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1919-2010)
초판 ; 1951
샐린저의 유일한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출간 되자마자 갈채를 받았다. 예민하고 반항적인 10대 소년 홀든 콜필드를 화자로 한 이 소설은 그가 뉴욕을 떠돌며 보내는 며칠을 보여 주면서 유년기가 지나가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자신 앞에 놓인 성인으로서의 ‘가짜’ 생활에 대한 분노를 구어체로 표현하여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홀든은 10대의 고뇌와 소외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20세기 문학 사상 가장 중요한 텍스트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은 『호밀밭의 파수꾼』은 오늘날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의 십대 소년인 홀든 콜필드이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이비 세상과의 반항적 만남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홀든의 죽은 남동생 엘리에 대하여 거부당한, 혹은 불가능한 추모이기도 하다. 엘리는 누가 가장 위대한 시인일까? 루퍼트 브룩일까? 질문을 받자 디킨슨이라고 대답한다.
이 작품 자체도 사실 전쟁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사이비 어른’(예를 들면, 부자, 중산층, 백인, 가부장, 미국 등)의 가치에 대한 전쟁이며, 그 자신과의 전쟁이기도 하다. 홀든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현란하게 조롱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밖에 없다. 유쾌하면서도 불편하고, 풍자적이면서도 묘하게 신랄한 ‘호밀밭의 파수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어체로 쓰여졌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면 이 책을 소개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홀든의 말에는 셀린저 자신의 말이 숨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또 한번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기까지,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바라며 헤매이는 48시간을 독백 형식으로 담고 있다. 이 책은 거침없는 언어와 사회성 짙은 소재로 출간되자 마자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화계는 물론 사이먼과 가펑클,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콜필드 신드롬에 빠지게 하였고, 20세기 최고의 미국 현대소설로 칭송받고 있는 책이다. 지금도 매년 30만 부가 팔리고 있으며, 존 레논이 암살되던 때에 피격자가 이 책을 들고 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문제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거침 없는 비속어 때문에 많은 중 · 고등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 중의 하나이다.
(줄거리)
홀든에게 학교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부모님들의 옷차림새를 보고 행동을 달리하는 가식적인 인물이었다. 학생들은 오직 돈과 명예를 위해 공부하고 온종일 여자나 술, 섹스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또 온갖 파벌을 만들어 끼리끼리 뭉쳐 다닌다. 다들 부유한 출신 가정의 아이들이라지만 하나같이 멍청하고 엉터리 같은 녀석들뿐이다. 그런 곳에서 홀든은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고 결국 퇴학을 당한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학교를 뛰쳐나와 오게 된 뉴욕. 그러나 바깥세상은 더욱 추했다. 뉴욕에서 그가 묵게 된 에드몬드 호텔의 엘리베이터 직원은 홀든에게 5달러에 창녀를 소개해주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자 가격은 10달러로 치솟아 있었다. 돈을 줄 수 없다며 진실과 공정함을 요구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이었다.
밖으로 나와 거리를 배회하던 그는 형과 자주 들르던 클럽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도 마음의 위로를 얻을 곳은 되지 못했다. 상류층이나 명사가 아니면 상대도 하지 않는 속물적인 피아니스트 때문이었다. 그는 '난 그의 연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때로는 피아노를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왜냐하면, 상류층이 아니면 상대도 하지 않는 그 인간처럼 음악도 그렇게 들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에 사람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그런 모습에 홀든은 세상이 더욱 질려진다. 홀든은 자신이 유일하게 신뢰했던 옛 선생님을 찾아간다. 그러나 선생님의 갑작스런 동성애적인 시도에 충격을 받고 거짓과 가식뿐인 세상에 또 다시 좌절한다.
홀든은 추악한 세상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여동생 피비를 만나기 위해 들른 박물관에서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 이를테면 10만 번을 보더라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물고기 두 마리를 낚은 채 계속 낚시를 하고 있을 것이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게 있다면 우리들일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고 순수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자신과 사람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2박 3일 동안 홀든은 밤새도록 뉴욕 거리를 배회하며 자신과 대화를 해줄 사람을 찾는다. 택시 기사에게 술을 사겠다며 이야기 좀 나누자고 말을 건네는가 하면, 술을 마시러 클럽에 온 아가씨들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세상에 등을 돌린 홀든 이었지만 정작 그 속에서 고독함에 괴로워하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센트럴파크 호수에 살던 오리들이 호수가 얼면 없어져도 아무도 오리에 행방에 대해 관심 갖지 않는 것'처럼 그 또한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아웃사이더 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동생 피비는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위로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홀든은 그의 이야기에 순수하게 반응하는 피비에게 감동한다. 그리고 자신이 퇴학당한 이야기를 피비에게 꺼내 놓는다. 그러자 피비는 오빠는 싫어하는 게 백만 개도 넘는다며 나무라면서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지 묻는다. 홀든은 대답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홀든은 그의 꿈을 직접 실현한다. 피비에게 전할 말이 있어 피비의 학교를 찾은 홀든은 복도 벽에 낙서돼 있는 욕을 발견한다. 그는 낙서한 사람을 마음속으로 증오하며 혹시라도 아이들이 벽에 적혀 있는 욕을 배울까봐 지워버린다.
