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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열대야] 08
S#. 중복 생략
S#12. 임진강 역 플랫포옴, 달리는 꽃기차 (밤)
정우, 달려나가고 있는 기차 따라잡으려고 전력질주 한다.
안간힘으로 결사적으로 달려오는 정우, 어느 순간 달리는 기차에 올라탄다. 가쁜 숨을 내쉬며 한숨 돌리는 정우.
정우, 영심 있는 칸으로 헉헉거리며 간다.
정우가 못탔을 거라고 생각한 영심, 기운 빠진 채 멍하니 앉아있다. 그런 영심 코앞에 불쑥 뜨거운 쌍화탕과 감기약이 나타난다.
영심 : (어? 올려다보면 땀으로 젖은 채 헉헉거리고 있는 정우다!)
정우 : (헉헉거리며) 먹어요. 일단 지금은 급한 대루 이거 먹구 낼 꼭 병원 가서 제대루 된 처방 받아요. 자요.
영심 : (그저 받고 묵묵히 먹는데 눈물이 핑돈다)...
정우 : (풀썩 앉고 쳐다보는데)
영심 :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진다)
정우 : (?) 영심..씨?
영심 : (정우 목소리에 왈칵 울음이 터져버린다)
정우 : ... ...
영심 : (하염없이 운다)... (서럽게 운다)... (슬프게도 운다)
정우 : (난감한 채)... ...
그렇게 두사람 실은 꽃기차 달려나간다.
*시간경과..
영심, 정우 겉옷 푹 덮고 잠들어 있다. 기차 흔들릴 때마다 영심의 머리도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창가로 가서 쿡 박히기도 한다.
그 모습 바라보고 있던 정우, 영심의 곁으로 가서 영심의 고개를 제 어깨에 기대게 한다.
영심 편하게 어깨를 낮춰주는 정우. 정우는 아주 불편한 자세로.
정우의 어깨에 기대어 곤하게 자고있는 영심. 그런 영심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정우.
영심과 정우, 그렇게 알수 없는 운명 속으로 달려간다.
S#13. 민원장 저택 지환 서재
책상에 앉아 강의 준비하고 있던 지환, 문득 시계를 본다. 8시 30분이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내.. 지환, 못마땅하고 왠지 모르게 예민해진다.
똑똑 노크소리 나고, 울상으로 들어오는 건호.
지환 : 아들, 표정이 왜 그래?
건호 : 큰일났어요 아빠?
지환 : 왜?
건호 : 낼 슬기로운 생활 시간에 낙엽으루 작품 만들기 할거라구 선생님께서 낙엽 모아오라구 하셨거든요?
지환 : 근데, 준비 안했어?
건호 : (울상으로 끄덕) 엄마 운전학원서 오면 엄마랑 같이 하기루 했는데, 엄만 여태 오지두 않구, 전화해두 받지두 않구,
밖은 벌써 깜깜한데, 어떡해요 아빠?
지환 : (영심에게 화가 치미는)
건호 : 씨이 엄마땜에 낼 수업 다 망쳤어요! 창피해서 낼 학교에 어떻게 가요? 으이 엄만, 깜빡할 게 따루 있지, 아후 신경질나!
암튼 엄마땜에 되는 일이 없어!
지환 : (꾹 누르며) 괜찮아. 오늘 다 갔냐 임마? 지금이라두 모아서 준비해가면 되지 사내녀석이 그만 일루 울상이야?
민건호, 아빠 실망이다? 어려운 일 닥치면 아빠가 어떡하라구 했지?
건호 : (울상으로) 울상 짓지 말구 피하지 말구 찬찬히 방법을 생각해보라구 하셨어요.
지환 : 그래. 우리집 정원에 깔린 게 낙엽이야. 정원에 불 환하게 키구 나가서 줍기만 하면 돼. 문제 있어?
나가자. 아빠가 모아줄게.
건호 : 문제 있어요.
지환 : (?)
건호 : 우리집 정원엔 낙엽이 단풍잎밖에 없어요. 점수 잘 받으려면 은행잎두 있어야 되구 플라타너스잎두 있어야 되구,
암튼 되도록 다른 애들이 안갖구 오는 거 갖구가서 만들구 싶단 말예요. 단풍잎만으룬 작품이 넘 단순하잖아요?
지환 : (듣고보니 그렇다, 고민하는)
S#14. 2층 거실
지혜, 소파에 앉아 파르르 떠올리고 있다.
*플래시 백..
7부 씬41, 운전학원을 나란히 빠져나가던 영심과 정우! ..
7부 씬43, 기차를 타려고 함께 개찰구를 빠져나가던 영심과 정우!
지혜, 생각할수록 더 치밀어 올라 분을 삭히지 못해 벌떡 일어나는데..
겉옷을 걸쳐입으며 방에서 건호와 함께 나오는 지환.
지혜 : (표정관리 하는)
지환 : 일기 쓰구 책 보구 있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아직 다 못 읽었지?
건호 : 네. 그래두 오늘 자기 전까진 다 읽을 수 있어요 아빠? 요만큼밖에 안 남았어요!
지환 : (쓰다듬으며) 천천히 읽어두 돼 임마. 대신 눈으루 읽지 말구 맘으루
(아들의 가슴에 살짝 주먹을 박으며) 여기루 읽어야 돼. 머리루 말구 가슴으루. 음?
건호 : (존경심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끄덕끄덕)
지혜 : (그런 지환 지켜보며 뭔가 빠르게 궁리한다)
지환 : 들어가.
건호 : (방으로 향하고)
지환 : (영어로) 참 실비아한테서 답장 왔어?
건호 : (풀죽은 채 돌아보며 영어로) 아뇨. 안 왔어요.
지환 : (영어로) 기다려봐. 곧 올거야. 틀림없이!
건호 : (끄덕이고는 들어가며 영어로) 낙엽 부탁해요 아빠? 아빠만 믿어요?
지환 : (영어로) 걱정마. 문제 없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지혜 : 실비아가 누구예요?
지환 : 계셨어요? 호주서 사귄 여자친구래요.
지혜 : 네에.. 아우 귀여워라. 회화두 참 잘하네요? 아직 2학년인데 히어링두 좋구 발음두 좋구,
우리건호 넘 명민한 거 같아요 아주버님?
지환 : 뭘요. 요즘 애들 다 그런데요 뭐. (하지만 내심 뿌듯하다)
지혜 : (기척 살피며) 형님이.. 많이.. 늦으시네요? 강습 끝난지 꽤 오래 됐을 텐데? 연락, 없었죠? 아주버님한테두?
지환 : 네. (굳어진다)
지혜 : 아우 슬슬 걱정되네. 무슨 일이라두 생기셨나? 전화해 보셨어요?
지환 : 아뇨. 오겠죠.
지혜 : 이상하다? 어른들 계신데 연락두 없이 생각없이 이럴 분이 아닌데? 아후 아무래두 걱정돼서 안되겠어요 아주버님?
제가 지금 전화해 볼게요. (핸드폰 꺼내 작정하고 전화한다)
지환 : (심기 불편한 채)
S#15. 도로, 달리는 시내버스 안 (밤)
나란히 앉은 채 달려오는 영심과 정우.
영심은 감기기운으로 오돌오돌 떨며 정우 겉옷을 걸치고 있고.. 정우, 그런 영심을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
두사람 다 아무말이 없다. 두사람 사이의 침묵을 깨고 울리는 영심의 전화벨!
딸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는 영심! 죄를 짓다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역시 마찬가지로 왠지 껄끄럽고 불편해지는 정우!
영심 : ... ...
정우 : ... 안..받아요?
영심 : (꺼내서 열어보면 지혜다! 난감해지고)... (옆의 정우 때문에 더 난감해진다) ... ... (그냥 끊어버리는)
정우 : (?) 집..인가분데 받죠.. 왜?
영심 : 동서..예요.
정우 : (일순간 경직되고, 잊고있던 상처가 고스란히 살아나서)... ...
영심 : (그 맘 잘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쓸쓸해진다)
S#16. 동 2층 거실
지혜 : (파르르한 마음 애써 감추며) 안.. 받으시네요.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형님?
지환 : 별일 아닐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수씨. 워낙 깜빡하는 성격이라 핸드폰 흘렸을 수두 있구요.
집사람한테 무슨 일 있을 게 뭐 있어요? 나쁜 일 있었음 벌써 연락 왔을 테구, 어디 바람이라두 쐬구 오나부죠.
지혜 : 네에..
