웃는다)
선준 : (남명식에게) 또한.. 재임에게 묻고자합니다. 남색이.... 추문입니까?
남명식 : 그야 응당.. 성리학을 숭상하는 유생에겐...
선준 : 유교에서 가장 중시여기는 덕목인 인(仁)은 벗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말합니다. 제가..틀렸습니까?
INST 한쪽에 仁 큰 글씨로 써 내려 온다.
남명식 : (할 말 없다) ,... 그야..
윤희 : --
재신 : --
선준 : 인,의,예,지,신. 유가의 가르침을 따르는 선비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덕목들입니다.. 헌데...
INST 한쪽에 써 내려 오는 인의예지신 仁義禮智信.
선준 : ...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어리석은 마음은 지혜롭지 못하며
(智 가루가 되어 날아가고)
유생들 : --
선준 : (유생들 보며) 무책임한 호기심으로 다른 이를 곤경에 빠뜨리고도 그것이 죄인지도 모르는 채 그저 보고 즐기는 마음은--
찔끔 하는 소론, 노론 유생들의 표정. 그 위로--
선준E : 의롭다고도, 예라고도 할 수 없으며.
INST ( 義 , 禮 가루가 되어 유생들 머리 위로 떨어진다)
선준 : 벗을 믿지 못하는 그 마음, 또한 유학을 하는 선비라 할 수 없습니다.
INST (信 가루가 되어 날아간다)
유생들 : (수긍하는 듯 조용해진다)
선준 : (진심이라.. 흔들리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계율이나 비뚤어진 잣대를 들어 추문이라 손가락질 할 자격은 --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하인수 : --
선준 : 그것이.. 성리학을 하는 유생의 길이라면.. 저는 차라리 남색이 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윤희 : (선준 본다)
용하 : (피식 웃으며 혼잣말) 그렇단 말이지?
이선준. 유생들을 바라보는 선준의 진지한 얼굴.
4. 존경각 복도 (낮)
헉헉..십년감수 했다는 듯 돌아서는 대사성. 함춘호와 정약용.
함춘호 : (긁적이며) 그러니까...이선준 상유가... 남색은 아니란 말인 거죠?
정약용 : (빙긋 웃으며) 그런 것 같구만..
대사성 : (안도) 다행입니다 이번 재회도 별 탈없이 무사히 끝난 모양입니다..
5. 존경각 (낮)
하인수, 싱글 웃더니 선준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온다.
하인수 : 이걸로 끝이라 보는가?
선준 : (본다)
윤희 : --
재신 : --
용하 : ---
유생들 : (속닥속닥)
하인수 : 허면 다시 묻지. (선준, 윤희 재신 둘러보며) 남색이 아니라면 그대들은 향관청에서 뭘 하고 있었나-
(비웃듯) 그 야심한 시각에...
재신 : --
윤희 : --
선준 : (재신과 윤희 본다)
하인수 : 그날 밤, (매서운) 홍벽서가 부상을 입고 성균관에 들어 왔다.
선준 : (뜻 밖이다)
윤희 : (불안해진다)
재신 : (긴장하고)
용하 : (하인수 본다)
유생들 : (웅성웅성 홍벽서?)
하인수 : 향관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수 없는 이유는... 혹 그 때문인가---
윤희 : --
선준 : (윤희 돌아본다)
선준 그때 불현듯 스치는 생각.
FLASH 14회 9씬, 윤희 핏자국 닦던 모습.
14회 10씬, 윤희, 재신과 함께 있던 모습.
14회 53씬, 선준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던 윤희.
선준, 일련의 과정이 이해가 된다. 재신과 윤희를 보는 선준.
유생들 : (홍벽서가 들어왔다고? 웅성웅성)
하인수 : 문재신, 김윤식... 그리고 이선준은 답해라.. 그날 향관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긴장하는 윤희와 재신 쏘아보는 하인수.
그때 그 앞에 나서는 선준.
선준 : (차갑게 굳은) 먼저-- 대답해 주셔야겠습니다.
하인수 : --
선준 : 그러니까 장의께선 홍벽서를 잡기 위한 덫으로 재회를 이용하실 생각이셨습니까?
하인수 : (본다)
선준 : 남색추문은 처음부터 믿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인수 : ---
유생들 : (웅성웅성)
선준 : 재회는 대사성 영감 이하 그 어느 학관도, 그리고 전하께서도 개입할 수 없는 성균관 유생 고유의 권한입니다.
성균관의 재회는 그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이용 되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하인수 : --
선준 : 헌데 재회의 의장인 장의께서는 지금 스스로 그 원칙을 어기셨습니다.
하인수 : ---
유생들 : (웅성 웅성)
남명식 : 허면 문재신이 남색이 아닌 걸 알고도.. 재회에 세운 겁니까?
소론1 : 우리 소론의 명예를 실추시켰소..
노론들 : 장의 사실을 말해 주시오.
우.... 유생들 난리다.
궁지에 몰린 하인수. 임병춘, 설고봉, 강무 울컥 치미는데 그 앞으로 나서는 용하.
용하 : 자ㅡ, 아직 우리에겐 할 일이 남았네.. 재회는 (뼈있는) 장의의 것이 아니라 우리 성균관 유생들의 몫이 아닌가..
하인수 : --
용하 : 우리의 의무는 다해야겠지?
윤희 : ---
재신 : --
선준 : --
유생들 : --
용하 : 표결에 붙이지. 문재신 김윤식 유생을-- 유벌에 처하겠는가.
용하, 유생들 쪽 바라보면..
남명식, 유벌판의 흰색을 들고 소론 유생들도 흰색을 들고..
점점 유생들이 들고 있던 붉은 손 팻말을 흰색으로 돌려 들어 무죄를 선고하기 시작한다.
차츰차츰 밝아지는 윤희 얼굴. 재신과 선준은 담담하다.
모두의 손팻말이... 무죄 흰색이다.
그러자 용하, 싱긋 웃는다.
용하 : (하인수 보며) 장의, 재회의 결과를 발표 하시게!!
하인수 : (재신과 윤희 보며 참기 힘든 모멸감을 참으며) 문재신 유생과 김윤식 유생의 남색추문은.....혐의 없음을 ..선고한다.
윤희, 안도하듯 재신 보고 웃는다.
선준에게 가는 재신. 선준의 어깨 툭 잡는다. 선준 보면...
재신 : (고맙지만 뚝뚝한) 어이 노론,
선준 : (보면)
재신 : 하여간에.. 말론 못 당한다니까..
선준 : --
재신 : (머쓱하지만 진심이다) 오늘 일은 내가 (선준 보며) 제대로.. 빚 졌군. 덕분에 대물 녀석, 마음고생 덜었다. 고맙다.
선준, 재신 보다가 윤희 보면.. 윤희, 선준 보고 있다.
윤희와 재신을 바라보는 선준의 시선이 흔들린다.
잠시나마 윤희와 재신 사이를 오해하고 질투했던 자신이.. 못내.. 부끄러운 선준... 윤희 시선을 외면한 채..
고개 떨구고 존경각 밖으로 나간다. 그런 선준을 돌아보는 윤희.
6. 존경각 복도 (낮)
착잡하게 나와서는 선준, 자신이 한심하다 ... 고개 젓는..
선준 : (자조적인) 한심하군.... 대체 무슨 오해를 했었던 거냐..
7. 존경각 (낮)
윤희와 재신을 둘러싼 유생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어느새 유생들로 꽉 차 있던 존경각은..텅 빈 공간이 된다.....
유벌판이 땅에 떨어져 있는 쓸쓸한 분위기..
미동도 없이 그대로 서 있는 하인수의 굳은 얼굴.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덩그러니 남아 있는 그 하인수의 뒷모습에서..
8. 명륜당 앞 일각 (낮)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유생들 사이, 윤희 보인다.
재신 윤희에게 다가오려는데.. 우탁 해원 도현, 쭈뼛쭈뼛 윤희 앞으로 다가온다.
우탁 :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 하셨(합!!)
도현 : (우탁의 입을 막으며) 무조건 잘못했다. 봐주라 대물.
윤희 들리지도 않는 듯 앞으로 가려는 듯 그런 윤희를 본 재신 피식 웃으며 다가오는데...
해원 : 야, 인마 너 우린 아는 척도 안 하기로 한 거냐--?
