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모 출산 계약에 관한 입법은 오랜 기간의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그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친정어머니가 불임인 딸을 위해 대리 출산한 가족의 사진) ©연합 |
인간의 자기보존 욕구에 의해 불임부부들이 마지막 방편으로 감행하는 대리모 출산은 ‘생명 존엄성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신생아 출산 10% 이상, 대리모를 통해 출산’ 통계도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불임부부는 약 100만쌍이며 불임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부부는 2000년보다 2배정도 증가한 약 11만 6,000쌍이다.
또한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 교수팀이 지난해 8월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소속 의사 1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의사들 67.5%는 “현재 신생아 출산의 10% 이상이 대리모를 통해 출산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리모 출산이 우리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혈연의식·가족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다.
한국보건사회 저출산 이선식 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강한 혈연의식·가족주의 의식과 입양 후 재산 상속, 가족 승계 문제 등이 파생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대리모 출연의 주범”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입양이 되지 않아 한해 2천명에서 2천 5백명 정도가 해외 입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리모 출산의 증가 추세는 불임 여성들의 증가와 맞물리고 있다고 한다.
이선식 팀장은 “여성들이 만혼현상으로 임신을 할 수 있는 호르몬이 감소되면서 ‘후천성 불임증’이나 ‘환경으로 인한 불임’ 등 다양한 불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카드 빚 등으로 경제적 취약 계층이된 여성들이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리모를 자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리모 출산을 찬성하는 한 사회학자는 “실제로 개인파산 직전에까지 몰린 극도로 궁핍한 경제난에 부딪친 여성들에게 있어, 단기간에 취약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대리모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며 “또 그렇다고 그들을 구제할만한 마땅한 사회적 장치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리모 출산 비판 여론 만만치 않아
이러한 대리모 출산에 대해 윤리적으로 생명 존엄성에 위배된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종교계에서의 비판이 거세다. 가톨릭과 개신교 등 기독교에서는 생명은 창조주의 고유 영역이라는 믿음에 의거해 “인간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신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교계도 “대리모 출산은 우주의 섭리인 ‘다르마’를 파괴하는 행위로서, 생태계 질서 파괴를 비롯한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선식 팀장은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게 될 경우 생명을 사고파는 생명경시 풍조 등의 문제들로 사회가 황폐화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며 “특히 대리모 출산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미혼모 출산과 관련, 사회적 취약계층인 대리모 자원자들의 인권보호 측면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생명사상연구원 김성현 원장은 “현재 대리모 시장이 음성화 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반면 대리모를 자임하는 여성들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대리모 지원자들이 브로커들에게 돈을 갈취 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몸에 대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등 대리모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전무하다”며 “이것은 엄연히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출산 후 생각이 바뀐 대리모가 아이의 친권을 요구해 아이 양도를 거부하는 등 대리모 출산으로 빚어지는 여러 가지 분쟁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고 한다.
대리모 출산, 불임 대안책으로 찬성
반면에 일부에서는 불임으로 고통 받는 여성이나 저출산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대리모 출산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 교수팀이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소속 의사 133명을 대상으로 ‘대리모 출산 법제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40.2%가 ‘대리모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대리모 출산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의 심각한 고민을 덜어주기 때문에 수용할만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불임 여성자는 “불임으로 인해 3년간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 봤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아기를 못 갖게 됐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입양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입양은 쉽지 않고, 양가 부모님의 반대도 심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남편의 아이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 대리모 출산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리모 출산,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대리모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성현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혼모의 증가와 함께 여성들의 불임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혼모가 출산하는 아이들을 해양입양을 시킬 것이 아니라 불임 가정에서 국내입양을 함으로써 대리모 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핏줄 의식이 강한데 그것을 탈피하고 사회 지도자들부터 입양을 하는 등 솔선수범을 통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입양이 장려될 수 있도록 언론이나 종교인들이 사회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대리모 출산 문제 해결하기 위해선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대리모 출산 문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리모
출산 계약을 규제할 수 있는 관련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불임부부들의 자기보존 욕구와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여성들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의 규제로 인해 대리모 출산 계약이 없어지기는커녕 법망을 피하고자 음성화 되어버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대리모 출산이 음성화되어 버릴 경우, 그에 대한 파악과 대처가 더욱 곤란하게 되어 결국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 사회학자는 “대리모 출산 문제는 현실이고, 그것이 현실이라면 쉬쉬하는 것보다 공론화시켜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대리모 출산 계약에 관한 입법은 오랜 기간의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그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