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고장 산청에서 송의산은 명암도 내밀수 없는 산이어서 눈을 닦고 찾아보아도 송의산에 대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산청의 북쪽에 위치한 송의산(松義山 539m)은 비록 높이는 낮지만 이 산자락에서 효자가 많이 났다는 전설이 전한다.
북쪽으로는 진양기맥의 철마·바랑·소룡산이 지나고, 동쪽으로는 진양기맥에서 분기한 정수지맥이 남으로 해달리고 있다.
송의산은 정수지맥 630m봉(다음 카카오 맵에서는 이 봉우리를 송의산이라고 한다.)에서 서쪽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다.
정수지맥에서 만나는 응봉(鷹峰 599m)은 육산이지만 매봉으로도 불리는 뾰족한 산세로서 매가 사냥하기 좋은 곳이라서 생긴 이름.
구인산(九仞山 587m)은 인자를 한 길, 두 길 등 높이를 뜻하는 ‘길 인(仞)’자를 사용하였으니 아홉 길이 되는 산이라는 뜻일 것.
솔봉(501.7m)은 지형도에 이름이 올라있지는 않았지만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아주 멋있는 소나무가 고고히 버티고 있는 봉우리라서 솔봉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
정수지맥(淨水枝脈)은 진양기맥 소룡산 동남쪽에서 분기하여 정수산과 둔철산을 지나 양천과 남강의 합수지점에서 맥을 다하는 약 34.18km의 산줄기이다.
오늘 산행루트는 좋게 말하면 청정산길이지만 거의 방치된 산길이어서 GPS가 없었다면 트랙을 놓치기 십상이었을 것.
클릭하면 큰 지도.
두 번이나 지팡이를 분실하여 찾으러 갔다 왔으니 6.9km가 채 되지 않았고, 시간은 3시간 30분쯤 걸렸을 것.
고도표
정수지맥
들머리에서 유일하게 트랙이 그어진 '다음 카카오의 맵'을 따랐다.
네비엔 '산청군 내평마을입구'를 입력하여...
내평 버스정류장이 있는 네거리에서 버스를 멈추었다.
산길입구는 내평마을과...
송덕암을 가리키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좌측으로 널따란 주차장이 있어 돌아 보았더니...
내평마을을 날머리로 한다면...
주차공간 넓어서 좋을 것.
수로를 우측 겨드랑이에 끼고가다 좌측으로 꺾어 ...
이내 다시 고도를 살짝 높히며 우측으로 90도 꺾는다.
물탱크를 지나고...
이젠 폐가가 된 축사와...
좌측으로 평장묘를 지나니...
송덕암의 모습이 보이는 100여m 앞에서 우측 숲속 낙엽에 묻힌 임도급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입구에서 돌아보니 잘 단장된 묘 세 기가 있다.
산길에선 10시 방향으로 송덕암이 모습이 보이더니...
갈림길이 나오자 일부는 좌측으로 올라가고, 나는 우측으로 다음 카카오맵을 따라 능선으로 바로 붙기로 했다.
이장된 묘지를 지나자...
바로 하늘이 뻥 뚫린 낮은 능선에 접속한다.
산불지역인 듯 간벌이 되었지만 등로는 풀섶에 묻혔다.
간벌지대가 끝나는 곳에서 솔숲으로 들면...
무덤 한 기가 있어...
비석에는 농은(農隱)선생 16세 손.
거친 솔숲길을 오르자...
실핏줄 같은 등로가 길을 안내하더니...
멧돼지 진흙 목욕탕이 나오자...
잡목이 뒤엉킨 수더분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삼각점이 있어...
좌표와 고도를 확인하고...
인증샷을 하였다.
동쪽으로 희미한 조망이 트여...
살짝 당겨보니 황매산인 듯하고...
그 좌측으로 방향을 조금 돌리니 진양기맥인 바랑산과 소룡산(?).
정비되지 않은 거친 산길에서 기차바위를 닮은 전망바위가 있어...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산하를 굽어볼 수 있어...
바랑산과 소룡산을 가늠해 보고, 뽕긋한 소룡산 우측 뒤로 멀리 월여산인 듯한 봉우리가 희끄머리한 머리를 들었다.
잡목 성가신 산길에서 다시 전망바위를 만나 발길을 멈추곤 트인 남쪽으로...
눈길을 모아 겹겹의 산주름을 조망할 수 있었다. 좌측 가까이 뽈록한 봉우리는 응봉이고, 뒤로 뻗어나가는 정수지맥에 우리가 걸어갈 구인산(?).
이렇다할 전망이 없는 산길에서 이 전망대는 멋진 포인터.
당긴 응봉 뒤로 희미한 하늘금 봉우리는 정수산인가? 이산저산 헤아려보다 다시 산길을 다잡고...
바윗돌이 듬성듬성한 628.9m 봉우리에 올라서며 정수지맥에 접속한다. 이 봉우리가 다음 카카오 맵에선 송의산으로 기재되어 있다.
엉킨 잡목이 핥키고, 긁고, 붙잡고, 당기어 몇 번이고 모자를 낚아채더니, 그만 겨드랑이에 낀 지팡이를 두 번이나 놓치고 만다.
그리고 만난 응봉에선 땅바닥에 뒹구는 코팅지를 끼우고 인증사진을 찍었고...
응봉에선 독도주의 지점이다. 능선을 따라 직진으로 계속 가면 안되고, 우측으로 살짝 꺾으며 다소 급한 내리막으로 내려서야만 한다.