해원, 윤희 팔 잡자 윤희 그제야 돌아보며..
윤희 : 이선준... 이선준 유생 봤소?
우탁 해원 도현.. 고개 도리도리..
윤희 : (골몰한 채 기웃기웃 헤매며)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정말.. 못 봤소?
주위를 둘러보는 윤희..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선준.. 윤희 안타깝다.
그런 윤희를 보는 재신.. 피식 웃곤.. 그대로 더 나가지는 못한다.
9. 성균관 정문 앞 (낮)
갓 도포 차림의 선준, 돌아보면 그 앞에 와 서는 발 용하다.
용하 : 뜻 밖이군.
선준 : (보면)
용하 : 이선준 처럼 단정한 위인이 남색이 되는 걸 마다치 않겠다? (흥미로운 듯 선준 보고 웃는)
선준 : 전 그저--
용하 : (익히 안다는 듯) 아, 그 또한 원칙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다. --?
선준 : ---
용하 : 원칙을 지킬 생각이었다면 (정색) 거짓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선준 : (보면)
용하 : 향관청에서 대물 녀석과 걸오랑 주욱 함께 있었다는 말.. 거짓말이잖아. (선준 똑바로 보며) 자네답지 않은.. 거짓말....
선준 : (굳어진다) 사형께서도.. 그 날 밤.. 일을.. 다 알고 계셨습니까?
용하 : (대답 대신) 출세가 보장된 좌상댁 외아들이 하마터면 남색이라는.. 추문에 휩싸여.. 출사길이 막힐 위험도 무릅쓰고 말이지.
왜지? 뭘 위해서였나?
선준 : (정곡 찔렸다.. 보다가 용하 외면하고 가려는데)
용하 : (따라 잡으며) 내일 정혼을 한다구? 그것도 결코 손잡을 일 없어 보이는 하인수와 가족이 되겠다?
자네 가문과 걸 맞는 상대가 필요해서였나? (슬몃 선준 살피며) 아니면 아무나 상관 없었던건가--
마치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선준 : (본다)
용하 : 그래서-- 자네, 행복한가? 가랑?
선준 : (대답하지 못하고 시선 피하는데)
용하 : (안타깝다는 듯 고개 설레설레) 이봐 이봐.. 지금도 이렇게 거짓말을 못하는데..
앞으로도 어떻게 주욱..거짓말을 하고 살 생각이지? 그건 (선준 똑바로 보며) 누굴.. 위해선가?
선준 굳어진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질문 앞에 서게 되는 선준.
대사성E : 이선준이 성균관을 그만둔다니요?
10. 정록청 (낮)
기함할 듯 넋이 나간 표정의 대사성. 선준의 자퇴 상소를 와락 접어 흔들며 유창익에게 다가간다.
그 앞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책을 꽂으며 정록청을 오가는 유창익과 책을 보는 정약용.
그 옆에서 물건들을 정리하는 고장복.
대사성 : 이..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찌 대명천지에 일어날 수가 있답니까? (유창익에게) 그래, 성균관을 관두겠다길래
옳다구나 관둬라 했단 말입니까?
유창익 : (말없이 책만 꽂는데)
대사성 : 철없는 어린 유생이야 이유 없는 반항을 할 수도 있어요. 유박사는 유생 시절에 그런 적 없습니까?
아침에 눈 뜨면 수업 들어가기 싫어서 당장이라도 성균관을 때려 쳐야겠다.. (하는데)
유창익 : (대사성 돌아보며 진지한) 없습니다. 단 한번도.
대사성 : (허!!)
유창익 : 그리고.. 이선준은 철없는 어린유생이 아니라 제 앞가림정도는 알아서 할 녀석으로 보였습니다.
대사성 : 이런 괘씸한 녀석.. 왜 하필 지금이랍니까.. 이 중요한 때에 (복장 터진다) 하반기 인사이동이 코앞인데....
좌상 대감께 눈이나 깜빡 해보겠나..어디.. 나 이거야..
정약용 : (묵묵히 책을 읽고 있다. 표정은 복잡하다)
대사성 : 이대로 놓칠 순 없습니다. 아무래도 내 이선준을 만나서 직접 (하는데)
고장복 : 성균관을 그만두고.. 영암인가? 죽정서원에서 수학하기로 했다던데..
대사성..헉.. 울고 싶다.
책장을 덮는 정약용, 답답한 얼굴이 된다.
11. 존경각 (밤)
서가에 기대어 책을 보고 있는 윤희,
그러나 책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빼꼼 고개를 내밀곤 확인한다.
그러나 고개를 내밀고 볼 때마다 다른 유생들. 소론 유생이거나 노론 유생이거나..
실망하는 윤희.
서가에 불을 끄러 들어온 고장복.. 하나 둘 불을 끄며 오다가 윤희보고..
고장복 : 소등시간입니다. 곧 있으면 취침점호 시간이구요.
윤희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둘러보다가.. 조심스럽게) 이선준... 유생.. 못 봤소?
고장복 : (불 끄려다..갸웃하며)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윤희, 의아한 듯 고장복 보는데...
12. 중이방 (밤)
문 벌컥 열리고 들어서는 윤희. 보면 선준의 사물함이 깨끗이 비워져 있다.
믿어 지지 않는 윤희 보면 서가 위에도.. 선준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13. 용하방 (밤)
건배하는 용하와 재신, 술잔을 부딪치는데...
용하 : 재회는 다 싫은데 말야, 그거 하난 딱 좋아.
재신 : (술잔 들이키려는데)
용하 : (그 술잔 들어 자기가 마시며) 재회가 끝나면 늘 가는 모꼬지.
재신 : (대꾸 없이 다시 술 따르는데)
용하 : 재회에서 유생들끼리 다친 마음들일랑 모두 잊어버리고 어울렁 더울렁 하나가 돼 흥청망청 취해나 보자..
천하 절경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술잔 들이키는데)
재신 술잔 들이키려하자 뺏으려는 용하. 그러나 뺏기지 않는 재신.
재신 : 뭐하는 짓이냐.
용하 : 상처.. 아직 다 안 아물었잖아.
그때 벌컥 열리는 문, 들어서는 윤희.
윤희 : 혹...알고 계셨습니까?
재신, 용하 보면..
윤희 : 이선준 유생이... 그만 뒀다 들었습니다.. 성균관--
용하 : (뜻밖이라 어이없는) 내일 정혼 때문에 외출한 게 아니었어? (혼잣 말처럼) 뭐야 이 자식.. 내가 한 말 때문에
상처 받은 건 아니겠지 설마..? (복잡해지는데)
윤희 : 정혼이 .... 내일.. 이었군요..
재신 : (윤희 보고)
윤희 :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사형들께도 인사 한마디 없이 나갔다니.. 예와 법도는 무슨-- 사람 참.. (설핏 웃는)못 쓰겠네.
윤희 힘없이 돌아서간다.
그 모습을 보는 용하와 재신 둘 다 마음이 좋지 않다.
용하 : 이선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이 자식.
재신, 그 앞에 놓인 술병 들이키려는데, 턱 그 팔목을 잡는 용하.
용하 : (턱으로 스윽 문 쪽 가리키며) 가 봐!!
재신 : (보면)
용하 :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빈 자리는 표 난다잖아.. 걸오 자네가 지금 여기서 이러구 있으면 돼? 동방생이..
재신 : --
용하 : (재신에게 은근 슬쩍 다가와 앉으며) 어깨도 빌려주고, 토닥토닥 등도 빌려주고.. 오가는 손길 속에 싹트는 (씩 웃는) 정?
재신은 복잡하다.
14. 중이방 앞 (밤)
방 앞에 서는 재신, 보면 방안에 윤희 그림자.
차마 방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툇마루에 앉는 재신, 슬몃 중이방 쪽을 돌아보는 재신의 걱정스런 표정.
15. 중이방 (밤)
윤희, 벽에 기댄 채로 털썩 스르르 주저앉는다.
선준의 빈 공간만이 눈에 들어오는 윤희.
16. 장의방 (밤)
갓도포 차림으로 갈아입는 하인수, 굳게 다문 입술이며 눈매며 화가 났다기보다.. 깊은 생각에 침잠한 모습이다.
그 옆에 서 있는 임병춘, 옷을 입혀주려 하지만
찬바람이 쌩 일게 도포며 갓이며 제 손으로 하는 하인수.
