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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얘기 같지만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화산(2,821m)이 폭발 직전이다.
이 화산은 1800년대 지구촌 최악의 자연재앙을 불러왔다. 주변에서만 9만 명의 사상자를 냈고 대양 건너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흉작이 이어졌다. 이같은 재앙이 200년 만에 재연되지 않을까 전 세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주 전 탐보라화산을 중심으로 반경 3km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화산은 남 얘기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이어져 다들 가슴 조마조마했다. 어디 백두산이 그냥 산인가. 한민족에겐 영산(靈山)이요 상징이다. 남북을 가릴 계제(階梯)가 아니다. 자연재앙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화산 전문가인 문우일(71) 교수를 만났다.
“백두산요? 폭발 가능성 없어요.”
뜻밖이었다. 그는 이어 “백두산 문제가 왜 불거졌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화산학자다. 전 세계 화산이 연구 대상이다. 오래전부터 백두산을 관찰해왔다.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인공위성 초정밀 촬영을 통해 밀리미터(mm) 단위까지 변화를 포착한다.
지난 2003년에서 2005년까지 3년간 백두산이 주변보다 1.2cm 정도 솟아오른 건 맞다. 1년에 4mm 올랐다면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땅속에서 용암이 치솟아 오른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화산폭발 전에 일어나는 전형적인 전조(前兆)현상이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다시 그만큼 가라앉았다. 최근 확인해보니 오히려 예전보다 몇 mm 더 내려갔다. 대신 백두산 남서쪽에 있는 주변 산의 지표가 5~6년간 2cm 정도 높아졌다. 이 산은 폭발 가능성이 더 낮은 사화산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백두산에서 화산활동이 이뤄질 가능성은 아주 희박한 셈이다.
-정치인들의 장난과 언론의 호들갑이 빚어낸 합작품 아닐까요?
“그건 저도 모르죠.”
문 교수는 대답 대신 웃었다. 대신 알아서 추정할 만한 말을 들려줬다. 2005년 백두산 문제를 학문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학자들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 학술행사는 남북정부의 합의와 지원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문 교수 일행은 평양에서 관광만 했다. 학문적 토론을 할 만큼 연구능력도 서로 맞지 않았고 또 그럴 필요도 굳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문을 앞세운 정치행사라는 걸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또 하나. 문 교수는 매니토바대에 근무할 때인 1988년부터 여러 차례 백두산을 직접 탐사했다. 그때부터 백두산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고 자료를 축적해왔다. 백두산 연구는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그를 포함한 서울대 지구물리학 연구팀은 백두산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초정밀 자료와 연구성과를 축적해 놓았다. 결론은 “폭발 가능성 극히 낮음”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백두산이 금방 터져서 한반도에 재앙이 닥칠 듯 분위기가 형성됐다. 폭발 위기론의 주역은 몇몇 언론과 거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몇몇 교수였다. 문 교수는 그런 보도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 교수 가운데 한 명이 공동연구를 제의해왔다. 한마디로 잘랐다. 왜냐하면 그 교수는 백두산에 대해선 연구한 적도 없었고, 화산전문 학자도 아니었다. 그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인일 뿐이었다.
그럼 왜? 그 교수를 비롯한 자칭 ‘학자’들 언론보도를 이용해 정부로부터 거액 연구비를 타내는 게 목적이었다. 이번엔 필자가 크게 웃으며 “아하 백두산 문제가 왜 그리 과장됐는지 이제 알겠다”고 했는데도 문 교수는 웃지 않았다. 한국의 학문과 학자, 언론 수준이 그를 웃을 수 없게 한 것 같았다.
서기 970년경 백두산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일본 지층에 쌓였고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측정 결과 일본 학자들이 백두산 화산재로 결론지었다. 사학자들은 이를 발해 멸망과 연결지었다. 그 당시 한반도 동북쪽에서 위세를 떨치던 발해가 갑자기 망했는데 그동안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지구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사학자들이 인용한 것이다. 백두산 얘기는 이쯤 접어두고 물었다.