그 길은 좌측으로 휀스가 쳐져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사유지임에는 틀림없겠으나 휀스에 철조망이 3중으로 쳐져 있어 아주 귀한 약초가 심어져 있는 듯. 장뇌삼을 심었남?
잡목이 엉킨 거친 산길을 걷다...
솔숲 유순한 길을 만나면...
이윽고 귀품(貴品)있는 소나무가 고고(孤高)히 귀태(貴態)를 뽐내는 솔봉에 오른다.
약 2m의 높이에서 같은 굵기로 가지를 친 소나무는 마치 수영 종목 싱크로나이즈에서 두 다리를 쩍 벌리며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이다.
수령 2~3백년은 좋이 되었을 법한 이 소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아주 혈기왕성하고 힘찬 모습이다.
외따로 서있으니 외솔이라 부를까? 크고 당당한 모습이니 한솔이라 부를까? 어떻게 부르든 이 소나무는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임엔 틀림없다.
소나무 아래 벤치 옆에 천왕봉 전망대라는 '준·희'의 푯말이 달려 있어 고개를 들어보니 황매산 방향인데...
당겨 보았더니 가까이 국사봉(774m) 뒤로 황매산이 맞을 것.
솔봉에서 매실주와 모과주를 곁들인 정상식을 들곤 "나, 이 할배소나무한테 한 번 안기고 가야 돼."
사실은 이 할배소나무의 氣를 받을 욕심.
충만하게 氣를 충전시킨 뒤 휀스를 따라...
임도에 내려섰더니 모노레일이 있고...
철탑도 보인다.
진행할 등로는 임도를 크로스하여 다시 산자락에 올라 붙는다.
얼마간 잡목과 낙엽을 헤치며 진행하노라니 군계일학의 나무 한 그루.
그 옆에 비석이 있어 살펴보니 풍욕대(風浴臺). 풍욕대라함은 바람 목욕을 하는 곳이라는 말 .
펑퍼짐하게 안부를 닮아 있으니 바람길일 터이고, 바람이 지나는 길이니 풍욕을 하기 좋을 것.
갑갑하던 산길에 각진 바위가 있어 여유를 부려보지만 잡목으로 인해 조망은 기대할 수 없어.
바위를 우회하여...
표지판이 있는 구인산에 닿는다.
이 삼각점이 있는 584.1m봉에 구인산 표지판과 시그널이 많이 달려 있지만 진짜는 남동방향 정수지맥에서 100여m 떨어진 587m봉이 진짜다.
무심코 내려오는 바람에 숨어있었던 진짜 구인산엔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 것.
표지판 후면을 한 번 더 카메라에 담고 남동쪽으로 지맥을 따르는 산길은...
솔숲길.
무덤을 만나면서 카메라를 집어드니 무슨 이유인지 먹통이 됐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지형지물을 잡고는...
밀양 박씨 묘비석을 확인하고...
옆의 기발한 무덤으로 눈길을 돌린다. 봉분의 중앙에 환풍시설인 듯하여...
정면에서 확인하니 숭조당. 납골당인 듯한 이 시설물은 습기가 차지 않도록 환풍시설을 하였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산길에 붙어...
돌아보니 좌측에는 가족묘가 조성되어 있고, 우리가 내려선 지점은 우측 화살표 방향.
정수지맥이 이어지는 고갯마루에 앞서간 일행들이 머물고 있다.
차황면사무소에 대기하기로 하였던 버스를 불렀다고 한다. 굳이 인도도 없는 아스팔트를 따라 면소재지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이 고개마루는 차황면과 산청읍의 면계. 차황면에서 산청읍으로 배웅하며 "안녕히 가십시요."
산청읍에서 차황면으로 "어서오십시요."
'천왕봉 전망대' 표지판에는 '달음재(달임재)'라고 적혀있지만 이곳을 '갓재'로 부르고, 아까 무덤이 있는 임도를 달임재로 구분하여 부른다.
천왕봉 전망대 안내판 우측으로는...
황매산 방향이고...
천왕봉은 윗쪽 높은 곳으로 올라 멀리 희끄무레한 스카이라인으로 눈길을 모아야 한다.
당겨보았자 성능 시원찮은 카메라는 딱 거기까지.
우째우째 카메라 재작동을 시도했더니 요술을 부리남. 스르륵 열리더니...
천왕봉을 당긴다. 그래봤자이지만...
버스에 탑승하여 뒷풀이를 준비하는 양촌마을을 향하며 좌측 창밖으로 보이는 솔봉의 소나무.
창밖으로 스치며 지나치지만 스카이라인에 도드라진 외솔은 귀품을 잃지 않아...
살짝 당겨보았다.
차황면 장위리 양촌경로당이 있는 이곳은 산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이라서 마을 사람들은 다소 의아해 한다.
그러다가 확성기에서 봄철 산불방지기간 안내방송을 틀어준다.
버스정류장 쉼터에서 닭백숙으로 허기진 속을 달랠 것.
양촌마을 경로당과 닭백숙이 푸욱 익기를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 그리고 좀 거시기했지만 고양이 세수를 한 작은 개울.
- 비가 내리네 -
비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비였습니다
산을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산이었습니다
나무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나무였습니다
흐르는 물을 오래오래 보고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강이었습니다
달빛 아래 오래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달빛이었습니다
나는 그 여인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서 새잎이 돋았습니다
사랑의 푸른 새잎이었습니다
<김 용 택>
첫댓글 수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