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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50
#.1 씬. 종가 마당.(밤)
49회 연결 상황에서.
주정 : 나 진짜 이 집 자식 맞냐구?
삼월 : 주정아.
주정 : 나 업둥이지? 그런 거지?
삼월 : 그걸 네가....
주정 : (더욱 굳어지는 표정으로)
삼월 : (주정의 손을 잡으며) 주정아?
주정 : (허탈한 표정으로) 맞구나.
삼월 : 어째 안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주정 : 업둥이니까 누구 자식인지도 모르겠네?
삼월 : (눈물이 맺히면서 주정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우리 불쌍한 주정이.
주정 : 누구.....누구 알아?
삼월 : ......
주정 : 오빠랑, 할멈만 아는 거야?
삼월 : 하사장도.....
주정 : (놀라서 보며) 조카도 안단 말이야?
삼월 : 주정아. 딴 생각하면 안돼. 넌 누가 뭐래도 하씨 집안 딸이야.
주정 : (망연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2 씬. 하옹의 방.(밤)
주정, 하옹의 영정 앞에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주정 : 어떡해요? 아버지? 버려진 나, 거둬주셨는데, 40년 동안 아버지 속만 썩였으니.... (눈물을 흘리는)
#.3 씬. 강석의 집 전경.(밤)
#.4 씬. 강석의 방.(밤)
강석, 단아에게 팔베개해주고 잠들어 있는데.
단아, 강석에게 등을 돌린 자세로 잠들어 있다.
강석 :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뜨는, 등을 돌리고 잠든 단아를 보고.
슬며시 단아의 몸을 돌려 자신을 보게끔 돌려 눕히는데. 단아, 잠결에 다시 돌아눕는.
강석, 일어나 앉는) 이 여자가.... (침대에서 내려와 불을 켜고 다시 앉는)
단아 : (잠결에 눈을 뜨는)
강석 : 일어나 봐요.
단아 : 왜요?
강석 : 일어나 보라니까요.
단아 : (눈을 부비면서 일어나 앉는) 왜 그래요?
강석 : 결혼 며칠 만에 애정이 식은 겁니까?
단아 : 네?
강석 : 나는 잠결에도 절대 등을 돌리는 법이 없는데, 당신은 왜 그러는데?
단아 : 뭐가요?
강석 : 내가 마누라 등만 껴안고 자야겠냐구?
단아 : (멍한 표정으로 보는) 내가 뭘 어쨌다구?
강석 : 자꾸 자면서 등돌려 눕잖아요?
단아 : 내가 그랬어요?
강석 : 내가 다시 돌려 누이면 또 돌아눕고, 또 돌아눕고.
단아 : 간지러워서 그런가 봐요.
강석 : 나랑 껴안고 자는 게 벌써 간지러우면 앞으로 몇 십 년 어떻게 살 겁니까?
단아 : 그게 아니라, 강석씨 콧김이 자꾸 얼굴을 간지럽혀서 나도 모르게 돌아눕게 되는 거 같아요.
강석 : (노려보고,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티슈각에서 휴지 꺼내 코를 틀어막는)
단아 : 뭐해요?
강석 : 이럼 콧김 때문에 돌아눕는다는 핑계 못 댈 거 아닙니까?
단아 : (기가 막혀서 보는) 그러고 어떻게 잘 건데요?
강석 : 숨은 막혀도 마누라 등만 껴안고 자진 않아도 될 거 아닙니까?
단아 : (웃으며, 강석의 코에서 휴지 빼내며) 내가 정말 꼬마 신랑하고 결혼한 거지.
알았어요. 내가 꾹 참고 꼭 얼굴 맞대고 자볼게요. 이젠 됐죠?
강석 : (씩 웃는)
단아 : 어째 결혼하고 나서 점점 어리광만 는대요? 자자, 우리 꼬마 신랑. (강석, 자신이 팔베개해서 눕히는)
강석 : 신경질 나서 잠 깼으니까 자장가라도 불러주죠?
단아 : (곱게 흘겨보다가. 하는 수 없이)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양도 다들 자는데.....
(음정 박자 엉망인 자장가)
강석 : (킥하고 웃는) 무슨 자장가를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드냐.
#.5 씬. 하옹의 방.(새벽)
수영, 태영, 진아, 말순 상식 올릴 준비하고 서있는.
삼월, 조만 상식상 차리고.
만기, 동동 들어오는.
만기 : (둘러보고) 주정인?
태영 : 어, 고모할머니 외박하신 건가?
삼월 : 아니야. (만기에게) 새벽에 일찍 나간 모양입니다.
태영 : 웬일이시래. 고모할머니가 새벽에 다 나가시고.....
삼월 : (마음이 무거운)
#.6 씬. 방송국 옥상 정도의 장소.(아침)
생각에 잠겨 서있는 주정.
#.7 씬. 강석의 집 식당.(아침)
천갑, 영자, 강석, 단아, 혜주, 순진 식사하고 있는.
강석 : (밥 먹다가 하품하는)
천갑 : (묘하게 웃으면서) 너 밤에 잠 안자고 뭐했냐?
강석 : 아버진....
단아 : (강석 흘겨보는)
순진 : 밤에 잠 안자고 뭐했겠어요? 이모부는.
강석 : 잠을 설쳐서 그래요.....(하는데 또 하품이 나오고)
단아 : (흘겨보는)
강석 : 당신이 이상한 자장가 불러서 그렇잖아?
천갑 : 새아기 네가 자장가도 불러 주냐?
단아 : (무안하기만 하고)
천갑 : 아들아?
강석 : 네?
천갑 : 남들은 장가가면 어른이 된다는데, 넌 어째 장가가서 애 노릇을 하냐?
난 너 폼생폼사로 사는 놈인 줄 알았는데, 영 아니다.
영자 : 그만 놀리고 식사나 해요. 며늘애 무안해서 밥도 못 먹게 왜 그래?
우리 밥 빨리 먹고 외출해야 한단 말이야.
강석 : 또 외출하시게요?
영자 : 어제 같은 재미 하루로 끝낼 수 있니?
오늘은 여편네들 모임 두 군데나 있거든. 거기 우리 하교수 데리고 갈 거야.
강석 : 어머니, 쉬엄쉬엄 하세요. 저 사람 다리....
단아 : (당황해서 보는)
영자 : (강석과 단아 번갈아 보면서) 다리가 왜?
단아 : 아니에요, 어머니.
강석 : 저 사람 다리 새다리 처럼 가늘잖아요. 많이 돌아다니면 힘들다구요.
순진 : 진짜 오빠 왜 그래? 여자치고 새언니 같지 않은 다리 누가 있다구?
천갑 : 순진아. 네 다리나 보고 얘기해라.
#.8 씬. 강석의 방.(아침)
단아, 강석 넥타이 매주는데. 강석 하품하는.
단아 : (흘겨보면서) 진짜 창피해서 못살겠어요.
강석 :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그 이상한 자장가 때문에 덤벼들게 만들지 않았으면
나도 멀쩡한 정신으로 출근할 거 아니냐구요?
단아 : 내가 밝힘증 환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강석 : 그러니까 결혼 전에 간간이 사고도 좀 쳐주고 그랬으면 좋았잖아요?
너무 굶고 살아서 허기가 져 그런 걸 낸들 어쩌냐구요?
단아 : (등 떠밀면서) 어서 출근이나 해요.
강석 : 어. 이상하다.
단아 : (보고)
강석 : 나 성감대가 등에도 있나봐.
단아 : (강석의 등을 찰싹 때리는) 빨리 못나가요.
#.9 씬. 회사 전경.(낮)
#.10 씬. 강석의 사무실.(낮)
강석, 전화 중. 수영, 태영, 들어오는.
