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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떤더?떤더?
이전 글(연관되어 있으므로, 읽고 보시는 것을 추천 드려요) :
신입 사원 여러분께 XX컴퍼니에서 생활 지침을 안내 드립니다.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axJ/81931
[보고] XX컴퍼니 10층 경영기획팀 사건 관련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axJ/81940
도와주세요, 회사에 갇혔습니다. 회사명은 XX컴퍼니입니다.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axJ/81964
XX컴퍼니의 승진 대상자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axJ/82005
XX컴퍼니에서의 어떤 하루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axJ/82019
XX컴퍼니를 제보합니다.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axJ/82059
오늘은 XX컴퍼니의 상당한 고위직 간부의 추억팔이입니다
어디나,, 꼰대는,, 있는 법 아님까? 나,,때는,,말이야,,!
댓글은 프린트해서 베개 밑에 깔고 자고 싶음다,,
그거 보면서 다음 화를 쓸 힘을 얻어여,, 평소에 쫄보에 공포심이 많은 편인데
그게 인생의 기쁨이 될 때도 있네여,, 감삼다,,열시미하겟삼다,,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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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서늘한 발걸음 소리.
구두굽이 대리석 바닥에 박힐 듯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평범한 인상이라 지나치면 잊어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으나,
고개를 들고 연회장 안을 한 번 훑어보는 눈빛만은 형형했다.
"여러분, P본부장님을 소개 드립니다. 모두 박수 부탁 드립니다!"
넓은 연회장 내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회장은 천장이 높고 화려했으며, 둥근 테이블들이 무대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잘 정렬 되어 있었다.
무대를 제외한 공간은 두텁고 고급스러운 카펫으로 덮여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짙은 향을 내는 꽃들이 장식 되어 있었다.
P본부장은 살짝 고개를 숙여 답례하고, 좌중을 살펴보며 웃음을 지었다.
"모두 고맙습니다. P본부장입니다. 처음 뵙는군요."
다시 한 번 터져나온 박수가 잦아들기를 차분히 기다린 후,
P본부장은 말을 이어 나갔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직급자 분들이십니다.
이 행사는 매년 있는 게 아니기에 저에게도 참 의미 깊은 행사죠.
먼저, 저는 평범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마주보고 이야기 하기도 싫어하죠.
여기 계신 직급자 분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승진하신 분들.
이런 분들은 모두 업무적으로나, 그리고 인간적으로나 평범한 사람보다 한 단계 위인 분들이라고
저희가 확신할 수 있는 분들이기에 계시는 겁니다.
아마 평사원일 때는 저를 보신 적도 없었겠죠? 저는 저를 잘 노출시키지 않으니까요.
제 자랑 같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여러분은 선택 받은 사람입니다."
좌중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러분을 보니, 제가 사원 때 일이 생각나네요.
저도 아직 뭘 모를 때의 일이었죠. 입사한지 고작 반 년은 되었으려나?
그 때도 생활 지침, 승진자 안내도 있었습니다만- 여러분이 지금 받아보시는 것들처럼 상세하지 않았습니다.
'쌓인 정보'가 좀 부족했기 때문이죠. 이제는 대충 뭐, 충분합니다.
그때 당시, 저도 회사를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늘 돈을 많이 벌고 싶었기에 이 회사의 연봉에 만족했고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쓸데없는 교류와 답도 안 나오는 의문으로 낭비하는 시간..
이건 제가 정말 혐오하는 것 중 하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다음 날 중요한 회의가 있을 예정이라 밤 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죠.
저 뿐 아니라 제 사수였던 어떤 대리님까지 포함해서 둘이서 잔업 중이었습니다.
그 대리님은 사실 상당히 뭐랄까,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성격이었어요.
일은 잘 했지만 절 경계하고 중요한 일을 잘 안 준다던가, 위에 보고해야 하는 업무에서는
절 메일 참조에서 빼거나 하는 식으로 선을 그었죠.
제가. 더. 똑똑한데. 말이에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뭐, 저는 그 대리님이 자리를 비울 때 가끔 대리님의 이메일함을 훔쳐보곤 했어요.