지환 : 그럼 전 밖엘 좀 나가봐야 돼서.. (가는데)
지혜 : (붙잡듯) 형님 다니는 운전학원 어딘지 아세요 아주버님?
지환 : (? 뒤돌아보는) 아뇨. 건 왜?
지혜 : 학원에다 전화 한번 해보게요.
지환 : 아뇨. 모르는데요.
지혜 : 아주버님두 모르..시구나. 형님, 아무래두 그사람 있는 학원에 다니겠죠?
지환 : 그사람..이라뇨?
지혜 : 왜 그 형님 고향후배라는.. 박정우라구.. 그 사람, 운전학원 강사라구 하던데요 형님이?
지환 : (놀라는)
지혜 : 아무래두 낯선 데보단 아는 사람 있는 데루 등록했겠죠? 첨 배우는 건데 그래야 맘두 놓일 테구 도움두 받을 수 있을 테구..
요즘 형님, 그 사람이랑 꽤 자주 만나시는 것 같던데 운전면허 따실려구 그러셨나봐요?
지환 : (얼어붙은 채)... ...
지혜 : (지환 반응 지켜보며 영심에게 두고보라는!)
S#17. 가로수 늘어서 있는 도로변 (밤)
노란 은행잎들로 운치 있게 덮여져 있는 가로수길..
지환, 떨어져 쌓여있는 은행잎 무더기 속에서 예쁘고 깔끔한 은행잎 신경써서 골라 봉투에 주워담고 있다.
S#18. 도로 - 달리는 시내버스 안
영심 : 유학.. 동서 때문에 결심한 거예요?
정우 : ... ... 지혜.. 때문만은 아니예요. 늘 가구싶었는데 형편이 안돼서 엄둘 못내구 있었어요.
근데 지도교수님이 도와주시겠다구 해서 염치없지만 용길 내보려구요.
영심 : 네에..
정우 :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건축공부 해보는 거, 건축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예요. 그래서 아예 나랑은 상관없는 거라구 애써
맘 비우구 있었는데, (희망에 찬) 막상 가겠다구 맘 먹구나니까 자신이 막 생겨요! 물론 지금보다 몇배루 더 힘들겠지만
힘들어두 미래가 있으니까, 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영심 : 대략 언제쯤 떠날 생각이예요?
정우 : 1년 어학할 돈만 모으면 바루 떠나려구요. 어학만 통과하면 대학은 학비가 면제니까 아르바이트 하면서
다닐 수 있을 거 같아요. 하던 과외 계속 하구 새벽에 대리 운전 뛰면 얼추 삼사개월 후엔 떠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영심 : 가면 언제.. 돌아오는데요?
정우 : 글쎄요 한 5년쯤 후?
영심 : 5년..이나요.
정우 : (스스로에게) 그때 쯤이면 잊을 수.. 있겠죠? 완전히.. 그때 쯤이면 정말 깨끗하게..
영심 : (상처받고)... ... (일어서고, 옷을 벗어 건넨다)
정우 : (? 쳐다본다)
영심 : 담 정류장에 내려요 저.
정우 : 아 네에.. (일어서려는데)
영심 : 괜찮아요. 내리지말구 계속 타구 가세요. 세 정거장 더 가면 O호선 지하철역이예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정우씨.
(내리는 문으로 가는)
정우 : ... ...
영심 : ... ...
S#19. 도로변 - 버스 정류장
플라타너스 잎 주워서 잘 턴 다음 봉투에 넣는 지환. 문득 떠오르는..
지혜 : (E) 형님, 아무래두 그사람 있는 학원에 다니겠죠? / 왜 그 형님 고향후배라는.. 박정우라구..
그 사람, 운전학원 강사라구 하던데요 형님이? / 요즘 형님, 그 사람 이랑 꽤 자주 만나시는 것 같던데
운전면허 따실려구 그러셨나봐요?
지환, 불쾌하다. 손목시계를 보는 지환. 9시 40분이다.
지환, 저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눈길을 주고 영심을 기다리는데.. 버스 한 대가 달려와 정차한다.
지환, 혹시하는 마음으로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데.. 영심, 그 버스에서 기운없이 내린다.
지환, 아내를 발견하고 일순간 반색(?)하는데.. (*반갑다기보다는 기다림 끝에)
뒤돌아 버스 안의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영심!
지환, 의아해하지만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선 버스 안까진 보이지 않는다.
지환, 의아해하며 그저 지켜보면서 영심을 기다리고 있다.
정우의 버스 출발하고.. 영심도 버스정류장을 떠나 천천히 걸어나간다.
(*지환에게 등을 보이며 버스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지환, 아내를 쫓아 성큼성큼 걸어나가는데.. 지환의 시선에.. 앞서 걸어가던 영심이 홱 멈춰서는 게 보인다.
영심 따라 지환도 멈춰서고, 영심이 바라보는 곳을 좇아 바라보는데..
멈춰선 버스에서, 누군가 내려서 영심에게 달려온다!
지환 : (누군지 예민하게 기다리는데)
영심에게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남자, 정우다!
지환 : (파르르 지켜보고 있는)
영심 :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우 : (달려와 약봉지 건네는)
영심 : 이것 땜에 일부러 내린 거예요?
정우 : 자기 전에 한번 더 먹구자요. 열두 오한두 그대루잖아요.
영심 : (그저 받는)
정우 : 낼 병원 꼭 가구요. 요즘 감기 무지 독하대잖아요?
영심 : (그저 끄덕)
정우 : 가요. 가서 얼른 씻구 푹 자요. 아무 생각하지 말구 땀 푹 내구 잠만 열심히 자요.
영심 : (또 끄덕)
정우 : 조금만 아파요 영심씨? 담주 토요일엔 툴툴 다 털구 말끔히 다 나서 나오세요?
영심 : 네. 먼저 갈게요. (걸어나간다)
정우 : (눈으로 배웅하고)
그런 두사람 지켜보며 파르르 일그러지는 지환.
정우, 지환의 존재 전혀 모른 체 지환 곁을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정우를 쏘아보는 지환. 정우, 버스에 올라타고, 창가에 앉고.. 정우 실은 버스 지환을 지나 달려나간다.
지환 : (떠나가는 정우와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영심 바라보며 치밀어 오른다)
S#20. 저택 대문 앞 (밤)
영심, 오돌오돌 떨며 식은땀까지 흘리며 기운없이 와서 서고 손목시계를 확인하면 10시 20분이다.
대문 바라보며 걱정이 되는 영심. 벨 누를 엄두가 안나서 머뭇머뭇 초인종 앞에서 몇 번을 망설이는 영심의 손.
아무래도 용기가 나지 않는 영심, 스르르 웅크리고 앉는다.
영심, 정우가 주고간 약봉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정우가 유학을 떠나겠단다! 5년 후에나 돌아오겠단다! 벌써부터 허전해지는 영심..
그런 영심을 파르르 쏘아보고 있는 지환. 아내의 저런 얼굴 처음이다! 아내의 모습이 낯설다!
갑자기 당혹스러워지는 지환..
S#21. 동 저택 거실
티격태격 장기를 두고있는 나여사와 민원장.
민원장 : 아 뭐해? 장군이야? 빨리 멍군 불러?
나여사 : 알아 알아. 잠깐만 기다려봐 좀.
민원장 : 살 길 없어. 그냥 죽어.
나여사 : 아우 한수만 좀 물러줘. 엉? 얘 원래 있던 자리 요기 요기 맞지? 다시 해. 일룬 놓지 말구? 다른 데 놔. 엉? 다른 데.
계단에서 작정하고 내려오는 지혜.
지혜 : 아우 형님이 넘 늦네요 어머니? 전화두 안받구 걱정돼 죽겠어요! 벌써 10시 반이나 됐는데 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나여사 : 그 인간 그럼 여태두 안 들어왔어?
지혜 : (걱정돼서 죽겠다는 듯) 네 어머니.
민원장 : (묵묵히 듣고 있다)
나여사 : 뭐,뭐야? 아니 이걸 확 그냥, (하다가 번쩍) 어머 어떻게? 얘 혹시 무슨 사고라두 난 거 아냐 여보?
민원장 : 웬 입방정이야? 말 씨 돼. 입조심 해.
나여사 : 아님 걔가 이 시간까지 안 들올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지. 서울 천지에 일가붙인 고사하구 친구 하나 없는 얘 아냐 걔가?
이 물건 이거 또 차라두 박았나? 아후 그러게 다 늦게 운전은 왜 배운다구 난리야 난리길?
지혜 : 그런 사고는 아닌 거 같아요.
나여사 : 엉?
