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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2 수원교구 대리구제 개편에 따른 사제 총회 - 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2018년 5월 2일 정자동주교좌 성당 오늘 사제 총회에 임석(臨席)하신 모든 신부님들께 죽음과 어둠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늘 우리는 교구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대리구제 개편을 앞두고, 사제단의 의견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교구장 주교로서 무엇보다 먼저, 갑작스럽게 대리구제 개편을 진행하게 되어 교구 신부님들께 큰 불안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하여,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저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리구제 개편에 대한 결심이 오랜 숙고를 통해 나온 것이지만, 교구 신부님들께는 매우 놀랍고 돌발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합니다. 신부님들과의 소통이 미진(未盡)한 가운데 진행된 것에 대해, 마음이 많이 언짢고 불편하셨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신부님들의 양해를 청합니다. 이미 대리구제 개편에 대한 3차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 답변이 수렴되어 제안서를 마련했으며, 오늘 사제단 전체의 의견을 투표로 묻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대리구제 개편을 결코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신부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논의를 거쳐 실천에 옮길 것입니다. 이제 왜 대리구제를 개편하려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고, 그때를 제대로 분별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징표를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06년 9월, 교구의 새로운 비전과 복음화를 지향하며 대리구제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 기존 대리구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여, 2013년 새로운 수정안을 내놓고 힘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또 5년이 지났습니다. 대리구제 시작부터 지금까지 약 12년이 지났습니다. 그 결과들이 우리의 기대를 온전히 채우지는 못했지만,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평가와 효과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러 장점과 함께 각 대리구의 바람직한 특징들도 드러났습니다. 저는 이를 위해 헌신하신 전임 대리구장 신부님들, 현직 대리구장 신부님들과 국장 신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대리구 사제단의 친교와 일치, 영성 모임은 매우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이 점은 우리 수원교구 사제단이 계속적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리구장 신부님들과 사제단이 혼연일치된 모습과 교구에 대한 사목적 열정 등을 보여주신 점도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님들께서 대리구제 안에서 신명나게 사목하기보다는, 힘겨워하고 활력을 잃은 부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각 대리구 안에서 대리구장 신부님을 중심으로 사제단의 일치를 통한 관심과 사랑이 서로를 지켜주는 버팀목과 힘이 되었음에도, 병들고 아파하는 신부님들이 계속 늘어갔습니다.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계속되는 신부님들의 육체적, 정신적, 윤리적인 문제, 개인 사정으로 불거져 나온 난관과 사건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안들이 전적으로 현 대리구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지하시는 대로 교구에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교들과 대리구는 인사 공백을 채우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일일이 그 이름을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13분의 신부님들이 크고 작은 병환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11분의 신부님들이 정직 및 휴직 상태에 계십니다. 영육의 힘겨움을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본당을 비우고 떠나시는 신부님들도 계십니다. 매년 사제직을 포기하고 환속의 길로 들어서는 신부님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사 공백을 채우기 위해 긴급 인사 발령이 이루어졌지만, 교구는 늘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습니다. 지난 2월 중순에 몰아닥친 미투(me too) 운동의 여파로 교구 사제단의 이미지는 급격히 실추되었고, 신부님들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보며 우리는 긴 한숨으로 절망과 슬픔을 달래야 했습니다. 절망 속에 잠겨있는 젊은 신부님들의 하소연과 미래의 희망을 담보하지 못하는 모습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교구 복음화국과 청소년국에 불행한 사태가 겹치며, 고유한 기능과 업무는 벼랑길로, 긴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만회를 위한 방법과 정상화하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6월 정기 인사이동으로 임시방편의 틀을 새로 짤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쇄신 방안이 요청되기 때문입니다. 두 분의 보좌주교님들 역시, 계속 터지는 대형사건으로 몹시 지쳐가는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주교들의 본연의 임무인 교구 신부님들과의 대화와 소통,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잦은 인사와 이어지는 악재를 겪으면서 사제단의 분위기는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주교들과 사제단의 신뢰도 금이 가고 틈이 깊어졌습니다. 신부님들의 신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구는 신부님들 개개인의 비밀 사안과 인격과 품위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를 삼간 채 침묵해야 했고, 교구와 저의 입장을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강한 풍랑을 맞아 가라앉고 있는 교구 공동체의 새로운 판을 짜지 않고서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지금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변화의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징표가 되었습니다. 