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다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저와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해 국민께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며 아내 처신은 무조건 잘못”이라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고 초심으로 돌아가 쇄신에 쇄신을 거듭하겠다”고 했다. 또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입장도 밝혔다.
이날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했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은 “침소봉대하고 악마화한 것이 있다”고 했고, 특검은 “정치 선동”이라고 했다. 명태균씨 의혹엔 “여론조사를 조작하거나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 문제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과 괴리가 적잖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각종 잘못을 인정하고 수차례 사과했다. 2시간 20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약속한 대로 앞으로 실제 변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 여사 문제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국정 개입 논란이 다시 벌어지면 모두 허사가 된다. 윤 대통령도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쇄신 인사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는 여권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주변 인사들조차 ‘난맥’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금 여권에서도 ‘김 여사 라인 정리’와 ‘쇄신 개각’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의 실세들로 불리는 이른바 ‘김 여사 라인’은 모두 정리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윤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것이다. 이번만은 쇄신 개각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선공후사로 풀겠다”고 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충돌하면 그 끝은 공멸뿐이다.
윤 대통령은 곧 임기 반환점을 돈다. 크게 얻으려면 크게 바꿔야 한다. 임기 후반기를 맞는 윤 대통령이 그렇게 했으면 한다. 트럼프 재집권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경기 침체 등 시급한 경제·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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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사설] 尹 “저의 불찰”… 체감할 후속 조치 최대한 서둘러야
김 여사 문제 해결할 실질 조치와 함께
쇄신, 변화 의지 신속 과감하게 보여야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TV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가 방영되고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밝혔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으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이제라도 대국민 사과를 실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제 회견은 국정동력 회복 여부가 걸린 중대한 분기점이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 대해 대통령은 “대선 당선 이후 연락이 왔는데, 전화는 받은 적이 있다. 부적절한 일을 한 적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면서 취임 이후 김 여사와의 연락 여부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여론조사를 해 달라고 한 적 없다고도 선을 그었다.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모자랐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증폭시키지 않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제한과 관련해서는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외에는 사실상 중단해 왔다. 그런 기조를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이기 위해 인재풀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다”는 말도 했다. 김 여사 활동 제한과 쇄신 인사의 필요성은 인정한 셈이지만 기왕에 변화와 쇄신을 하겠다면 더 과감하고 신속해야 할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심경을 밝혔다. “섭섭한 게 있어도 일을 하면서 풀어 가는 것”이라면서 “공동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소통의지가 아니라 원론적인 표현에 그쳐 당정 간 깊어진 골을 메우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서는 “야당이 야유하고 탄핵소추 이야기를 하는 건 국회에 오지 말란 것”이라며 야당의 ‘대통령 망신 주기’를 지적했다. 대통령의 입장을 십분 헤아리더라도 포용력을 보여야 하는 국정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 국민 귀에는 부족하게 들렸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면서 “고쳐야 할 부분들은 고쳐 나가겠다”는 약속을 거듭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의 사과에도 국민은 후속 조치가 얼마나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전개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
2024-11-08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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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어찌됐든 사과” “육 여사도”… 어리둥절했던 140분 회견
고개 숙이며 시작은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당 초선 의원들이 저한테 전화하면 제가 딱 받거든요”라고 답하면서 전화받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고 사과한 뒤, 그 의미에 대해 “저와 제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 것”이라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제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일들이 있었다.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이같이 사과했다. 윤 대통령 본인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제 주변의 일’이라고 에둘러 표현하며 포괄적인 사과를 한 것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정치권, 특히 여당 대표가 제기한 요구사항에 대해서조차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급기야 ‘국민은 무엇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는 질문까지 나왔고,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좀 어렵지 않느냐. 어찌 됐든 국민께 걱정 끼쳐 드린 건 저와 아내의 처신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통화한 것에 대해 “매정하게 하는 것이 섭섭하겠다 싶어서…”라고 했다. 그 통화에서 ‘김영선 (공천) 좀 해줘라’고 말한 녹음파일이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은 “공천에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공천 관련 얘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와 명 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취임 후 몇 차례 일상적인 문자나 전화를 했다”고만 했다. 두 달 가까이 나라를 뒤흔든 논란인데도 부적절한 일은 없었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시종 김 여사를 감쌌다. 숱한 의혹들에 대해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많이 악마화한 것”이라고 했고, 김 여사의 역할을 두고도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좀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욕 안 먹고 잘하게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그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의 ‘청와대 야당’ 역할에 빗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김 여사가 이번 회견 때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남편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한 원인 제공자의 조언을 전하며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다. 나아가 과거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문자 수천 개에 김 여사가 밤새워 답을 보낸 일을 소개하는가 하면 검사 시절부터 쓰던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라는 식으로 핵심 논점을 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민심과 괴리된 인식이 여전하니 제대로 된 후속 조치도 기대하기 어렵다.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은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선동”이라고 단언했다. 국민 다수가 특검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데, 이런 민심은 외면한 채 정쟁이라는 측면을 부각하며 특검 거부 법리만 내세웠다.
김 여사의 활동 중단 요구에는 “사실상 중단해 왔다”고 했고, 특별감찰관 임명조차 “국회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내각 개편에 대해서도 “벌써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넘겼다. 국회 개원식과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도 야당 탓을 하며 “대통령이 국회에 가는 건 의무는 아니고 발언권이 있는 건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시작했지만 140분 회견 동안 기존 인식과 태도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변호인에 가까웠다. 부인의 억울함과 공로를 전하기에 급급한 답변에선 반성과 성찰, 쇄신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한데 왜 사과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임기 반환점을 사흘 앞둔 기자회견이었다. 국민적 의구심이 씻기지 않은 채 앞으로 2년 반도 그 문제를 안고 그대로 가겠다는 것인지 더 큰 의문을 남겼다.
첫댓글 죄질이 나쁜 정치인이 큰 소리 치고 교묘한 화술로 선동하는 짓꺼리에 너도나도
혹 하고 달라드는 현실 풍조이지 않는가.
지금 한국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미래비젼 제시했는지
좀 더 과격하게
개혁하는 자세를
기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