임병춘 : 저..장의 제가 뭘.. 잘못이라도..
하인수 : (대꾸 없이 옷만 입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들어오는 설고봉 얼굴에 기쁨과 환희의 미소.
설고봉 : 장의..기뻐하십쇼. 장의.
하인수 : (보지도 않는다)
설고봉 : 이선준이... 글쎄..성균관을 그만 뒀답니다.
하인수 : (본다)
설고봉 : 오늘부로 때려치고.. 저 시골로 공부하러 간다지 뭡니까?
임병춘 : 너..그거 사실이냐? (반색) 정말?
설고봉 : 그럼.. 사실이지.
임병춘 : (환해지며) 장의.. 앓던 이 빠진 듯.. 속이 시원 하시겠습니다. 감축 드립니다. 장의.
설고봉, 임병춘을 한심하게 보던 하인수. 대꾸 없이 나가버린다.
설고봉 : 어라.. 기뻐할 줄 알았는데.. 그새 미운 정이 담뿍 들었나?
17. 장의방 앞 (밤)
강무, 하인수 신발 반듯하게 놔준다. 신발을 밟고 내려오는 하인수.
강무 : 소식..들으셨습니까? 이선준.
하인수 : 너도 내가 이선준이 사라진걸... 좋아할꺼라 믿는게냐.
강무 : --
하인수 : 오늘 재회에서 유생들은 내가 아닌 이선준의 손을 들었다. 이 성균관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나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강무 : --
하인수 : 난 이선준이 가진 힘이 뭔지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헌데.. 이렇게 먼저 경기장에서 퇴장해 버리면..
(자조적인) 내가 우스워지지 않겠나..
18. 선준 집 후원 (밤)
복잡한 듯 서성이는 선준.
FLASH 9씬, 용하 / 행복한가?
생각을 접으려는 듯 뒤돌아 걷는 선준.
FLASH 9씬, 용하 / 지금도 이렇게 거짓말을 못하는데....
멈춰서는 선준. 복잡한 얼굴이 되는데..
순돌E : (너스레) 아따 되련님, 아직도 안자고 계셨소?
선준 돌아보면 그 앞에 오고 있는 순돌이와 이정무.
선준 예를 갖춘다.
순돌 : 정혼 날에도 요로코롬 설레서 잠을 못 이루면.. 혼인날에는 참말로 석달 열흘 전부터 잠도 못잘턴디..
그러다 혼례청에 몽달귀신 얼굴로..
이정무 : (순돌이 보면)
순돌 : (헉.. 입술을 쥐어 뜯으며) 말씀들.. 허십시오..
순돌 물러난다..
이정무 : 영암 죽정 서원에선 네 거처며 다 마련해 뒀다더구나..
선준 : (혼자 생각에 여전히 골몰한 듯)
이정무 : 기왕 성균관을 나올 생각을 했으니.. 하루라도 아껴 학업에 정진하는 게 좋겠지..
(선준 보며) 내일 정혼례가 끝나면.. 바로
선준 : (묵묵..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이정무 : (그런 선준... 의아해진다. 엄한) 듣고 있는게냐.
선준 : (그제야 이정무 돌아보며..고개 숙인다)
이정무 : 혼인도 최대한 서두르기로 병판과 얘기해뒀다. 대과준비는 안사람 내졸 받으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살피며)
선준 : --
이정무 : (그런 선준을 보다가) 혼인을 하고 가솔이 생기면 그 책임감이 사내를 밀고 가는 힘이 되줄게다.
번성하는 가문을 보면 또 그 자부심이 장부를 밀고가고.. (선준 타이르듯) 남아 일생, 그럼 된게다.
선준 : (보다가) 아버님..
이정무 : (본다)
선준 : 그래서.. 행복..하십니까?
이정무 : (뜨악하다.. 보다가.. 차츰차츰.. 허허.. 기막힌 듯 웃는데)
선준 : 외람되오나 소자 그 답.. (정말.. 궁금해서) 듣고 싶습니다.
이정무 : (서서히 웃음기 사라지며 단호한) 답할 가치가 없는 물음이다.
선준 : (보면)
이정무 : 규중 아녀자들의 한가한 넋두리에나 어울릴 법한 낯간지러운 말이.. (선준 보며) 진성 이문의 장손에게서 나오다니....
선준 : --
이정무 : 이 아빈 지금껏.. 그런 불필요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해 본 일이 없다.
싸늘한 표정의 이정무.
선준.. 아버지와 사이에 사라지지 않을 높은 벽을 마주한 기분..
19. 명륜당 앞 (아침)
E (수업종이 뎅뎅뎅 울려 퍼진다)
수업종을 뎅뎅뎅 치는 복동이.
20. 성균관 어느 일각 (아침)
가슴 팍에 책을 끌어 안은 채 수업에 늦은 듯 달려 나오는 윤희.
뛰어 가다가 걸음을 멈추는 윤희. 그 앞에 보이는 한그루 나무.
INST 6회 19씬, 나란히 앉아 책을 보던 선준과 윤희.
물끄러미 바라보는 윤희. 그리운 시간들이다.
21. 명륜당 (아침)
왁자지껄 수업을 앞둔 명륜당의 소란한 분위기. 우당탕당 책상 주변 을 엎기도 하고 소란한데..
그때 명륜당으로 들어서는 윤희.
도현 : 이선준이 성균관을 그만둔 게 사실이야?
우탁 : 회자정리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지.
해원 : 그 재수 없는 자식은.. 끝까지 싸가지가 없어.. 사람이 온다간다.. 말은 하고 가야 할 것 아냐..
자리에 앉는 윤희. 옆자릴 보면,
INST 선준이 책 보는 모습.
그러나 윤희 다시보면 그 책상 자린 비어있다. 그 위로..
도현 : 정혼하고 색시 데리고 아예 도성을 떠나 저... 산골 서원으로 들어간다는데..
해원 : 이선준 그 자식, (어쩐지 허전하기도 한) 정말 다시는 볼 일 없겠군..
우탁 :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서 만나지 않는 한... 글쎄 평생가야 만난일 있겠어?
도현 : (등 돌려 윤희에게) 아니, 대물 자네한테도.. 아무 말 없었나?
책장을 덮는 윤희,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술을 깨무는 윤희. 벌떡 일어나 명륜당 밖으로 나간다.
22. 명륜당 앞 (아침)
윤희 달려 나가고, 그런 윤희와 부딪히는 재신.
그대로 가려는 윤희, 그런 윤희의 어깨를 잡는 재신.
재신 : (윤희 어깨 잡으며) 무슨 일이냐.
윤희 : (그저 가려는데)
재신 : 이렇게 급하게 어딜 가는 건데 (하는데)
윤희, 꾸벅 인사하고 그대로 달려 나간다. 입술을 꾹 다문 채다.
돌아보는 재신, 시선 복잡해진다.
23. 효은 방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효은 방.
하얀 면포 위에 조로록 놓여있는 연지며 분이며 화장도구들. 분첩을 톡톡 두드리는 손, 효은이다.
반달 같은 눈썹이 그려지고 붉은 입술연지로 물들고..
복숭아 빛 연지로 뺨이 화사하게 물이 드는 정혼식 날의 효은이.
DIS 속치마 위로 덧입는 바스락 거리는 무지개 치마.
그 위로 화려한 정혼식 예복차림의 한복을 입는다.
치마끈을 묶고 저고리에 손이 들어오고.. 고름을 야무지게 매는 효은이.
DIS 경대 앞, 효은 고운 옷차림을 하고 앉아 설레는 듯 단장중이다.
그 뒤 머리를 매만져 주는 버들이와 유모처럼 보이는 중년의 아낙.
효은 : (반지며 노리개를 단장하며 버들이) 서둘러. 도련님 오실 때 다 됐겠다. (설레어 보인다)
버들이 : (그런 효은 보다가) 그렇게 좋으세요? 얼굴에서 꽃이 피네요. 꽃이..
효은 : (경대 속 효은 환하게 웃는데) 도련님께도 그렇게 보일까?
버들이 : 그럼요...그러니,... 정혼도 서두르자 하신게 아닙니까.