강석 : (커피를 마시면서, 일어로 통화 하면서 일어나 인사하는) 대단히 감사합니다.
첫단추는 잘 뀐 거 같으니 다행입니다. 다른 팀 유치도 계속 추진해주십쇼.
입국하는 관광객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태영 : (수영에게) 저 자식, 일어도 좀 하나봐.
수영 : 그 저 자식 소리 좀....
진호, 커피 가지고 들어오는.
진호 : (커피 내려놓고, 먼저 잔 들고)
태영 : 무슨 커피를 저렇게 마셔?
진호 : 벌써 다섯 잔째세요. (커피잔 들고 나가는)
강석 : (그러는 사이 계속 일어로 통화) 커미션에 대해선 약정한대로 바로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쇼. (전화 끊고)
수영 : 리조트에 대규모 일본 관광객이 입국한다는데?
강석 : 네. 골프 관광단을 유치해달라고 일본 관광업체에 의뢰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결정이 된 거 같습니다.
수영 : 첫 관광단 치곤 규모가 크던데. 예전부터 관계가 있던 관광 업첸가?
태영 : 그동안 너 일본 관광 업체완 상관없는 일 해왔잖아?
강석 : 유학 때 룸메이트가 일본에서 유학 온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지금 관광업체 실무자로 있어서 덕을 좀 봤습니다.
태영 : 이래서 사업도 다 인맥이라고 하는 거야.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아프리카 어디로라도 유학을 좀 갔다 오는 거였는데.
수영 : (웃는)
태영 : 형, 지금 비웃는 거야? 3수해서 그것도 3류 대학 간 주제에 유학은 무슨 유학이냐구?
강석 : 작은 형님, 3수해서 3류 대학 가셨어요?
태영 : (아, 내가 뭔 소리를 했나 하는 표정)
수영 : 넌 참 취미도 별나다. 지 얼굴에 침 뱉는 취미 아무나 못 갖는 건데.
강석 : (웃다가, 하품하면서 커피 마시는)
태영 : 넌 무슨 커피를 그렇게 연짱으로 마셔대냐?
강석 : 같은 신혼이시면서 뭘 그런 걸 다 물으세요? 참 축하드립니다, 좋은 소식 들리던데.
태영 : (씩 웃으며) 고맙다. 원래 내가 실속파 아니냐? 허니문 베이비, 그런 게 진짜 알짜배기거든.
하품 해대는 거 보니 너도 곧 좋은 소식 있을 거 같다?
강석 : 우선 일곱 정도 낳아보려고 하는데, 고단해 죽겠습니다. 일하랴 작업하랴.
태영 : 형, 저 자식한테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형도 커피 좀 마셔라.
수영 : (어색하게 미소 짓는)
강석 : 큰 아주머님은 노래 좀 하시죠?
수영 : 응?
강석 : 그게요, 그렇드라구요. 자장가 희한하게 부르는 재주가 있는 와이프가 옆에 있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서 저 노래 그만두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태영 : 야, 야. 너 아주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11 씬. 방송국 일각.(낮)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주정. 병도 눈치 보면서 옆에 와 앉는.
병도 : 아닌거지? 그 할머니가 잘못 아신 거지?
주정 : .....
병도 : 그지, 선배?
주정 : (일어서며) 난 참 운이 좋은 인간이다.
성도 뭐도 없이 살 뻔 했는데, 하씨 집안 딸로 대우 받고 산 거보면. (걸어가는)
병도 : (멍하니 보는)
#.12 씬. 병실.(낮)
영인, 앉아있고, 석호 죽 봉투에서 죽 꺼내놓는.
영인 : 병원 밥 괜찮은데 뭐 하러 이래?
석호 : 은행장하고 점심약속 있어 나온 김에 들른 거야. 어서 먹어.
영인 : 죽까지 먹을 정도로 중병 환자 아니야.
석호 : 실은 나 이서방 흉내 내는 거다.
영인 : (보면)
석호 : 태영이 놈이 이서방이 점심시간마다 단아 학교로 달려가서 점심 먹고 오는 거 흉보더라구.
근데 그게 은근히 부럽지 뭐야. 그래서 기회 있으면 나도 해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잖냐?
영인 : 남들이 들으면 주책이라고 해.
석호 : 그러니까 남들 안 듣는데서 자백하잖아?
영인 : (웃으면)
석호 : 나 은근히 귀엽지?
노크 소리.
석호 : 네.
들어오는 주정.
석호 : 고모님?
영인 : 오셨어요?
주정 : 몸은 좀 어때요?
영인 : 멀쩡해요, 고모님.
#.13 씬. 커피숍.(낮)
주정, 석호, 커피 마시고 있는.
석호 : (굳어져서 커피 잔 내려놓는) 어, 어떻게?
주정 : 그냥 어떻게 알았어.
석호 : .....
주정 : 조카 참 독한 사람이야. 나 업둥이로 들어왔을 때 겨우 열세 살이었잖아?
오빠나 삼월 할머니는 그렇다 쳐도, 조카가 그 비밀을 지금까지 지켰다는 게 참 대단해.
어느날 갑자기 핏덩어리더러 고모라고 불러야 한다는데, 고깝지도 않았어?
석호 : 고모님?
주정 : (보면)
석호 : 어린 고모님이 집 앞에 버려졌을 때, 실은 어머니와 아버님이 제 동생으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논을 하셨어요. 나이 차이로 봐서도 그게 옳은 거 같다구.
그런데 할머님이 이 아이는 제 자식으로 하겠다고 하셨죠.
그날 밤에 할아버님이 그러셨습니다. 이 아이는 이제부터 네 고모다.
그래서 그날부터 제 고모님이 되신 겁니다.
주정 : 내가 언젠가 그랬지? 조카가 참 이상했다구.
어린 나한테 꼬박 꼬박 존댓말하면서 윗사람 대접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구.
석호 : 그날 이후로 저 단 한번도 고모님이 제 친 고모님이 아니란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저절로 고모님으로 모시게 된 거구요.
주정 : 내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소문으로라도 들은 적 없어?
석호 : 없습니다.
주정 : 그렇구나. 그냥 좀 궁금해서. 날 낳아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석호 : 고모님?
주정 : .....
석호 : (눈물이 글썽해서) 제 동생이 되셨다면, 이 순간에 오빠로 마음 아픈 여동생 다독이면서
맘껏 울어보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주정 : (슬프게 미소 지으며) 날 낳아준 분들,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고맙네. 우리 집 같은 집 앞에 버려줘서.....
#.14 씬. 만기의 방.(낮)
만기, 난을 닦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는.
삼월 : (죄인처럼 주눅이 든 표정으로) 제가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입니다, 회장님.
만기 : 무, 무슨 소리요? 주정이가 내 친동생이 아니란 말을 했단 말이오?
삼월 : 네, 회장님. 왜 그 얘기가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어젯밤 장독대 앞에서 제가 업둥이 소릴 한 거 같습니다.
만기 : 아니, 어쩌다가....
삼월 : 제가 이젠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입니다. 무슨 정신으로 그런 소리를 했는지,
평생 이 집안에 누만 끼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원 하나로 살았는데, 어쩌다 이 꼴이 됐는지.
만기 : .....
#.15 씬. 부엌.(낮)
삼월, 들어와 주저앉으며.
삼월 : 애기씨, 제가 왜 이럴까요? 어쩌자구 주정이한테 그런 말을 해서 회장님 가슴에 못을 박고.
이 꼴로 더 살아서 뭐 할까요?
#.16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영자, 기사 얘기하고 서있는.
영자 : 내가 전달하라는데 다 한 거지?
기사 : 네.
단아, 2층에서 걸레 들고 내려오는.
영자 : 수고했어요.