지혜 : 하두 걱정돼서 서울시내 운전학원에 다 전화해봤는데 오늘 특별한 사고는 없었대요 전부.
민원장 : (안도하는)
나여사 : 그래? 그럼 다행이구. 난 또 저번 일두 있구해서. 아니 그럼 이 물건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한다구 여태 안 들오는거야? 엉?
수현 : (부엌에서 젖병 흔들고 나오며) 어디서 뭘 한다구 늦는게 아니구 일부러 어? 나 애 먹이려구 늦는거야! 틀림없어!
애 하나 봐주는 게 무슨 큰 유세라구 웃겨 진짜? 흥! 주제에 꽤까지 부려? 들오기만 해봐 어디?
나아, 좋지두 않은 머리 굴리는 게 하두 얄미워서 젖병소독이구 빨래구 급한대두 고대루 다 나뒀어. 나두 일부러.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들어와 몰아 할려면 지만 더 피곤하지 누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어?
민원장 : 훈이 니자식이야. 니자식을 왜 느올케한테 떠넘겨?
수현 : 조카자식두 자식이예요 아부지. 그리구 내가 놀면서 떠넘겨요? 저 정신없이 바쁜 거 아시잖아요?
요즘 저 하루 5시간두 못자요. 누군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파출부까지 들여놔주구 누군 잠두 못자구 뗘다니는데
일요일 하루까지두 이렇게 못 쉬구 종일 애한테 시달려야겠어요? 언니 맘보가 괘씸하잖아요?
민원장 : 니 맘보부터 바루 써. 가는 정 오는 정이야. 그리구 느올케 머리 굴리구 꽤 부리구 그딴거 젬병인 사람이야. 여태 몰라?
안들오면 안들올 사정 늦으면 늦는 사정 있는 거야. 기다려. 괜히 멀쩡한 사람 이상하게 만들지말구.
지혜 : (시아버지의 반응에 어?)
그때 초인종 울린다.
지혜, 긴장한 낯빛으로 달려나가고 모니터를 확인한다. 지혜의 시선에.. 영심이다!
지혜 : (모니터 속 영심 쏘아보며 파르르)
나여사 : 그 물건 맞어?
지혜 : 네 어머니. 이제 오세요 형님?
영심 : (모니터 속에서) 어,어 도,동서.
지혜 : (열어주고 기다린다)
민원장 : (일어나고, 나여사 향해) 전후사정 들어보구 그리구나서 야단쳐. 적당히 해. 집안 시끄럽게 하지말구. 어?
나여사 : 아우 알았어.
민원장, 방안으로 들어가준다.
지혜, 현관 앞에 서서 파르르 기다리고 있고.. 영심, 죄인처럼 쭈빗쭈빗 들어온다.
지혜 : 어떻게 된 거예요 형님? 연락두 없이 이 시간까지? 다들 걱정했잖아요? 전환, 왜 안 받으셨어요? 제가 몇통이나 했게요?
핸드폰 고장 났어요?
영심 : 아,아니. 미,미안해 도,동서. 어,어떻게 하,하다보니 그,그렇게 됐어.
나여사 : 에미 일루 좀 와!
영심 : 어,어머니? (다가가고) 죄,죄송해요. 늦었어요.
나여사 : 아우 아우 뭐 죄송은 됐구 늦은 사정이나 얼른 설명해봐.
영심 : ... ...
지혜 : (고소해하며 쏘아보고 있는)
나여사 : 아 뭐하니? 늦은 이유 말해보라는데? 연락두 없이 이 시간에 들왔을 땐 무슨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 아냐?
도대체 무슨 대단한 사정이야 그래? 어디 한번 들어 나보자.
영심 : ... ...
수현 : 사정은 무슨 사정이야? 사정, 것두 아무나한테 생겨? 내말 맞다니까? 봐? 아무 이유 못대잖아?
나여사 : 얼른 얘기 안해 너? 일방적으루 연락 딱 끊구 몇시간 잠적하구 들왔음 가타부타 설명이 있어야 할 꺼 아냐? 설명이?
무슨 일이야? 말해. 저녁 내두록 뭐하구 돌아 다닌다구 가정주부가 어?
집안 식구들 죄 걱정 하는줄두 모르구 겁두 없이 이 시간에 귀가야?
지혜 : ... ...
영심 : ... ...
S#22. 동 저택 대문 앞 (밤)
뜻밖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그저 우두커니 대문을 바라보며 서 있는 지환.
지환, 어느 순간 머리를 털고 벨을 누른다.
S#23. 동 저택 거실
들어오는 지환을 지혜가 맞는다.
지혜 : 형님 지금 막 들어왔어요 아주버님?
지환 : (그저 끄덕이고 영심쪽을 쳐다보는데)
나여사 : 너 바람 들었어? 바람 났어?
영심 : 어,어머니?
지환 : (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며 예민해지고)
나여사 : 그럼? 그러엄?
영심 : 그,그냥 좀 다,답답해서 바,바람 좀 쐬느라구..
나여사 : 뭐어? 답답해서 바람 좀 쐬? 니가 왜 답답해? 니가 뭐가 부족해서 답답씩이나 해?
수현 : 웃겨 진짜? 허!
나여사 : 아이구 야 답답하셔? 뭐가 그렇게 답답하셔요옹? 그럼 짐싸서 나가셔옹? 누가 말려 요옹?
오여사님 짐싸서 나가셔두요 이집서 붙잡을 사람 한명두 없네요옹!
영심 : ... ...
나여사 : 가만 보면 꼴에 할 건 다하려구 들어? 엉? 섬구석서 함부루 구르던 촌닭 그저 인내루 그저 측은지심으루 참구참아서
겨우 백조꼴루 만들어 놨더니 뭐어 답답해? 니가 답답하면 그럼 나는? 그럼 지환이는? 양심두 없니 넌? 염치두 없어?
그럼 눈치라두 있든가아? 증말루 답답한 사람이 누군데 니가 어디서 답답이야 어디서?
영심 : ... ...
지환, 그런 영심을 싸늘하게 모른 척 지나서 계단을 올라간다. 영심, 그런 지환 보며 섭섭하다.
(*영심, 식은땀 흘리고 오한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지혜, 그런 두 사람 보며 회심의 미소 짓고 있다.
S#24. 2층 거실
지환, 올라오는데.. 건호와 지원, 나란히 서서 울상으로 듣고 있다.
지환 : (어?)
지원 : (쪼르르 달려와 안기며) 아빠! 아빠가 할머니 좀 말려. 엉? 우리엄마 넘 불쌍하잖아?
지환 : ... ...
건호 : 이 바보야? 할머니가 야단치시는데 아빠가 어떻게 말려?
그리구 오늘은 엄마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아빠두 안말리시는 거야.
지원 : 늦게 좀 들오면 뭐 어때? 엄마가 맨날 그래? 오늘 딱 한번 그랬다 뭐? 그리구 좋은 말루 살살 야단쳐두 되는데 할머닌 맨날
큰소리루 야단치잖아? 다른 사람한텐 안그 러는데 우리엄마한테만 그러잖아? 씨이 할머니 나뻐! 난 할머니 싫어!
지환 : ... ... 들어들 가. 건호, 지원이 데리구 얼른 들어가.
건호 : 네. 가자.
지원 : 아빠! 아빤 엄마 야단 치지마? 응?
지환 : 음. 들어가.
지원 : 아빠 안녕. (들어간다)
지환 :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 들으며 복잡한 심정으로)... ...
S#25. 동 저택 거실
나여사 : (벌떡 일어나고) 절이 싫음 중이 떠나면 되는 거야? 안 말려! 니 맘대루 맘대루 해에? 대신 경고하는데
이집서 이집 식구루 살려면 너어 행동거지 조심해! 싫든 좋든 너 내 며느리구 성민병원 맏며느리야! 법도 지키며 살아!
알았어? 우리집안 얼굴에 지환이 얼굴에 똥칠하는 일, 단 한번으루 족한다아? 엉? (가파르게 방으로 간다)
지혜 : (고소해하는)
영심 : (무참하고)... ... (천천히 2층으로 향하는데)
수현 : 샤워하기 전에 젖병소독부터 해줘. 참, 훈이 목욕두 시켜야 돼 언니. 나 오늘 몸이 좀 안좋아서 샤워 안하려구.
언니가 샤워하면서 훈이 좀 씻겨. 아토피 있으니까 녹차 풀어 씻겨. 알지? 부탁해 언니? (들어간다)
영심 : ... ...
지혜 : (다가오며) 형님..? 괜..찮아요? 너무들 하시네요 증말!
