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말인데.. 당장 결혼을 하라는건 아니고.. 니 곁에 누군가가 필요할것 같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나보고 괜찮은 여자 있으면 주선해보라고 자꾸 말씀하시는데..후후...참..나도 장가못가는 판에 말이야~"
"후후-"
"난 뭐 니가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가볍게 한번 만나볼래?"
"여자?"
"어-"
"참..후후... 엄마가 아들 장가못보내 안달이구만.."
언제나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던 태지는 어머니가
자신걱정에 잠못이루실까 가슴이 아프다.
"그래..뭐.. 못만날것도 없지뭐-"
"허- 정말?"
"어~"
"우와~ 서태지~ 솔직히말해~ 너도 속으론 좋지좋지?크크크"
"어떻게 알았어?크크크"
부엌에서 쿠키를 만들고 있던 시아...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는 부엌까지 생생히 들려온다.
물론 시아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것도 부인할수는 없다.
옅들은 그들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서러움...
/그의 여자가 되기를 꿈꾸는건 생각도 안해봤지만 그래도 그가 여자를 만난다니까 나 왜이렇게 서러운거지....후..../
시아의 복잡한 심정을 잘 나타내어주듯
쿠키는 요상스럽게도 울퉁불퉁 만들어졌다. -.-
"야~ 이게뭐야~ 이거 쿠키야~ 고구마야~ 으흐흐"
태지는 여자만나는게 뭐 그리 즐거운지
시아가 만든 쿠키를 요리조리 훑어보며 연신 놀려대고 있다.
"먹기싫음 안먹으면 되잖아요!"
구차해지면 안돼는것을...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섭섭한 감정을 신경질로 대신한다.
"에이~ 왜 화를내~ 그래도 고구마는 싫어~ 쿠키줘~ 쿠키줘~~흐흐"
태지는 뭐가 그리 신날까...
"시아야.. 이해해.. 얘가 곧 여자 만나는것 때문에.."
춘삼이의 미소를 지으며 -,-;; 한마디 끼어드는 양군...
"저 가서 잘께요.."
"벌써?"
"네- 오늘은 벌써 피곤해지네요.."
"그래- 가서자~ 고구마 잘먹을께~"
태지는 끝까지 시아의 맘을 헤아리지 못하고 장난을 쳐댄다.
"어? 너 잔다고 올라가지 않았어?"
발코니의 하얀 그네의자엔 시아가 나와 앉아있다.
"막상 자려니깐 잠이 안와서요.. 그러는 오빠는 새벽에 왜 나왔어요?"
"어.. 물마시러.."
"네..."
"추운데 뭐해~ 감기들어.."
그녀가 앉아있는 옆자리에 살짝 동참하는 태지...
"오빠 추우면 들어가요-"
"아니야.. 근대 앨범준비는 잘 하고있는거야?"
"네.."
"뭐 우울..한일있어?"
"아니요.."
"근대 오늘 평소랑은 느낌이 다르네.."
"제가뭘요...."
"음....나 그렇게..가고. 아파한 친구들 많았지?"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한다는 밤....
태지는 뜬금없이 은퇴후의 얘기를 꺼낸다.
".............."
그녀는 괜히 눈물이 나려해서 아무말도 할수가 없다.
"음악을 한거.. 그동안 많이 후회했었어..
음악을 한걸 후회한다는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최악의 기분이 드는거야.. 팬들.. 나한테는 각별한 존잰거 너도 알지?
의례적으로 감사해야하고 의무적으로 사랑해야하는 사람이 아니였어...
내게는.. 내게는..정말.. 나를 숨쉬게 할수있는 유일한 존재들이였는데...
내가.. 내가 못나서 친구들을 아프게했어...
난 죄책감에 다시 음악을 하고..듣는다는건 상상도 할수 없었고...
그 죄책감이 너무나커서 음악과 너희들을 잊고 살려고했어...
"서태지"를 버리고 "정현철"로 거듭나려고 무척이나 애썼어...
많이 노력했는데... 자꾸만..자꾸만.. 서태지란 놈이 따라다니더군...
혼란스러웠어... 정말 괴로웠어..."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는걸 무척 싫어하는 태지가 아픔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다.
