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내 나는 세상
文 熙 鳳
인사 청문회를 할 때 보면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적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고가는 얘기 속에 구린내가 나비 되어 날아다닌다.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세금 탈루, 논문표절, 자녀의 이중 국적 취득, 부적절한 금전 거래, 위장전입 등 의혹이 천정부지다. 듣기조차 역겹다. 나 같은 소인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인사 찾기가 초등학생이 소풍 가서 보물찾기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뿐이 아니다. 학력 허위 기재, 권력이용 이권 챙기기, 사업자를 부인 명의로 해놓고 수십 년 간 탈세, 거짓말 인기 몰이, 사무실 직원을 사택 가사 도우미로 사용, 부인에게 직장 대형 관용차 배치, 실업가(實業家)와의 게이트 연루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한 번 봐주면 되는 그런 얄팍한 얘기들이 아니다. 그런 얘기들을 들으니 남에게 용서를 구하기는 쉬워도 남을 용서하기는 어려울 것 같는 생각이 든다.
양심을 가진 자는 절대로 악한 짓을 하지 않는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일에 대해 변명하지 않는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뉴스 시간마다 방송되는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 그들의 항문으로 새어 나오는 악취를 국민은 계속 맡아야만 된단 말이냐?
나는 배웠다. 한 번의 작은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은 더 큰 자신의 진실까지를 의심 받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엊그제는 국민들의 성금으로 마련된 수재의연금을 군청 자체 회식비와 아파트 구입비로 사용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굳게 닫힌 입이 벌어진다. 지자체 예산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공사 입찰 비리 등을 저질러 수십 억원을 착복한 군수가 여권을 위조하여 비행기를 타려다 붙잡힌 일도 있었다. 그것뿐인가? 국새를 만드는 과정에서 남은 금으로 도장을 만들어 로비에 쓰고 또 몇 개는 개인에게 판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새제조과정조차도 엉터리였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깨끗한 정부, 깨끗한 지방정부를 내세운 정권인데 어찌 이렇게 타락했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매장된 황제가 살아있는 걸인보다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청문회에서 ‘도덕’을 외치고, 방탄 국회라고 비난했던 모 정당, 학교 공금 80억 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자기네 정당 소속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흉악범도 아닌데’ 하며 감싸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준이 서지 않는다.
신성한 입으로 구린내 나는 말만 골라 사용하는 정치인도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 되려면 노래기 서너 말은 삶아 먹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가 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려놓듯 우리 사회는 그런 몇몇의 사람들로 하여 혼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 그 누구도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정치인은 특히 더 그렇다. 답변을 하는 장관 내정자들이나 질문을 하는 의원들이나 그 양심은 비슷한 색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어떤 의원은 국민의 혈세를 쓰며 해외 골프를 다녀왔고, 신성한 국회 건물을 파괴하거나 동료의원을 폭행했다. 그러고도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들 같다. 너무나 당당하다. 그들도 이번 장관 내정자들보다 결코 못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늘날 국회가 하고 있는 청문의 항목, 특히 근자에 청와대가 내놓은 200여 항목의 질문을 보면 지금의 여·야 지도층 중에 그것을 무난히 통과할 공직자 또는 공직 지망자가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냉소적 인식이다.
용맹성을 잃은 장군이 전장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도덕성을 잃은 공무원이 국민에게 어떤 것을 베풀 수 있겠는가? 날이 새면 듣게 되는 짜증나는 이야기들, 이젠 그만 듣고 싶다.
나라는 지도자들이 이끄는 것이다. 출중한 지도자가 있었던 곳에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국가가, 국민이 있었다. 지도자는 훈련되고 길러져야 한다.
어째 자꾸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국제무대에서 페어플레이를 통해 태극기에 광채를 내고 있다. 고급 행정가와 정치인들은 이런 후진들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