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꼭 보라고 권하는 영화가 있다. ‘위 워 솔져스(We were soldiers)’와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이다. 물론 둘 다 전쟁영화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철저한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위 워 솔져스는 베트남전쟁 때 400명도 안되는 미군들이 적지에서 수천명의 적군들을 무찌른다는 줄거리다. 블랙호크는 미사일과 기관총을 장착, 전투와 병력수송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미군 헬리콥터를 말한다. 이 블랙호크가 소말리아 내전에서 반군에 의해 격추돼 적진에 갇힌 미군들을 동료들이 구출하는 이야기가 블랙호크 다운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들 영화는 공통된 메시지를 갖고 있다. 그것은 “‘죽든 살든(Dead or Alive)’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어느 군대인들 그렇지 않는 데가 있을까마는 미군들은 이런 군인정신을 유난히 강조한다. 다인종이 계약제로 모여 있는 미국 군대에서 이런 공감대가 없으면 통솔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는 또 영웅을 바라는 미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가치이기도 하다.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간주하면서도 반세기 전에 죽은 미군들의 유골을 찾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줘가며 애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사회의 이런 정서에 딱 맞아 떨어진 사건이 이른바 ‘린치 일병 사건’이다. 지난 4월 이라크전쟁에 참전중 포로가 된 여군 린치 일병을 미군 특수부대가 9일만에 구출해낸 사건이다. 린치는 적의 공격에 마지막 한발까지 쏘며 저항하다가 칼에 찔리고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 사건으로 린치는 ‘여성 람보’ ‘미국의 잔다르크’로 불리며 일약 이라크전쟁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유수한 잡지의 표지모델은 물론 그에 대한 영화, 인터뷰, 자서전 등이 잇따랐다.
당시 포로로 잡혔던 미군은 모두 6명이었다. 그런데 왜 린치만 영웅이 됐을까. 여자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라크전쟁으로 곤경에 처해있던 미국 정부가 19세의 여군을 통해 미국인의 영웅추구 심리에 불을 지펴 전과를 미화하려 했음은 능히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쇼샤나 존슨은? 이들 포로 중 여성은 린치와 존슨(30) 2명이었다. 린치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부상은 차량충돌로 인한 것이며, 총이 고장나 쏜 적도 없으며, 웅크려 앉아 “살려달라”고 기도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존슨은 적군을 향해 총을 쏘면서 저항도 했다. 이 때문에 양쪽 발목에 총상을 입었다. 포로로 잡혀있던 시간도 린치보다 2배나 길었다. 그런데 왜 존슨은 돈도 명예도 영광도 얻지 못했을까. 오히려 린치가 80%의 장애수당을 받게된 데 비해 그는 30%만 받게 됐다. 두 사람의 차이라곤 존슨이 ‘나이가 조금 더 많은 흑인’이라는 점 말고는 별로 없다.
국방부는 린치의 부상이 존슨보다 더 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흑인단체들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군인정신이 더 투철했던 존슨이 린치처럼 백인이었다면 이렇게 불평등한 대접을 받았겠느냐는 것이다. 조작된 영웅담에 미국이 흥분하고 있는 동안 흑인들은 같은 땅에 살고있는 똑같은 시민이면서도 “왜”만 연발하며 눈물을 짓고 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흑백의 사회다. 그러나 한 축은 기회만 있으면 온갖 부와 명예를 쉽게 부여잡을 수 있지만, 다른 한 축은 기회가 오더라도 좀처럼 붙잡기 어려운 곳이 미국임을 린치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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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걸프전쟁 초반에,
이라크군대가 포로로 잡았다면서 발표하였던 미군 병사들 중에서,
"흑인 아줌마"가 한명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것이 "포로가 된 미국 여군 이야기"만 나오면,
이상하게도 "린치 아씨(이 아가씨를 '일병'이라 부른다면 그것이야말로 동서고금의 여전사들과 여군들을 모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표현을 쓰겠습니다...)"에 대해서만 거론 할 뿐,
그 아줌마에 대해서는 거론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죠.
상상은 했지만, 역시... 혹시나~ 하면 역시나~ 하군요. ㅡㅡ*
첫댓글솔직히 미국만 저렇다고 탓할 건 아닌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못생긴 여자는 그야말로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공공의 적'취급을 받아왔지요... 한국인들의 '원조'잘 따지는 제노포비아적 성향도 문제이구요... 저런 모습을 보고 반면교사를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글쎄요...린치라는 여군이 화제의 대상인 것을 꼭 미국만의 현상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예를들자면 얼마전 은행강도와 격전을 벌였던 여경은 '여자'란 이유로 더 부각되었습니다. 사실 여자건 남자건 청원경찰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요...대략 그런 현상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첫댓글 솔직히 미국만 저렇다고 탓할 건 아닌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못생긴 여자는 그야말로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공공의 적'취급을 받아왔지요... 한국인들의 '원조'잘 따지는 제노포비아적 성향도 문제이구요... 저런 모습을 보고 반면교사를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글쎄요...린치라는 여군이 화제의 대상인 것을 꼭 미국만의 현상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예를들자면 얼마전 은행강도와 격전을 벌였던 여경은 '여자'란 이유로 더 부각되었습니다. 사실 여자건 남자건 청원경찰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요...대략 그런 현상의 하나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