영심 : (그저 끄덕이고) 나 먼저 올라갈게 동서. (올라간다)
지혜 : (흥! 아직 분이 덜 풀린 눈으로 흘겨본다)
S#26. 영심 부부방
기침을 하며 오돌오돌 들어오는 영심. 비틀거리는 몸 화장대에 지탱해 풀썩 화장대 의자에 앉는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영심. 영심의 시선에... 오돌오돌 떨면서 식은 땀 흘리고 있는 초췌한 자신의 모습!
영심, 이마의 열을 재어본다. 꽤 뜨겁다. 정우가 준 약을 묵묵히 먹는 영심.
영심 : (약봉지 물끄러미 내려보며 한없이 쓸쓸하게) 받아오길 잘 했네..!
S#27. 아이들 방
영심 들어오면.. 아이들 잠들어 있고.. 아이들 이불을 차례로 잘 덮어주는 영심.
영심, 건호의 책가방 열어서 준비물 확인한다. <시간표>와 <알림장> 펴놓고 하나하나 확인하는 영심.
그런 어느 순간, 알림장에서 ‘각종 낙엽 모아오기!’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는 영심.
영심 : 허! (깜빡했다!) 어떻게 어떻게?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줄 몰라하는) 미쳤어! 돌았어! 정신 나갔어!
어떻게 이걸 까먹어 오영시임? 아후 우리건호 낼 어쩌면 좋아? 이,이럴 때가 아니지? 지,지금이라두 나가서 모아와야지?
(후다닥 나가는데)
건호 : 그럴 필요 없어.
영심 : (홱 돌아본다)
건호 : 아빠가 모아오셨어.
영심 : 응? 정말?
건호 : 음.
영심 : (안도하고) 그래? 휴우 다행이다. 안 자구 있었어?
건호 : 속상해서 잠이 안와.
영심 : 왜?... 엄마..때문에?
건호 : 엄만 왜 그래? 맨날 할머니한테 야단만 맞구? 할머니가 싫어하시는 일 안하면 되잖아?
영심 : 음..그러게..
건호 : 맨날 그게 뭐야? 식구들 보는 데서 야단만 듣구. 나 증말 속상해. 엄마 땜에 속상 해 죽겠어!
영심 : ...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오늘은 너무 너무 잘못했어.
건호 : 씨이.. (눈물 날 것 같아서 이불을 뒤집어 쓴다)
영심 : ... 잘 자 우리아들. (안아주고 나간다)
S#28. 2층 거실 지환서재 앞
무거운 시선으로 서재 문 응시하고 있는 영심.
영심,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무심코 잡다가 문득 생각나서 노크한다.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다.
영심, 난감해하며 천천히 들어간다.
S#29. 지환의 서재
들어서는 영심, 지환을 쳐다보면..
지환, 책상에 앉아 한가득 모아온 건호의 낙엽을 다시 선별하여 종류 별로 플라스틱 통에 잘 담고 있다.
영심 : (어쩔줄 모르겠는)
지환 :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세심하게 골라서 담고 있다)
영심 : 여,여보?
지환 : ... ...
영심 : 느,늦어서 미,미안해. 어,어쩌다 보,보니까 그,그렇게 됐어.
지환 : (일순간 파르르한 손길이 뚝 멈춰지지만 이내 묵묵히 골라 담는 작업한다)
영심 : 그,그거 이,이리 줘. 내,내가 하,할게. 다,당신 바,바쁠텐데.
지환 : ... ...
영심 : (쭈볏쭈볏 다가가서) 내가..마저..할게.. 여보. (머뭇거리며 집는데)
지환 : (무서운 기세로 기껏 잘 정리해 논 낙엽통을 홱 집어던진다)
영심 : (깜짝 놀란 채)... ...
방바닥에 흩날리는 빨간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들..
영심 : 여,여보..?
지환 : 애 학교준비물까지 내가 챙겨야겠니? 도대체 어디다 정신 빼놓구 다니는 거야 너?
오영심, 정신 차려! 정신 똑바루 차려! 나 분명히 경고했다? (홱하고 거칠게 나간다)
영심 : ... ...
영심, 몸도 떨리고 마음도 떨리고.. 몸에서도 신열이 나고 마음에서도 신열이 나고..
그저 쭈그리고 앉아 오돌오돌 떨면서 건호의 낙엽을 하나 하나 다시 주워담는 영심. (F.O)
S#30. 대학병원 전경 (다른 날 아침)
S#31. 지환 몽따쥬
- 의료진 이끌고 아침 회진 도는 지환.
- 병상을 돌며 환자의 상태를 보고받고 살펴보는 지환.
- 레지던트를 엄하게 야단치는 지환.
S#32. 동 병원 지환의 방
회진을 마치고 들어와 책상에 가 앉는 지환.
*플래시 백..
씬19, 달려가던 버스를 멈춰 세우면서까지 영심에게 달려와 약봉지를 건네던 정우, 그리고 영심의 모습!
지환, 정우의 존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혜 : (E) 형님, 아무래두 그사람 있는 학원에 다니겠죠? / 그 사람, 운전학원 강사라구 하던데요 형님이?
지환, 문득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운전면허학원에서 수강생들에게 홍보용으로 나눠준 볼펜이다. 볼펜엔
지환, 그 볼펜 잠시 예민하게 응시하고 있다가.. 전화 수화기를 들고 볼펜에 적힌 번호 대로 천천히 누른다.
지환 : (기다리는)
여자 : (F) 감사합니다 OO운전 면허학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환 : ... ...
여자 : (F) 여보..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말씀만 하시면 친절하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환 : 거기.. 강사중에 박..정우란 강사 있습..니까?
여자 : (F) 네. 있습니다. 무슨 일루 그러세요? 지금 옆에 계신데 바꿔드릴까요?
지환 : 아,아뇨.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끊고)... (볼펜을 잡은 손이 파르르 떨리는)
모든 일에 무덤덤 초연하던 지환의 두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S#33. 운전 면허학원 사무실
정우, 업무 체크하면서..
정우 : 누구..예요?
여자 : (가로젓는) 그냥 어떤 남자가 박정우씨 우리학원에 있느냐구만 물어보던데요?
정우 : (?) 남자..요?
S#34. 동 학원 연습장 일각
정우,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기태를 싱긋이 일견하며 조용한 곳을 찾아서 가 앉는다.
불어교재 펴서 읽고 발음연습 해보는 정우, 열심이다.
잠시 후 기태, 상품권 희희낙락 흔들며 다가오고 앉는다. 상품권에다 쪼옥 입을 맞추는 기태.
기태 : 으흐흐. 백화점 상품권이다 정우야! 역시 인간 엄기태한텐 누나들이 최고야 최고! 나 다시 누나들한테루 돌아갈라구.
(박하사탕의 설경구 흉내내며) 나 다시 돌아갈 래에에에~ (사래 걸려 퀙퀙거리는)
정우 : (몰두한 채 열심히 발음해보고 있는)
기태 : (개그프로 유행어 흉내내며) 뭐야? 지금 나만 즐거운거야? 그런 거야?
정우 : (무반응인 채 묵묵히 교재 들여다보고 있는)
기태 : (책을 낚아채고는) 뭐야? 파리루 유학가면 친구말 씹어두 되는 거야? 그런 거야?
정우 : (피식 웃는다) 줘. 한시가 급해. 불어 진짜루 어려워 임마? 죽겠다 아주.
기태 : 내귀엔 어째 죽겠단 소리가 좋아죽겠단 소리루 들린다?
정우 : 그래 좋아죽겠다 임마!
기태 : 새벽까지 대리 뛰는 거 안 힘들어? 너 그럼 잠은 언제 자 마?
정우 : 새벽 4시서 아침 8시까지. 잠은 충분해.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기태 : 눈부시게 찬란한 이 푸르디 푸른 20댈 꼭 그렇게 삭막하게 전투적으루 살아야되냐? 공분 평생 해두 되지만 마,
이 청춘은 단 한번뿐 아냐? 하이 이 불쌍한 어린 양을 어떻게 구원해준다? (교재를 휙 던져주며) 어리석은 중생 같으니라구!
정우 : 소갈비 아가씬 어떡하구 컴백홈이냐 마? 왜 잘 안되냐?
기태 : 어.
정우 : 왜?
기태 : 쌍거풀땜에.
정우 : 뭐? 쌍거풀?
기태 : 기집애가 쌍거풀 없는 남자가 좋대! 내눈이 싫댄다. 자긴 소고기가 지긋지긋한데 내눈이 송아지 눈을 닮았대나 어쨌대나.