내가 모르는 중요한 일을 뭘 하는걸까, 대리라는 직급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위에는 무슨 보고를 하는건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때 저는 그 대리님의 이메일함에서 처음으로 승진 메일을 보고, '은신처' 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제가 일하는 층에도 하나 있다고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무엇으로부터의 은신일까? 라고 궁금해하면서도 저는 본능적으로 그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 보았죠.
그냥 흰 벽이었습니다.
그냥 회의실과 회의실 사이.... 텅 빈 흰 벽 있죠? 삭막하게 전기 콘센트만 하단에 달려 있는...
아무 상상력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벽 말이에요.
여기 은신처가 있다고? 라고 갸웃하며 자리로 돌아왔었죠.
어쨌든, 야근 중 목이 말라서 정수기 쪽으로 가려고 일어서서 걸어가던 중..
전 이상한 걸 봤습니다.
대리님 뒤를 지나치는데.. 대리님 발 근처에 무언가 웅크리고 있었어요.
멈춰서서 자세히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무슨 검은색 형체가 있었어요.
검은 먼지로, 곱게 빚어 만든 느낌의 소름끼치는, 인간 형태의.. 그림자같은 형체.
등골이 오싹했던 것은,
그 형체가 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보고 웃었다는 겁니다.
얼굴 형태의 무언가가 길게 갈라지면서 입이 벌어지더군요.
입만은 실체가 있었습니다. 붉고 번들거리는 텅 빈 입안과 깊은 목구멍.
쩌억-하고 벌어진 입과 그 형체의 꿈틀거림에서, 거대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대리님이 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보면서,
"뭐야?" 라고 날카롭게 물어보더군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자리로부터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뛰었다간 그 검은 형체가 오히려 저를 덮칠 것 같았거든요.
대리님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도망쳐야 한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어디로 뛰어 나가야 빠를지를 생각하고 있었죠.
온 몸의 세포가 경종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처럼.
그 순간, 대리님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숙여 책상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외마디소리와 함께 의자를 넘어뜨리며 일어났지만, '그'는 대리님보다 빨랐죠.
대리님은 바닥에 넘어져 책상 밑으로 끌려가며 저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제 이름을 소리높여 부르더군요.
그리고 와지끈, 하고 대리님의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곧 이어 다른 뼈들도요. 제 얼굴까지 핏방울이 튀겼어요. 하하. "
P본부장은 달콤한 순간을 회상하듯 눈을 감으며 미소지었다.
"저는 직감적으로, 많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는 걸 알았죠.
도저히 건물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은신처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전속력으로 사무실의 코너를 돌아 흰 벽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려가는 동안 인간이 지르는 소리라고는 믿기 어려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죠.
아무 무늬도 없는 단조로운 흰 벽.
그 앞에 서서 망설인 시간은 한 2-3초쯤 되었겠지만,
머릿속으로는 미친듯이 어디? 어디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이게 은신처가 맞아? 내가 지도를 잘 못 본 걸까? 하는 생각들이 휘몰아 쳤습니다.
다음 순간, 무언가가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바로 바닥에 쪼그려앉아 콘센트를 잡고 뜯어냈습니다.
그건 콘센트가 아니었어요. 그냥 벽에 부착된 속임수였던 겁니다.
콘센트가 힘없이 뜯겨 나가고, 그 안에 작은 손잡이가 드러났습니다.
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연 뒤, 저는 복도에 피로 길을 만들며
저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코 앞에서 문을 쾅 닫았습니다. "
연회장에 앉아있던 청중의 얼굴에 경탄이 어렸다.
모두들 잠시 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P본부장은 우아한 미소로 박수를 받은 후,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은신처 안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저는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짐작하셨겠지만 제 사수였던 대리는 뼈랑 약간의 살점만 남은 채로 발견 되었습니다.
저는 승진했고, 제 사수는 사라졌습니다. 저에게는 축복 같은 일만 주어진거죠.
그가 아니었다면 제가 했을 일이었는데.
저는 여러분에게도 위기의 순간 엄청난 순발력과 판단력을 발휘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여기 계신 것일 테니까요.
누군가는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다녀야 해? 라고 물을지도 모르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희는 '그' 가 필요합니다.
'그' 의 요구조건은 너무나 간단한 반면, 우리가 바라는 건 사실 얼마나 많은가요.
누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쁜 것은 사실, 바보같은 사람들이 아닐까요?