효은 : 그런데 버들아, 나 왜 불안하지? 도련님께서.. 정혼하자 하신 그날부터.. 난.. 왜 더 불안해지는지 모르겠다--
버들이 : (대수롭지 않게) 에그.. 애기씨.. 시집가기 전에.. 다 한번씩 앓는 홍역이네요. 그런 건..
효은 : (다소.. 안심되는) 나.. 있지.. 꼭.. 도련님께...어울리는 배필이 될꺼다.. 노력할꺼야.. 나.
경대 속 행복해 보이는 효은.
24. 효은 집 앞 어느 일각 (아침)
효은 집 앞에 와 서는 발.. 선준이 아닌 윤희다.
윤희, 둘러보면 분주히 오가는 병판 집의 사람들. 잔칫집인 듯 소란하게 짐을 들고나는 사람들.
윤희 차마 그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건물 뒤편(혹은 나무 뒤편)에 서서 빼꼼 고개 내밀고 바라보는데
윤희.. 눈 커진다. 집 앞에 와 서는 선준과 순돌이.
순돌은 짐을 바리바리 든 채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싱글벙글.
그 뒤를 따르는 선준, 굳은 얼굴이다.
그런 선준을 바라보는 윤희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눈빛이 흔들린다.
병판 집으로 들어서던 선준, 어딘지 이상한 듯 주위를 둘러본다.
얼른 몸을 감추는 윤희..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다시 가던 길 가는 선준.
윤희 빼꼼 고개 내밀고 선준을 바라다본다. 병판 집으로 들어서려는 듯 한데..
마치 윤희 시선이라도 느낀 듯 다시 돌아보는 선준이.
윤희 얼른 담벼락 뒤로 몸을 감춘다.
가슴이 아프지만.. 마지막으로 선준의 모습을 보러 온 윤희..
다시 선준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빼꼼 고개를 내민 윤희.
헉.. 그 앞에 이만큼 다가와 서 있는 선준의 가슴팍.. 헉.. 놀라 뒤로 물러서는 윤희,
선준 : (애써 담담하게) 맞았군. 헛 거라도 본줄 알았지.
윤희 : (당혹스러운.. 애써 너스레) 어..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여..여긴.. 어..어쩐 일이오?
선준 :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는 윤희를 한심한 듯 보는데)
윤희 : 난.. 세책방에 필사 일을.. 아침부터.. 오라고 기별이 와서.. 하하.
선준 : 세책방은 필동.. 아니었나?
윤희 : (피식 웃으며) 안 통하는군. 이런 거짓말은..
선준 : (보면)
윤희 : (둘러대듯) 어제 재회 일, 고맙다는 인사를 못해서..
선준 : (본다)
윤희 : 아니, 뭐...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작별인사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선준 : (본다)
윤희 : (하는 수 없다 진심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꼭 한번은----더 보고 싶었소.
(겸연쩍지만) 그래서...기다리고 있었소..
선준 : (본다, 흔들린다)
윤희 : (진심을.. 담아서) 마음을 나눈 벗으로든.. 그저 동방생으로든 오가며 만나는 수많은 유생들 중.. 하나로든..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난.. 마지막으로 한번은 더... 이선준이 (흔들리는.. 눈빛) 보고 싶었으니까..
선준 : --
윤희 : (엷은 미소) 이제 봤으니... 됐소.
선준 : (윤희 진심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으며 애써 차갑게 감정 삼키며) 오늘--- 여기 오지 않는 편이 좋았다.
윤희 : (보다가 의아한) 내가...뭘.. 또.. 잘못했소?
선준 : (더는 윤희를 보고 서 있을 수가 없다 차갑게 돌아서며) 가라!!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그대로 가는 선준.
윤희, 서늘하게 굳어진다..
당황한 윤희를 남겨두고 차갑게 돌아서 가는 선준.
윤희, 서운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선준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25. 병판 집 (낮)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들어서는 선준. 다부진 마음처럼.. 입술은 굳게 닫혀 있고 주먹을 꽉 쥔 채 걸어간다.
감정을 삼키려... 죽을힘을 다하고 있는 선준이다.
26. 도성일각 (낮)
눈물이 차오르는 윤희.
그러나 소매로 쓱 문질러 닦아내며 앞만 보고 걸어가는 윤희. 다신 울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27. 효은 방 앞 (낮)
결심한 듯 숨을 몰아쉬는 선준. 효은의 방문을 연다.
스르륵 돌아서는 효은의 한껏 치장한 아름다운 자태. 선준을 보며 환하게 웃는 효은.
효은 : 도련님..
선준 : (애써 미소 지으려는데)
효은 : (와락 선준의 품으로 파고든다) 한참이나... 기다렸습니다.
선준 : (당황하는 선준. 편치 않다. 효은 팔 잡는데)
효은 : (냉랭한 선준을.. 부러 와락 더 끌어안으며) 도련님께 평생.. 좋은 배필이 되겠습니다.
선준 : --
효은 :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일이 없다 하셨지요? 도련님께서도 제게 마음을 주고자 노력하시겠다.. 약조도 하셨습니다.
선준 : --
효은 : (환하게 웃으며) 저, 그 약조만 믿을 것입니다. 도련님.
선준, 더는 안되겠다. 효은 팔 내려놓고 효은을 떼어낸다.
효은, 의아한 듯 선준 보는데...
선준 더는 참을 수 없을 듯한.. 죄책감과 주저함으로 본다.
그런 선준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바라보는 효은.
선준.. 더는 안되겠다.. 결심한듯.. 효은 바라본다.
선준 : 아무래도 그 약조...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효은, 이게 무슨 소린가 불안해지는데...
28. 병판 집 마당 문 앞 (낮)
병판과 하인수, 이정무와 선준모를 안내하며 너털웃음을 웃고 들어서고 있는데
달려 나온 선준과 맞닥뜨린다.
놀란 듯 선준을 보는 이정무 병판 선준모.. 그리고 하인수. 선준도 당황하는데...
이정무 : 무슨 일이냐.
선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달려 나가 버린다.
저..저저.. 병판 놀란 듯 돌아보고, 하인수 굳어진다.
이정무 아들의 처음 보는 모습에 난감해지는데.
29. 운종가 (낮)
장터를 달려가는 선준. 윤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 안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윤희,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가는 선준의 표정이 안타깝다.
그 일각, 먹먹한 얼굴로 포목점 앞을 걸어가는 윤희.
오가는 분주한 사람들 사이로 핏기 없는 얼굴이 되어 가는 윤희
그때 와락 윤희를 돌려 세우는 선준.
윤희 그런 선준을 놀란 듯 바라보는데 선준의 얼굴, 상기돼 있고 복잡한 감정으로 벅차 있는 표정이다.
그런 선준이 의아한 윤희다.
윤희와 선준 뒤로 포목점의 형형색색의 포목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장터를 지나가는 사람들, 윤희와 선준을 스쳐 휙휙휙 빠르게 지나간다.
윤희와 선준만이 이 북적스러운 장터에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선준 : (윤희 어깰 잡으며) 니가.. 좋다. 김윤식.
윤희 : (아직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선준 : 길이 아니면 가질 않던 내가-- 원칙이 아니면 행하질 않던 내가... 예와 법도가 세상의 전분 줄 알던 내가...
사내 녀석인 니가-- 좋아졌단 말이다.
윤희 : (믿기지 않는다..흔들리는 눈빛)
선준 : 내가 널.. 벗으로도 동방생으로도.. 곁에 둘 수 없는 이유다.
윤희 : --
선준 : 김윤식, 니 곁에서 더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를 속이고 살 자신이 없으니까.
윤희 : (선준의 진심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지경, 일렁이는 눈망울..)
선준 : (눈가는 젖어 붉어졌지만 윤희를 위해..애써 미소 짓는, 어깨에서 팔 내리며) 걱정마라. 김윤식. 널 다치게 하는 일은 없어.
윤희 : --
선준 : 내 마음 때문에 니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 하진 않을 꺼다. 니 앞에 나타난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윤희 : --
선준 : 지금으로선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전부니까-
윤희를 보다가 감정을 삼키며 돌아서 가는 선준,
너무 뜻 밖의 상황에서 한 번도 예상치 못했던 고백을 듣는 윤희 너무 놀라 대꾸를 할 수도 눈물이 흘러나오지도 않는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선준의 가는 뒷모습을 바라 보고 있다.
30. 효은방 (낮)
자리보존하고 누운 효은이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 주는 버들이.