병든 조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건강하고 자생력 있는 조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화를 통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2년간 대리구제를 시행하면서 변화를 추구한 우리 교구는 건강한 조직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난(至難)하고 힘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쇄신하고 고쳐야 할 시대적 요청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 2006년도에 대리구제를 시행하면서 “작은 교구, 강한 대리구, 활기찬 지구와 본당”을 기대하며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수차례에 걸친 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교구, 기력을 상실한 대리구, 동반자 없이 홀로 뛰고 달려가는 지구와 본당’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사목하고자 노력하는 대리구장 신부님들과 신부님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강한 응집력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구조적 토대와 바탕, 구심점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의 탓이랄 것도 없이 현재의 조직과 제도로는 이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거나 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교구는 교구대로 커져가는 사목적 한계와 물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대리구는 대리구대로 열심히 사목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며 활력을 찾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리구 제도 자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우리 신부님들을 지치고 아프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구장 주교로서 우리 신부님들을 지치고 아프게 만드는 불합리한 구조를 더는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저의 협조자인 두 분 보좌주교님들이 계시고 새로운 방법과 대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만, 변화를 요구하는 징표가 드러나고 있는 이때를 놓친다면, 우리 교구와 사제단의 쇄신은 속절없이 무기한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변화와 마주하기 위해서는 생살을 찢는 아픔과 희생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어떻게든 신부님들께서 지치고 병드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이보다 더 큰 아픔과 희생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당한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게 교구 조직의 방향과 구조를 개편하고 안정을 되찾아, ‘새살’이 돋아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신부님들께서 제가 제시하는 대리구제 개편에 대해 널리 이해하고 함께 도와주신다면,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불편과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신부님들의 간절한 기도와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이번에 개편하고자 하는 대리구제는 처음에 우리가 공감하였던 대리구제의 근본정신과 이상을 다시 살펴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재정비하는 일입니다. 또한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준비위원회에서 제시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개정한 ‘2013년 대리구 운영지침’의 기본 방향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전혀 새로운 대리구제 개편이나 변화는 아닙니다. 크게 보면 구조적으로 대리구장을 주교가 맡음으로써 ‘사목대리구’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 하고, 그 권한과 역량을 강화시켜 대리구 사목의 본질적인 정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새로 개편되는 대리구제에서 각 대리구장 주교는 자신의 대리구 안에서 일체의 사목권을 행사하며 대리구 사제단과 함께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역동적이며 신명나는 사목을 전개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개편되는 대리구제에서는 지구장 신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개정된 2013년 대리구 운영지침에 보면, “지구는 지구 내 본당들의 복음화가 더 잘 이루어지도록 지구장 신부를 중심으로 ‘연합사목’을 하는 기구”(제3조 3항)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구장 신부는 지구 내 본당 사제들과 함께 지구사제회의를 이끌면서 지구연합사목을 주도하는 중요한 소임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대리구장 주교는 대리구 안에서 지구장 신부들을 중심으로 연합체를 이루며 지구연합사목이 활기차게 전개되도록 이끌고 감독하는 목자의 직무를 맡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개편되는 대리구제에서 교구는 본당과 지구, 그리고 대리구를 사목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센터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역량을 집중하는 “교구사목연구소”를 신설하여, 모든 사목 분야에서 본당과 지구, 그리고 대리구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대리구가 주도하고 교구가 지원하는 사목체계로 변화되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늘 사제 총회를 통해서 신부님들이 사목 일선에서 새로운 비전과 활력을 되찾기를 희망합니다. 특히 지구연합사목이 활기를 되찾기 위해 제도적이고 구조적으로 무엇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을 개진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구 개편과 지구장 본당의 선임 등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논의와 토론, 의견수렴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고 염원하는 교구와 사제단의 쇄신을 향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소통과 참여, 그리고 쇄신은 우리 교구가 추구하는 복음적 가치입니다. 이번 대리구제 개편 소식을 듣고 교구를 걱정하시는 신부님들의 심정을 저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신부님들께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양해의 말씀을 드리며, 저의 부족함과 부덕함을 널리 혜량(惠諒)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사제 총회를 통하여 열린 마음으로 교구의 변화를 함께 고민해 주시고, 사목의 활기를 되찾기 위한 긍정적인 대안들을 많이 나누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 사제단의 대화와 하나 됨이 교구 사제단의 쇄신을 주도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우리 신부님들의 사목적 열정과 노력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갈수록 녹록지 않은 사목 환경 속에서 주님의 착한 목자로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헌신하는 신부님들의 노고와 희생을 주님께서 크신 은총으로 감싸시며 위로하여 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께 신뢰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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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