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노을 뒤
- 박숙경
백 퍼센트 자연산 석양을 펼쳐놓고
솔직히, 빨강이라는 색깔이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요
해변이 호객행위 중입니다 사이와 간격을 두고 간간이 터지는 폭죽
발그레 익은 어른들의 눈동자 속
아이가 커다란 비눗방울을 좇아 다녀요
손바닥에 가둔 여휘餘輝를 옆 자리에 앉힌 걸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모짜렐라치즈가 토핑 된 가리비살 위 젖은 모기를 살려줄 방법이 없었던 것만 빼면요
밤의 불협화음들을 칠게는 게걸음으로 피해 가고요
편의점 모퉁이 채송화가 색색의 자물쇠를 채우는 시간을 일기의 맨 끝줄로 옮길 때 사람들 사이에선
마주 보고 나란히 앉아야 한다는 말이 새어 나와요
ㅡ계간 《시와징후》(202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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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이 어지러운 까닭은 '사과할 줄 모르는 신념' 때문인 듯 합니다
무엇때문인지 자기 혼자만 옳다고 믿는 이들이 각계각층에 널리 자리잡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나타나 국회에 집입해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사는 모든 일에 기승전결이 있고, 탄생과 소멸이 순환됩니다
교향악단의 연주는 불협화음을 고루어 어울리게 만들기 때문에 불철주야 연습에 매달리잖아요?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의 삶을 배척하거나 부정할 수 없듯이 서로 다름을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하루가 저물 때에는 노을이 붉게 나타나는 게 자연입니다
돌연변이처럼 나타나는 돌발상황일지라도 여휘餘輝려니 하며 받아들일 순 없을까요?
나의 숨이 다할 때까지는 어차피 마주 보고 나란히 앉아 살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