기사 : (인사하고 나가는)
영자 : 얘 너도 좀 쉬어. 어떻게 하루 종일 그렇게 종종거리니?
단아 : 다 했어요.
영자 : 우리 피부 관리 좀 받으러 갈래? 봄이라 얼굴도 푸석하고 그렇다.
#.17 씬. 천갑의 방.(낮)
영자, 누워있고, 단아 영자 얼굴에 팩을 붓으로 발라주고 있는.
영자 : 이게 녹두팩이라는 거니?
단아 : 네, 집에 녹두가 있길래 갈아서 쌀가루하고 개봤어요.
영자 : 나만 이렇게 호강을 해서 어쩌니? 너도 옆에 누워. 아줌마더러 들어와서 같이 해달라고 하게.
단아 : 아니에요, 어머니.
영자 : (웃으며) 넌 젊어서 자신 있다 그거니?
단아 : 어머님도. 전 나중에 신랑더러 해달라고 하려구요.
영자 : 어머, 어머, 너도 그런 소리 할 줄 아니?
단아 : 어머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저 은근히 뻔뻔해요.
영자 : (웃으면서) 어머 너도 유머 감각 나못지 않다 얘. 아가야?
단아 : 네.
영자 : 그 전임 교수 되는 거 말이야?
단아 : 네.
영자 : 그게 그렇게 힘든 거라면서?
단아 : 네, 좀.
영자 : (단아 손 잡으면서) 네가 맨날 기죽어 지내던 여편네 앞에서 내 위신 세워줬는데,
나도 너 폼 좀 잡게 해줘야 하지 않겠니?
단아 : 무슨 말씀이신지.
영자 : 기다려봐라. 우리 시어머님이 정말 날 위하시는구나 하게 될 거다.
천갑, 들어오는.
천갑 : 시절 좋네.
단아, 일어서며.
단아 : 다녀오셨어요?
영자 : 이게 궁중에서 쓰던 미용 비법이래.
천갑 : 며늘애 들이더니 하루아침에 중전 마마 노릇이구나. 얘야?
단아 : 네, 아버님.
천갑 : 상감마마가 미용에 좀 신경 쓰면 없어 보일까?
단아 : (웃는)
#.18 씬. 커피숍.(낮)
현규, 돌아보는데, 성수, 혜주의 머리를 헤집고 있다.
성수 : 우리 혜주 많이 변했나보다. 이런 데서 아르바이트를 다하구.
혜주 : (어색하게 뒤로 물러서는)
현규 : (살짝 눈에서 불꽃이 튀며, 앞으로 나서는) 어서 오세요.
성수 : (자리에 앉으며) 혜주야? 여기서 뭐가 제일 맛있니? 내가 사줄게.
현규 : (메뉴판 내려놓으며) 알바생은 손님하고 같이 못 먹게 돼있는 게 규칙입니다.
성수 : 그런 규칙이 왜 있지?
현규 : 우리 가게엔 있습니다. 뭐로 드릴까요?
성수 : 혜주야? 뭐가 제일 맛있니?
현규 : 다 맛있습니다.
성수 : 난 혜주한테 물었는데.
현규 : 제가 더 잘 압니다.
성수 : 이상하게 손님에게 좀 적대적인 거 같습니다?
현규 : 제 말투가 원래 그렇습니다.
성수 : 그럼 알바 하기 좀 곤란하지 않나?
현규 : 다른 손님들은 아무 말 안합니다.
친구들 들어오는.
성민 : 어, 성수형?
성수 : 어, 그래.
강하 : (반색하며) 형, 복학 하셨어요?
성수 : 응. 니들은 여전히 붙어 다니는구나.
성민 : 형, 군대 갔다 오시더니 더 멋있어지신 거 같아요.
성수 : 혜주야, 들었니?
혜주 :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현규 : (아니꼬운 표정으로 혜주와 성수를 번갈아보는)
시간 경과.
성수, 계산하는, 현규 받고. 친구들 일어서서.
성민 : 형, 잘 먹었어요.
성수 : (혜주에게) 오늘은 여기 규칙이 그렇다니 할 수 없구,
나중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혜주의 머리 헤집는)
현규 : (뭐야 저 인간)
혜주 : (순간 현규의 눈치를 보면서 뒤로 물러서는데)
성수 : (웃으며) 간다.
친구들 가세요, 형 하고 인사하는, 성수 나가고.
성민 : 저 형 고등학교 때도 인기 짱이었는데.
강하 : 우리 학교 여자애들 저 형 때문에 상사병 걸린 애들 한 둘이 아니었잖냐?
성민 : 근데, 저 형, 혜주한테 관심 있는 거 같지 않냐?
강하 : 그러게. (현규 어깨에 손 올리며) 친구, 자네의 러브 라인은 왜 이리 험난한가.
엄청난 적수가 등장한 거 같은데.
현규 : 니들 가라, 가. (밀어내는)
컵 닦고 있는 혜주, 쓰레기봉투 드는 현규.
현규 : 너 행동 조심해라.
혜주 : (보면)
현규 : 아무한테나 머리 만지게 하고 그러는 거 조심하라구.
혜주 : .....
현규 : (짜증이 난 표정으로) 애가 개념이 없어, 개념이. (쓰레기봉투 들고 나가는)
혜주 : (의아한)
#.19 씬. 강석의 집 거실.(낮)
강석, 들어오는. 단아 기다리고 있는.
강석 : 나 너무 정확하죠? 퇴근하고 딱 30분 만에 집에 도착했잖아요? 기특하죠?
단아 : 네, 너무 기특해요.
강석 : (입 내미는)
순진, 부엌에서 나오며.
순진 : 뭐하려구?
강석 : 넌 집에 정말 안내려가니?
단아 : 어서 다녀왔다구 인사 드려요.
#.20 씬. 천갑의 방.(낮)
천갑, 영자 팩하고 누워있는.
강석, 단아 문 열고.
강석 : 다녀왔습니다.
천갑 : 그래, 아들 방가 방가다.
강석 : 두 분 미모에 너무 신경 쓰시는 거 아니세요?
천갑 : 오늘은 새 애기가 궁중 비법으로 해준 팩이다.
강석 : 제 색시 너무 여러 가지로 부려먹으시는 거 아니세요?
영자 : 부려먹으면 상도 큰 거 가겠지.
강석 : 어머니가 눈깔만한 다이아 사주셨어?
단아 : (웃는)
영자 : 그런 거에 비할 게 아닐 거다.
강석 : 통장 하나 만들어 주시려구요?
영자 : 여보, 우리 아들 너무 속물적인 거 같지 않아?
천갑 : 고스톱 칠 때 봤잖아, 저 놈 아주 계산적이야.
#.21 씬. 강석의 집 식당.(밤)
단아, 찌개 끓이고, 호박 부치고 있는데, 옷 갈아입고 들어오는 강석.
강석 : 왜 혼자예요? 아줌마는?
단아 : 집에 일이 있으셔서 다니러 가셨어요.
강석 : (팔 걷어붙이며 다가오는) 내가 뭐 거들어줄까요?
단아 : 할 줄 아는 것도 쥐뿔 없잖아요?
강석 : 쥐뿔? 막가자는 거지, 지금?
단아 : (웃으며) 그럼, 마늘이나 다져줘요.
강석 : 내 숨은 실력을 보여주겠소.
단아 : 손부터 씻구요.
강석 : 씻고 내려왔네요. 근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단아 : 대체 숨은 실력이 뭔데요?
강석 : 가르쳐주면 제대로 해낸다니까.
단아 : 칼로 잘게 쓸면 돼요.
강석 : 오케이, (칼 잡고 마늘을 쓸려고 하는데 미끄러지면서 손을 베는) 아.
단아 : (놀라서 보고)
강석 : (오버해서 아픈 표정) 피 난다.