그 앞에서 걱정스레 효은을 지켜 보는 병판.
효은 : (다 죽어가는 목소리 애처롭게) 이거 다 내 잘못인거 알죠? 아버지?
병판 : 알았대두..
효은 : (엄살 인 게 분명하지만..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 콜록콜록.. 정혼날 하필.. 아플게 뭐람... 도련님께 민폐만 끼치고----
버들이 : (거든답시고) 그러게.. 운수 사나운 계집은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잖아요.
효은, 콜록 기침하며 돌아눕는 듯 하다가.. 버들이 꽉 꼬집고 눈 흘긴다.
효은 : 이 혼인, 깨지는 일 없도록. 좌상대감께 콜록콜록.. 잘 말씀 드려주셔야 해요. 아버지..
병판 : 니가.. 아프긴.. 된통 아픈가.. 보다.. 아비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다하는 걸 보면--
효은 : (헉.. 더 아픈 듯) 아버지.. 나 쉴래요..
병판 : 그래.. 내.. 좌상 대감 앞에서 무릎일 닳도록 비는 한이 있어도.. 이 혼인 깨지지 않게 할테니..
딸내미 넌 몸조리나 잘 해두거라..
안쓰러운 듯 효은일 보는 병판과 연약하게 끄덕 끄덕이는 효은이.
31. 효은 방 앞 (낮)
걱정스러운 듯 돌아보고 나오는 병판, 하인수 막 방으로 가려는데..
병판 : 둬라.. 쉬게.
하인수 : 어찌 된.. 일이랍니까.. 오늘 일은..
병판 : 효은이가 열감기가 나서 쓰러졌다지 않아? 이서방은 그길로 의원을 부르러 가고..
하인수 : --
병판 : 나.. 이거야 원.. 내 자식이 잘못을 했으니.. 좌상대감 볼 낯도 안 서고 딸자식 한번 치우기가 뭐가 이렇게 어렵나 그래.
하인수 : 만인지상... 좌상대감과 일가가 되는 일입니다. 쉽길 바라셨습니까.
병판 : --- (아들 자식이 상전이다)
하인수 : 헌데... 이선준.. 말입니다 아버님..
병판 : (보면)
하인수 : 의원을 부르러 갔다지만.. 의원이 다녀가길 했나--- 정혼할 여인이 아프다는데 병문안을 오길 하나... 아무래도...
(설핏 웃는) 처가가 우스운 모양입니다.
병판 : 뭐야.
하인수 :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저 아이들.. 둘 만의 비밀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병판 : (눈빛 또로록 굴러가는데)
하인수, 효은 방 쪽 바라본다.
32. 효은 방 (낮)
물수건 바닥에 팽개치고 벌떡 일어나는 효은 답답한지 방안을 서성이기 시작한다.
버들이 : 가만 누워 계시라니까요.. 이러다.. 다 들켜요 애기씨.
효은 : 파혼이라니!! 말도 안돼.
INST 27씬의 가려진 내용.
선준 : 이 댁에서 먼저... 파혼 해 주시겠습니까?
효은 :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말씀해 주시면 고치겠습니다.
선준 : 잘못은.. 모두 제게 있습니다. 그러니.. 이 혼인의 자격이 없는 건 제 쪽입니다.
효은 : (본다)
선준 : 전--- 남들처럼 평범한 지아비로 여인에게 마음을 줄 수.. 없는 사람입니다.
현재.. 효은 휙 돌아서면.. 버들 깜짝 놀라고
효은 : 도련님.. 참 잔인하시지 않니? 버들아.. 어쩜 내가.. (서글픈) 그렇게 싫으신걸까? 그래서 그렇게 있지도 않은 말로.. 파혼을?
버들이 : 애기씨..
효은 : 난.. 이대로 도련님 포기 못해.. 도련님께선.. 먼저 파혼 얘길 꺼내시진 않을꺼야.. 날 파혼녀로 만드시진 않을테니까..
버들이 : --
효은 : 그럼.. 나 아직까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응? 버들아.
이정무E : 병판의 여식이 병이 깊다 했더냐..
33. 선준 집 사랑 (낮)
마주 앉아 있는 선준과 이정무.
선준 : (영문 몰라 눈 크게 뜨고 이정무 본다)
이정무 : 정혼을 미룰 바에야 차라리 곧 혼인날을 잡기로 했다.
선준 : (의아한) 그 댁에서 이 혼담에..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까?
이정무 : (뭔가 미심쩍은 듯) 너와 그 여식사이에 무슨 말이 오간게냐--
선준 : (굳은) 이 혼사 파혼키로 ... 했습니다.
이정무 : (엄한) 파혼이라니!!
선준 : --
이정무 : 네가 서둘러 정혼코자 한 규수다. 그 책임을 방기할 생각이냐.. 애비가 너를 잘못 본게냐.
선준 : 송구합니다..아버님. 허나.. 소자, 이 길이 그댁 규수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물러섬 없는 눈빛으로 본다) 혼인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버님.
이정무 뜻 밖에도 완강한 아들의 모습에.. 더는 권하지 않고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살피듯 선준 건네다 본다.
34. 선준 집 / 선준 방 (낮)
착잡한 얼굴로 들어서는 선준. 그 방에 순돌이가 짐을 싸두고 있다.
순돌 : 서원에 가져갈 짐은 다 싸뒀당께요.. 되련님.. 오늘은 일찌감치 푸욱.. 주무쇼잉.. 낼은 솔천히 걸어야 할텡게..
선준 : (짐들 보는데)
순돌 : 지는 대감마님이 찾으셔라 -
순돌 나가고 쌓아 놓은 책가지며 보는 선준, 그때 선준의 발치로 뚝 떨어지는 옷자락
선준 들어보면.. 과장에서 윤희가 시권을 남긴 선준의 얼룩진 도포자락..
선준, 도포자락을 펴보는 선준.. 복잡해지는 선준. 그 도포 자락 위로
순돌E : 꽃도령 선비님 말이어라?
35. 선준 집 사랑 (낮)
이정무 앞에서 고개를 빼꼼히 드는 순돌.
이정무 : 병판의 사저에 가기 전에 분명 만난 이가 있었단 말이냐-
순돌 : 야 되련님이랑 병판대감댁에 도착했을 때.. 거 계시다가 되련님이랑 만나시든디.. 뭐 땀시 그러신다요?
이정무 : 동방생이다--?
순돌 : 야, 일전에 과장에서 되련님이 성균관으로 끌어들인.. 바로 그 냥반인디.. 인연은 인연이지라..
이정무 : (보다가..) 과장에서-- 거벽을 세웠다던?
순돌 : (신났다) 야.. (선준 흉내 내며) 김윤식, 그 이름으로 과장에 서시오. 거벽을 서기엔 아까운 필력이었소.
이정무 : (본다.. 김윤식.. 이름 때문이다)
순돌 : 되련님이랑 꽃도령 선비님 이야기만 써도.. 웬만한 패설보다도 사연이 많당게요..
이정무 : 그 아이 이름이,,,, 김윤식이라 했더냐?
순돌 : 야, 김윤식 유생.
이정무 복잡해진다.
JUMP 서안에서 서류를 꺼내는 이정무.
FLASH 13회 48씬, 이정무 / 김윤식 어떤 아입니까? (새로 한 컷 촬영하실 분량)
대사성, 명부첩의 한방 복사본 기록의 느낌을 내밀며..
대사성 : 전 성균관 박사 김승헌의 아들입니다.
현재, 이정무 서류 복잡한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다.
이정무 : 김윤식, 이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
36. 존경각 (저녁)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는 윤희. 의자에 몸을 내던지듯 털썩 주저앉는다.
먹먹한 윤희 얼굴. 그 위로..
FLASH 29씬 선준 / 니가 좋다 김윤식. 내 마음 때문에 니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 하진 않을꺼다.
니 앞에 나타난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가슴 아픈 윤희, 두 손을 가슴 언저리에 댄 채 그대로 서탁 위로 머리 스르르 떨구는데
화면 앞으로 고개 돌린 윤희 표정 서늘하다.
윤희 : (혼잣말) 벌 받나부다 나. 세상을 멋대로 속이고 산 죄.
