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생소한 근섬유 증후군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물론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근섬유 증후군이라고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진단이 쉽지 않고 다른 질병으로 오인, 치료 시기를 그만큼 늦춰 병원 순례를 하게 만드는 질병이다.
주된 증상은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잠을 설치며, 몸의 특정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 등이다. 증상만으로 볼 때는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매우 비슷하나 이학적 검사로 볼 때 관절염은 아닌 것으로 나온다.
이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는 주로 10대에서 30대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출산 후에 발병하여 일반인들은 산후풍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증상 자체도 산후풍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현대의학에서는 산후풍이라는 질병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나 불안 증세, 과민성 대장염, 불면증 등이 동반하는 점에서는 산후풍과는 다르다.
근섬유 증후군이란 류머티즘 관절염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거나 실제 관절 자체는 침범하지 않은 류머티즘성 질환의 일종이다. 근섬유 증후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절염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성 80%이상이 경증 이상
류머티즘이란 원인을 모르는 이유로 자가 면역 기능 이상으로 몸이 망가지는 것을 뜻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하면 자가 면역 결핍으로 온 관절염을 뜻하고, 퇴행성 관절염과는 관절 자체의 마모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관절에 염증이 생겨 오는 통증인가 여부로 대별된다.
관절의 마모에 의한 통증은 다리를 쓰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다. 반면에 염증에 의한 통증은 좀 쉰다 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염증은 관절을 쓰지 않는다 하여 염증 자체가 완화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의들은 관절염을 판명할 때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관절이 부드러운가’ 하는 질문을 던져 그렇다고 하면 마모성 관절염, 그렇지 않다고 하면 염증성 관절염으로 구분한다.
근섬유 증후군은 그러나 관절 자체에는 거의 침범되지 않았으나 관절을 감싸고 있는 근육과 섬유질 부분이 이유를 모르는 원인에 의해 망가진 질병이다.
증상은 일반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거의 유사하나 관절 자체에는 이상이 없어 일반 류머티증성 관절염 치료약도 듣지 않는다. 근섬유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는 꾀병 환자로 취급되곤 하는데 관절염에 관한 검진이나 종합 검진을 하여도 ‘이상 없음’ 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은 아픈 증세로 고생을 하여 계속 병원을 순례하게 된다. 미국의 조사에 의하면 젊은 여성의 80% 정도가 경증 이상의 근섬유 증후군 증상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근섬유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치료 또한 완치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근섬유 증후군이라는 확진만 받는다면 근섬유 증후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산후풍과 거의 비슷
근섬유 증후군을 확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없다. 전문의들도 여러 가지 증상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으며, 검사라는 것도 이를 확진할만한 분명한 검진법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다른 검사와 달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질병을 상정하고, 이를 하나씩 검토한 다음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아니라는 판명이 나야 한다.
가정 주된 증상으로는 잠을 잘 못자고 피곤하며 짜증이 나는 것을 꼽는다. 잠을 잘 못자는 증상은 매우 특이하고 재미있는 검사법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숙면을 취할 때의 뇌파와 잠을 자지 않을 때의 뇌파는 서로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근섬유 증후군 환자의 뇌파는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잠을 자지 않는 상태와 유사한 뇌파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근섬유 증후군의 환자는 잠을 자더라도 심신은 잠을 자지 않는 상태와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월경통이 심하고 생리도 불순하다. 그리고 변비와 설사가 있으며, 만성두통을 동반하고, 음식을 씹을 때 귀 바로 윗부분에 통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만성 요통과 손발 저림, 부종이 있으며,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뻣뻣하기도 하며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반면에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숙면을 취하면 이같은 증상은 완화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꾀병이라 생각하고 심한 운동으로 극복하려 하나 근섬유 증후군은 운동을 약가만 심하게 해도 오히려 몸이 뻣뻣해져 증상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만 초래한다.
근섬유 증후군 환자들이 주로 순례하는 진료과는 종합 검진, 신경외과, 류머티즘 센터 등이며, 한약 복용이나 침술원 등이고 이곳에서 별다른 증상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효과를 보지 못하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질환은 미국에서 병명이 붙여진 지 20년 정도에 불과해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질환이 아니어서 오진율이 높기도 하다. 물론 위에서 든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근섬유 증후군으로 확신하는 건 위험하다.
다른 원인으로 올 수 있는 증상일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전문 류머티즘 센터를 찾아가 검진도 받고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안전하며 병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
전문의들이 근섬유 증후군을 확진하기 위해서 널리 이용하는 ‘통증 부위 18곳’은 앞쪽의 그림과 같다. 검은 점으로 표시된 부위는 평소에 잘 감지되지 않으나 이곳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매우 아파 입이 저절로 벌려질 정도이다. 18개 점 중에서 이같이 압통을 느끼는 부위가 많으면 많을수록 근섬유 증후군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고통과 친해지는 법
근섬유 증후군은 그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완치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본인이나 가족이 현명하게 대처만 한다면 얼마든지 근섬유 증후군의 고통으로부터 탈출하여 생활할 수 있다.
근섬유 증후군은 방치할 경우 10년 정도 지나면 실제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되는 사람,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일과성인 사람, 계속 근섬유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 등으로 다양하다.
환자는 우선 목욕을 자주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아픈 지점을 뜨거운 물수건으로 마사지해 준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내의를 꼭 입으며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하고, 기회가 된다면 하와이나 동남아 등 더운 지방으로 나가 있는 것도 좋다.
또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잠자리에 신경을 써야 하며, 숙면을 취하면 고통은 현저히 감소한다. 소음이 심한 집에서는 방음벽을 설치하거나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해도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고통이 꾀병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사실을 온 가족이 알고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 적극적인 방법은 약물 복용이다. 전문의들은 환자들 중 약 40% 정도는 약물요법으로 완치된다고 밝힌다.
예전에는 주로 아스피린이나 아스피린과 유사한 소염제를 썼으나, 이는 일시적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어 최근에는 이보다 항말라리아 약제와 같은 자기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는 약재를 많이 쓴다.
근섬유 증후군이 류머티즘 질환의 일종이며 류머티즘은 자가 면역 기능의 이상으로 오는 질병이기 때문에 자가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약제를 쓰는 것이다. 정신적인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삼차 항우울제를 쓰기도 하는데 이런 종류의 약제는 효과적으로 통증을 없앨 수 있고, 자기 전에 한번씩 먹으면 된다.
그러나 이런 약제를 너무 오랫동안 장기 복용하면 위장장애와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하여야 한다.
약물 복용 후 효과를 체감하는 시기는 짧으면 10일, 길어도 한달 정도 지나면서부터 현저하게 느끼며,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복용해야 한다. 약물 복용 초기에는 3일에 한번 정도 병원을 내원하여 부작용 여부와 약물의 적정 복용량 등을 체크해야 되며, 그 이후에는 3개월에 한번 정도 내원하면 된다.
소정 기간 동안 약물을 복용하여 근섬유 증후군의 모든 증상이 없어졌다 하여 완치된 것은 아니다. 약 40% 정도는 완치되나 그 밖에는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재발시에는 또다시 약물 복용을 하여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한달 약값은 대부분 10만원 안쪽으로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다. 약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근섬유 증후군 또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근섬유 증후군이 잘 발병하는 출산 후에, 위에서 설명한 증상이 있으면 즉시 해당 진료과를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지금까지 신경성질환으로 알고 있거나 낫기 어려운 산후풍으로 알고 치료를 포기한 사람이라도 위에서 열거한 증상과 통증 부위를 체크하여 근섬유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으면 희망을 갖고 적극 치료를 시도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