3일간의 방황 끝에 홀든은 뉴욕을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그것은 허위로 가득한 주류세계로의 편입을 거부하는 것이며 스스로 아이의 세계에 머물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홀든은 피비가 회전목마를 타며 기뻐하는 모습에 어느 순간 행복함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그렇게 16살 소년의 방황은 막을 내린다.
'냉소적인 반항아' 홀든 콜필드. 그는 염세주의적인 태도로 세상에 대해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섬세하며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소년이었다. 책의 제목이자 홀든의 꿈인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의 순수함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로, 아이들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에 실망하지 않고, 더러운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돌보아주는 '순수'의 파수꾼이란 의미였다. 어쩌면 홀든은 물질적 가치만 내세우는 세상의 비인간성에 염증을 느낀 자신을 위로해주고 더 이상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지켜줄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꿈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세상에는 추악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공존한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세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순수함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홀든 콜필드와 같은 소년은 바쁜 일상에 찌들어 메말라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순수함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된다.
<작가-셀린저>
셀린저는 미국 뉴욕 주 뉴욕 시티 맨해튼에서 자랐다. 평소 말수가 적고 진지했던 샐린저는 고독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교육열이 강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열세 살 때 맨해튼의 유명한 맥버니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년 후 성적불량으로 퇴학당했다. 열다섯 살이 되던 때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퇴학당했던 펜시 고등학교의 모델이 된 펜실바니아 웨인에 있는 발레포지 육군 소년학교로 보내졌다.
이 학교에서 샐린저는 연극에도 관심을 가졌고 문예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그는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하였다. 몇몇 단편들은 그가 2차대전에 참전하기 전 1940년 초에 출판되기도 하였다. 1936년에 뉴욕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다음 해에 중퇴하였다. 1939년에 컬럼비아 대학교 창작문학 과정에 입학하여 휘트 버넷(Whit Burnett)이 가르치는 야간 수업을 수강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봄에는 컬럼비아 대학교 중퇴 직후 미국 육군 군대에 징병되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가하였고 1945년에는 2차 대전이 종전되는 것을 목도하였으며 2년 후 1947년 봄에 미국 육군 하사 예편하였다.
그는 1948년 《뉴요커》에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을 출판한다. 그의 후속 작품의 발상지가 된 이 단편은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그 후 계속하여 장·단편 소설 수십 편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 1951년에 발표한 첫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곧바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다. 청춘기의 소외감과 순수함의 손실에 대한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서술은 특히 청춘기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이 소설은 한 해 약 250,000부가 판매되는 등 매우 널리 읽히게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성공으로 대중의 큰 관심과 감시 속에 그는 은둔적으로 변하고 새 작품을 출판하는 것도 드물어지게 된다. 1965년 이후로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1980년 이후로는 인터뷰도 가지지 않았다. 《호밀밭의 파수꾼》 다음으로 그가 발표한 작품으로는 세 단편집 《아홉가지 이야기》(1953), 《프래니와 주이》(1961),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1963)가 있다. 그의 가장 최근 출판된 작품은 1965년 《뉴요커》에 실린 중편소설 《Hapworth 16, 1924》 이다.
2010년 1월 27일, 뉴햄프셔 주 코니시에 있는 자택에서 노환으로 사망하였다.[2]
첫댓글 선생님
감사합니다.
순수해지고 싶었지만, 순수해 질 수 없었던 홀든
그러나 누이 동생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죠.
피비가 생각했던 순수함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요?
책을 사서 몇 번 읽은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희미해졌습니다.
다시 선생님께서 기억을 더듬게 해 주셨네요.
손자가 사춘기를 넘기고 있는데,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사춘기 이야기를 하려니 이 책이 떠오릅디다. 그러나 이 책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각색하여 전해줄까, 이런 저런 답을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가 솔직하지 못하였고, 내 손자도 솔찍한 내면까지를 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의 의식구조가 이 책을 솔직하게 읽을 만큼은 열리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하여간에 이 소설 이야기를 편지에 담았습니다.
< 세상에는 추악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공존한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세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순수함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 이 한문장이 전체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