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훈장을 받았습니다.
“훈장(勳章, order)”은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사람에게 정부가 내리는 표장으로, 대한제국 시대에 처음 도입되었고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내, 외국인 상관없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거나 뚜렷한 공로를 세운 자에게 수여되며, 공로의 정도와 기준에 따라 받는 훈장이 다릅니다. 대상자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게 되는데, 훈장은 무궁화대훈장, 건국훈장, 국민훈장 등 모두 11종이며, 같은 공적이 두 번 이상 일어날 경우 두 번째에는 훈장이 수여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훈장’이라고 하면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 받는 ‘무공훈장’을 생각하겠지만 전쟁이 아닌 시기에는 무공 훈장은 수여될 일이 별로 없습니다. 평상시에 가장 많이 수여되는 훈장은 근정훈장입니다.
‘근정훈장’은 ‘공무원으로서 그 맡은 바 직무에 정려(精勵)하여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공직에서 33년 이상을 아무 탈 없이 근무한 공무원, 교사에게 주는 훈장입니다. 군인이나 군무원은 보국훈장입니다.
저는 간신히 근정녹조훈장을 받았습니다. 33-35년은 옥조이고 36-37년은 녹조, 38-39년은 홍조, 40년 이상은 황조에 해당합니다. 예전에 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65세 정년일 때는 황조훈장도 가능했지만 오늘날에는 잘 해야 녹조이고 홍조 훈장도 무척 드물 겁니다.
훈장을 받은 것이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교사가 자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는 훈장을 거부했다고 기사에 얘기를 올렸던데 솔직히 이런 기사와 이런 얘기가 뜳습니다. 정말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교직에서 평생을 보낸 분들에게 누가 되는 소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말 퇴직 예정인 한 공립중학교 교장이 윤석열 대통령 이름이 박힌 녹조근정훈장 증서 수령을 거부했다. "사사건건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훈장증을 받는 상황이 부끄럽다"는 이유에서다.
충남 A중 길준용(62) 교장은 20일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말 교육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 공적조서를 올리라는 공문을 받았는데, 공적조서 대신 포기이유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길 교장은 이 포기이유서에 "훈장을 주는 사람 이름이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 같다"는 글을 적었다고 한다.
올해 수여될 녹조근정훈장증엔 '대통령 윤석열'이란 수여자 이름 밑에 '국무총리 한덕수',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이란 이름이 병기된다.
길 교장은 "훈장증에 적힐 세 분 모두 하나같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면서 "특히 윤 대통령의 경우 바이든-날리면 사태, 10.29 용산 참사 대응은 물론 최근 'UAE 적은 이란' 발언 사건까지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뭉개면서 이런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공격해서 힘들게 만들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야말로 적반하장인데, 학생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길 교장은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야 그 잘못이 가벼워지는 것이지, 덮으려고 꼼수를 부리면 일이 더 커지게 되고 더 큰 화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길 교장이 학생과 교사들에게도 수없이 강조해온 평소 생활관이며 교육관이기도 하다.
2019년 공모를 통해 A중에 교장으로 부임한 길 교장은 교장이 되어서도 교실에 직접 들어가 교과수업을 줄곧 진행하고 학생 대상 MTB(산악자전거) 스포츠클럽을 직접 만들어 지도교사를 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길 교장은 지난해 12월 19일 충남지역 한 교육장이 주는 자그마한 교육상을 받았다. 이 상패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학생 중심 행복한 학교문화 조성에 힘써주셔서 ◯◯교육이 밝게 빛날 수 있었습니다.“
이 상을 받은 길 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과분하게도 큰 상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몇몇 모범 공직자만 받을 수 있는 녹조근정훈장이란 무척 큰 상을 거부한 사실에 대해서는 직접 공개하지는 않았다.>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출처 : 오마이뉴스. [단독] "적반하장 대통령 부끄럽다"... 현직 교장, 훈장 거부
훈장 수여자는 대통령 이름이지만 그 훈장은 대통령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공직에서 33년이 넘게 성실하게 근무한 자세에 대해 국민이 주는 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으로 나오는 훈장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로남불 대통령의 이름으로 주는 훈장을 받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교직에서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이 주는 것이라서 군말하지 않고 받았습니다.
코로나 시절에 퇴임을 해서 무슨 수여식도 없었고 학교에서 나오라고 하는데 나가지 않아서 제 훈장과 증서는 누런 봉투에 넣어져 후배가 술자리로 가져 왔고 그대로 가져다가 어느 구석에 들어갔는지도 모릅니다.
훈장이 올 때 따라온 학교법인에서 준 송공패, 학교에서 준 감사패는 전부 누런 봉투에 넣어서 쳐 박아 두었고, 제가 처음 교직 시작하던 해에 같이 했던 졸업생, 그리고 제가 처음 3학년 담임할 때 같이 했던 졸업생들이 제게 준 감사패와 송공패는 남들이 보는 곳에 내어놓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더 자랑스럽고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직에 있던 시절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었습니다. 그 중 어느 누구의 이름으로 받은 훈장도 자랑스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근정녹조훈장은 이들 대통령이 준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준 것이라 훈장을 받은 자체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된 교사라면 더 자랑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그 공모제 교장은 내로남불의 본체이고 표리부동의 대표격인 문재인 정권에서 시행된 제도였고 정상적이지 않은 특정인들에게 교장 자리를 주기 위한 자리라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 시절에 공모로 교장이 된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니다. 특정인을 교장을 시켜 준 그 정권이 저는 싫었습니다.
저는 교감도 교장도 못했지만 35년의 교직 생활에서 남의 자리를 꿰차거나 특정인을 위한 자리에 눈길을 준 적은 없었다고 자신합니다.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윤석열’이라는 대통령 이름이 싫어서 훈장을 거부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 그걸 떠들고 내세우는지 저의가 궁금합니다. 교사는 교사의 직분에 충실했으면 되는 것이고, 퇴임을 하기 전 까지는 대한민국의 교직에 몸담고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