상실감 안타까움 죄책감.. 복잡한 감정의 윤희,
그 앞으로 쓰윽 내려오는 머리, 허리 숙인 채 윤희에게 시선을 맞추는 재신.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 드는 윤희.
재신 : 뭐가 그렇게 심각해?
윤희 : --
재신 : 방해하지 말고.. 갈까?
여전히 표정 변화 없는 윤희,
머쓱해진 재신 돌아서 가려는데...
윤희 : 사형.
재신 돌아보면 자리에 일어나 앉은 윤희다.
윤희 : ....(머뭇, 조심스런) 저 한 가지 여쭤봐도...되겠습니까?
윤희 옆에 다가온 재신, 그 옆에 의자를 휘릭 뒤집는 재신.
그리곤 의자 등받이 위에 턱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 윤희를 바라보는 재신이다.
윤희 : 사형께선 여기 이 책들, 다 읽었다 하셨지요?
재신 : --
윤희 : 그럼..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요?
재신 : (궁금해지는데)
윤희 : 제가... 어떤 이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재신 : (본다)
윤희 : 제 거짓말 때문에 그 사람,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기회도 포기 할 만큼..
재신 : 그래서?
윤희 :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래서 그 무거운 짐 이제는 내려놓아도 좋다.. 말하고 싶지만...
너무 늦은 것 같아서...절 용서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겁이 납니다.
재신 : --
윤희 : 제가 어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재신 : (그런 윤희를 묵묵히 보다가) 뭘 고민해?
윤희 : (보면)
재신 : (대수롭지 않게) 가서 솔직하게 말하면 돼지. 미안하게 됐다, 용서해줘야겠다..
(그러다.. 따뜻하게 진심을 담아) 지금 나한테 한 것처럼.. 니 마음을 보여주면 되잖아.
윤희 : (설핏 웃는) 제가 한 거짓말이 너무 크고 엄청난 일이라 아마 쉽게 용서가 안 될 겁니다.
재신 : (보는데)
윤희 : 사실대로 말했다가 저한테 영영 등을 돌리게 될까봐.. 겁나고 두렵습니다.
재신 : (의자에서 일어나며 흘리듯) 그 사람.. 니가 마음에 둔 사람이냐?
윤희 : (마음을 들킨 듯 대답하지 못하고.. 당황하는데) 그..그건.
재신 : (그런 윤희, 아프게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며) 누구, 초선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어 어설프게 웃는 윤희,
피식 웃으며 그런 윤희를 보던 재신 돌아서 가면.. 그대로 다시 서탁 위로 고개를 파 묻는 윤희.
그런 윤희를 슬몃 보는 재신의 얼굴에도 쓸쓸함이 스쳐 간다.
37. 정록청 (저녁)
돋보기 안으로 쏘옥 들어오는 대사성의 큰 눈. 조선 전도를 펴놓고 살피는 중이다.
대사성 : 보자보자..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돋보기 떼어내며) 결정했습니다. 이번 모꼬지는 월출산으로 가는 겁니다. 구용하 상유.
용하 : (의아한 듯) 월출산이오?
대사성 : 무등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수 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는 월.출.산..
용하 : 요즘 누가 모꼬지를 산과 계곡으로 갑니까.. 촌스럽게.
대사성 : (꿈벅꿈벅) 그럼..?
용하 : 조선 팔도 아무데나 기생청 뒷마당에 돗자리 한 장 깔면 거기가 천국인걸요.
대사성 : (발끈) 호연지기를 기르기엔 월출산이 최고래두!! (인심 썼다) 내 이번 모꼬지엔 금일봉도 하사하지. 월출산일세.
용하 : 사비론 물 한잔 사주시지 않는 영감께서 금일봉을요?
대사성 : 우리 성균관 유생들의 힘찬 기상이야말로 조선의 밝은 미래 아닌가.
고장복 : 입은 삐뚤어졌어도 나발은 바로 불랬다구.. 아, 이선준 상유가 가 있는 죽정서원이 바로 월출산 부근이라서. 아닙니까?
용하 : (반짝) 이선준?
고장복 : 이선준 유생 앞에서 우리 유생들이 알짱알짱 대면... 다시 성균관에 돌아오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구요.
대사성 : (큼) 길 잃은 어린 양을 바른 길로 인도 하고 싶은 스승의 마음일세.
용하 : (인심이다) 월출산, 가죠 뭐.
대사성 : (와락 용하 손 잡으며) 정말인가?
용하 : (대사성 손 떼어내며) 금일봉 두둑이 준비하시는겁니다.
대사성 : (끄덕끄덕)
용하 : 진작 말씀하시지. 저도 이선준 그 까칠한 자식이 보고 싶었거든요.
대사성에게 눈 찡긋하는 용하.
대사성, 뭔가 당한 기분이다.
38. 죽정서원 곳곳 (낮)
- 서책을 보고 있는 선준이 눈은 주고 있지만.. 책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순돌, 그런 선준이 의아하고...
- 불도 켜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는 선준
순돌이 그런 선준이 걱정스럽다.
- 바둑판 앞에 앉은 선준과 순돌.
흰 돌을 잡은 선준, 순돌의 검은 돌을 집어 수를 놓는다..
순돌, 박수치며 좋아하다 선준 본다. 선준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듯 보인다.
순돌이 고개 설레 설레.. 왜 저래?
- 밥상 앞에 앉은 선준, 국 대접에 국이 넘치는 줄도 모르고 밥을 말고 있다.
순돌, 그런 선준이 안타깝고...
정조E : 좌상의 아들이 성균관을 나갔다 들었습니다.
39. 궁궐 일실 (낮)
장기를 두고 있는 정조와 이정무. 그리고 가운데 앉아 있는 병판.
정조 : 성균관 거관수학은 과인의 어명이었습니다. 몸이 낫는 대로 성균관으로 불러올리세요. 과인은 기다릴 생각입니다 좌상.
(말을 놓는다)
이정무 : 나 어린 일개 유생에게 어찌 그 같이 지극한 성심을 쓰시옵니까. 전하.
정조 : (본다. 웃는데)
이정무 : 미거한 아들 녀석이긴 하나 학문에 대한 뜻이 완강해... 서원으로 향하는 발길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정조 : (보면) 학문에 대한 뜻이 완강했다--?
병판 : 그 서원, 젊은 날 좌상께서 수학하시던 곳입니다. 전하.
정조 : (이정무 본다)
이정무 : (여유다)
병판 : (정조에게 던지듯) 이 나라 정사에 대한 (힘주어) 부친의 뜻을 물려 받겠다는 기특한 효심 아니겠습니까? 전하.
정조 : (끄덕이며, 여유) 하여.. 과인도 뒤늦은 아들 노릇을 좀 제대로 해 볼까 합니다. 좌상.
이정무 : (보면)
정조 : 부친의 못 다한 꿈이 잠든... 화성으로--- 도읍을 옮길 생각입니다.
병판 : 저..전하.
이정무 : --
정조 : 그곳에선.. 썩어빠진 당파와 권력을 독점하는 벌열가문들은 발을 붙이지 못 할겝니다.
실력 있는 인재라면 누구나 등용하여.. 조선의 부국강병을 이루는데 헌신하게 할 것이오.
병판 : --
정조 : 이것이 과인이 물려받은.. 내 아버님의 뜻입니다.
정조 이정무 앞으로 장군 말을 턱 내려 놓는다.
40. 좌상 집무실 (밤)
휙 돌아보는 병판의 무서운 얼굴.
이정무는 서탁에서 차를 마시고 병판은 호들갑스럽게 그 앞을 맴돌고 있다.
병판 : 화성 천도라니요. 한양을 버리고 화성으로 가겠다니!! 허.. 이건 우리 노론을 버리겠다는 말입니다. 어디 가능키나 하답니까.
이정무 : (찻잔 내려놓고) 못할 것도 없지요.
병판 : 대감.
이정무 : 금상의 손에 금등지사만 있다면 말입니다.
병판 : (정색하며) 금등지사는 이미 10년도 전에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정무 : (곰곰 차만 마시는데)
병판 : (회상에 잠기듯) 그 날 밤...
INST 봇짐을 지고 가는 김승헌과 문영신의 뒷모습
휙 칼을 뽑는 누군가 김승헌과 문영신을 베어 버린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그 안으로 던져 넣는 금등지사의 대나무 상자. 그 위로
병판E : 금등지사를 호송하던 성균관 박사 김승헌과 장의 문영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던 날..
