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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20篇 山木篇 第7章(장자 외편 20편 산목편 제7장)
공자孔子가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서 곤경을 당해 7일 동안 따뜻한 밥을 지어 먹지 못했는데 왼쪽으로 말라 버린 나무에 기대어 오른쪽으로 마른 나뭇가지를 치면서 염제 신농씨의 노래를 부르니 두드리는 도구는 있었지만 가락이 없었으며 소리는 났지만 음률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무 두드리는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가 조리 있게 사람의 마음에 꼭 맞는 점이 있었다.
안회顔回가 단정히 공수拱手하고 조심스럽게 눈길을 돌려 살펴보자 공자는 그가 자기(공자)를 달관한 사람이라고 여겨 지극히 큰 사람으로 여기며 자기(공자)를 사랑한 나머지 지나치게 슬퍼할까 염려하여 이렇게 일러 주었다.
“회回야! 하늘의 훼손을 받지 않기는 쉽지만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기는 어렵다. 시작함도 일정함이 없고 마침도 일정한 것이 아니니 이런 이치는 사람과 하늘이 마찬가지이다. 지금 노래하는 이는 〈본래〉 누구였던가?”
안회顔回가 말했다. “감히 ‘하늘의 훼손을 받지 않기는 쉽다.’는 말씀에 대해 여쭙습니다.”
공자孔子가 말했다.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그리고 곤궁과 질곡, 행하지 못함은 천지의 운행법칙이며 만물이 운행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말은 천지 만물이 그것과 함께 흘러감을 말함이니 남의 신하된 자는 감히 없애지 못하고 신하된 도리를 지키기를 이 같이 하는데 하물며 하늘을 기다리는 경우이겠는가?”
〈안회顔回가 말했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기는 어렵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중니가 말했다. “처음 등용되어 사방으로 나아갈 때는 벼슬과 녹봉이 함께 이르러 곤궁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이것은 외물이 이롭게 해 준 것으로 나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니 나의 목숨이 외물에 달려 있는 것이다. 군자는 도둑질하지 않으며 현인은 훔치지 않으니 내가 만약 그것을 가진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 때문에 새는 의이鷾鴯(제비)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 없어서 마땅하게 여기지 않는 곳에는 눈으로 보지도 아니하며 비록 열매가 떨어졌다 하더라도 버리고 도망하며 사람을 두려워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 들어가 사는데 마치 사직이 한 곳에 있게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안회顔回가 물었다. “무엇을 일러 ‘시작함도 일정함이 없고 마침도 일정한 것이 아니다.’고 하신 겁니까?”
공자孔子가 대답했다. “만물을 변화시키는데 그것을 변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없으니 어찌 마치는 것을 알 수 있겠으며 어찌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자신을 올바르게 하고 기다릴 뿐이다.”
안회顔回가 물었다. “사람과 하늘이 마찬가지라고 하신 것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孔子가 말했다. “사람이 있게 된 것도 자연이며 하늘이 있게 된 것도 또한 자연이니 사람이 하늘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본성이다. 성인은 편안하게 자연과 함께 흘러가는 것을 체득하여 삶을 마친다.”
孔子 窮於陳蔡之間 七日不火食 左據槁木 右擊槁枝 而歌焱氏之風
有其具而無其數 有其聲而無宮角 木聲 與人聲 犁然有當於人之心
(공자 궁어진채지간하야 칠일을 불화식하야 좌거고목하고 우격고지하사 이가염씨지풍하시니 유기구이무기수하며 유기성이무궁각호대 목성이 여인성으로 이연유당어인지심하더니)
공자孔子가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서 곤경을 당해 7일 동안 따뜻한 밥을 지어 먹지 못했는데 왼쪽으로 말라 버린 나무에 기대어 오른쪽으로 마른 나뭇가지를 치면서 염제 신농씨의 노래를 부르니
두드리는 도구는 있었지만 가락이 없었으며 소리는 났지만 음률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무 두드리는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가 조리 있게 사람의 마음에 꼭 맞는 점이 있었다.
☞ 염씨지풍焱氏之風 : 염씨焱氏는 염제焱帝 신농씨神農氏. 염씨지풍焱氏之風은 〈천운天運〉편 제3장의 유염씨지송有焱氏之頌을 답습한 것. 대의는 상심한 마음으로 옛날을 생각함이다.(褚伯秀)
顔回端拱 還目而窺之
仲尼 恐其廣己而造大也 愛己而造哀也曰
回 無受天損易 無受人益難
無始而非卒也 人與天一也 夫今之歌者 其誰乎
(안회단공하야 환목이규지한대
중니 공기광기이조대야하며 애기이조애야할가하야 왈
회아 무수천손은 이커니와 무수인익은 난하니
무시이비졸야라 인여천이 일야니 부금지가자 기수호오)
안회顔回가 단정히 공수拱手하고 조심스럽게 눈길을 돌려 살펴보자
공자는 그가 자기(공자)를 달관한 사람이라고 여겨 지극히 큰 사람으로 여기며 자기(공자)를 사랑한 나머지 지나치게 슬퍼할까 염려하여 이렇게 일러 주었다.
“회回야! 하늘의 훼손을 받지 않기는 쉽지만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기는 어렵다.
시작함도 일정함이 없고 마침도 일정한 것이 아니니 이런 이치는 사람과 하늘이 마찬가지이다. 지금 노래하는 이는 〈본래〉 누구였던가?”