단아 : (놀라서 강석의 피난 손을 입으로 무는)
강석 : (그런 단아를 미소 지으며 보는) 우리 잠깐 2층 올라가면 안 될까?
단아 : (강석 손 입에서 빼면서 노려보는) 중증이야, 중증.
강석 : (단아, 허리 잡으면서) 올라가자, 응. 여보.
천갑, 영자 들어오면서.
천갑 : 저녁.....야, 임마. 장소는 좀 가려라.
단아 : (얼른 강석 밀쳐내는)
#.22 씬. 종가 전경.(밤)
태영E : 임마, 그건 아니지.
#.23 씬. 태영의 방.(밤)
동동, 울상이 되서 앉아있고,
말순, 태영 기가 막힌 표정으로 앉아있는.
태영 : 삼각관계도 머리 아픈데, 사각 관계는 좀 그렇지 않냐?
말순 : 이름이 지우?
동동 : 네. 오늘 태권도 학원에 새로 왔는데요.
말순 : 걔도 네 이상형이야?
동동 : 1학년인데요. 저더러 동동 오빠, 그러는데, 너무 귀여워요.
태영 : (퉁명스럽게) 걔도 눈이 똥그랐냐?
동동 : 안경 꼈는데, 무지 똑똑해 보여.
태영 : 그래서, 지금 어쩌자는 건데? 현지랑 서현이 다 재끼고 지우라는 애한테 올인하겠다는 거냐?
동동 :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근데, 있지. 동동 오빠 태권도 진짜 잘한다,
그러는데, 가슴이 막 뛰고....에이, 나도 복잡해 죽겠단 말이야. (일어나 나가버리는)
태영 : 아니, 누가 지 에비 아들 아니랄까봐서 아무 여자 애한테나 껄떡....
(노려보는 말순의 눈과 부딪히고) 자식이 지조도 없이 말이야.
에비는 정신 차리고 조신하게 사는데, 아홉 살 먹은 아들놈이 왜 저런다니?
말순 : 어떡하지? 우리 동동이?
태영 : 뭘 어떡해? 인생 복잡하게 사는 거지.
말순 : 현지하고 서현이한테 몰매 맞으면 어떡하냐구?
#.24 씬. 종가 마당.(밤)
장독대 앞. 동동, 수영 서있는.
동동 : 우리 집에선 큰 아버지가 그래도 제일 생각이 깊으신 거 같아서 의논드리는 거거든요.
수영 : 고맙다. 근데 여자 문제에 있어선 이 큰아버지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동동 : 문제는요, 큰아버지.
수영 : 응?
동동 : 현지랑 서현이는 저를 좋아하는데, 지우는 아직 그런 거 같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이상하게 지우가 더 좋아지는 거 같다는 거예요.
수영 : (끄덕이며) 그럴 수 있지. 원래 자기한테 관심 없는 사람한테 더 끌리기도 하는 거거든.
태영, 마루에서 내다보며.
태영 : 뭐하냐? 너?
동동 : 큰 아버지랑 인생 상담 중이야.
태영 : 야, 그런 건 이 아빠랑 해야지, 왜 큰 아버지랑 하냐? 여자 문제는 큰 아버지 젬병이다.
수영 : (흘겨보면서) 그래도 알만큼은 안다.
태영 : 그러지 말고, 동동아. 그냥 사다리를 타라.
현지랑 서현이랑, 지우 이름 써놓고 사다리 타서 걸리는 애한테 올인해.
동동 : 보셨죠? 큰 아버지? 제가 왜 아빠랑은 의논이 안 되는지.
수영 : 응. 네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25 씬. 마루.(밤)
태영, 마루에 서서 마당 보면서.
태영 : 인생 복잡하게 살 거 없다니까.
말순, 진아 상 들고 부엌에서 나오는.
말순 : 저러니까 맨날 동동이한테 무시당하지.
진아 : (쓸쓸하게 미소 지으며) 참 보기 좋아요.
말순 : 뭐가요? 아들한테 무시당하는 게요?
진아 : 아들하고 저렇게 옥신각신 하시며 사시는 모습이요.
말순 : 그럼 형님도 빨리 아들 하나 낳으세요.
진아 : ......
#.26 씬. 부엌.(밤)
삼월, 맥 놓고 앉아있는. 진아 들어오면서.
진아 : 할머니, 진지 드셔야죠.
삼월 : 난 생각 없으니 먼저 먹어요.
진아 : 할아버님도 생각 없다고 나중에 드신다고 하시는데.
삼월 : 다 내 죄라우.
진아 : (의아하게 보는)
#.27 씬. 포장마차.(밤)
술 마시고 있는 주정과 병도.
병도 : 선배?
주정 : (보면)
병도 : 그냥 울어라. 울고 싶을 거 아냐?
주정 : 왜? 왜 울고 싶어? 천애 고아로 살 팔자였는데, 운이 좋아서 좋은 집안 딸로 살게 됐는데.
병도 : 그러지 말고 그냥 울어.
주정 : 난 말이다, 병도야. 너무 너무 후회가 된다.
병도 : 뭐가?
주정 : 20년 가까이 우리 아버지한테 나 못할 짓 너무 많이 했거든.
아무 것도 모르고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못살게 했냐고 갖은 행패 다 부렸다.
병도 : 그거야....
주정 : 딱 한번만, 정말 딱 한번만 우리 아버지.....만나봤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 앞에서.....딱 한번만 소리 내 울면서 아버지, 잘못했어요. 그러고 싶은데.....
#.28 씬. 천갑의 방.(밤)
천갑, 영자, 단아, 강석 고스톱 치고 있는.
천갑 : (신이 나서) 투 고 들어가시고.
영자 : 오늘 당신 날 받았다.
천갑 : 나 흔든 거 표시 해두고. 아가야, 피박은 좀 면해라.
단아 : 네, 아버님, 노력 중이예요.
강석 : 아, 오늘 당신 실력발휘 너무 못한다.
천갑 : 패가 안 붙어주면 실력 발휘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다. 뭣들 하냐? 투고라는데.
영자 : 낼 것도 없는데, 그래, 애기 너 피박이나 면해라. (똥 쌍피를 내놓는데)
단아 : 네, 어머님. (똥 먹고 싸는)
영자 : 어머, 얘 그걸 싸면 어떡하니?
천갑 : (똥 한 장 이마에 붙이면서) 그러니까 초짜는 조심해서 먹어야지.
아들아, 현금 준비해라. (또 먹으면서) 쓰리고 들어가신다.
강석, 울상이 되서 만 원짜리 천갑에게 주는.
강석 : 8천원은 달아둘게요, 아버지.
천갑 : 야, 외상은 곤란하지. 시계 풀어라, 시계.
강석 : 아버지, 그런 법이 어딨어요? 아버지는 달아두셨으면서?
천갑 : 오늘은 그래서 현금 두둑하니 준비해 왔잖냐? 어서 풀어, 시계.
강석 : 아버지가 무슨 전당포 주인이세요?
천갑 : 좋게 말할 때 풀어라. 하루에 이자 10퍼센튼 건 알지?
강석 : 그건 고리 대금이거든요, 불법이라구요.
천갑 : 너 지금 하루에 8백 원 이자내기 싫어서 에비를 고리대금업자로 모는 거냐?
단아 : 그냥 좀 풀죠.
천갑 : 그래, 새애기 화끈 한 것 좀 보고 배워라.
강석 : (울상이 되서 시계 풀어 천갑 앞에 내놓는)
천갑 : 5만원 쳐준다. 옛다 4만 2천원 거스름돈.
강석 : 아버지, 겨우 5만원이요?
천갑 : 원래 이런 건 전당포 주인 마음인 거다.
