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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奇蹟)miracl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랑-
뒤늦게 도착한 소방관들로 인하여 이미 3층 전관은 화염에 쌓였고
주위는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자...자..모두들 물러 서세요"
소방관 하나가 확성기에 대고 주위의 사람들을 물러서라며 소리를 쳤다.
"거기 그 쪽 분들 좀 물러 서요....아줌마....어서요!!"
건물주위에 웅성대는 사람들이 정리가 되기도 전에
소방호스가 엿가락처럼 길바닥에 길게 여기 저기 늘어지기
시작했으며 잠시 후,
그 호수의 노즐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3층 화염을 향해 뿜어졌다.
그 때였다.
"어..저기 누가 나오는데....저길 봐요...!!"
순간 주위의 사람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1층 현관입구 쪽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건물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현재냐..현재야?...현재야!!!"
준범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현재라고 확신했다.
현재의 어깨에 축 늘어져 있던 자영을 한 소방관이 받자,
현재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애애애앵.....삐뽀...삐뽀......'
두 사람은 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다.
"선생님, 두 사람 다 맥박이 급격이 떨어지는데요"
그 때까지 구급차에 동승해서 두 사람의 상태를 체크했던 간호사의 말에
병원 응급실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의사가 소리쳤다.
"빨리 응급실로 옮겨!!"
두 사람은 화상으로 인하여 타 버린 옷가지들이 살에 여기 저기 늘어 붙어 있었고
얼굴은 이미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준범을 그의 아내가 부축하려 하자, 뿌리치고 절뚝거리며 달려 갔다.
"자영아....현재 이 자식아....흑흑....."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응급실 앞에서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던 준범에게 응급실에서 빠져 나온 의사가 다가
왔다.
"선생님 어떤가요...괜찮은 거죠?"
"............."
말이 없는 의사 앞에서 자영의 어머니가 맥없이 푹 쓰러졌다.
"여보...여보......자영 엄마!!!"
의사가 준범을 도와 아내를 부축하여 의자에 앉히자, 다시 다그쳤다.
"무슨 말씀이라도 해 주세요...아무 일 없는 거죠?"
"죄송합니다...이런 제가 싫지만...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제가 드릴 말씀이란 것이 최선을 다하고 있단
말씀 밖에..."
"누가요...둘 다요?"
"지금 상태론 남자 분은 그나마 조금 나은 상태입니다만....죄송합니다
그런데.....왜 남자분과 따님을
같은 병실을 쓸 것을 원하셨나요? 혹시 알고 계신 분인가요?"
"아닙니다...그럼 내 딸을 구해 나온 사람인데...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주윗분들 말을 듣자면 아는 사이 같다고....지금 남자분이 신원 미확인상태라
혹시 아는 분이시라면 가족과
경찰에 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릅니다..몰라요!!!"
짜증스런 목소리가 준범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준범은 지금 현재의 상태를 가족에게 알릴 수가
없었다.
누구때문에 현재가 저렇게 된 것인지를 가리지 않더라도 나약한 그의 아내에게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
뻔했다.
모르긴 몰라도 충격으로 쓰러져 아마도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말 것이다.
좀 더 두고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아내에게도
비밀로 하라고 단단히 일러 뒀었다.
준범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계속되었던 의사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 오질 않았다.
결국 거의
실신직전으로 멍해져 있는 아내의 앞에 넋을 놓고 주저 앉아 버렸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이대로....이대로 보낼 수가
있단 말인가.
하루라도 떨어져 있으면 불안 해서 남들이 손가락질 받을 정도로 곁에 두고 살았지 않는가.
가고 싶다고 졸라 대던 중학교
수학여행도 한사코 보내지 않았던 준범이었다.
그렇듯 사랑했던 딸아이가 지금 죽어 가고 있단다...죽어 가고 있단다...죽어
가고....
"내가 들어 갔어야 했어... 자기 딸이 아니잖아...하하하....내가 들어 갔어야 하는데...흑흑"
준범은 주윗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다, 울다 를 반복했다.
"여...보.....이제....어떻게 해요...."
"뭘 어떡하긴 어떡해...살려야지...무슨 수라도 써서 살려야지..절대 안 죽어"
"경찰은 오늘 저녁 6시30경에 일어 난 돈암동 미림 미술학원에서 일어 난 불로
3층에 있었던 학생
12명과 강사 1명, 학생을 구하러 뛰어 들었던 40대 남자 1명,
그리고 옥상에서 발견된 신원을 알 수 없는 20대로 보이는 남자
1명등
16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또 한, 경찰은 화인이 2층에서 발생했단 점을 토대로 화재 시,
2층에 있었던
학생과 강사들을 상대로 조사하는 한편, 정확한 화재의 원인분석에 주력하고 있으며
옥상에서 발견된 20대 남자가 화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남자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는.....26세 윤지하 강사, 15세 강인구 세림중 2년, 17세
서인영 수양고 1년....
16세 윤자영 수양고 1년,......40대정도의 신원 미확인 1명, 20대 중반정도의 신원 미확인
1명등
총 16명입니다....저희 방송국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죽었다고? 야 이 미친 새끼들아....죽긴 누가 죽어!!!!"
준범이 들고 있던 맥주병이 병원로비의 대형TV를 향해 날아 갔다.
