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번째 편지 - 춘천 워케이션 팸투어
지난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박 3일 동안 춘천을 찾았습니다. 춘천시에서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팸투어를 모집하는데 당첨되어 나들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임원으로부터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받고 '팸투어'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았습니다. ‘팸투어(Fam-Tour)’는 Familiarization(익숙하게 함)과 Tour(여행)의 합성어입니다. 지자체나 여행 업체 등이 지역별 관광지나 여행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사진작가나 여행 전문 기고가, 기자, 블로거 등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관광, 숙박 등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춘천시가 워케이션 입지로 적절한지 의견수렴 겸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저와 임원 3명은 춘천시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가벼운 기분으로 봄나들이 삼아 춘천을 찾았습니다.
저희 회사 연구소가 춘천에 있어 가끔 식사하러 당일치기로 춘천을 찾은 적은 있지만 2박 3일을 지낸 것은 저희 모두 처음입니다. 그런데 워케이션을 마치고 저희 4명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춘천은 매우 깨끗하고 조용하고 정갈한 도시이다. 맛집도 많고 특히, 예쁜 카페가 인상적이다. 가족들과 다시 찾고 싶은 도시이다. 노후를 보낼 만한 도시 중 하나이다. 워케이션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다시 오겠다."
어떤 것들이 우리들에게 이런 생각을 가지게 했을까요?
[첫날 점심 장소 : 풀내음]
서울에서 2시간을 달려 점심 장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든 장소는 춘천 한림대학교 내에 설치된 저희 회사 연구소를 맡고 있는 박경재 수석매니저가 정했습니다. 그는 몇 년째 춘천에 살아 토박이만큼 춘천을 잘 압니다. 풀내음은 오래된 한옥집에 꾸려진 음식점입니다. 밖에 기다리는 사람이 제법 있는 것으로 보여 맛집임이 틀림없습니다. 메뉴는 청국장과 감자전이 전부. 그러나 모든 음식이 이리 정갈할 수 없습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금방 먹고 서로를 바라보니 흡족한 표정입니다.
[식사 후 커피 한잔 : 소울 로스터리]
전에도 와 본 곳이지만 언제 와도 기분이 좋은 소나무 숲속에 있는 카페입니다. 100년도 넘은 소나무가 빽빽이 있는 이곳은 필시 그 옛날 누군가 조성한 듯합니다. 그냥 버려지다시피한 이 소나무 숲을 구입하여 예쁜 카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대여섯 개의 카페 건물에 가서 마셔도 좋고 그냥 소나무 숲을 거닐며 마셔도 좋습니다. 소나무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됩니다. 박 수석 말로는 오늘은 주중이라 이렇게 한가하지만 주말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합니다. 대부분 서울 사람이랍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면 너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터로 출발했습니다.
[워크 장소 : 한림대 AI MARU 연구소]
워케이션은 워크와 베이케이션의 합성어입니다. 이제 워크할 시간입니다. 한림대 내에 설치된 저희 회사 연구소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3시간 정도 이번에 낙찰받은 정부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 나와 임원회의를 하면서 업무 협의를 하니 색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대화가 편안하지만 더 깊이가 있습니다. 단순한 워크보다 워케이션이 주는 장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저녁 장소 : 델모니코스]
저녁은 저희 회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는 한림대 교수님들과 함께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한림대 총장님도 함께하셨습니다. 델모니코스는 양식당이었습니다. 구봉산에 있는 식당은 외관만 보아도 멋진 식당임이 분명했습니다. 실내인테리어도 중후한 것이 서울 청담동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코스 요리가 서울의 3분의 1 값입니다. 이러니 사람들이 주말에 춘천으로 몰릴 만도 합니다. 와인을 곁들인 저녁은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함께 무르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숙박 장소 : 더잭슨9s 호텔]
숙박 장소는 춘천시가 추천한 장소 중 하나로 정해 놓았습니다. 저는 별 기대 없이 그저 비니지스 호텔이겠거니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예상보다 깔끔하고 비지니스 호텔 수준을 넘는 쾌적한 호텔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보니 호수가 보였습니다. 형형색색의 불빛이 호수를 밝히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축구장에서는 나이트 아래 축구 경기를 하는 평화로운 모습이 보입니다. 이렇게 춘천의 첫날밤은 깊어 가고 있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 장소 : 호텔 내 더 킹 레스토랑]
일행들은 8시에 호텔 1층의 더 킹 레스토랑에 모여 아침 뷔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호텔 아침 뷔페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늘 그저 그렇습니다. 그런데 뷔페를 한 바퀴를 돌고 온 일행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침 식사가 대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음식의 가짓수도 많지만 음식 하나하나가 모두 감칠맛이 있습니다. 이 호텔의 특장점은 이 아침 식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 뷔페가 저녁 뷔페 같은 호텔> 이 호텔의 슬로건으로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워크 장소 : 커먼즈 필드]
둘째 날 하루 종일 워크할 장소는 춘천사회혁신센터가 운영하는 커먼즈 필드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입니다. 다만 민간이 아니라 춘천시가 만든 공유 오피스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공간도 널찍널찍하고 깨끗하여 공유 오피스로는 최고입니다. 서울에 있다면 당장 들어가고 싶을 정도의 공간입니다. 춘천에는 좋은 장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건물 밖 마당에는 나무로 휴게소 같은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신기하여 한참을 쳐다보는데 누가 다가와 묻습니다. "관심 있으신가요?" "신기해서 쳐다봅니다." "조금 있다가 이것을 만드는 예술가가 오면 만나 보실래요? 저는 이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다가와 친절히 이모저모 설명을 합니다. 이 센터는 건물도 좋고 직원들의 마음씨도 좋습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출발했습니다.