강석 : (일어서는)
천갑 : 어디 가냐?
강석 : 억울해서 돈 찾아오려구요.
천갑 : 그래, 잘 생각했다, 넉넉하게 찾아와라.
강석 : 당신 나 다녀오는 동안 복구해 놔.
단아 : 노력해볼게요.
강석 : 노력만 하지 말고, 이를 악물어, 이를. (나가는)
영자 : 강석이 쟤 진짜 열받았나봐.
천갑 : 저 자식 지고는 못사는 거 몰라? 오늘 진짜 피 튀기는 혈전이 되겠네.
#.29 씬. 강석집 앞.(밤)
혜주의 차 다가오는.
운전석에서 내리는 현규, 내리는 혜주.
혜주 : 운전 안 해줘도 이젠 좀 하는데.
현규 : 그냥 할 일도 없고 해서 해준 거야.
걸어오는 강석.
현규 : (인사하는)
강석 : 오랜만이다.
현규 : 네.
혜주 : 어디 갔다 와?
강석 : 요 아래 편의점 가서 현금 찾아온다. 네 새언니랑 아버지 또 한판 붙으셨거든. 참, 현규 너?
현규 : (보면)
강석 : 고스톱 칠 줄 아냐?
현규 : 네? 네.
강석 : 그럼 들어가서 남자들끼리 정식으로 한판 붙을래?
혜주 : 오빠, 왜 그래?
강석 : 재미있을 거 같지 않냐?
혜주 : (현규 등 밀면서) 가요.
현규 : 아니, 해보겠습니다.
강석 : (씩 웃으며) 그럴래? 판돈은 내가 대줄게.
현규 : 아닙니다, 오늘 알바비 받은 거 있습니다.
혜주 : 왜 그래요? 정말? 오빠, 먼저 들어가.
강석 : (웃으며) 얘기 잘 끝내고 들어와라. (들어가면)
혜주 : 어서 가요.
현규 : 싫어.
혜주 : 우리 집에서 왜 고스톱을 쳐요? 얼마나 거북할 텐데.
현규 : 하교수님하고 부딪쳐도 이젠 거북하지 않다는 거 너한테 보여주려구.
혜주 : .....
#.30 씬. 천갑의 방.(밤)
천갑, 강석, 현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천갑 : 야, 이거 남자들끼리 치니까 스릴 만점이다.
강석 : 너 진짜 칠 줄은 아는 거냐?
현규 : 인터넷 고스톱으로 신까지 간 실력 입니다.
천갑 : 그게 실전하곤 좀 다르지 않나?
현규 :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천갑 : 정신 상태 좋고.
영자 : 근데, 학생 데리고 앉아서 돈 따먹기 하는 건 좀 어른이 할 짓이 아닌 거 같은데?
천갑 : 이게 다 친목도모 아닌가?
#.31 씬. 강석의 집 식당.(밤)
단아, 과일 깎고, 찻물 끓고 있는. 혜주 찻잔 내놓고 있는.
혜주 : (안절부절하는 느낌으로)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들어와서 고스톱 치자고 하는 오빠도 이상하고, 안가고 거기 끼어 앉아있는 현규 오빠도 이상하구.
단아 : 현규 오빠라고 부르나 봐요?
혜주 : 네.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서.
단아 : (미소 짓고) 왜 들어와서 고스톱 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현규?
혜주 : .....
단아 : 우리 아가씨 너무 눈치 없으시다.
#.32 씬. 천갑의 방.(밤)
단아, 혜주, 찻상을 들고 들어오는데.
강석 : 야, 야. 너 타짜지?
현규 : (웃고) 그냥 열심히만 하고 있는 중인데요.
천갑 : 아니, 무슨 쪽 화투를 그렇게 잘 쳐?
영자 : 역시 머리 좋은 사람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네. 뒤 패까지 다 읽는 거 같아.
강석 : 어머니, 이 아들도 머리는 나쁜 편 아니거든요.
영자 : 근데 왜 넌 판판이 그렇게 싸대니?
단아 : 간식 좀 드시면서 하세요. 아버님.
천갑 : 지금 간식이 문제가 아니다.
영자 : 오늘 초장에 잘 된다 싶더니, 당신은 어째 따는 날이 없어.
천갑 : 판은 끝나봐야 아는 거다.
#.33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천갑, 영자, 강석, 단아, 혜주. 현규 배웅하고 있는.
현규 : (혜주에게 딴 돈 주면서) 맡아둬.
천갑 : 아니, 딴 걸 주고 가면 어쩌나? 그게 다 인건빈데.
이번 주 토요일에 다시 붙으려면 판돈이 있어야지.
현규 : 그때까지 혜주더러 맡아두라고 하는 겁니다. 너 이걸로 뭐 사먹고 그러면 안돼.
혜주 : (웃으며 받는)
천갑 : 내 성격상 밤을 새워서라도 승부를 봐야 하지만 오늘은 처음이고 하니 맛뵈기만 한 걸세.
다음에 올 때는 편한 옷도 가지고 와. 아예 밤을 샐 테니까.
현규 :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34 씬. 천갑의 방.(밤)
천갑, 영자 들어오는.
천갑 : 애 볼수록 괜찮지?
영자 : 그러게. 혜주랑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천갑 : 참 분위기 파악도 못한다, 당신.
들어와서 고스톱 치겠다고 했을 땐, 저도 어느 정도는 마음에 결정이 된 거야.
영자 : 그런 거야?
천갑 : 내가 평생을 감 하나로 살아온 사람이다. 두고 봐라. 저 놈 내 사위 되겠다고 할 날 있을 테니까.
#.35 씬. 강석의 방.(밤)
강석, 단아, 잠옷으로 갈아입는.
강석 : 오늘 출혈 너무 심했다.
단아 : 현규가 안 왔으면 오늘은 아버님 기분 좀 맞춰드릴 수 있었는데.
강석 : 뭡니까? 지금 요령껏 잃어드린 거다, 그겁니까?
단아 : 나 너무 머리 좋죠? 티도 안 나게 잃어드리고?
강석 : 남 시계까지 잡히게 해놓고, 머리 좋다고 하는 이 여자 봐라, 봐.
단아 : 그래도 현규랑 아가씨 가까워진 거 같아서 마음은 좋아요.
강석 : 불리해지니까 말 돌리시고.
단아 : 누구처럼 눈에 불을 켜고 덤벼도 안 되는 사람하고야 같겠어요?
강석 : 슬슬 또 자극한다. 이 여자.
단아 : 이보세요, 이보세요, 아저씨. (강석 팔 잡으면서) 과한 건 부족한 것만 못한 거거든요.
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휴식이 필요하시거든요.
강석 : 30년 넘게 휴식 너무 많이 했소. (단아를 침대로 잡아당기려고 하면)
단아 : (얼른 도망치면서, 싸대기 끌어다 안기는) 오늘은 대타예요. 얘 끌어안고 자요.
강석 : 이 사람이, 누굴 변태로 아나. (싸대기 옆으로 던지면서 단아 허리 끌어안는)
#.36 씬. 종가 마당.(밤)
주정, 술기운 있는 모습으로 들어오는. 만기 평상에 앉아있는.
주정 : 왜 나와 계세요?
만기 : 너 기다렸다.
주정 : (앉는)
만기 : 술 마셨냐?
주정 : 네, 조금요.
만기 : 삼월네가 너한테 말실수를 했다구?
주정 : (보는)
만기 : 생전 그런 적 없는 양반인데, 그 양반도 이젠 늙나보다.
주정 : 삼월 할머니가 그러세요? 말실수 했다구?
만기 : 주정아?
주정 : 네.
만기 : 네가 아버지, 어머니께 얼마나 큰 기쁨을 드린 아인 줄 아느냐?
주정 : ......
