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주년 6·25전쟁일인 25일 오전 10시,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대흑룡부대.
아줌마 30여 명이 빨간 명찰이 선명한 해병대 군복 차림에 광이 나는 군화를 신고 부대에 나타났다. 보무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들은 바로 백령도 주부들로 구성된 여자 지원예비군.
1년에 한 번 있는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부대를 찾은 여자 지원예비군은 1989년에 시작됐다.
이 지역 부녀회에서 예비군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일을 하다 지역을 지키는 데 여자라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뜻을 모아 탄생한 자발적 성격의 예비군이다.
해병대흑룡부대도 주부 예비군의 뜻에 화답하기 위해 매년 한 차례씩(일일) 체계적 교육 일정으로 주부 예비군 훈련을 실시한 것이 올해로 벌써 16년째다.
첫 교과목으로 안보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다소 지루해하던 '아줌마 예비군'들은 두 번째 과목인 응급처치교육 시간부터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교관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교관의 설명을 듣고 한 명씩 인형을 상대로 실습하는 주부대원들의 모습에서는 진지함이 넘쳐흘렀고 "좀 더 입술을 갖다 대야지" "잘하네. 많이 해 봤나 보네" 등 제각기 훈수 두기에 바빴다.
오전 교육을 마친 이들은 점심을 먹은 뒤 오후 교육에 참여했다.
역시 예비군 훈련의 꽃은 사격과 화생방.
아줌마 예비군이라 해도 여기에는 예외가 없었다.
방독면을 쓰고 가스실로 들어간 주부들은 방독면을 벗자마자 얼굴은 금세 눈물·콧물로 범벅이 됐지만 뭔가 해냈다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M - 16 소총으로 25m 거리의 표적을 맞히는 사격 시간에는 귓전을 때리는 총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표적을 바라보며 각각 10발씩을 모두 성공시켰다.
백신자(35)씨는 "지난해에는 사격 때 총의 반동으로 얼굴에 멍이 들었지만 오늘은 그런대로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며 "내 지역과 가족을 직접 지킨다는 생각으로 예비군 훈련에 계속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석종 기자
카페 게시글
◈―···海兵隊 & & 소식
"사격·화생방 뭐든 해내죠" 백령도 해병대 '아줌마 예비군' 훈련받던 날
찡 코
추천 0
조회 23
04.07.04 09:4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