굳이 그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걸까요? "
청중은 차가운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저희는 주어진 일을 하고, 간단한 지침 몇 가지만 따르고,
우수한 인재답게 위급한 상황에서 대처해 나가면서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보상을 누리면 됩니다. XX컴퍼니는 '희생'에 대해 늘 보상합니다.
XX컴퍼니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는 선택 받은 여러분 말입니다.
XX컴퍼니야말로, 여러분의, 가족입니다. "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P본부장은 가볍게 인사하고 연회장 밖으로 다시 향했다.
홀로 어두운 복도를 걷다말고, 복도 중간의 거울에 P본부장은 멈춰섰다.
그리고 입을 벌릴 수 있는 한 가장 크게 벌려 보고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당연하지만 안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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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무서워 저기 입사했음 벌써 죽었다 나..
와하씨;; 본부장님이나 뭐나 진짜 평균인간 이상 대처력이넴;
와시바 마지막 뭔데요ㅠ!!!!!!소름돋았어ㅜㅜㅜㅜㅜ와 다리 안바꿔서 온거구나 나도 읽다가 다리 바꿈ㅅㅂㅜㅜㅜㅜㅜㅜㅜ존나무섭다구요!!!!!!!
진짜 이정도명 책 내야 하는 거 아냐? 진심 재능넘쳐
333333 아니면 진짜 금손이 웹툰으로 그려줘ㄷㅎ 돨거같아 존나재밋어 .....
진심 책으로 내주라 쩔어..근데 이거 전체 플롯짜고하는거야? 아님 그때그때 생각하고하는거야? 어느쪽이든 존나 천재...
미츼유ㅠㅠㅠㅠㅠ개존무 역시 고위급쯤 되려면 제정신 아니어야되는게 맞군ㅠㅠㅠㅠㅠㅠ 진짜 존잼이다ㅠㅠㅠㅠ여샤 계속 써주라ㅠㅠㅠㅠㅠ 넘잼써ㅠㅠㅠ
좋은글써줘서고마워~~~
ㅜㅜㅜㅠㅠ이여시 작가아니냐고요ㅠㅠㅠㅠ 이거 웹툰으로 그려도ㅠㅠㅠㅠㅠ오지겠다
와..대리가 책상 밑에를 봤네 저땐 저런 항목이 없었나?? ㅠㅠ (다리를 바꾸며)
아싸 ㅋ 나 평생 입사 못함
오우.... 본부장쩐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하진짜 너무재밌어
큽 ㅜㅜㅜ 존잼 여시 잘봤어 ㅜㅜ
저 오늘 못자는데 보상 부탁합니다;
하아 넘 재밌어 진짜ㅠㅠㅠㅠㅠㅠ
머야존잼이야...
이거 읽고 밤길 무서워졌다..
크으...
존잼.....
ㅞㅠㅠ뭐지 ㅠㅠ
마지막 부분 뭐야?? 본부장 괴물이야??? 이래시켜주라ㅠㅜㅜ
와 진짜 괴물이랑 동화됐나봐 입벌려보는 것 봐 ㅠㅠ 괴물이 되고싶은가뵴 ㅠㅠ
완전 괴물이나 마찬가지네.ㅡㅡ
너무 글 잘 쓰는 거 아니냐고요 ㅎㄷㄷ 무사와요
헐 뭐야 본부장이 괴물이야??? 드디어 인간 모습으로 완성했나 아니구나 그냥 흉내내 본거구나??ㅋㅋㅋ그나저나 저긴 싸패만 오는 회사구만... 가족도 없으니 뭐 겁날것도 없겠다 아나 너무 재밌네 이거 ㅠㅠ
독기가득하다 본부장
와나 이거보다가 책상에 물건쓰러져서 진짜 개개놀랐어 존잼이야 정주행중
괴물같은사람이군
괴물은 아니지만 괴물같은 본부장님...
괴물이 되고 싶으세요…? 독기 가덕하다,,,!!
이런 회사에서 높은 직급인 이유가 있구만
저것도 어떤 종류의 독기긴 하군,, 독기가득본부장
오래다니면 다들 좀 맛이가네
이야 본부장님 오래오래 다니십쇼
크아아 본부장님 얘기 맛깔나게 잘 하시네요
본부장 제정신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