만기 : 어머님, 아이를 낳지 못하셔서 첫 결혼에 실패를 하신 어른이셨다. 그런데 네가 들어왔지.
어머님, 널 보시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시면서 하늘이 주신 내 아기네요, 그러시더구나.
그날부터 금이야 옥이야 널 싸안고 키우셨다.
주정 : (눈물이 맺히는)
만기 : 아버님이 너와 경섭이 사일 그렇게 반대하신 것도
그 어른께는 네가 세상에 없는 귀한 자식이어서 그랬던 거다.
내가 널 경섭이와 같이 떠나보내고 싶어 했던 것도
넌 세상에 없는 귀한 내 동생이었기 때문에 그런 거구.
주정 : 이젠.....알아요, 오빠.
만기 : (주정의 손을 잡고) 그러니 부디 너무 많이 아파하지 말거라.
주정 : (고개를 숙이고 우는)
만기 : (주정의 손을 잡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37 씬. 강석의 방.(밤)
강석, 꿈을 꾸고 있는. 단아가 칼에 찔리던 모습.
강석 : (식은땀을 흘리며 괴롭게 신음하고 있는)
단아 : (눈을 뜨고, 강석을 보는)
강석 : (괴로워하는)
단아 : (일어나 앉으며, 강석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우는) 강석씨? 강석씨?
강석 : (놀라 눈을 뜨는)
단아 : 무슨 꿈을 꾼 거예요?
강석 : (일어나 앉으며, 와락 단아를 끌어안는)
단아 : (강석의 등을 쓸어내리며) 나쁜 꿈 꿨어요?
강석 : ..... 나 그 약속 못 지킬 거 같아.
단아 : .....
강석 : 당신 놔두고 먼저 죽는 일 없을 거라는 약속. 당신 없이 나 혼자 남는 거 못할 거 같아.
단아 : (강석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그래요, 우리 같은 날, 같이 가요.
혼자 남겨져서 하루도 사는 일 없게 해달라고 살면서 빌어 봐요.
#.38 씬. 야외 장소.(밤)
폐인이 된 선태. 소주병을 들고 앉아 멍한 눈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다.
선태 : (소주를 마시면서, 순간 분노에 찬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39 씬. 강석의 집 전경.(낮)
#.40 씬. 강석의 집 거실.(낮)
단아, 청소하고 있는데, 순진, 오징어 먹으면서.
순진 : 새언니는 교수보다 도우미 아줌마가 천직인 거 같아요.
영자, 식당에서 찻잔 들고 나오며.
영자 : 참 말도 이쁘게 하지. 교수에 집안일까지 잘하는 거 보면 뭐 느껴지는 거 없니?
순진 : 참 사서 고생이다 그러죠 뭐.
단아의 핸드폰 울리고.
단아 : (앞치마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받는) 네? 교수님? 네, 잘 있어요.
네? 무슨 일이신데요? 네. 나갈게요. 그럼 조금 있다가 봬요, 교수님. (전화 끊는)
영자 : (뭔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왜 학교에서 나오래?
단아 : 네, 교수님께서 할 얘기가 있다고 좀 나오라고 하시네요.
영자 : 그래? 그럼 어서 준비하고 나가.
#.41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들어오는. 남교수 일어서는.
단아 : 교수님?
남교수 : 어서 와. 얼굴 좋아졌다. 신혼 재미 좋은가보지?
단아 : (미소 짓는)
남교수 : 신랑이 잘해주지?
단아 : 네.
남교수 : 앉자.
남교수, 단아 찻잔 들고 앉아있는.
남교수 : 어떻게 된 거야?
단아 : 네?
남교수 학과장님하고 노교수님, 박교수님께 케잌 보냈다면서?
단아 : (의아하게) 케잌요?
남교수 : 세 분 다 너무 어이 없어하시던데? 하교수가 그랬을 리는 없고, 어떻게 된 거야?
단아 : 무슨 말씀이신지?
남교수 : 모르는 일인 거니?
단아 : (멍하니 보는)
울리는 전화벨.
남교수 : (일어나서 전화 받고) 네, 교수님. 네, 하교수 왔어요. 지금 같이 가겠습니다.
#.42 씬. 노교수 사무실.(낮)
단아, 남교수, 노교수 앉아있고,
노교수 : (케잌 상자 세 개를 앞에 내놓는) 하교수 이름으로 왔지만,
자네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단아 : (여전히 의아한)
노교수 : 안에 꽤 큰 액수의 돈이 들어있던데?
단아 : (굳어지고)
노교수 : 학과장님하고 박교수님은 세미나 가시면서 나에게 돌려주라고 하셨네.
내 생각에는 남편 되는 사람이 한 일이 아닌가 싶은데.
단아 : .....
노교수 : 전혀 모르는 일인가?
단아 : 네.
노교수 : 족보 사겠다고 쫓아다닐 땐, 좀 껄끄러운 친구였지만,
주례 서달라고 인사 왔을 때 보니 많이 변했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구만.
단아 :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한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노교수 : 그럼?
단아 : 저희 시부모님께서 하신 일이 아닌가 싶은데....
노교수 : (혀를 차면서) 이게 문제를 삼자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네.
나나 두 분 교수님이나 하교수가 어떤 사람이니 아니 조용히 덮고 가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야 하네.
단아 : 죄송합니다, 교수님.
#.43 씬. 남교수 사무실.(낮)
남교수, 단아 들어오는.
남교수 : 두 분 중에 어느 분이신 거 같아?
단아 : 모르겠어요. 시어머님이시지 않을까 싶긴 한데.
남교수 : (쿡하고 웃는)
단아 : (보는)
남교수 : 결혼 그렇게 반대하시더니, 이젠 이뻐 어쩔 줄 모르시나보구나. 이런 일까지 너 모르게 하신 거 보면.
단아 : 순박한 분이세요.
남교수 :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 생각하시는?
단아 : (무안한)
남교수 : 어이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쁨 받고 산다니 마음은 놓인다. 가자, 데려다줄게.
단아 : 아니에요.
남교수 : 케잌 상자 세 개씩이나 들고 택시 타려구? 근데 정말 얼마나 넣으셨는지 궁금하긴 하다.
단아 : 교수님.
#.44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천갑, 강석 들어오는. 영자 기다리고 있는.
영자 : 어떻게 같이 들어와요?
천갑 : 집 앞에서 만났어.
강석 : 이 사람은요?
영자 : 학교에서 나오라고 해서 나갔어. 뭐 좋은 일인 거 같던데.
#.45 씬. 강석의 방.(낮)
강석, 옷 갈아입고, 핸드폰 버튼 누르는.
강석 : 학교에요?
단아E : 아니에요. 집에 다 와가요.
강석 : 무슨 일인데, 나갔어요? 학교에서 나오라고 했다면서요?
단아E : 가서 얘기해요. (전화 끊기고)
강석 : 어라, 전화 먼저 끊는 이 버릇 또 도졌네. 들어오기만 해봐.
#.46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영자, 전화 중. 천갑, 옷 갈아입고 연속극 보고 있고,
강석 2층에서 내려오는.
영자 : 네? (당황해서)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걸 어떻게 사모님께서? (듣다가 일어서는)
천갑 : 또 무슨 일이냐?
영자 : 아니에요, 그거 우리 며늘애가 그런 거 아닌데. 어머, 어머. 어떡해, 어떡해.
그게 안 되는 일인 거예요? 어떤 영화에서 보니까 다 그렇게 하는 거 같던데. 어머, 어떡해.
(울상이 되서) 네, 네, 들어가세요.
천갑 : 무슨 일인데? 얼굴이 그 모양이냐?
강석 : (다가와 서는)
영자 : 어떡해? 여보?
천갑 : 뭘?