한없이 약한... 그 대단하다던 인간의 넋두리를 듣는동안 무심한듯 서있는 나무...
그 모습이 그리도 서러워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시아는 북받혀오는 서러움을 꾹꾹 누른다.
자신이 여기서 크게 울어 버리면 태지는 또 그렇게 가슴아파할것 같아 어떻게든 꾹꾹 참아야했다.
"천천히..천천히 일어서요..급할거없어요.."
"훗- 그래..고마워..이야~ 춥다.. 들어가자~~"
"오빠 먼저 들어가요..난 좀만 더있다가.."
/그래..쓸데없는 기대따윈 접어두고 곁에있는 동안만이라도 그가 행복할수있게 도와주자~
허황된 욕심은 결국 자신만 더 괴롭히는 꼴이 될거야.. 살아있는것 만으로도 희망이야..^^/
부질없는 감정은 어쩌면 그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그를 함부로 마음에 담지 않을것이다. 다시 행복할수있도록 그를 도울것이다.
[다음날]
"태지야- 이옷좀 입어봐-"
양군은 무작정 태지몸에 새옷을 한벌 갖다댄다.
"왜그래?"
"왜그러긴! 얌마!! 여자만나는데 추리닝입고 만날래?"
"여자라니?"
"이자식이.. 어제 한말은 무슨 농담따먹기인줄아나..."
"뭐야? 그럼 이미 계획되있었던거야?"
"크크크- 지금 내가 공항가서 데려올테니깐 넌 그동안 꽃단장이나 하고 있으셔~"
"양군!!"
재빠른 양군... 대기시켜 놓았던 차에 올라 태지의 추궁을 모면한다.
"하~ 이것참..."
막상 여자를 만나려니 왠지 꺼려지는 느낌... 난감하다..
"뭐예요? 양군오빠 왜 저렇게 실실 쪼개면서 도망가요?"
시아가 마당의 해바라기에 물을주고 들어서며 태지에게 묻는다.
"어? 어.. 아무것도 아니야.."
"치..오늘 선본다면서요?"
"어?"
"치..다들었어요..에휴~ 오늘도 밥순이는 돼지갈비에 힘좀팍팍 줘야겠네! 히히"
어젯밤 아픔에대한 넋두리가 시아에겐 많은 포용력을 가져다준 것일까...
그녀는 밝게 웃고있었다.
"켁- 이거 양복이예요?"
시아는 쇼파에 놓여진 새양복을 보고 깜짝놀라 말한다.
"그..그러게.."
"크크..오빠가 새양복입고 여자를 다만나고.. 오래살고 볼일이네~ 흐흐"
"-.-;;;" (연신 부끄러워하는 태지)
"얼른 입고 나와봐요~ 오빠 양복입은거 구경좀하게~"
"크흠.. 있다가 입지..뭐.."
"있다가 언제~ 얼른 입어봐요~ 어서요~"
시아는 양복을 그의 손에 쥐어주고 등을 방으로 떠민다.
철커덕-
수줍게 머리를 긁으며 등장하는 새양복입은 태지!!
"이야~~ 멋지다~~ 오빠~ 멋져요~ 꼭 새신랑같애~ 헤헤"
태지는 시아의 탄성에 더욱더 쑥쓰러운지 고개를 숙인다.
"나..근대 넥타이를 못메겠어.."
"어? 그래요? 그럼 이리와봐요.메줄께요.."
"자-여기"
태지는 시아앞으로 다가와 넥타이를 건낸다.
"어유~ 남자가 넥타이도 하나 못메는게 어딨어요..
하긴 오빠가 직접 넥타이 메본일이 얼마나 있었겠어요..
넥타이는요.. 이렇게 메서..이렇게..."
계속해서 뭔가 종알대며 태지의 넥타이를 봐주고있는 시아...
/아..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려는걸까.. 쓸데없는 기대따윈 버리기로 해놓고...
게다가 이렇게 가까히 그를 마주하는것도 꿈만같은데...진시아!! 눈물 흘리지마..
지금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눈물을 흘리면 금새 들통날거야..으~ 그럼 창피해서 안돼..
제발..눈물아..들어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