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 4위로 플레이오프 컷오프에 겨우 턱걸이한 LG가 3위 현대와 2위 기아를 잇달아 깨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삼성과 6차전까지 가는 용호상박의 '맞짱'을 벌이며 보여준 투혼과 감동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편의 최루성 드라마였다.
해가 바뀌어 2003시즌.
LG는 올 시즌 또 한번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까?
▶ 젊은 선발투수들
올시즌 LG의 선발 투수진은 이승호 서승화 최원호 이동현 경헌호.
모두들 상대적으로 젊은데다 10승대 투수가 없다.
승수를 보장할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것은 LG의 약점 중 약점이다.
예컨데 기아의 경우 '키퍼 리오스 김진우 최상덕=합계 50승', 이런식으로 계산이 가능하지만 쌍둥이 마운드는 아직 현장에서 검증이 안된 탓에 일단 계산이 어렵다.
하지만 이 점은 뒤집어보면 LG의 강점이기도 하다.
젊고 패기만만한 어깨들이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이들은 약점 보다는 강점을 많이 보여줬다.
▶ 현재 마운드는 과도체제
현재의 LG 선발투수진은 한마디로 과도체제다.
팀내 유일한 10승대 투수이며 부동의 에이스인 최향남, 그리고 김민기 등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선발진은 바뀔 수 밖에 없다.
이들 부상 투수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5월까지 현재의 선발진이 5할대의 승률로 버텨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4월 게임에서 선발진이 약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현재 둘 다 야수인 용병중 한명을 투수로 교체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아마도 쿡슨이 짐을 싸야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선발진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투구 능력은 있기 때문에 시즌 초반에 무너지지지만 않는다면 의외의 힘을 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발들이 잘 버텨 5이닝을 무사히 넘기면 안전지대에 진입하게된다.
장문석 유택현 이상훈 등 8개구단중 최고 수준의 중간과 마무리 지원병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신바람 방망이들
타격에서는 매우 짜임새가 있다.
톱타자 유지현에 이종열 마르티네스 이병규 쿡슨이 중심타선을 이루고 박용택 홍현우 최동수 조인성 권용관 등이 뒤를 받친다.
이름값이나 능력으로 볼때 대단히 중량감있는 강타선으로 공격적인 신바람 야구를 실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재활훈련중인 김재현의 공백.
김재현의 자리를 메울 쿡슨은 장타능력이 있다지만 지금으로서는 김재현만큼 확실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고민스럽다.
자율을 보장하는 가운데 개개인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스타일인 이광환 감독이 부임한 후 LG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선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자발적으로 뭔가 해보려는 의욕이 보인다.
밝아진 팀 분위기가 LG의 또 다른 힘의 원천이 될 때 LG는 또 한번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송철웅 기자
이광환 감독은 A형이다. 전체의 흐름을 읽는 눈이 뛰어나다. 단기전에 급급하지 않는다. 장기 레이스를 꾸려가는 능력에 강점이 있을 혈액형. 자상하고 부드러운 체질이지만 불같이 급한 성미도 내재돼 있다. 사회적 명분을 중요시 한다. 자율야구, 스타시스템 등의 이론적 틀을 추구하는 게 단적인 예다. 팀워크를 중시하고 선수들에게 연초에 1년 목표 발표 등을 지시하는 것도 명분과 규칙준수를 따지는 체질과 관계가 있을 듯.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A형답게 이감독은 규칙외의 사사로운 처리엔 거부감이 강하다. 한일은행 선수시절 고참의 명분없는 얼차려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강한 신사다. 때론 너무 가까워 상대에게 참견한다는 인상을 받을 소지도 있다.
A형 리더와 궁합이 맞는 참모의 혈액형은 O형이다. A형과 B형은 서로가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귀를 항시 열어두는 이감독은 오히려 A형과 B형 코치도 신뢰하는 스타일이다. 김영직 수석코치는 B형이고 이순철 작전코치는 A형이다. 양상문 투수, 박철영 배터리, 김상훈 타격, 김용국 수비코치는 O형이다.
이상주 기자
'V2'를 이뤘던 지난 94년. 올시즌 LG는 9년전으로 되돌려 놓은 느낌이다.
그때 감독이 돌아왔고, 여전히 신바람 야구를 주창한다. 당시 혈기 넘쳤던 이상훈 유지현 이종열이 건재하다.
96년 7월 23일 LG 지휘봉을 놓은지 6년여만의 컴백. 이광환 감독은 섣부른 장담을 하지 않는다. 올시즌 목표를 4강으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전력상승 요인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다.
94년에도 그랬다. 영원한 우승 후보 해태(현 기아)와 막강 타선의 삼성을 넘기에 LG의 힘은 약해 보였다. 올해도 우승 후보로 LG는 기아, 삼성보다 뒷전이다.
그러나 당시 뚜껑을 열고 보니 LG의 '신바람 야구'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었다. 그 중심에 신인 '3총사'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이 있었다. 유지현은 올해도 톱타자로 다시 선다.
올해의 3총사를 꼽으라면 이승호 서승화 이동현이다. 94년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의 '환상 트리오'를 재현할 '영건'들이다. 겨우내 선발 수업을 착실히 받아 기대가 높다.
94년의 중심타선은 3번 '허리케인' 서용빈, 4번 '해결사' 한대화, 5번 '컨택터' 노찬엽이었다. 올해는 4번 이병규를 가운데 놓고 검증된 용병 마르티네스와 쿡슨이 중심을 잡는다. 이병규에게 4번은 새로 주어진 몫이다.
94년 대타, 대수비 요원이었던 최훈재 허문회는 3할의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 역할을 최동수 손지환 최만호 안치용 등이 이어받는다.
최고 포수 김동수가 호령했던 안방은 지금 조인성이 든든히 지키고 있다.
전년도 상황도 비슷하다. 93년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LG는 준플레이오프서 OB(현 두산)를 물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삼성에게 2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역시 삼성에게 2승 4패로 패했다. 같은 흐름이다.
9년전을 생각하면 V3가 무리도 아니다.
노재형 기자
▶ 이병규 (외야수)
누구든 현역 최고 타자로 주저없이 이병규를 꼽는다. 3차례(99~2001년)나 최다안타왕에 올랐고, 30(홈런)-30(도루) 클럽(99년)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24경기나 결장했고, 타율도 3할에 미치지 못했다. LG의 신바람 야구는 이병규로부터 시작된다. 정확하고 장쾌한 타격, 빠른 발, '적토마'처럼 외야를 휘젓는 이병규가 LG를 대표한다. 시범경기서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타율 3할1푼8리에 11게임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병규가 살아야 LG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