정우 : (웃고)
기태 : 귀엽지 않냐 내눈?
정우 : 귀엽기만 하지. 송아지 눈처럼.
기태 : 뭐야 임마? 실연 당한 친구한테 그게 할 소리냐?
정우 : 소닮은 내 친구야, 10만원 잊지마라? 우정은 우정이구 내긴 또 내기 아니겠냐?
기태 : 알았어 임마?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데 아직 포기하긴 일러. 기다려봐. 인간 엄기태, 뽀대나게 역전골 터뜨린다 내가!
씨이 한우 소갈비집 데릴사위 아무나 하냐?
정우 : (웃는)
S#35. 동 학원 다른 일각
지혜,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정우를 응시하고 서 있다. 지혜, 기태가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고 정우 향해 걸어간다.
S#36. 동 학원 일각
고개 숙이고 교재보며 발음 해보고 있는 정우 앞에 어느 순간 멈춰서는 지혜.
지혜 : ... ...
정우 : (어떤 예감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면 지혜다!)... ...
지혜 : 얘기 좀 해.
정우 : 할 얘기 없어.
지혜 : 난 있어.
정우 : (일어나고) 미안하다. 곧 강습이야.
지혜 : 기다릴게.
정우 : (대답없이 차갑게 떠난다)... (뒤가 당기지만 돌아보지 않고 연습장으로 향한다)
지혜 : (여러가지가 뒤엉켜 한없이 복잡하다) (*슬픔과 분노과 공존하는 감정)
S#37. 동 학원 연습장
차를 타고 코스를 한바퀴 돌며 운전강습 하는 정우. 정우, 저 멀리 기다리고 있는 지혜가 신경쓰인다.
정우, 지혜를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S#38. 수미 치킨집
빈 장바구니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고.. 영심, 파리한 얼굴로 콜록이고 있다.
따뜻한 유자차를 끓여와 영심 앞에 놓아주는 수미.
수미 : 마셔. 유자차야. 이거 감기에 좋은 거 맞지? 아닌가? 감기예방에 좋은 건가?
영심 : 고마워. 증말.
수미 : 꼴랑 유자차 한잔에 고마워 증말은? 고마워할 일두 어지간히 없다.
영심 : 그래두 난 고마워. 아픈 거 알아봐주구 나으라구 유자차두 타주구. 한집서 사는 식구들보다 훨 낫다.
우리집 식구들은 나 아픈 거 아무두 모르는데.
수미 : 엥? 언니 남편두?
영심 : 음.
수미 : 무슨 의사가 그래? 환자두 못알아보구. 언니 신랑 순 돌팔이 아냐?
영심 : 그러게. 유능한 의산데 나한테만 돌팔이야. 환자한테 쏟는 관심만큼만 딱 그만큼만 나한테 관심 가져두 나 아픈 거..
나 지금 많이 아픈 거.. 알아첼 수 있을 텐데.
수미 : 남자들 다 그렇지 뭐. 언니 남편만 그런 거 아냐? 그래두 언니 남편은 능력이라두 있잖아?
능력두 없으면서 무뚝뚝 무관심인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언닌 거기에 비하면 훨 낫잖아?
영심 : 으응.
수미 :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언닌 진짜 행복한 거야.
영심 : 으응.
수미 : 진짜루.
영심 : 으응.
수미 : 진짜 진짜루.
영심 : 으응.
수미 : 다들 진짜루, 진짜 진짜루, 맬 맬 최면 걸면서 그럭하면서 사는 거야. 언니두 최면 걸어.
난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진짜 행복하다. 진짜 진짜루 행복하다. 엉?
영심 : 음.
수미 : 언니 지금 딴 생각하구나?
영심 : 음.
수미 : 으~음? 나 참.
영심 : 유학..간대.
수미 : 어? 유학?
영심 : 5년쯤 후에 올거래.
수미 : ... ... 잘..됐네 뭐. 거 진짜, 진짜루 잘 됐네.
영심 : 음. 잘 됐어 진짜. 진짜.. 진짜루.. 잘 됐어.
S#39. 운전학원 근처의 한적한 곳
나란히 서서 각자 먼곳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정우와 지혜.
지혜 : 이사..했더라.
정우 : 음.
지혜 : 어디루?
정우 : 고시원.
지혜 : 나 땜에?
정우 : 아니. 아버지 수술비 땜에.
지혜 : 어어.
정우 : ... ...
지혜 :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줘.
정우 : ... ...
지혜 : 정우야 난,
정우 : (O.L) 했어, 이미. 그날 일, 잊었다 난. 그러니까 너두 잊어.
지혜 : 어떻게 잊어? 내가 어떻게? 넌 잊어두 난 못 잊어져. 내가 용서가 안돼 내가. 용서 못할 거 같아. 평생.
정우 : 그러지마. 괜찮아 난. 아니 괜찮아졌어. 오히려 잘 됐어. 홀가분해.
지혜 : 무슨..뜻이야?
정우 : 잊을 거다 너. 잊을 수 있을 거 같다 이젠.
지혜 : 정우야?
정우 : 너두 잊어라. 하루 빨리 잊어라. 그러자 우리. 제 살 깎아먹는 짓, 이젠 그만하자.
지혜 : 너 증말 그럴 수 있어? 너 증말 나 잊을 수 있어?
정우 : 어. 지겨워졌어. 너두 지금의 나두. 변할라구. 변해볼라구. 지금의 나랑은 전혀 다른 나루. 다시.. 시작해볼라구.
지혜 : 너 박정우 맞니? 낯설어. 너무 낯설어 정우야. 너 지금 내가 아는 박정우 아닌 거 같어.
정우 : 달라질 거다! 머리끝에서부터 발가락끝까지 전부 다 달라질 거다 나!
송지혜? 너, 나한텐 미래가 없다구 했었지? 언제나 제자리뛰기만 하다가 끝날 거라구.
지혜 : ... ...
정우 : 니가 틀렸다는 거 보여줄게! 제자리 뛰기 말구, 멀리 뛰는 거 훨훨 나는 거 보여줄게! 꼭!
성공할 거다 나! 니남편보다 더! 유명해질 거다 나! 니남편보다 더! 그래서 너, 꼭 후회하게 만들거다 나!
지혜 : 이러지마! 이러지마 정우야? 무서워! 너 이러는 거 나 무서워 정우야?
정우 : 앞으룬 나한테 전화하지마. 오늘처럼 찾아오지두 마. 나, 니전화 이젠 안받아. 나, 앞으룬 너 안만나.
지혜 : ... ...
정우 : 식구들이랑 오랜만에 같이 저녁 먹기루 했어. 늦었다. 나 먼저 갈게. 잘 지내. 잘 살구. 간다. (걸어나가는데)
지혜 : (붙잡듯) 복수, 하는 거야 너? 그날일, 나한테 이렇게 이런 식으루 모질게 복수하기루 결심한 거야 너?
정우 : (멈춰서고) 복수, 하는 거 아냐. 그런 거 아냐. 그냥 달라지구 싶을 뿐이야.
새루 다시, 첨부터 다시, 시작하구 싶은 거 뿐이야.
지혜 : 복수하는 게 아님, 나한테 작정하구 복수하겠다구 이러는 게 아님, 그럼 너 우리형님은 왜 만나구 다녀?
만나지 말랬잖아 내가? 안 만난다구 우연으루라두 다신 안 만나겠다구 나한테 약속했잖아 너? 근데 왜 만나?
근데 왜 니네 학원으루까지 우리 형님 끌어들인 거야 너? 우리형님 너 좋아하는 거 알면서?
우리형님 너한테 맘 있단 거 뻔히 알면서? 왜? 그럼 왜?
정우 : 그런 거 아냐! 함부루 말하지마! 그리구 내가 누굴 만나든 니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너하구 나 끝났어.
앞으룬 내가 누굴 만나든 상관하지마! (걸어나가려다) 걱정 하지마. 영심씨, 너랑은 상관없이 만나는 거야.
지혜 :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하니? 그걸 지금 나보구 믿으라구 하는 소리야 너?
정우 : 나, 유학 가.
지혜 : (어?)... ...
정우 : 2월에 떠나. 됐니? 갈게. (걸어나간다)
지혜 : (그저 멍한 채)... ...
S#40. 명숙집 젼경 (저녁)
S#41. 명숙집 안방
수창, 이불 폭 뒤집어쓰고 할 일없이 화투 패를 뜨고 있다. 딱 봐도 무지 게으르고 백수 한량의 냄새가 나게..