[점심 장소 : 구정막국수]
막국수집치고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춘천의 식당은 다 큼직큼직합니다. 우리 일행이 자리를 잡고 얼마 안 있어 등산복 차림을 한 50-60대 일행 수십 명이 들어옵니다. '아하 이래서 이곳 식당들은 규모가 크구나.' 평일인데도 이러니 주말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빔 막국수를 한 그릇 얼른 비우고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식사 후 커피 한잔 : 오하이 하우스]
영어로 'Ojai'라고 쓰고 한국어로는 '오하이'라고 표기하였습니다. 영어라면 오자이라고 발음하여야 하는데 j를 h로 발음하였습니다. 저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스페인어이기 때문입니다. Ojai는 LA 북부에 있는 작은 도시 이름입니다. 저도 몇 번 가본 노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예쁜 휴양도시입니다. 주인이 어떻게 이 지명을 카페 이름에 붙였는지 몰라도 그 지명의 느낌과 비슷하게 인테리어를 하였습니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을 만한 장소입니다. 춘천은 참 카페가 많고 카페마다 특색이 있습니다. 춘천을 호반 도시라 하였는데 이제 카페 도시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카페 덕분에 저 같은 외지인들도 춘천에 각별한 정을 느끼게 되는가 봅니다.
[저녁 장소 : 토담 숯불 닭갈비]
오후 워크를 마치고 출출한 배를 채우러 나섰습니다. 춘천의 먹거리 하면 역시 닭갈비입니다. 그 많고 많은 닭갈비 집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집이 토담 숯불 닭갈비집입니다. 한눈에 보아도 거대 기업입니다. 닭갈비 한 품목으로 어떻게 이렇게 큰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까 신기하였습니다.
음식은 우리의 기대대로였고 왜 이 식당이 최고의 지위를 누리는지 음식 맛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박 수석의 말로는 이 식당이 돈을 벌어 건너편의 땅을 사서 카페를 만든 것이 바로 어제 점심때 커피를 마셨던 솔밭 카페 소울 로스터리라고 합니다.
[야간 산책 : 공지천]
저녁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러 공지천으로 향했습니다. 공지천은 호텔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 갈 수 있었습니다. 공지천은 북한강과 이어지는 지방하천이라고 합니다. 춘천의 대표적인 도심 속 휴식처입니다. 저희 일행은 호텔에서 공지천의 그 유명한 이마트24를 향해 천천히 걸었습니다. 공지천은 벚꽃이 피었을 때는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장관이었다고 합니다. 공지천에는 오리배 수십 척이 정박해 있고, 수상 카페들이 화려한 불빛으로 자신을 휘감으며 교태를 부리고 있습니다. 춘천의 밤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왜 목적지를 이마트24로 하였는지 도착해 보니 알 것 같습니다. 언덕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공지천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청춘남녀처럼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캔맥주를 먹기 딱 알맞은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봄밤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참 있다 보니 춘천시민이 된 듯합니다. 춘천시 팸투어는 성공작입니다. 역시 춘천은 밤이 제맛입니다.
[셋째 날 아침 식사 후 산책 : 공지천 조각공원]
금요일입니다. 서울에서 점심 무렵 일정이 있어 저는 아침 산책을 하고 아쉽지만 춘천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춘천의 봄을 즐기기 위해 일행들과 산책을 나섰습니다. 공지천의 조각공원입니다.
도심에 이런 아름다운 조각공원이 있다는 것은 춘천시민들에게는 행운입니다. 휴지 조각 하나 없습니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고 편안함 그 자체입니다. 아침에 이런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고 출근하면 무슨 일을 하여도 효율이 오를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춘천을 심고 이렇게 2박 3일의 워케이션 팸투어가 끝이 났습니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시작한 이번 팸투어가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뀔 줄은 몰랐습니다.
일행 4명은 서울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였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한 단어로 <원 팀>입니다. 앞으로 임직원들의 워케이션 장소는 춘천으로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주말이나 주중에 한번 춘천으로 나들이하실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물론 제가 틀릴 수 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4.25.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