그들과 함께 금등지사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영원히...
병판 : (이정무 추궁하듯 보며) 그는 대감께서 더 잘 아시는 일 아닙니까.
이정무 : 허나 금상은 금등지사를 찾고 있습니다.
병판 : 대감!
이정무 : (찻잔 탁 내려놓고) 금상의 손에 금등지사가 들어가선 안됩니다.
이번엔.. 10년 전 그 밤의 죄 값까지 호되게 치러야 할테니까.
병판 : --
이정무 : 금상의 가신 중에 우리 사람이 있어야겠습니다. 금상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 우리 쪽 사람이...
찻잔을 들이키는 이정무. 침착하지만 매서운 눈빛.
41. 규장각 (밤)
답답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정조. 그 앞에 채제공과 정약용.
정조 : 이선준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밀명은 그 다음에 내려도 늦지 않아요.
채제공 : 전하, 한시라도 빨리 금등지사를 찾는 것만이 화성천도를 저들의 방해 없이 완수할 수 있는 비기임을 아시질 않습니까..
정약용 : --
채제공 : 이선준이 노론의 아들임을 잊지 마십시오.
정조 : 그래서 과인에겐 더더욱 이선준이 필요합니다.
채제공 : 전하,
정조 : (강한) 영상, 과인이 찾고 싶은 건.. 단지 금등지사가 아닙니다. 조선의 미랩니다.
노론의 아들을 과인의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이 지리한 싸움은 끝나지 않을겝니다.
42. 성균관 청재마당 (아침)
청재 앞에 몰려든 유생들 하이파이브하고 희희낙락 신난 분위기.
도현 가슴팍에 가마솥을 걸고 우탁 해원 짐 보따리에 달린 작은 냄비들을 손바닥으로 탁탁 치면서 난타가 따로 없다.
남명식과 소론 유생1,2 노론 유생들 웃으면서 보고...
도현 : 모꼬지의 제일 1원칙 신나게 논다.
우탁 : 제2 원칙 뼈 빠지게 논다.
해원 : 제3 원칙 죽어라 논다.
도현 : 가자!! 월출산으로 !!
유생들, 와아!! 함성 지르고.
43. 성균관 어느 일각 (아침)
대사성, 소풍 나갈 차림의 용하의 손을 꼭 붙잡고 간곡하게 청한다.
대사성 :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올 때.. 자넨 이선준을 데려와야 하네.
용하 : 글쎄요, 워낙에 누구 말을 듣는 치가 아니라서 말이죠.
대사성 : 자넨..구용하야.. 할 수 있다고.. 믿어!! 긍정의 힘!!
용하 : --
대사성 : 내 30년 관직생활이 이렇게 변두리를 전전하느냐 아니면 화려한 중앙무대에서 마무리 하느냐는 모두 자네에게 달렸네.
부탁하네...
대사성, 용하 엉덩이 토닥토닥 하려 하자 용하 질색하는데 저 멀리 윤희와 재신이 보인다.
용하 : 전 이만 작전 회의를 좀 하러...
대사성 : (보면)
용하 : 다, 이선준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놈들이거든요.
용하 달려가고 대사성, 엉덩이 가려던 손 크게 흔들며..
대사성 : 부탁하네..
44. 성균관 어느 다른 일각 (아침)
재신과 윤희사이에 톡 끼어들어 어깨동무하는 용하.
용하 : 어이 대물, 아직도 기분이 별론 거야?
윤희 : (겸연쩍은데)
용하 : 모꼬지가 아니라 도살장에라도 끌려가는 송아지 얼굴을 하고 있네.
윤희 : --
용하 :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거 인상 좀 풀게나..
윤희 : --
용하 : (재신 눙치듯 슬몃 보며) 대물 자네 웃는 얼굴 한번 보겠다구.. 천하의 문재신이... 난생처음 모꼬지를 따라나서지 않았나.
용하의 입을 틀어막는 재신의 손.
재신 : 아침부터 헛소리냐.
용하 : (재신 손 떼어내며) 나도 준비한 게 하나 있거든. (윤희 보며) 기대해도 좋다구!!
윤희 : (갸웃하는데)
용하 : 그럼, 우리 신나게 놀다 오는 거다!!
45. 월출산 계곡 천막 일각 (낮)
계곡 한 쪽에선 가마 솥을 걸어놓고 음식을 해 먹기도 하고 짚볼차기도 하며 신나는 한때가 펼쳐진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첨벙첨벙 대고 물장난을 치는 해원우탁 도현.
그리고 소론파와 노론 유생들..두엇.. 즐거운 한때들이다.
계곡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윤희. 그 모습 희미하게 웃으며 보고 있다.
남명식 : (바지 걷고 물에 들어갈 기세) 어이 대물, 넌 왜 탁족도 안 하고 그림처럼 앉아만 있냐. 들어가자구, 물에..
윤희 : (극구. ... 강하게) 아.아닙니다. 전..전 괜찮습니다.
남명식 : 거 자식, 수상하네... 뭔가 우리한테 숨기고 있는 거 아냐?
윤희 : (헉) 예???
남명식 : 너.. 실은... 수영 못하는구나..
윤희 : (진땀난다) 아..네..
남명식 : 못하면 배우면 되지. 사내자식이 소심하기는.
윤희 : (뒤로 물러서며) 괘..괜찮습니다. 저..정말 괜찮습니다.
남명식 : 그래? 싫음 말구..
윤희 안도하는데 그 나무 뒷 켠에서 고개를 쏙쏙 내미는 임병춘과 설고봉. 고개 끄덕인다.
46. 계곡 수풀 어느 일각 (낮)
임병춘과 설고봉 머리를 맞대고 숙의중이다.
임병춘 : 확실히 수상하지? 사내자식이라면.. 이따위 물을 무서워할 리가 없지.
설고봉 : 암. 나두 안 무서운데..
임병춘 : 저 자식 저거.. 윗통을 벗을 수 없는 몸 인게 틀림없어..
설고봉 : (헉.. 놀라운 듯 임병춘 보면) 그..그럼 서..설마 대물이?
임병춘 : (끄덕이며) 홍벽서..
설고봉 : (헉!!) 장의께서 안 계신동안 우리가 홍벽서를 잡아가면 장의께서도 기뻐하시겠지?
설고봉, 임병춘, 팔목 크로스!!
47. 월출산 계곡 천막 일각 (낮)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쌓여있는 계곡의 그늘가.
풀밭에서 짚볼차기를 하는 유생들, 윤희, 가벼운 패설 책을 보고 있다.
한 켠에서 부채질로 열심히 감자를 굽고 있는 재신 잘 익은 것 처럼 보인다.
미소 짓는 재신. 윤희 돌아본다.
책을 읽는 윤희 앞으로 구운 감자를 내미는 재신.
윤희 받으려 하면 다시 감자를 호호 불어 건네는 재신.
그런 재신을 물끄러미 보는 윤희.
재신 : 뜨.. 뜨겁길래.
윤희 : (그런 재신 보다가 피식 웃으며) 사형은 분명.. 좋은 남편이 되실 겁니다.
재신 : (머쓱하지만 싫지 않은) 내..내가 .. 무슨.
무안하지만 싫지 않은 재신, 윤희 돌아보면 윤희는 언제 그랬냐는듯 감자만 열심히 까먹고 있다.
얼굴에 검댕은 다 묻힌 채로 그런 윤희가 귀여운 듯 보던 재신, 얼굴에 묻은 검댕을 닦아주려
저도 모르게 윤희 얼굴로 손이 슥 나가는데 윤희 내외하듯 주춤 뒤로 물러난다.
손이 부끄러워지는 재신.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
재신 : (일어나며, 머쓱한 헛기침) 용하 이 자식은 대체 어딜 간 거야?
48. 영암 어느 기방 (낮)
기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보료 위에 비스듬히 앉아 부채질하고 있는 용하.
용하 : 손!!
용하, 마치 여인의 손을 잡을 것 처럼 손을 내밀면 그 위로 덥석 올라오는 두툼한 손, 순돌이다.
용하. 순돌의 손 위에 엽전푼을 올려 주며
용하 : 그러니 자넨 내 말대로 이선준을 불러내기만 하면 된단 말일세.
순돌 : (꿈벅꿈벅) 참말로.. 우리 되련님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씀이지라?
