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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사람 죽이는 뉴욕의 무더위, 조개 칼국수, 와인, 그리움의 충족
권종상 추천 0 조회 120 11.07.23 13:53 댓글 20
게시글 본문내용

얼마전에 타임 지에서는 '낚싯줄의 종말'이라는 기사를 통해 물고기의 양식으로 인해 인류가 얻게 될 이익과 폐해에 대해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기사참조 http://www.time.com/time/health/article/0,8599,2081796,00.html) 기사에 나온 대로, 인류가 아직도 마지막으로 접할 수 있는 '자연산의 먹거리'는 바다에서밖에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가 접하는 어패류의 많은 양은 양식되고 있고, 그 양식과정에서 쌓이는 성분들은 항생제를 비롯해 중금속 성분까지 다양하며, 먹이 사슬의 정점에 위치하는 인간의 몸에 쌓이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산의 음식을 가끔씩 접하게 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특권'이 되어 버린 이 이상한 세대엔, 옛날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들은 뭔가 특별한 것이 되어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뉴잉글랜들에서 몸 다쳐가며 잡은 - 지호 같은 경우엔 투구게에 발을 찔려가면서까지 조개들을 잡았습니다 - 조개들을 처형 집에서 삶아 이걸로 안주를 하고 칼국수를 끓여 내었습니다. 장인께서 원체 국수를 좋아하시는데다가, 아내 역시 그런 입맛이 몸에 배어 국수를 좋아하고... 사실 여름음식으로 먹는 국수는 누구나 다 좋아하는 음식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뉴 잉글랜드의 조개 자체도 유명하죠. 조개로 끓인 수프의 대명사인 '뉴잉글랜드 클램차우더'가 바로 이 지역에서 잡힌 조개로 만든 조개와 감자, 우유를 넣고 끓인 걸쭉한 수프에서 비롯됐고,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도 이 이름을 그대로 차용해서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유명세를 알 수 있습니다. 조개들도 실하고 큰데다가, 마침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잡힌 이 조개들은 탱탱하니 맛있습니다. 그래도 모래가 많을 것이 분명해, 제가 직접 해감을 맡아 했습니다. 조개들을 일단 미지근한 물에 넣고 소금을 물에 풀고, 여기에 식초를 조금 넣은 후 페니 동전을 세 개 정도 집어넣어 줍니다. 그러면 정말 깨끗하게 토해내지요.

 

조개를 국물을 내기 위해 삶고, 건진 조개를 가지고 일단 안주를 삼습니다. 그리고 맞춘 와인은 역시 저처럼 우체국에서 일하지만(동서도 우체국에서 일합니다) 포지션은 카운터 클럭인 처형이 고객에게 선물받았다는 이태리 산 '볼라' 상표의 키얀티 와인과 피노 그리지오를 맞추어 봅니다. 화이트 와인은 그저 조갯살과 함께 하기 위함이며, 그리고 키얀티는 아내가 만드는 칼국수와 맞추어보기 위함입니다. 솔직히 이런 더운 날엔 맥주가 제격이겠지만, 그래도 더운 날은 또 더운 날대로 와인이 열을 받고 그 아로마의 '속살까지 보여주는' 멋이 있기 때문에 색다른 맛이 있다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재미로 이 조개들을 잡아왔을 지 모르지만, 그 덕분에 저는 여러가지로 한국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습니다. 이 더운 날씨, 그 습기, 그리고 몸만 움직이면 흐르는 땀... 한국의 폭염을 그대로 체험해 볼 기회가 사실 20년 이상 없었고, 그러다보니 몸도 그걸 잊고 있었는데 여기 와 보니 그걸 그대로 체험하는군요. 그리고 그 그리움을 대리만족하는 일도 생깁니다. 여기에 아내가 만들어 준 '자연식 보양식'이라 할 수 있는 자연산 조개국물 칼국수를 먹다 보니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겹치는군요.

 

아마 시애틀로 돌아가면 이런 것들이 또 그리울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시애틀은 시원하고 아름다운 여름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서처럼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별로 없으니까요. 어쩌면 더위마저도, 그 불쾌함과 끈끈함마저도 그리움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그리움에 반응하는 것. 그것이 사람의 당연한 수구초심의 일부일까요.