수창 : 으이씨이 추워. 무슨 집구석 방바닥이 어떻게 된 게 유치장 바닥보다 더 냉동인 거야 진짜? 아흐으 추워. 아흐흐 살 떨려.
명숙 : (E) 야 창! 저녁 다 됐어! 가서 아부지 모시구 와?
수창 : 야 니가 모시구 와! 난 추워서 꼼짝하기두 싫어! 야 야 숙, 제발 방에 불 좀 넣구 살자? 어? 인간적으루 너 너무한다 진짜?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무슨 사람을 얼어 죽일 작정이냐? 거 좋은 말 있잖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 (하는데)
방문이 왈칵 열리면서 명숙, 들어오고 저녁 준비하던 차림 그대로 양손에 솥두껑 냄비와 국자 각각 들고 씩씩거린다.
명숙 : 야 한수창, 너 지금 뭐하구 있냐?
수창 : 보면 모르면 패 뜨구 있잖냐?
명숙 : 뭐? 패를 뜨구 있어? 패를? 아우 근데 이걸 그냥 확 포를 떠버릴 수두 없구? 뭐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마?
야, 니가 사람이냐? 니가 사람이야? 이 금붕어 새끼야? 사지육신 멀쩡한 젊은 놈이 천날만날 집구석서 도대체 이게 뭐냐?
어? 아부지 보기 쪽팔리지두 않냐 넌? 니꼴 보기 싫어 우리아부지 자꾸 집밖으루 도시는 거 몰라 너?
수창 : 그럼 나더러 어쩌라구우? 아버님이랑 같이 돌라고? 야 한맹숙, 너 넘 그러지마라. 엉?
쥐구멍에도 언젠가는 쨍하고 볕들 날 있는 거다 너?
명숙 : 아우 어디 쥐약 좀 없나? 그 쥐구멍 쥐약으루 확 막아버리게 좀!
(심호흡으로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며) 야 창, 간만에 오빠두 오구해서 지금은 내가 꾸욱 참는다? 엉? 열나 참는다아?
그러니까 패 그만 뜨구 후딱 나가서 아부지 좀 찾아와라아. 어엉?
수창 : 싫다니까. 추워. 나 지금 딥따 춥다니까 숙아?
명숙 : (더는 못참고 솥뚜껑과 국자로 내려치며) 나가! 나가! 안나가? 후딱 안나가? 우리 오빠 보기 미안하지두 않냐 넌?
새루 태어나겠다며? 유치장서 꺼내주기만 하면 앞으룬 사람답게 살겠다며? 그렇게 철썩같이 약속해놓구 이게 사람이냐?
이게 지금 사람답게냐 이 금붕어새끼야?
수창 : (날뛰며 비명 지르는)
S#42. 달동네 가파른 오르막길 (밤)
정우, 바쁜 걸음으로 걸어올라오는데.. 저 앞에 가파른 오르막 힘들어서 몇걸음 걸었다 쉬고 몇걸음 걸었다 또 쉬고있는 아버지..
정우, 헉헉거리고 있는 아버지 곁으로 간다.
태복 :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심코 보면 아들이다!)
정우 : 왜 나와 계세요? 날씨 추운데?
태복 : 뭣하러 와? 바쁜데?
정우 : 가세요. 명숙이 기다려요. (걸어가는데)
태복 : (따라가지만 보조 맞추기 힘들어서 또 멈춰선다)
정우 : (뒤늦게 깨닫고 돌아보면 멈춰선 채 헉헉거리며 힘들어하는 아버지!)... ... (내려간다)... ...
(말없이 앉고 엎히라고 등을 내어준다)
태복 : (!)... ... 괜찮어. 좀 쉬었다 가면 돼. 먼저 올라가.
정우 :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
태복 : (!!)... ...
정우 : (고집스레 계속)... ...
태복 : (어느 순간 아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엎힌다)
정우 : (아무말 없이 아버지 업고 가파른 길을 걸어올라간다)... ...
태복 : ... ... (차츰 기분이 좋아진다)
정우 : (아버지가 안쓰럽고 걱정되고 마음이 무겁다) 어디.. 가시구.. 싶은데 없..어요?
태복 : 없어.
정우 : 낼..저녁에 저랑 영화..보러 가실래요? 예,옛날엔 영화.. 보는 거 좋아하셨잖아요?
태복 : 한쪽 눈으루 뭔 영화야? 싫어.
정우 : (쩝, 다소 무안)... ...
태복 : (말 해놓고나니 다소 미안한)... 흠.. 흠..
엎고 엎힌 채 가파른 달동네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아들과 아버지.. 두 부자의 서먹 하지만 따뜻한 시간..
그 두사람의 모습, 뒷모습으로 점점 멀어져가며..
태복 : (E) 편하게 다녀와. 애비 어떻게 안돼.
정우 : (E) 죄송..해요. 제 욕심만 차려서.
태복 : (E) 몇..시간..이나 걸려? 빠린?
정우 : (E) 열한두시간 걸리..나봐요.
태복 : (E) 멀긴..머네.
정우 : (E) 체중이.. 또 빠졌..나봐요? 살 좀..찌셔야겠어요.
S#43. LP 가게
LP들로 사방이 빼곡한 운치있는 가게. LP판 집어들고 골똘한 지환.
*플래시 백..
씬19, 버스에서 내려 영심에게 달려가 약봉지를 건네던 정우!
씬20, 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정우의 약봉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낯선 아내의 얼굴!
그 장면 위로 들리는 영심의 목소리..
영심 : (E) 결혼한 사람들은.. 남편말구 아내말구 다른 사람 생각하면 것두 죄짓는 거지?
생각만 해두.. 생각만으루두.. 죄되는 거야 엉? / 나두 당신처럼 솔메이트 만들어두 돼 여보?
들고있던 LP판을 놓치고 떨어뜨리는 지환. 주울 생각 못하고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지환.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는지 그런 지환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흔.
S#44. 바
나란히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지환과 가흔.
가흔 : 그래서?
지환 :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구.
가흔 : 설마 너 느이마누라 의심하는 거야?
지환 : 아냐. 의심은 무슨? 사람 이상하게 만들지마. 니눈엔 내가 그렇게 편협한 인간으루 보이냐?
나 그런 남자 아니다? 지원엄마두 그럴 사람 아니구. 건 누구보다두 내가 잘 알아.
가흔 : 그럼 왜 충격 먹은 얼굴이야? 니말대루 그냥 고향후배구, 고향 선후배끼리 어쩌다 술두 먹을 수 있구
또 만날 수두 있는 거 아냐? 그리구 나같아두 운전 배우겠다구 맘 먹었음 고향후배가 강사루 있는데 등록하겠다.
자연스럽구 당연하구 뭐가 문젠데?
지환 : 누가 문제랬냐? 그냥 그렇다구.
가흔 : 글쎄 그냥 그런데 니 표정이 왜 이러냐구?
지환 : 내 표정이 뭐가 어떤데?
가흔 : 너 지금 사랑하는 여자한테서 버림받은 남자얼굴 하구있어.
지환 : 허! 뭐한 남자? (헛웃음) 말두 안된다 증말. 야 이가흔, 말 같잖은 소리 집어치우구 술이나 먹어. 어? (마시는)
가흔 : (유심히 보는)... ...
지환 : (그저 또 마시는)
가흔 : 상황상 의심은 아니구, 그럼 너 혹시 질투..하는 거니? 질투..해?
지환 : (술잔을 홱 내려놓는) 뭐 질투? 내가? 누굴? 고작 그런 놈을? 허! 사람꼴 한순간에 우스워지네. 말이 되니?
그게 말 된다구 생각해? 임마, 질투두 애정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야. 나한텐 해당사항 없어. 오버하지마. (마시는)
가흔 : (뭔가 석연치 않고)
지환 : (LP판 건네며) 경수씨, 이거 좀 틀어줘요.
S#45. 민원장 저택 전경 (밤)
S#46. 영심 부부방
막 귀가한 지환, 옷을 벗고있고.. 영심, 지환의 옷을 받아서 장롱에 넣고 갈아입을 옷을 건네고 있다.
지환, 벗고 입으며 전에 없이 영심의 기척을 살피게 된다.
영심 : 물 받아 놀게요. 반신욕해요. 시원한 거 뭐 넣어줘요? (콜록이는데)
지환 : 괜찮아 됐어. 근데 당신, 어디.. 아프니?
영심 : (주섬주섬 챙겨넣으며 시선 안주고) 참 빨리두 묻는다. 감기예요. 다 나아가요. 신경쓰지 마요. 뭐 신경두 안쓰겠지만.