영자 : 하교수가 그 여편네 앞에서 내 위신 세워준 게 너무 기특해서 내가....내가....
천갑 : 내가 뭐?
영자 : 박기사한테 하교수 학교 이사장님하고 교수님들 주소 알아오라고 했거든.
천갑 : 그건 왜?
영자 : 우리 애 전임되는데 힘 좀 써주십사 하고 케잌 하나씩 보내드렸거든.
천갑 : 케잌?
강석 : 어머니, 그런 일을 왜?
천갑 : 케잌 하나씩 보내드린 거야 뭐 어떠냐? 뭐 그걸 가지고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호들갑을 떠냐?
영자 : 근데..... 내가 거기다 돈을 좀.....
강석 : 어머니.
천갑 : 참 시키지 않는 짓도 한다. 지금 그 전화는 누군데?
영자 : 다른 학교 교수 사모님이신데. 어제가 하필이면 하교수 학교 이사장님 생신이셨대.
대학 동창인 교수님들이 부부 동반으로 그 댁에 모였었는데 내가 보낸 케잌 도착했다지 뭐야.
그냥 케잌 줄 아시고 꺼냈는데.....
천갑 : 돈이 나온 거겠구만.
영자 : 이사장님 민망해서 어쩔 줄 모르시고, 거기 모인 교수님들은 이상하게 의심하시고.
지금 전화하신 사모님이 그러는데, 며느님이 괜한 짓을 한 거 같다구.
(울먹이면서) 우리 하교수 전임 되는데 문제 있을 거 같대. 어떡해, 여보.
천갑 : 진짜 사고도 여러 가지로 친다.
강석 : (암담하고)
아줌마 들어오는. 장바구니와 케잌 상자 들고.
아줌마 : 사모님? 며느님 학교 이사장님 댁에서 보내셨다는데요.
영자 : (주저앉아 얼굴 가리면서) 난 정말 뭐든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천갑 : 왜 뭐든을 그런 식으로 해?
단아, 들어오는. 케잌 상자 세 개 들고.
단아 : 다녀왔습니다.
영자 : 몰라, 몰라. (얼굴을 가리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천갑 : 창피한 줄은 아냐?
강석 : (암담하게 단아를 보는)
단아 : (괴로운 심정으로 보는)
천갑 : 네 어머니가 사고 친 케잌이냐?
단아 : .....
천갑 : 참 너 볼 낯이 없다.
#.47 씬. 강석의 방.(낮)
강석, 단아 들어오는.
단아 : 걱정하지 말아요. 교수님들께서 조용히 덮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강석 : 케잌 하나 더 있어요. 아주머니가 들고 있던 케잌.
단아 : (멍하니 보는)
강석 : 이사장님께도 보내셨대요.
단아 : .....
강석 : 다른 학교 교수님들도 계신 자리에서 뜯으셨구요.
단아 : .....
강석 : (단아 어깨 잡으며) 미안한 일 또 만들었네요.
단아 : .....
#.48 씬. 만기의 방.(낮)
만기, 석호, 영인 앉아있는.
만기 : 너무 일찍 퇴원한 건 아니냐?
영인 : 아니에요, 이젠 안정 됐다고 퇴원해도 된다고 해서 한 걸요.
만기 : 나이도 있고 하니 아무쪼록 조심 하도록 해라.
영인 : 네, 아버님.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49 씬. 부엌.(낮)
영인, 옷 갈아입고 들어오는. 진아, 말순, 조만 일하고 있는.
영인 : 할머님은?
진아 : 편찮으세요.
영인 : 어디가?
조만 : 그냥 일어나시질 못하세요.
#.50 씬. 삼월의 방.(낮)
삼월 누워있는, 영인 옆에 앉는.
영인 : 할머니?
삼월 : (눈 뜨고 일어나 앉는)
영인 : 편찮으시다면서요?
삼월 : 아니에요, (머리 만지면서) 괜히 할망구 엄살이죠 뭐.
영인 : 할머니, 어디가 안 좋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숨기려고 하지 마시구요.
삼월 : 죽을 때가 되서 골골하는 거예요. (일어나려고 하면)
영인 : 그냥 쉬세요.
삼월 : 아니에요, 이젠 그만 일어나야지요.
#.51 씬. 마루.(밤)
영인, 태영, 말순, 진아, 주정, 삼월, 조만 동동 식사하고 있는.
동동 : (수저만 들고 앉아있는)
영인 : 동동이 왜 그렇게 밥을 못 먹니?
태영 : 이 자식 사각 관계에 얽혀서 그래요.
영인 : 그게 무슨 소리야?
태영 : 이상형이 자꾸 자꾸 나타난대요, 이 자식 눈앞에.
주정 : 참 피는 못 속인다.
태영 : (얼른 말순 눈치 보고) 할머니 그런 식으로 말씀 하시면 곤란하죠. 저 개과천선한지가 언젠데.
말순 : 개과천선한 서방님, 많이 드세요. (생선 발라서 밥에 놔주면)
태영 : (윽하고 입 가리는) 아, 비려.
말순 : 뭐해?
태영 : (윽윽 하면서 구토하는 시늉하고)
주정 : 금슬 좋은 부부는 남편도 같이 입덧을 한다던데,
어째 작은 손주 며느님은 멀쩡하신데, 너만 윽윽 거리냐?
#.52 씬. 만기의 방.(밤)
만기, 석호, 수영 식사하고 있는.
태영E : 이게 입덧인 거예요?
주정E : 내가 보기엔 그렇다. 작은 손주 며느님 입덧하는 남편 때문에 고생 좀 하시겠어요.
석호 : (미소 지으며) 그 놈 참 별나기는.
(수영에게) 너흰 아직 소식이 없는 거냐? 태영이보다 네가 더 급한데.
수영 : .....
만기 : (석호를 보는)
#.53 씬. 종가 마당.(밤)
만기, 석호 평상에 앉아있는.
만기 : 수영이가 말이다.
석호 : 네.
만기 : 몸에 문제가 좀 있구나.
석호 : 네?
만기 : 생산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먼저 아이와도 이혼까지 가게된 거 같고.
석호 : 아버님?
만기 : 새아기는 다 알고 있다고 하는구나.
석호 : (어깨가 내려앉는)
만기 :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어쩌겠느냐.
그걸 알면서도 수영이와 결혼을 해준 아이에게 고마워하며 사는 수밖에.
석호 : .....
#.54 씬. 석호의 방.(밤)
석호, 영인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석호 : 큰 아이 얼굴을 어찌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
영인 : .....
석호 : 나이도 어린데 그걸 혼자 속으로만 삭히고 있을 걸 생각하니 가여워서.....
영인 : .....
석호 : 작은 아이 임신한 게 얼마나 부러울까.
영인 : 아버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 거야?
석호 : 수영이와 입양 문제를 의논하셨다고 하시던데.
영인 :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이야. 문제가 있다는 거 알면서도. 누구보다 더 많이 사랑하면서 살 거야.
#.55 씬. 수영의 방.(밤)
수영, 석호 서있는.
석호 : 차마, 큰 아이 얼굴 보면서 말이 안나올 거 같구나. 내가 진심으로 고마워한다고 전하거라.
수영 : 네, 아버지.
석호 : (수영 어깨 잡았다 놓으면서) 평생 네 안사람 마음 아픈 일 만들지 말고 살거라.
수영 : 네.
#.56 씬. 태영의 방.(밤)
말순, 수건으로 얼굴 닦으면서 들어오는데, 태영,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면서.
태영 : 나 어쩌냐? 말순아?
말순 : 왜?
태영 : 신 게 먹고 싶은 거 있지.
말순 : (기가 막히고) 골고루 해라.
태영 : 집에 귤 없냐?