 

 

쪄 죽을 정도의 뉴욕, 화이트 플레인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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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7.23 18:42

    첫댓글 ~ 맛있겠당!
    저거 드시면서 우리 카페 회원님들 생각 안 나시던가요?
    국물 좀 나눠 묵읍시다... ㅜㅠ ><

  • 작성자 11.07.23 21:25

    음...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판에... 하하하.
    정말 이 국물엔... 사실 소주가 짱이었을 듯 하네요.

  • 11.07.23 21:41

    여긴 한국 소주가 싸요.
    한 병에 1불 50센트...
    담배는 더 싸고...
    한국 담배 레종 한 갑에 75센트...
    한 보루 8천 원이라는 말이죠.
    캐나다, 유럽에선 담배값 비싸서 인심 싸납더만... ^^

  • 작성자 11.07.23 21:56

    전, 다행히 담배 끊는 데는 확실하게 성공한 모양입니다. 생각 날 때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게 사람을 힘들게 한다던지 그런 건 없네요.

  • 11.07.24 06:15

    아주 좋은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더 멋진 삶을 사셔야죠.
    사실 담배 피면 주위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밖에선 잘 안 피고 방에서만 피는데 어쩌다 지나가는 아가씨들이 제 방 앞에선 늘 담배 냄시난다고 뭐라 하네요. ^^

  • 11.07.24 01:55

    보기만 해도 담백한 국물에 맛좋은 반주 한 잔....일연초가 마무리로 딱 일겁니다..아직 제게는요..하하하

  • 작성자 11.07.24 02:48

    흐흐흐... 그런 말에도 이제 별로 자극 안 받습니다. 금연 한달째. 하하.

  • 11.07.24 03:13

    금연 한달... 잘 견디시는 종상님 응원합니다.
    근데 모래를 뿜어 내라고 페니를 2개 넣는다?
    새로운 방식이군요.
    다음주 캐나다 빅토리아 섬으로 가는데 그 곳에 조개가 많다군요.
    한 번 이 방법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 11.07.24 06:12

    멋진 곳 가시네요.
    그쪽에는 조개 뿐이겠습니까?
    오만 바닷것들이 득실댈 텐데...
    네이버 님, 사진 없으면 무효인 거 아시죠? ^^

  • 11.07.25 00:42

    저도 그 애랑 안놀고 싶은데...그 놈 참 정이 들어선지 끊기가 꽤 힘드네요....암튼 축하드립니다..

  • 11.07.24 11:43

    바하 켈리포니아 의 멕시코 만에서 나오는 "알멕하"라는 조개를 드시고 말씀을 하시죠
    주먹보다 크며 유일하게 사시미로 먹는담니다 정말 말로표현이 어렵담니다
    단 미국으로 반입이 않된담니다 그리고 뜨겁게 먹으면 신발밑창보다 더 질기담니다...

  • 11.07.24 11:51

    아~ 저도 조개 참 좋아하는데... ^^

  • 11.07.25 00:38

    "알멕하"...잘 기억해두어야겠군요..언제 먹어볼란지 몰겠지만요..ㅎㅎ

  • 11.07.30 01:52

    산킨틴 모래 밭에 지천으로 깔린 알메카..대합...수 백년을 캐어도 그냥 그 대로 남아 있는 곳,
    언젠가는 돌아갈 산킨틴입네다....언제나 돌아 갈란지...

  • 11.07.24 11:51

    권 형~ 언제 아르헨티나에 가셨대?
    사진에 나왔네... ^^

  • 작성자 11.07.24 23:04

    예? 하하... 저랑 전혀 안 닮았습니다요.

  • 11.07.25 06:24

    푸하하~ 비슷하구먼...
    아이들에게 함 물어보소. -ㅁ-

  • 11.07.25 12:00

    담배를 끊으셔선지 훨씬 임팩트해 뵙니다..ㅎㅎㅎ

  • 11.07.29 22:42

    캬~~~! 저 모시조개...증말 맛 죽이지예...
    묵고싶다..
    꿀꺼덕~~!

  • 작성자 11.07.30 09:21

    예... 아직도 눈에 아른아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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