지환 : (쩝)... ... (그러나 신경이 쓰인다!)
S#47. 아이들 방
지환, 아이들과 영어로 할리갈리 게임 하고 있다. 영심, 과일을 들고 들어온다.
영심 : 하이 건호! 하이 지원!
건호 : 하이 맘!
지원 : 하이 맘!
영심 : 음.. 음.. (영심만의 바디랭귀지로) 에브리바디, 레이디 앤 젠틀맨 투, 푸르트 냠냠 에프터 게임. 유노?
지환 : (피식 웃고)
지원 : (재밌다고 까르르 웃고)
건호 : 으이 엄만? 그냥 한국말 해. 잘 알지두 못하면서. 바보 같단 말야?
지원 : 오빠는? 엄마가 왜 바보야?
건호 : 누가 바보랬냐? 바보 같다구 했지.
지원 : 암튼! 난 좋기만 하다 뭐? 계속해 엄마. 난 재밌어.
영심 : 증말?
지원 : 어.
영심 : 아이구 이쁜 내 똥강아지이! 민지원 뽀뽀?
지원 : (귀엽게 입을 맞추는)
영심 : 우와 최고다 최고! 엑설런트! 베리베리 원더플!
(슬쩍 건호를 보며) 아들, 너 지금 질투나지? 응? 질투나면 너두 엄마한테 뽀뽀해라?
건호 : 치이, 내가 아직 어린앤줄 아나 뭐?
영심 : 뭐야? 야 민건호, 너 어린애 맞어. 야, 그럼 니가 어른이냐? 에게 무슨 어른이 요만하냐?
엄마 없음 아무것두 못하면서. 잘난 척은.
지환, 그 풍경 웃음으로.. 그리고 어떤 불안함으로 지켜보고 있다.
S#48. 지혜 부부방
지혜, 슬픔이 가득한 복잡한 얼굴로 누워있다.
정우 : (E) 잊을 거다 너. 잊을 수 있을 거다 이젠.
지혜 : (믿을 수가 없다, 글썽해지는)
정우 : (E) 나, 유학 가. 2월에 떠나. 됐니?
지혜 :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 채 미쳐버릴 것 같다!)
재환, 욕실에서 나오고..
지혜 : (재빠르게 표정관리 하는)
재환 : (허밍음 읊조리며 스킨 바르고 침대에 누우며) 자자~. (애정으로 껴안는다)
지혜 : (힘들다)
S#49. 거리 - 도로변 (밤)
술집에서 만취한 손님을 부축해서 나와 대리운전 차로 데리고 가 태우는 정우. 손님, 엄청 취해서 정우에게 함부로 군다.
정우, 친절하게 다 받아주며 손님을 안전하게 잘 태우고 차를 출발한다.
S#50. 도로, 달리는 대리운전 차안
실컷 함부로 떠들어대다가 한순간 쓰러져 자는 손님.
정우, 룸미러로 손님의 상태 확인하며 싱긋 미소짓는다.
S#51. 영심 부부방
혼자 누워있는 지환. 여태 침실로 오지 않는 아내.. 예전과 달리 신경이 쓰이고..
지환, 일어나 나간다.
S#52. 2층 거실
지환, 나오고.. 거실엔 영심 없다. 그런데 지환의 서재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지환, ?해서 다가간다.
S#53. 지환의 서재
들어서는 지환. 지환의 시선에.. 자신의 책상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읽고 쓰고 암기하고 있는 영심.
지환 : 뭐해 당신?
영심 : 어 여보? 아직 안잤어?
지환 : 뭐하냐니까?
영심 : 으응. 운전면허 학과시험 공부. 토요일날 시험이거든.
지환 : 어어. 2시야. 그만하구 자자.
영심 : (안쳐다보고 교재에 시선) 당신 먼저 자. 난 좀만 더하구. 떨어지면 무슨 창피야? 성적두 학원 벽에 다 공개된대는데.
(열심히 공부하는)
지환 : (어?)... ... (그저 돌아나간다)
영심 : (열심히 외우는)
S#54. 영심 부부방
혼자 휑덩그레하게 누워있는 지환. 지환,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일어나 앉는 지환..
어느 순간 지환의 시선에.. 화장대 위에 올려져있는 영심의 핸드폰이 들어온다. 잠시 응시하다가.. 화장대로 가는 지환.
지환,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마음 먹고 영심의 핸드폰 통화목록을 확인한다.
그리고.. 아내의 최근 통화목록 기록에서 꽤 발견되는 ‘박정우’ 라는 이름!
파르르 얼굴 근육이 예민하게 떨리는 지환. (F.O)
S#55. 운전면허 학과 시험장 전경 (다른 날 아침)
S#56. 시험장 건물 안 일각
학원 수강생들을 이끌고 온 강사, 시험요령을 설명해주고 시험 후 집결장소 등을 설명 해주고 있다.
(*결과발표 확인후 실기강습 있는 수강생은 학원봉고로 함께 학원으로 가자는 말을 꼭 해주세요!)
그 속에 영심, 학과교재 손에 들고 마지막까지 암기하며 안절부절 전전긍긍 한다.
기출문제 읽고 답을 떠올리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자학하는 영심.
영심, 그래도 생각이 안나 답을 슬쩍 훔쳐보고는 아 맞아 맞아! 제머리를 쥐어박는다.
영심 : 아후우 어떻게? 다 까먹었나봐? 어떻게 하나두 생각이 안나냐? 하나님? 부처님? 엄마? 제발? 아우 심장 뗘!
심장이 벌렁벌렁 시험 시작두 전에 미치겠네 아주? 진정해. 어? 영심아, 진정하자 어?
영심, 바짝 긴장해서 왔다갔다.. 숫자송 부르며 마인드 컨트럴 한다.
S#57. 정우 운전면허 학원 일각
정우, 강습장으로 가려다 문득 생각나서 손목시계 들여다보며 멈춰서고, 학과시험장의 영심을 걱정한다.
S#58. 동 시험장 일각
숫자송 부르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있던 영심, 문득 홱 멈춰서고 파르르 떠올리는..
영심, 그녀가 운전면허증을 절대 못딸 것이라고 확신했던 식구들의 얄미웠던 모습들을 하나 하나 떠올린다.
(*나여사, 수현, 지환, 건호의 반응 한컷씩 만들어 주세요!)
오기가 생기는 영심.
영심 : 어머니, 제가요 면허증 꼭 딸거거든요? 어떡하죠오? 어머니 제가 운전 면허증 따면 열손가락에 장을 지지신다구 했는데?
꼭 지지세요오 어머니이? 아자 오영시임! (하는데)
문자 도착 메시지가 울린다.
영심 : (누구지? 꺼내서 보면)
<시험 잘 봐요! 영심씨 화이팅! 아자 오영심!> 정우의 문자메시지다!
영심 : (따뜻해지고 기운 난다!)
S#59. 대학병원 지환방
지환, 골똘하게 앉아있다. 많이 날카로워 보이는 지환..
S#60. 학과 시험장 안
학과시험을 치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보여지고..
그 속의 우리의 영심, 10수년 만에 치르는 시험에 완전히 당황하고 있다.
글씨들이 어지럽게 마구 엉켜서 보이기도 하고 뿌옇게 흐리게 안보이기도 하고..
애써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보려고 노력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영심.
영심 : (문제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어~어? 도대체 무슨 말이야 이게? 무면허 운전에 관한 설명중 잘못된 것이 아닌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 것이니까.. 그러니까.. 맞는 거? 맞는 거 맞는 거 찾음 되는 거지? 아후 무슨 문제가 답보다 더 어렵냐?
(답을 찾는데 알쏭달쏭)
영심, 심히 고민하다 결국 지우개(혹은 볼펜)에다 1,2,3,4 써서 던져서 찍는다.
아는 답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은 영심, 계속 지우개 휙휙 던지며 열심히 찍고 또 찍는다.
영심, 잘못하여 지우개 휙 먼 데로 날아가고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 받는다.
영심 : (씨익 미안한 웃음) 아후 쪽팔려!
S#61. 동 시험장 건물 복도
시험결과 벽에 붙여지고 있다. 사람들 와글와글 벽보 주위로 모여든다.
영심, 도저히 결과 확인할 용기가 없어 와글거리는 사람들 너머에 혼자 뚝 떨어져 서 있다.
잠시 후, 쭈빗쭈빗 벽보를 향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영심.
벽보 앞에 다 와서 눈을 감아버리는 영심. 영심, 살짝 한쪽 눈 실눈으로 떠서 자신의 이름을 콩닥콩닥 찾아나간다.
