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이 안난다."
같은 도장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과의 3자동률 재대국끝에 프로입단을 통과한 김동호(19)군의 입단소감은 예상과달리 매우 덤덤했다. 5월 19일 늦은 오후인 저녁 5시쯤, 한국기원 3층 사무국에서 김동호 군이 입단결정국 기보를 찍고, 프로기사 신상명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입단대회 마지막날, 사무국에 올라와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스스로의 기보를 찍는 다는 건 무사히 입단했다는 증거다.
김동훈 군은 제124회 일반인 입단대회 본선3회전 최종리그 3자동률 재대결 마지막 판에서 강승민(16, 동양공고1) 군에게 242수 만에 백 1집반승을 거두며 1장 남은 입단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2장이 걸려있는 입단 티켓 1장은 전날 최종리그에서 3연승을 거둔 나현(충암중3, 15) 군이 가져갔었다.
기보를 찍는 중간중간 축하인사와 더불어 짤막한 물음들이 던져진다. 본인의 스타일엔 "기풍은 두터운 실리, 두터움과 실리를 반드시 택해야 한다면 실리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존경하는 기사는 이세돌, 자신이 닮고 싶은 기사(혹은 닮은 것 같은, 한판 두고 싶은)프로는 중국의 콩지에 9단이라고 한다.
사실 김동호 초단은 한국기원 연구생 마지막 퇴출시한에 걸려있었다. -긴장하지 않았을까? 혹은 너무 기다리던 입단에 초조한 적은 없었을까 - 짧게 대답하던 김동호 초단은 "입단 마지막판에 가서도 별로 느낌이 없었다. 마지막 승리와 입단을 확정하는 계가순간에도 담담했다"고 답했다.
양천대일 도장의 지도사범이자 김동호 초단의 실전스승인 옥득진 6단은 '"김동호는 짜릿한 스타일이 아니라 정법(正法)을 따른다. 비교하자면 콩지에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도 같다. 승부사로서 긴장을 너무 안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부담이 많은 승부에선 이게 장점이기도 하다. 이세돌, 최철한, 구리 같이 김동호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기보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동호 초단의 우선목표는 '한국바둑리그 진출'이며 더 큰 목표는 '이세돌 9단'이다. 이세돌은 바둑에 있어 존경과 동시에 목표다.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0시간씩 바둑공부를 했다. 인간인지라 가끔 졸기도 하지만, 공부를 하고 있는 양천대일 도장만 해도 김동호 같은 비슷한 실력자(아직 입단하지 않은)가 10여명이 넘는다. 참고로 김동호의 연구생 내신은 3~4위 정도였다.
김동호 초단에게 바둑이란 무엇일까? 물어봤다. 쑥스럽게 살짝 웃더니 한마디 답이 돌아왔다. "인내(忍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서 퇴출시한인 19살의 꽉 찬 나이에 입단하다보니 나름대로 쓰디 쓴 경험이 많았나 보다. 그의 덤덤함이 인내의 결과임을 알겠다.
○●... 김동호(金東昊) 초단 프로필 - 생년월일 : 1991년 4월 2일 - 김권하(50), 이미영(45) 씨의 2남 중 장남 - 지도사범 : 옥득진 6단 - 출신도장 : 양천대일 바둑도장 - 기풍 : 두터운 실리형
초등학교 1학년 때 홍민표 7단의 아버지인 홍신욱(중동바둑교실) 원장에게 처음 바둑을 배운 김동호 초단은 2002년 12월부터 연구생 생활을 했으며 올해가 연구생으로는 마지막 시즌이었다. 유종의 미를 거둔 김동호 초단은 양천대일바둑도장(원장, 김희용) 소속으로는 11번째 입단자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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