-교수직에서 은퇴하셨는데 왜 그리 바쁘세요?
“글쎄 저도 몰라요. 젊은 교수들이 하기 힘든 학회를 떠맡아 하다 보니 현직 때보다 더 시간이 없어요.”
문 교수는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Institute of Electrical & Electronic Engineers) 출판담당 부회장이다. 회원 30만 명을 거느린 관련 분야 세계최대 학회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가하고 학회지 출판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1년 365일도 짧다.
그는 중요한 학술단체장을 또 하나 맡고 있다. UN 산하 학술기관인 IUGG(International Union of Geodesy & Geophysics)의 한국 대표다. 이곳에서 국제 분쟁거리가 되는 지역의 학문적 근거를 제공한다. 한일 분쟁의 씨앗인 독도 등의 지명을 이곳에서 연구하고 심의한다.
이처럼 대외활동을 하다 보니 세계 곳곳을 누빈다. 지난 13년 동안 항공마일리지가 매년 10만 마일을 넘어 에어캐나다로부터 극빈 대접을 받는다.
요즘 문 교수는 근거지가 3곳이다. 집이 있는 토론토와 서울대 연구실. 교수가 은퇴하면 후배 교수들에게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연구실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문 교수에겐 연구과제가 남아 있어서 아직도 방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지막 근거지는 매니토바대. 98년 서울대로 가기 전 이곳에서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서울대에서 은퇴하고 다시 캐나다에 돌아오니 대학 책임자가 다시 연구실과 연구비를 제공하며 함께 일하자고 제의해 선뜻 응했다.
“여기다가 색소폰 연주회까지 해야 하잖아요. 망신이나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 교수는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이동렬 교수, 남영일 씨와 함께 10월1일 3인 연주회를 갖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간다. 백두산 다음으로 그가 시간을 쏟는 연구대상은 아이슬란드 헤클라(Hekla)화산이다. 문 교수가 오래 살았던 매니토바는 캐나다에서 아이슬란드 출신 이민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매니토바엔 ‘헤클라’라는 이름의 소도시도 있다. 이런 인연 때문이다. 문 교수는 그러나 “아이슬란드 화산이 지구에 재앙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장 위험한 화산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화산이다. 이 산은 인구 2천만 명이 살고 있는 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터지면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세계에서 이렇게 위험한 화산은 다시없다. 일본 후지산도 위험하긴 한데 활동이 그리 활발하진 않다. 문 교수가 최근 관심 갖는 연구 대상은 한반도 서해 갯벌.
갯벌에서 지하수가 솟아오르면 화학물질이 함께 나와 주변에 미생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미역·김·굴 등 질 좋은 해산물을 생산하는 최적의 여건이 조성된다. 문 교수팀은 인공위성 사진으로 서해 갯벌 지하수 지도를 그려 해양수산연구소로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 그곳에선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해산물 양식 등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만든다.
현직에서 은퇴했지만 학자 문우일 교수에게 은퇴는 없을 성 싶다. 학자로서 마지막 꿈을 물었다.
“독도지명을 연구하고 심의하는 IUGG와 같이 중요한 학술단체에 한국인 학자는 저 외엔 없어요.”
이런 학술단체에 한국의 젊은 교수들을 참여시키는 게 선배로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커지고 국익을 위해서도 좋다는 것.
덧붙임. 문 교수는 한국 젊은 교수들이 국제 학술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공무원들이 교수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정부에서 연구비를 조금이라도 받으면 연구보다는 보고서 작성에 더 신경 쓰인다고 한다. 이래 놓고 “독도는 한국 땅”이라 주장해 봐야 국제사회에선 코웃음만 친다. 그는 캐나다 정부에서 거액의 연구비를 받았지만 단 한 번도 보고서를 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영수증을 보자고 한 적도 없다.
캐나다 한국일보
2011.09.26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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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을 믿고 맞길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본연의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면 상관없겠지만
연구비에만 급급한 정신나간 사람들이 때문이겠지요..
말 많았던 황우석 박사 일이 생각 나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