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집을 비워둔 지 오래되어 걱정을 하는 바보에게 광주 가자 한다.
11시 반쯤 집을 나서 보성읍 김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문구점에 들른다.
작은 영화관에 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본다.
지진의 원인은 필요가 없다.
지진이 나 모든 것이 무너진 서울에 황궁아파트만 서 있다.
우리 패망의 원인이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지만 우리 인간이 부른 것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영화는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살아야되는지에 대한 꽤 무거운 질문도 던진다.
공무원과 간호사인 젊은 부부와 희생정신?으로 나섰다가 느닷없이 주민대표가 된 영탁이라는 이가 그렇고
바퀴벌레로 유입자를 쫒아내는 주민들이 그렇다.
한국영화에 자주나타나는 폭력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볼만한 대목이 있다.
광주의 아파트는 내가 나오면서 문단ㄴ속을 제대로 않았나 보다.
창문을 열어두어 먼지가 많고 날파리들도 들어왓다고 바보는 불평하며 청소하기에 바쁘다.
게으름을 피우던 난 저녁 먹고 제습제 사러 화순에 가자 한다.
다이소에 간 바보가 결재방법이 없다고 한다.
우린 둘 다 카드도 챙기지 않았다.
잘 쓰지도 않은 나의 카카오 페이를 실행해 폰으로 계산한다.
여전히 무얼 먹을지 모른다.
바보는 당신 먹고 싶은 거 먹으라 하고 난 당신 먹을 거 먹자고 한다.
그러면서 서로가 정하면 한 마디씩 한다.
약산흑염소 삼주가 생각나 양탕집으로 간다.
옛건물은 빵과 커피집으로 바뀌고 새로 지은 집이 식당이다.
삼주가 모자라 나 혼자 소주 한병을 더 마신다.
바보가 운전해 집으로 돌아 와 산책을 나섰다가 너릿재 옛길로 올라갔다.
젊은 부부를 앞질러 걷다가 술김에 서서히 달려본다.
하얀 옥잠화가 가로등에 빛난다.
고개 정상 앞에서 되돌아오는 길에서는 바보도 달린다.
나보다 더 빠르지만 걷기도 한다.
내가 다가가면 또 빠르게 달린다. 지고 싶지 않단다.
그는 맥주를 사 와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