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6월25일
텀블러사랑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는데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스타벅스 텀블러를 선물로 가져왔다고 한다. 나의 텀블러사랑은 남다르다. 집에서도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담아두고 겨울에는 따스한 차나 물을 담아놓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자리끼로 언제나 텀블러에 물을 담아서 책상 위에 놓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을 헹구고 물을 마시는데 그때도 저녁에 자리끼로 준비한 텀블러 물을 마신다.
애장하는 텀블러의 입구가 헐렁해져서 뚜껑이 저절로 열리는 일이 잦아서 당황하는 일이 생겼다. 시골집에 가면서 작업복을 챙긴 종이가방에 텀블러를 함께 넣었는데 차가 흔들리면서 뚜껑이 열리고 물이 쏟아져서 옷이 다 젖고 종이가방도 찢어지는 소동이 났었다. 몇 개 텀블러가 있는데 보온병처럼 나온 구시대 물건이고 애들을 키울 때 사용하던 것이라 용량도 턱없이 적다,
몇 개는 싱크대 위 칸에 장식처럼 넣어두었는데 날 잡아서 버릴 생각이다. 아깝다고 마냥 쌓아두면 싱크대가 내려앉을지도 모른다. 연식이 20년이 넘어가는데 살살 조심스럽게 가볍게 다뤄야 한다. 아직은 써야 하는 조금은 서글픈 현실을 받아들이고 달래가면서 구순을 훨씬 넘긴 시어머님 대하듯 사용해야 한다.
친구가 새로 생긴 일식 식당으로 안내했다. 최근 들어 와보지 않았는데 그새 새로 생긴 식당도 있고 카페도 보였다. 미술관처럼 아름다운 카페도 생겼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어느 날 마음이 간지러운 날에 친구에게 시원한 커피를 사줘야겠다. 일본풍으로 실내장식이 깔끔하고 공간도 넓고 시원한 식당이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구에 늘어선 화환이 우리를 주인보다 먼저 반갑게 맞아주었다.
손님도 제법 많아서 먹는 맛이 더했다. 메밀국수와 돈가스가 함께 나왔다,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 식사하는 일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무더운 날에 냉방이 아주 잘 된 정갈한 식당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때 얼굴에서 사랑이 넘쳐날 것이다. 얼마나 예쁜지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내일 서울로 일찍 출장을 간다고 해서 산책은 접고 자동차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가는 스타벅스가 오후 7시가 조금 넘었는데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맛있는 캔 커피가 있다고 두 개를 사 왔는데 저녁에는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조금 미안했다. 어지간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도면 어찌 마시겠는데 너무 진해서 캔 커피니까 보관했다가 나중에 먹으라고 했다. 선물로 준 텀블러가 디자인이 너무 예뻤다. 친구의 딸이 디자인했다고 하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세 개를 선물로 주었다. 갑자기 텀블러 부자가 되었다. 늘 곁에서 지켜주는 수호신이 될 것이다.
한양으로 출장 가는 먼 길이니 일찍 헤어졌다. 좋은 성과를 안고 돌아오라고 기운을 팍팍 넣어주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친구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