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여름의 천사
- 최지인
서로를 보면
열이 오른다 자취방 창가로 불어오는 여름
높이 들어 잔이 넘치도록 마시는 여름
거리에 쏟아지는 여름이
마음을 와락 적신다
어느 날은 햇살 아래 빛나는 너의 웃음이
여름이구나
내가 사랑하는 것이 이러한 여름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의 여러모로 비슷한 일상이
뜨거운 시절이라는 사실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기억하자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
이제 시작이니까
너와 함께 있으면 내 삶이 다 망쳐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그래서
네가 좋아
-창작동인 뿔(최지인·양안다·최백규)의 시집 ‘너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걷는사람 시인선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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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난 지 사흘인데 아직 폭염이고 열대야가 이어집니다
누구는 막바지 여름의 발버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겨울보다 여름을 더 사랑하는 이들로서는 아쉬움이 더 클 듯합니다
눈이 밝지 않아도 산과 들이 짙은 초록이 지쳐 눕는 가을로 들어가는 게 느껴집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 이 여름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일 테니
첫사랑으로 맞아들이고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요?
며칠 전에 옮겨 심고 씨앗을 넣은 가을배추와 가을 무를 살피러 텃밭에 나가보려 합니다
진땀으로 목욕한 것처럼 될지라도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돌팔이 농부의 하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