#.57 씬. 마루.(밤)
말순, 귤 사들고 걸어오는, 주정, 화장실에서 나오는.
주정 : 어디 갔다 와?
말순 : 그이가 귤이 먹고 싶다고 해서요.
주정 : (킥 웃으며) 입덧 제대로 하나보다.
말순 :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제가 신 게 먹고 싶다고 하고, 그이가 사러 다녀야 하는 거잖아요?
주정 : 억울하겠지만 참아. 그러게 누가 별난 애를 남편으로 고르래?
진아, 부엌에서 나오다가 두 사람 얘기를 듣는.
진아 : (착잡한 표정이 되는)
주정 : (돌아보며, 진아에게) 걱정하지 마, 큰 손주 며느님은. 수영인 입덧까지 하면서 괴롭히진 않을 테니까.
아니다 또 모른다. 금슬론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커플들이시니 더하면 더 할지도.
진아 : (어색하게 미소 짓는)
#.58 씬. 태영의 방.(밤)
태영, 귤을 열심히 먹고 있는. 말순, 어이없어서 보는.
귤껍질 수북하니 쌓여있다.
말순 : 그렇게 맛있냐?
태영 : 응. 귤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진짜 몰랐다. 어, 그런데 어쩌냐....
말순 : 왜 또?
태영 : 나.....
말순 : 나 뭐?
태영 : 갑자기 족발이 땡긴다.
말순 : (버럭) 거지 삼신이 씌였냐?
#.59 씬. 천갑의 방.(밤)
영자, 머리에 띠 두르고 죽을상으로 앉아있는, 옆에 앉아있는 천갑.
그 앞에 강석, 단아.
천갑 : 뭘 잘했다고 머리까지 싸매고. 아무리 우리 집안이 돈이면 안 되는 일 없다 주의로 살아왔어도 그렇지.
돈질을 할 때가 있고, 안할 때가 있는 거지. 내가 얼마나 귀에 못이 박히게 말을 해왔냐?
난 가방끈이 짧아서 선생님들은 무조건 존경한다구.
영자 : 예전엔 그게 다 먹혔단 말이야. 학교 때 강석이 쟤 반장 시킨 것도 다 촌지 찔러주고....
강석 : 어머니, 그렇게 말씀 하시면 곤란하죠. 제가 똑똑해서 반장을 한거지.
영자 : 꼭 그런 건 아니야, 얘. 너 애들한테 인기 없었잖아?
강석 : 진짜 말씀 이상하게 하시네요.
천갑 : 간혹 가다 그런 선생님들이 계신지도 모르겠지만 나 때는 안 그랬다.
내가 비렁뱅이나 다름없이 학교 다닐 때, 우리 담임선생님이 월사금도 대신 내주시고....
(울먹해서) 도시락도 두 개 싸오셔서 먹이시고..... 내가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버럭) 왜 쓸데없이 선생님들한테 돈질을 해서 문제를 만들어?
영자 : 그래, 난 무식해서 천지분간 안되는 여편네야.
단아 : 어머니?
영자 :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난 정말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하고.
단아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영자 : 너 전임 되는데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단아 : 제가 더 노력하면 돼요, 어머니.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학생들 가르치고 그러면 이번 일 금방 잊어주실 거에요.
영자 : 그럴까?
단아 : 네. 그러니까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어머님 병 나실까봐 걱정 돼요.
영자 : 얘야?
단아 : 네?
영자 : 너도 학교 때 반장 같은 거 했니?
단아 : 몇 번 했는데요.
영자 : 촌지 같은 거 없이?
단아 : (미소 지으며) 전 애들한테 인기가 좀 있는 편이라서 그런 거 없이도 됐어요.
강석 : 지금 뭣들 하시는 겁니까?
영자 : 내가 이런 문제 일으킨 건 강석 쟤 때 경험이 크게 작용한 거다, 너. 그건 꼭 좀 알아줬으면 싶다.
단아 : 네.
강석 : (버럭) 네는 뭐가 네야?
#.60 씬. 강석의 집 전경.(낮)
#.61 씬. 강석의 집 거실.(낮)
강석, 보약 상자 들고 서있고, 단아 그 옆에.
천갑, 영자 서있는.
영자 : 임산부한테 정말 좋은 보약이니까 삼시 세끼 꼭 챙겨 드시라고 전해라.
단아 : 네.
천갑 : 우리도 온천 갈 거니까 오늘은 친정에서 자고 오거라.
단아 : 네.
강석 : 다녀오겠습니다.
#.62 씬. 종가 앞.(낮)
차에서 내리는 강석과 단아,
조만, 안절부절하는 모습으로 서있는.
단아 : 왜 나와 있니?
조만 : 할머니가 없어지셨어.
단아 : (놀라서) 없어지셨다니?
조만 : 아침 드시고 너 온다고 장 보러 가셨거든. 근데 아직까지 안 들어오셔.
단아 : 아침 드시고 나가셨으면 벌써 몇 시간짼데?
순찰차 다가오는. 말순, 장기 차에서 내리는.
말순 : 아가씨 오셨어요?
단아 : 네.
말순 : 할머니 아직도 안 들어오셨죠?
조만 : 네, 이런 일 없으셨는데.
장기 : 시장이랑 동네 다 찾아봤는데 안보이시네요.
말순 : 우린 또 찾아볼 테니까 들어오시면 연락주세요.
조만 : 네.
장기, 말순 순찰차에 타는.
조만 : 큰 오빠랑 작은 오빠도 찾으러 나가셨어.
단아 : (강석에게) 우리도 찾으러가요.
강석 : 그래요.
차에 타는 강석과 단아.
#.63 씬. 길 - 강석차안.(낮)
운전하는 강석과 그 옆에 단아.
단아 : (두리번거리는)
강석 :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단아 : 시장에 가셔도 한 시간 넘기는 일 없이 돌아오시는 어른이세요. 집 오래 비우는 거 싫으셔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잠깐만이요.
강석 : 왜요?
단아 : ......
#.64 씬. 민속촌 앞 주차장.(낮)
강석과 단아, 차에서 내리는.
단아 : 예전에 할머니랑 온 적 있어요. 그때 어려서 사시던 우리 할머니 친정하고 너무 똑같은 집이라고
신기해하신 적이 있거든요.
강석 : 설마, 식구들한테 말씀도 안하시고 오셨을까요?
단아 : 혹시나 싶어서요.
#.65 씬. 민속촌 내 양반집.(낮)
강석, 단아 두리번거리는.
단아 : 안 오셨나 봐요.
강석 : .....
#.66 씬. 민속촌 내 개울가.(낮)
강석, 단아 걸어오는데.
단아 : 가만요. (양미간 모으는)
개울가에 등을 돌리고 쪼그리고 앉은 뒷모습이 삼월처럼 보인다.
#.67 씬. 민속촌 내 개울가.(낮)
단아, 강석 걸어오는.
단아 : (걸음이 빨라지면서) 할머니?
등을 돌린 삼월 물만 해적이고 있는.
단아 : (다가가서) 할머니?
강석, 뒤따라오고.
단아 : 할머니?
삼월 : (고개를 돌리는)
단아 : (안심이 되면서) 할머니?
삼월 : (일어서며) 애기씨?
단아 : .....
삼월 : (단아 머리 쓰다듬으면서) 아니, 애기씨 머리가 왜? 머리까지 잘라 파신 거예요?
서방님이 아시면 얼마나 더 미안해 하시라구, 왜 그러셨어요?
단아 : (멍하니 보는)
삼월 : 그 삼단 같던 머리칼을.....차라리 제 머리칼을 잘라 팔면 되는데....
단아 : (끌어안으며 목이 메어서) 왜 그래? 할머니?
삼월 : .....
강석 : (그 모습을 뒤에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