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전라남도 장흥 송백정 목백일홍과 편백숲, 강진 병영마을 돌담길,
보성 강골마을과 녹차밭으로 천하장군 198회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무더위에 먼 남도지방까지 우리의 여행길을 재촉한 것은 도시와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름꽃 목백일홍을 만나고 정겨운 한옥마을에서 시골정취를 느끼며
더위를 식혀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지요.
드디어 여행 출발!
5시간 여를 달려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남향에 위치했다고 해서 정남진으로 불리는
장흥에 도착, 맛있는 한정식 밥상으로 배를 든든히 하고 평화리 상선약수마을로 향합니다.
오래된 약수터가 있어 약수마을로 불리는 이 곳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습니다.
연못 둘레로 100여 년 넘는 굵은 목백일홍 나무 50여 그루가 자라고, 연못 안 작은 섬에는
고매한 소나무가 있어 이름도 소나무, 백일홍, 물이란 뜻을 가진 송백정(松百井)입니다.
7월 말, 목백일홍 꽃이 필 때면 흰빛, 분홍, 빨강, 보라 4가지 종류의 목백일홍 나무가
어우러져 그 빛이 장관인 곳이지요. 특히 연못에 꽃잎이 떨어져 연못을 색색으로 물들이면
더욱 아름답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목백일홍 개화가 예년보다 늦어져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마을 논둑에 핀 붉은 목백일홍으로 달래고,
연못 옆에 있는 고영완 고택의 멋스런 돌계단과 연리목을 돌아보고 억불산 편백숲으로
이동합니다.
장흥읍 동남쪽에 솟은 억불산 북쪽 자락은 20여만 평 규모에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주민과 여행자들이 산책코스로 즐겨 찾는 곳이지요. 작년에 장흥군은 이곳에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를 조성, 우거진 숲 속에서 숙박과 산책, 휴식이 가능하도록
조성해 놓았답니다.
우리 일행이 편백숲길을 들어서자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집니다. 얼른 편백숲 한켠 정자에 앉아
비를 피하는데 산에서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바람에 묻어오는 향긋한 편백 향기,
싱그런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까지 상쾌하고 시원해집니다.
회원들은 계곡에 발을 담그고, 정자에 앉아서 혹은 나무둥치에 기대앉아 숲이 주는 시원한
바람에 더위를 날리며 여유로운 한때를 즐기셨습니다.
다음 코스는 강진 병영마을입니다. 예전 전라병영성이 있던 곳이라 마을이름도 병영마을이지요.
이 곳에는 네덜란드인으로 제주도에 표착한 하멜이 조선에 머물 당시 이곳 병영마을에서
7년 동안 체류했던 것을 기념해 하멜기념관이 세워져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직접 만들어
들여왔다는 하멜동상과 커다란 붉은 풍차는 고즈넉한 병영마을의 풍광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동인도회사 직원으로 일본으로 가던 중 태풍을 만나 표류하던 하멜이 제주에 도착하고
결국 일본으로 탈출하기까지 13년 여 동안 조선에 머물면서 보고 겪은 것을 정리한 문서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하멜보고서입니다.
하멜기념관을 둘러보고는 돌담장이 정겨운 ‘한골목’을 걸어봅니다. 한골목은 전라병영성이
있던 부근의 1500미터 길이의 골목으로 병마절도가사 순시할 때 통행하던 길입니다.
병사들이 주로 말을 타고 다니므로 집안이 보이지 않도록 담장이 높게 쌓여져 있는 편입니다.
한골목 담장은 황토와 돌을 이용하여 빗살무늬 방식으로 쌓여져 있어 다른 지역 돌담과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멜에 의해 네덜란드식 담장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지
추측하고 있으며 일명 하멜식 돌담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골목 돌담장 길은 운치가 있습니다. 흑벽에 돌이 가지런히 박혀 있는 모습이 멋스러운데다가
담장 위로는 마당에 심겨진 대추나무, 호두나무, 감나무 등 갖가지 싱그러운 과일나무들이
가지를 드러내고 있고, 오래된 정미소와 이색적인 여자노인정, 색색의 작은 대문들이 펼쳐내는
마을 풍광은 우리 마음까지 푸근하고 정겹게 합니다.
회원들은 고즈넉한 골목길을 산책하고 사진을 찍는 회원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셔터를
누르더군요. 한골목을 빠져나오니 바로 저녁을 먹을 식당입니다.
맛깔스런 한식으로 식사를 마치고는 영암의 숙소로 이동, 여둑을 풀며 푹 쉬었습니다.
이튿날 눈을 뜨니 창밖으로 많은 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 낙뢰가 떨어져 티브이도
수신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티브이는 문제가 아닌데, 비 때문에 오늘 일정이
차질이 생길까 살짝 불안해하며 아침식사를 마치고 보성 강골마을로 향합니다.
영암을 출발할 때는 비가 잦아들며 해가 나오더니 보성에 닿을 무렵엔 장대비로 변해
무섭게 퍼부어댑니다. 게다가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잘못 들어 헤메다가, 우릴 도와주러
나온 마을 사무장의 오토바이 호위를 받으며 빗속을 뚫고 강골마을로 도착했습니다.