영심, 드디어 자신의 이름 찾았냈다!
영심 : (마구 떨리고)... (간신히 용기를 내어 점수 확인하는데)
영심의 점수, 59점! 커트라인에 딱 1점 모자라서 불합격이다!
영심 : (허걱!)... (충격으로 비틀)
S#62. 정우 운전 면허학원 일각
영심, 울상으로 앉아있다.
도너츠와 음료수 사들고 온 정우, 다가와선 잠시 난감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그저 바라보고 서 있다.
영심 : (슬금슬금 고개를 들다 정우와 시선이 마주치자 홱 피한다) 아후 쪽팔려 진짜!
정우 : (웃음 참으며 묵묵히 옆에 앉고는 음료수를 건넨다) 점심 안먹었죠? 도너츠 사왔어요. 먹구 강습 받아요.
영심 : 이런 거 먹을 자격도 없어요 난. 정우씨나 먹어요.
정우 : 에이 학과야 또 보면 되죠? 먹어요 자요? (하는데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영심 : (흘겨보는)
정우 : (웃음 뚝 멈추고 딴청을 부리는)
영심 : (무지 속상하고) 난 아무래도 시험머리 공부머린 구제불능인가 봐요. 씨이 할머니 할아버지들두 다 합격했던데..
정우 : 아우 괜찮아요 영심씨? 이번에 59점 받았으니까 담번에 딱 하나만 더 맞추면 합격 하잖아요? 희망을 가죠요!
(말 하다보니 킥킥 또 웃음난다) 근데 도대체 어떻게 시험을 쳤길래 59점을 받아요?
아는 건 풀구 모르는 건 그냥 찍어두 59점은 더 나오겠다?
영심 : (홱 흘겨본다)
정우 : 아니 내말은요 아,안타까워서, 영심씨가 뭘 못했다는 게 아니구요,
이 시험요령이 너무 없었던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서요..
영심 : ... ...
S#63. 동 운전면허 학원 근처 도로
지환, 차를 몰고 온다. 지환, 차에서 내리고 운전학원을 잠시 응시하다가.. 결심한 듯 학원을 향해 걸어간다.
S#64. 동 학원 일각
지환, 학원을 살피며 걸어오고.. 영심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긴장한 빛이 역력하고..
그런 지환의 시선에.. 어느 순간 저멀리 정우와 나란히 앉아있는 영심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환, 홱 멈춰서고 얼어붙은 채 파르르 지켜본다.
정우, 영심의 학과교재를 들고 문제를 내고 답을 외우는 요령을 설명하며 과외중이다.
정우 : 운전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로 옳은 것은? 갑 우월감? 을 경쟁심? 병 양보심? 정 인내심? (기다리는데)
영심 : 운전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 음.. (확신에 찬) 4번 인내심!
정우 : (푸하하 웃는)
영심 : 왜요? 맞잖아요? 인내심? 아니예요? 그럼 뭐예요?
정우 : 양보심이죠. 물론 뭐 인내심두 필요하지만 일단은 양보심이 먼저죠. 헷갈리면 그냥 무조건 외워요.
영심 : 아우 그만해요. 안할래요 나. 오늘 집에 가서 혼자 공부 좀 하구요 그러구 다시 해요? 네?
정우 : (끄덕이는)
영심 : (풀죽은 채)... ...
정우 : (도너츠 꺼내서 건네는) 먹어요. 점심두 거르구 배 많이 고플텐데?
영심 : (가로젓는) 말했잖아요? 먹을 자격 없다구. 59점 받은 인간이 먹어서 뭐하겠어요?
정우 : (씩 웃고는 퍽 하고 그냥 입에 갖다대준다)
영심 : (그 바람에 도너츠 흰가루가 입가에 한가득 묻어서 어~어? 쳐다본다)
정우 : (먹으라는 제스추어)
영심 : (우걱우걱 먹으며 도너츠 꺼내 똑같이 퍽 정우 입가에 넣는다)
정우 : (웃으며 흰가루 털어내며 먹는다)
두 사람 모습 파르르 치밀어 오른 채 지켜보고 있는 지환.
지환의 시선에.. 영심의 입가에 묻은 흰가루를 손으로 털어주는 정우! 그리고 즐거워하며 환하게 웃는 영심!
지환, 부들부들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진다.
S#65. 동 운전학원 철길
영심, 설레임 가득한 표정으로 허밍음 읊조리며.. 미련으로 뒤도 돌아보며 그렇게 걸어 나오는데..
한순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 채 두 눈 휘동그래져서 멈춰서는 영심. 영심의 바로 앞에 무서운 표정의 지환이다!
영심 : 여,여보? (하는데)
지환 : (무서운 기세로 영심의 뺨을 홱 날린다)
영심 : (휘청하고)... ... (가까스로 몸을 바로해 아픔보다는 너무 놀라서 남편을 바라보며) 여,여보?
지환 : (부들부들 무서운 기세로 노려보는)
영심 : ... ...
지환 : ... ...
S#66. 동 학원 강사 휴게실
강사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입는 정우.
기태 : 마 어디 가냐? 한 타임 더 남았잖아?
정우 : 병원. 지난번에 검사한 거 결과 나왔대나봐.
기태 : 어어. 그럼 바루 퇴근?
정우 : 어.
기태 : 야 근데 다리마비 그거 별거 아니겠지?
정우 : 별거면? 그래봐야 지가 다리마비지 뭐. 자전거 땜에 그럴거야. (나가며) 낼 보자.
기태 : (끄덕)
S#67. 병원 의사방
정우, 무료하고 덤덤하게 결과 기다리고 있다. 의사, 어디선가 나타나고 필름을 꽂는다.
정우 : (건성으로 휙 한번 사진을 일견하고 손목시계 보는)
의사 : (난감한) 흠.. 흠..
정우 : (의사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가 않아서 조금 긴장한다)
의사 : (차마 입을 떼지 못한 채 곤혹스러워 한다)
정우 : (?) 왜..요 선생님? 제.. 다리에 무슨.. 문제..라두..?
의사 : (한숨 내쉬는) 후우.. 다리..가 아니구요?
정우 : 그럼요?
의사 : 최근 두통이 심했죠? 가끔 구토도 일구.
정우 : (불안한 기색으로) 네에 뭐 조금..
의사 : 다리에 마비두 자주 오구요.
정우 : 가,가끔이요. 아주 가끔 그랬어요.
의사 : 박정우씨.. 미만성.. 뇌간교종이예요.
정우 : 예? 그게.. 뭔데요?
의사 : 뇌종..양의 일종이예요.
정우 : (얼어붙는) 네? 뇌종..양이요? 제,제가요?
의사 : (끄덕이는)
정우 : (모든 것이 한순간 일시정지)... ....
의사 : ... ...
정우 :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 생각엔 오,오진.. 같은..데요? 뭔가..착오가.. 어어, 저,저거 다른 사람 필름이랑 바뀐 거 아니예요?
하,한번 화,확인 해보시죠?
의사 : (가로젓는) 잘 들으세요 정우씨. 뇌간교종은 뇌종양 중에서두 워낙 악성인데,
정우씨 경운 지금 위험한 위치에 종양이 넓게 퍼져 있어요.
정우 :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아닐 거예요! 아니라니까요? 난 진짜 아니라구요? 예?
아니예요? 아니예요? 저거 내꺼 아니예요 선생니임?
S#68. 거리, 지환의 차 안
숨막히는 긴장과 정적 속에 말없이 나란히 앉아있는 지환과 영심.
지환 : ... ...
영심 : ... ...
S#69. 병원복도
완전히 넋이 나간 채 휘청휘청 시체처럼 걸어오는 정우.
의사 : (E) 종양이 이미 뇌간을 거의 다 치지하구 있어서 이 상황에선 수술은 의미가 없어요. 방사선 치료와 항암요법을 병행하면
10개월에서 1년 정도 살수가 있는데 대신 뇌의 신경손상 부위에 따른 장애로 언어마비 반신마비 의식장애가 올 수 있어요.
풀썩, 긴 복도 한가운데 무릎을 끓고 주저앉고 마는 정우.
의사 : (E) 하루빨리 치룔 받지 않으면 3개월두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예요.
미동도 없이 눈물도 없이 사람들 바쁘게 지나다니는 긴 복도 한가운데 그저 멍하니 우 두커니 앉아있는 정우.
정우의 그 텅 비어버린 두 눈에서 엔딩.
-제8부 끝.-
첫댓글 유학가려고 했는데!!! 희망이 생기니까 바로 꺼버리는구나. 아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