☞ 공기광기이조대야恐其廣己而造大也 애기이조애야愛己而造哀也 : 공기恐其의 기其는 안회顔回를 지칭한다. 광기廣己의 기己와 애기愛己의 기己는 모두 공자를 지칭한다.
☞ 무수인익난無受人益難 : 인익人益은 사람들의 도움. 榮爵을 받지 않기란 어렵다. 부귀의 자리에 있으면서 마음 편히 태연하기란 어렵다.
☞ 인여천일야人與天一也 : 인간 세계의 이법이나 천지자연의 이법도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뜻이다.
回曰 敢問無受天損易
仲尼曰 飢渴寒暑 窮桎不行 天地之行也 運物之泄也
言與之偕逝之謂也 爲人臣者 不敢去之 執臣之道 猶若是
而況乎所以待天乎
(회왈 감문무수천손이이하노이다
중니왈 기갈한서와 궁질불행은 천지지행야며 운물지설야니
언여지해서지위야라 위인신자 불감거지하야 집신지도하리도 유약시온
이황호소이대천호따녀)
안회顔回가 말했다. “감히 ‘하늘의 훼손을 받지 않기는 쉽다.’는 말씀에 대해 여쭙습니다.”
공자孔子가 말했다.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그리고 곤궁과 질곡, 행하지 못함은 천지의 운행법칙이며 만물이 운행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말은 천지 만물이 그것과 함께 흘러감을 말함이니 남의 신하된 자는 감히 없애지 못하고 신하된 도리를 지키기를 이 같이 하는데
하물며 하늘을 기다리는 경우이겠는가?”
☞ 운물지설야運物之泄也 : 설泄은 누설의 뜻. 여기서는 앞의 천지지행天地之行의 행行과 같이 유행流行의 의미이다.
☞ 황호소이대천호況乎所以待天乎 : 군신관계보다 더 심각한 근거인 자연에 의지하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이 순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何謂無受人益難
仲尼曰 始用四達 爵祿竝至而不窮
物之所利 乃非己也 吾命其在外者也
君子不爲盜 賢人不爲竊 吾 若取之 何哉
故曰 鳥莫知於鷾鴯 目之所不宜處 不給視 雖落其實 棄之而走
其畏人也 而襲諸人間 社稷存焉爾
(하위무수인익이난이잇고
중니왈 시용사달하야 작녹병지이불궁하나니
물지소리 내비기야니 오명이 기재외자야라
군자불위도하며 현인은 불위절하나니 오 약취지인댄 하재리오
고로 왈조 막지어의이하야 목지소불의처에는 불급시하며 수락기실이라도 기지이주하며
기외인야나 이습저인간이어든 사직으로 존언이니라)
〈안회顔回가 말했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기는 어렵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중니가 말했다. “처음 등용되어 사방으로 나아갈 때는 벼슬과 녹봉이 함께 이르러 곤궁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이것은 외물이 이롭게 해 준 것으로 나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니 나의 목숨이 외물에 달려 있는 것이다.
군자는 도둑질하지 않으며 현인은 훔치지 않으니 내가 만약 그것을 가진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 때문에 새는 의이鷾鴯(제비)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 없어서 마땅하게 여기지 않는 곳에는 눈으로 보지도 아니하며 비록 열매가 떨어졌다 하더라도 버리고 도망하며
사람을 두려워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 들어가 사는데 마치 사직이 한 곳에 있게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 오약취지吾若取之 하재何哉 : 그것을 가질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 의이鷾鴯 : 제비[연자燕子]의 딴 이름. 앞의 의이意怠와 같다.
☞ 습저인간襲諸人間 사직존언이社稷存焉爾 : 사람이 사는 곳에 들어가 사는데 마치 사직이 한 곳에 있게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습襲은 들어간다는 뜻이다. “襲은 들어감이다. 사람이 사는 집에 들어가 집을 짓지만 단지 그곳에 거처를 의탁할 뿐이고 달리 탐내는 것이 있어서가 아님을 말한 것이다.”(宣穎). “사람이 사는 집에 머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제비는 이곳을 버리면 달리 몸을 편안히 둘 수 있는 곳이 없으니 마치 인간의 사직이 이곳에 머물게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林雲銘).
何謂無始而非卒
仲尼曰 化其萬物 而不知其禪之者
焉知其所終 焉知其所始 正而待之而已耳
(하위무시이비졸이잇고
중니왈 화기만물이어든 이부지기선지자어니
언지기소종이며 언지기소시리오 정이대지이이이니라)
안회顔回가 물었다. “무엇을 일러 ‘시작함도 일정함이 없고 마침도 일정한 것이 아니다.’고 하신 겁니까?”
공자孔子가 대답했다. “만물을 변화시키는데 그것을 변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없으니
어찌 마치는 것을 알 수 있겠으며 어찌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자신을 올바르게 하고 기다릴 뿐이다.”
☞ 부지기선지자不知其禪之者 : 선禪은 선嬗(물려줄 선)의 가차자, 선嬗은 변變한다는 뜻
何謂人與天一邪
仲尼曰 有人天也 有天亦天也 人之不能有天性也
聖人晏然 體逝而終矣
(하위인여천이 일야잇고
중니왈 유인도 천야며 유천도 역천야니 인지불능유천이 성야라
성인은 안연하야 체서이종의나니라)
안회顔回가 물었다. “사람과 하늘이 마찬가지라고 하신 것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孔子가 말했다. “사람이 있게 된 것도 자연이며 하늘이 있게 된 것도 또한 자연이니 사람이 하늘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본성이다.
성인은 편안하게 자연과 함께 흘러가는 것을 체득하여 삶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