강골마을은 30여 호의 작은 마을이지만 이식래․이금재․이용옥 가옥 등 3채의 가옥과
열화정 이라는 마을정자가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는 조선시대 한옥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전통마을입니다.
16세기 말 광주 이씨가 들어온 뒤 광주 이씨 집성촌이 된 곳이지요.
강골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이식래 가옥 툇마루에 오밀조밀 몰려 앉아 하염없이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를 피합니다. 초가처마로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하염없이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시골마을 툇마루에 앉아
있었던 적이 있는지. 각자의 추억과 기억은 다르지만 그 순간 퍼붓는 비는 우리 여행의
방해꾼이 아닌 멋진 순간을 연출해주는 밉지않은 장난꾸러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내리는 툇마루에 앉아 강골마을 사무장의 마을 설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자니,
비가 잦아듭니다. 우리는 얼른 우산을 펴들고 마을탐방에 나섭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이용욱 가옥에서 솟을대문과 장독대를 둘러보고, 우물을 마을주민들에게
내어주고 마을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우물가 벽에 뚫어 놓은 소리통의 내력도 들어보았습니다.
귀한 물을 내어주고 잔치가 있을 때면 음식도 나눠주던 양반집의 배려, 공동체 정신이
묻어나는 곳이더군요.
이용욱 가옥과 이금재 가옥을 돌아, 마을 뒤로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열화정은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던 정자인데, 주변엔 대나무숲이 우거지고 작은 연못이 있는 자연미 넘치는
전통 정원의 모습을 간직한 곳입니다.
열화정 뒤편으로 난 대숲길 산책은 비 때문에 미끄러워 포기하고 이용재 가옥에 들러 할머님이
내어주시는 강골마을 전통 쌀엿을 한개 씩 맛보았습니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게
들러붙지 않는 맛이 일품입니다. 11월부터 3월까지 한겨울에 직접 만드는 쌀엿은 인터넷이나
전화 주문도 가능하다니 기회가 되면 또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 탐방을 하는 동안은 언제 비가 왔냐는 정도로 비가 싹 그쳐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강골마을에서의 마지막 순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주신 시골밥상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식래 가옥에 차려진 밥상에는 소박한 찬 몇 개가 다지만,
마을에서 나는 먹거리로 정성껏 마련해주셔선지 참 맛있습니다.
게다가 후식으로 먹은 가마솥에 바로 쪄 내온 보라색 점박이 찰옥수수는 최고였습니다.
시골마을의 정취를 맘껏 누린 강골마을에서의 오전시간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순서인 보성 녹차밭에 들렸습니다. 언제가도 싱그럽고 멋진 풍광의 녹차밭엔
사람들이 붐비더군요.
천하장군이 이번 여행에서 이틀간 방문한 코스 중에 제일 많은 사람들을 만난 곳이었습니다.
입구에 펼쳐진 멋진 삼나무숲길, 오늘 내린 비로 시원스레 흐르는 작은 개천을 따라 올라가니
초록의 빛으로 부드러운 곡선미를 뽐내는 아름다운 차밭이 펼쳐집니다. 초록빛 풍광은
여행자의 마음까지 푸른빛으로 물들게 합니다.
회원들은 초록이 주는 편안함과 상쾌함을 만끽하며 차밭을 산책하고 녹차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며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에도 먼 남도지방까지 다녀온 이번 여행은 장맛비가 오락가락하고,
기대했던 송백정 목백일홍을 만나지 못해 아쉬움도 남겼습니다.
하지만 매끼 맛보았던 남도지방의 훌륭한 한식 상차림은 여행의 기쁨을 더해주고,
편백숲에서 불어오던 시원한 산바람, 강골마을에서 비내리는 초가집 툇마루에서
하염없이 바라보던 낙숫물과 가마솥에 방금 쪄내온 구수한 찰옥수수와 직접 담근 쌀엿의 맛,
정겨운 시골정취는 우리 여행을 흐믓하게만 했습니다.
게다가 여행 중의 모든 우여곡절까지도 여행의 멋으로 받아들이며 여행을 즐기는
회원님들의 넉넉함으로 여행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틀간 쌓인 여행의 여독이 만만치 않으실텐데 충분히 쉬시면서 더위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푸시길 바랍니다. 이번 남도여행의 즐거운 추억이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길 바라며
8월에 있을 동해바다 레일바이크와 월정사 여행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2010년 7월 29일 천하장군 문화유적답사회
정지인 드림
첫댓글 일정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요.
사진도 좋아서 다시한번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초록별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개인사정으로 부득히 참석치 못하여
많이 아쉬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재미있게
설명하여주어 그곳에 함께한듯 글과 사진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송백정 목백일홍 고운 자태를 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시골정취 물씬 느끼며 모두들 더위에 큰 고생없이 즐겁게 잘 다녀와서 너무 다행입니다. 신봉공주님이 못가셔서 넘 섭섭했어요. 다음엔 꼭 오세요^^ 동행지기님의 장흥보성 여행의 멋진 사진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