용하 : 그렇대두. 이선준이 앓고 있는 병 처방엔 나만한 명의가 없대두. 상사병.
순돌 : (의아한 듯) 사..상사병이라고라?
용하 : (빙긋) 뭐, 그런 게 있다.
49. 죽정서원 (낮)
책 읽고 있는 선준 , 방문이 왈칵 열리며 들어오는 순돌.
순돌 : 되련님 되련님.. 한양에서 마님이 오셨구만이라..
선준 : (의아한) 어머님께서 말이냐? 기별도 없이?
순돌 : 긍께.. 집안에 큰일이 난게 아니냐 싶당께요. 빨리빨리 일어 나시쇼. 어서.
선준 의아하지만--
50. 계곡 천막 일각 (낮)
해원 우탁 도현, 눈빛을 마주치더니 책을 읽고 있는 윤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다.
도현 : 이런데 와서 책 읽으면 눈병 나는 거.. 대물 몰랐나?
우탁 : 눈병이 나선 안되지. 우리 대물
해원 : 그럼 어디 물속에서 소독이나 한번 해 보라구.
와락 달려드는 도현, 우탁, 해원.. 짓궂은 장난이다.
그러나.. 윤희는 필사적으로 책을 냅다 던진 채 세사람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한다.
수풀 길로 달아나는 윤희.
우탁, 해원, 도현 깔깔깔 웃는데...
그 수풀 일각에서 쓰윽 고개를 내미는 병춘, 고봉. 얼굴 마주 보고 웃는다.
임병춘 : 대물 자식, 난 던져 버릴꺼다. 풍덩.
설고봉 : 난 벗겨 버릴꺼다. 홀라당.
51. 계곡 다른 어느 일각 (낮)
윤희, 뒤 돌아보면서 물 따라 올라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가는 임병춘, 설고봉.
52. 계곡 천막 일각 (낮)
윤희가 읽던 책이 나뒹굴고 있다.
그 앞에 서는 발 재신이다. 윤희를 찾듯 둘러보는 재신.
재신 : (우탁 해원 도현에게) 김윤식 못 봤어?
우탁 : 어? 병춘이 고봉이랑 같이 놀러 갔는데?
재신, 불안한 듯 돌아본다.
53. 수풀 계곡 일각 (낮)
어느새 계곡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는 선준과 순돌.
선준 :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정말 한양에서 어머님이 이리로 오셨단 말이냐--
순돌 : (선준 와락 안으며) 천지신명님, 지 우리 되련님 병 고치고.. 순돌인 지옥 갈랍니다.
선준 : 이게 무슨 짓이냐.
순돌 : 오늘 여그, 성균관 나리들께서 모꼬지 왔당께요.. 되련님 병 고치고 잡으면 이리로 뫼시고 나오라구 해서..
선준 : (성균관이라는 말에 흔들리지만) 괜한 짓을 했다. 돌아가자.
냉정하게 발길을 돌이키는 선준,
그때다. 순돌의 눈에 들어오는 윤희.
순돌 : 옴마야. (제 머리 쓰다듬으며) 똘똘한 순돌이 길 한번 잘 찾았당께. 되련님 여기가 맞당께요. 저.. 보쇼.
선준 : (보지 않고 돌아서 가려는데)
순돌 : 쩌어그, 꽃도령 선비님 아니어라?
저도 모르게 휙 돌아보는 선준. 분명 그 계곡에 있는 건 윤희다.
선준, 그리움 때문에 흔들리는 눈빛.. 그러나.. 고개 돌리는 선준.
그러다 다시 돌아보는 선준.
윤희 뒤편...바위 틈에 숨어 있는 병춘과 고봉이 보인다. 윤희를 노리고 있는 듯 보인다.
선준 : (애써 감정 삼키며) 가자. 이들과 난.. 더는 상관없는 사람이다.
냉정하게 발길을 돌리는 선준. 뚜벅뚜벅 걸어가는 선준.
54. 계곡 다른 어느 일각 (낮)
윤희, 이제 한숨 돌린 윤희 물가 바위 언덕에 앉는데
그 뒤 수풀 사이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임병춘, 설고봉..
55. 계곡 수풀 길 어느 일각 (낮)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는 재신.
56. 계곡 수풀 길 다른 어느 일각 (낮)
순돌과 걸어가던 선준, 아무래도 안되겠다.
선준 : 순돌이 너 먼저 서원에 가 있거라.
순돌 : (갸웃) 되련님..
선준 뒤돌아 달리기 시작한다.
57. 계곡 다른 어느 일각 (낮)
뒤 수풀사이에서 윤희에게로 점점 더 다가오는 설고봉과 임병춘.
그때 임병춘의 어깨를 턱 잡는 손, 임병춘 돌아보고 놀라는데... 그 손, 재신이다.
헉, 놀라는 임병춘과 설고봉.
소란한 소리에 돌아보는 윤희. 움직이는 수풀만 흔들릴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불안해진 윤희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훅 미끄러지는 발, 신발이 벗겨져 떠내려간다.
손으로 주워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고 윤희 하는 수 없다.
주변 둘러보다가 나뭇가지라도 주워 보려 자리를 뜨는데...
58. 계곡 어느 일각 (낮)
걱정스럽게 달려온 선준, 그 앞에 물속에서 떠내려 오고 있는 윤희의 신발.
사색이 된 선준, 윤희의 신발을 집어 든다. 불안해진다.
한손에 신발을 쥔 선준. 주변을 헤집고 윤희를 찾기 시작한다.
선준 : 김윤식.. 김윤식!
계곡으로 흩어져가는 선준의 목소리. 다급하게 윤희를 찾아 헤매는 선준의 불안한 얼굴.
선준 : 김윤식.. 김윤식..!!
59. 계곡 일각 (낮)
사색이 된 얼굴로 윤희를 찾아 헤매는 선준.
선준 : (어느덧 목은 메이고) 김윤식.. 김윤식..!!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며 윤희를 찾고 있는 선준.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가는 젖어들고 목이 메이는데...
주위를 둘러보는 선준의 애타는 얼굴, 휙 고개를 돌리는 선준.
그때 그 앞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윤희.
윤희도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굳어 있는데...
선준, 그대로 달려가 와락 윤희를 안아버린다. 놀라는 윤희.
윤희를 안은 선준의 얼굴에는 윤희가 안전하다는 안도감과 그리워했던 마음, 사랑을 감출 수 없는 벅찬 감정으로 상기돼 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윤희도 차츰차츰 선준의 감정이 전해져 온다.
안았던 윤희를 품에서 풀어주는 선준. 윤희 얼굴을 찬찬히 살펴 보는 선준의 눈가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다.
선준 : 안되겠다. 김윤식.
윤희 : (본다)
선준 : 아무리 애를 써도.. 난--- 이렇게 널 찾아 헤맬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이번엔 니 차례다. 나 한테서 도망가라. 김윤식.
윤희 눈가에서 눈물이 차오르는데... 뒤돌아 성큼성큼 걸어가는 선준.
그런 선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윤희 그 모습에 눈물이 뚝 떨어지는 윤희.. 복받치는 심정이다.
윤희 : (선준에게) 기다려.
선준 : (멈칫)
윤희 : 내 대답 듣고 가야지.
선준 : (돌아본다)
윤희, 선준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한다.
선준 그런 윤희를 벅찬 얼굴로 바라보는데 그때다.. 물가 쪽으로 달려오는 윤희이 발이 미끄러진다.
선준 놀란 듯 윤희 보면 윤희 그대로 물속으로 빠져든다.
물속으로 푹.. 들어가는 윤희.
놀란 선준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60. 물속 (낮)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윤희.
그런 윤희를 안는 선준 윤희를 안은 채 물 위로 올라오는 선준.
61. 계곡 일각 (낮)
물가에 윤희를 눕힌다.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윤희,
선준 : (윤희 뺨 톡톡 치며) 김윤식.. 정신차려.. 김윤식!
그러나 의식이 없는 윤희.
선준 윤희에게 다가가 윤희 앞 섶을 풀어주는데... 선준의 손이 멈칫 멈춰선다.
선준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는데 앞섶 사이로 살짝 드러난 윤희의 가슴선.
충격에 휩싸인 선준의 그 당혹스런 얼굴에서--- -15회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