다행인지 그 맥주병은 TV옆에 서 있던
정수기에 맞고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에이...더러운 개새끼들...산 사람을 죽었다고?...죽을 놈은 네 놈들이야!!"
"친구보다 편안한 대출...7979....."
뉴스를 마치고 이어서 흘러 나오는 광고....
그 대출광고를 보고 준범은 이틀 전 집으로 찾아 왔던 현재를
떠 올렸다.
"준범아....이미 늦었다....그냥 나 잠시 좀 떠나 있을 께...
내 가족을 좀 부탁하자....이제 가족
볼 면목이 없다"
가족을 부탁한다 했었다.
준범이 현재를 돕는다 해도 이미 회사를 살릴 길은 없었지만 그래도
뒷수습은
가능한 일이었다. 최소한 집만은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내는 너무나 나약해...도통 조그마한 걱정도 하질 못하니 말이야..거기에다가 눈물은 좀
많니...
여차하면 질질 짜 대니....사실 그런 아내에게도 지쳤다...집안도 내가 기댈 만 한 곳이 아니야"
"그렇다고 일부러 고생이라도 시키듯이 넌 피하고 난 모른 척 하라는 거야?"
"아니다...그래서 널 찾아 왔잖니....굶지 않을 정도만 도와 다오...대충 계산을 해 보니
회사 넘기고
집과 조금 가진 동산하고 하면 빚은 지지 않을 거야...난 내가 개발했던 것을 가지고
미국으로 갈란다....꼭 성공해서 돌아 올
거다...그 때 까지만 좀 몰래 돌 봐 다오"
"네가 정 그러길 원하면 알겠는데....그 개발이란 것이 뭐냐?"
"나중에 알게 될 거야...지금은 개발 초기 단계라서....."
그리고 급하게 가 볼 곳이 있다며, 다음 날 다시 오기로 약속을 하고 돌아 갔었다.
그
다음날......
현재가 그 전날, 집에 안 들어 왔다며 윤수가 걱정하더라는 딸 아이의 말에
준범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 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중에 자영이와 같은 미술학원에 다니던 선배에게 학원에 불이 났다며 전화가 왔었고
허둥지둥 집을 나서다가
현재를 만났었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잠시 자영의 상태로 인해 현재를 증오했었지만 준범의 본 마음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딸을 구하려다 똑 같은 꼴을 당했지 않은가.
준범은 주룩 눈물을 흘렸다.
"에라이 상놈의 새끼들...연 70% 이자가 말이나 되는 소리야?..저 놈 봐라..좀 괜찮은 놈이다
싶었더만
그 놈의 잘 난 인기로 저런 광고에나 출현하고...에라 비러 먹을 놈..."
준범이 자신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은행의 대출이 막히자,
말이 70%지 연체 시 이자에 이자가 붙는다면
이자율이 연 300%가 된다는 가히 형이상학적인 논리의 사채를 썼었고,
그로 인해 준범이 대학 졸업 후 온 몸을 불살라 18년간
일구어 놓았던
'오성상사'는 지금 무너져 가고 있었다.
'미친 놈...나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넌 자식아 내 친구도 아냐...'
여전히 TV에서는 겉만 제2금융업이라는 빛 좋은 허울을 목에 걸고 이웃보다 더 이웃같고,
친구보다 더
친구같은 자기네들의 돈을 가져다 쓰라는 사채업자들의 선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내가 돈이 없냐...왜 내게 한 마디 말도 없었냐....말도...이 미친 새끼야!!!'
마치 모든 것이 현재의 부도로 인해서 이런 사태가 일어 난 양, 지금 준범은 터져 버릴 것 같은
가슴을
엉뚱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있었다.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을 하든, 누구에게든 시비라도 걸어 죽도록 맞아야 정신이 번쩍 들
판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지만 두 사람은 혼수 상태였다.
그 와중에 현재의 아들 윤수와
아내에게서 여러번 전화가 왔었지만 준범은 받지 않았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지금으론 뭐라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남자분과
윤자영양은 공통적으로
화상이 너무 심하고 의식상태가 불분명한 상태인지라
저희로썬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 봐야 겠다는......
저...그리고....이런
말씀 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윤자영양은 아무래도 실명일 것 같습니다...."
"실명요?"
항상 불운은 꼬리를 물고 온다고 했던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고, 다시 준범은 가슴에 예리한 칼침을
맞아 버렸다.
"죄송합니다...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래, 최선만으로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진다면야 좋겠지. 그런데 대체 최선이 뭐란 말인가.
사람
목숨이란 것이 최선이란 것에 과연 얼마나 좌지우지 된단 말인가?
'자양아...내 눈이라도 파 주마..내 눈이라도....그러니 제발...살아만 다오..살아만.....'
중환자실에 호흡기에 의존하며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을 준범은 눈물을 흐리며 바라보고 있다.
한꺼번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과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던 친구 녀석을
한꺼번에 잃어 가는 상황이었다.
그 때 병실 밖에서 소란스러운
말투가 들려 왔다.
"안된단 말예요!!"
"그럼 보호자라도 불러 줘 봐요!!"
[계속]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요 며칠 살인사건을 다르느라고...자주 못 올리네요...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읽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월요일이에요 시작잘하세요 다음편도 얼른 올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조금 더텨도 용서 해 주세요...욕심이 많다 보니...여기 저기 올리다 보니..ㅜㅜ...항상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