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다시 진지보수공사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편하더라도 진지보수공사하면 89년 89고지의 악몽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참모총장께서 진지공사를 보고 그 사단장의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했다나? 그 때 별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나? 전입해오자 마자 죽도록 진지 보수공사를 해 놓았더니 거점이 바뀌었고... 떼(가로세로 30cm 정도에 풀뿌리에 의지하고 있는 흙을 잘라놓은 것)도 하나도 없어 전량 차로 실어 날라야 하는데 다 구축해 놓았던 진지를 허물고 다시 아랫부분에 벽돌을 깔고 떼를 붙여야하니 힘이 빠지고 허탈해지는데다 벽돌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일산 사단 옆에서 작업을 할 때는 X빠지게 굴토하고 나니 산의 주인이 메워놓으라고 해서 메워놓고 또 다른 곳에 굴토를 해놓고 나니 그곳도 마찬가지여서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다른 중대 보다 몇 배나 일을 했는데도 작업종료 이틀을 남겨두고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 다른 중대는 철수해서 쉬고 있는데 우리는 비를 맞으며 작업을 해야 했다. 설사가 나서 고생 좀 했었다. 설사약을 작업장 앞의 약국에서 사서 먹었는데 효과가 없어서 의무대에 갔더니 약을 뜯어보기만했을 뿐 말이 없었다. 심악산 고립방어지역 관리거점작업! 그곳은 90년 여름 강안의 둑이 무너져 일산지역에 홍수가 났을 때 수해복구를 나갔던 인접 지역이었기에 待軍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서 생활에 불편은 없었다. 한강의 철책선이 쫙 늘어져 있고 김포에서는 비행기가 뜨고 한강의 중앙으로 멀리 희미하게 63빌딩이 보이고 서울 시가지 그리고 눈앞의 김포평야! 이러한 낭만적 지리여건과는 다르게 397미터를 한개 중대가 굴토하고 벽돌 깔고 사대작업까지 하는데 4일만에 작업완수라는 13중대의 기적 같은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孤軍奮鬪를 하여야 했다. 우리 부대 분대장들이 술을 마신다고 사건이 몇 개 터졌고 나는 인사계님에게 찍혀있었으며 중대장님은 덩치만 보고 "화기 소대가 작업을 잘한다! 잘한다!" 하기에 취임한지 얼마 안 되는 내무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따라서 선봉 소대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 솔선수범을 했고 모두가 잘 따라 주어 우리 소대가 그 신화의 주역을 담당하였다. 너무 혹사 시킨 것이 아닌가?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나도 남들 이상으로 열심히 했으니까! ... ..., 그런데 1대대는 연대장님 사열에서 우리 대대와 1대대는 사단장님 사열에서 재 작업 지시가 내려 왔다. 그것도 그럴 수 밖에 하루에 100미터 이상씩되는 작업 명령을 지키려면 당연히 부실 공사일 수 밖에 없었다 . 작업 진도 잘 나가는 진달래 뿌리로 뗏장을 쌓았으니 겉은 멀쩡해도 한 번 비가 오고 나니 무너진 곳이 많을 수 밖에 ... ..., 우리 거점이 여인숙이라면 그 곳은 호텔인데(겉보기만) ... ..., 2대대는 우리 보다 작업 기간이 배나 길었고 능력이 있어서 멋지게 진지를 구축했다. 어휴 고생만 죽도록 하고 많이 나올 줄 알았던 휴가증은 안 나오고 바로 주둔지 기지화 공사, 거점 공사로 중노동이 시작 되었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토요일도 완전히 없어지고 매일 저녁 늦게 (7시~8시)까지 쉬지 않고 석달 동안 지속되어 애들이 짜증이 많이 났고 대운이와 동호는 쓰러지기까지 한 것을 보면 예전 보다 많이 약해진 것(군기나 체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심악산 작업 때의 일이다 첫째는 영창 갈 뻔한 사건이다. 대대장님이 텐트 생활에 있어서 엄명이 두 가지가 있었다. 1. 텐트 안에서 촛불 사용 금지. 2. 술을 추진 할 경우 간부 인솔 하에 갈 것. 이 두 가지를 지키지 않으면 영창을 보내겠다고 공언을 하셨다. 그런데 내가 일직하사였던 날 우리 중대 식기조 녀석들이 저녁 식사로 닭 백숙이 나오자 몰래 술을 사러 갔다가 가게 입구를 지키시는 대대장님께 걸렸는데 “대대장님이 왜 술을 사러 왔느냐”고 묻자 “작업에 지쳤는데 닭 백숙이 나와서 한 잔 할려고 그랬다”니까 화통하신 대대장님은 그것을 눈감아 주시면서 다시 술을 사러 올 때는 간부 인솔 하에 와야 한다고 다짐을 받으셨는데 대대장님 앞이라 많이 술을 살 수 없어서 술이 모자랐던 이놈들이 다시 술을 사러 갔다 발각이 되자 대대장님은 진노 하셨고 텐트 순시를 하셨다. 대대장님이 텐트 순시를 하신다는 연락을 받고 각 소대에 절대 촛불을 켜지 말 것을 지시한 후에 중대 상황판의 인원이 맞지 않아 분대 텐트로 돌아와 후레쉬로 확인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하필 우리 분대 녀석들이 촛불을 꺼지 않았다. 그 때 대대장님이 텐트를 열어 보시고 중대장님을 부르시더니 “이 텐트 분대장 누구야 영장 보내!”라고 말씀을 하셨다. 식기조 사건도 일직하사인 내가 관리를 잘 못한 책임을 물어도 영창인데 우리 분대 텐트 촛불 사건까지 걸렸으니 그리고 중대원들이 듣는 가운데 영창을 보내라고 했으니 만약 영창을 안 보내면 대대장의 명령에 대한 권위가 서지 않는 것이 된다. 참 눈 앞이 깜깜했다 말년에는 지는 낙엽도 피하라는 말이 있는데 100일도 남겨두지 않고 영창이라니 인생이 허무했다. 그러나 하늘은 나와 술 추진하다 걸린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었는지 중대장님께서 중대원을 아끼는 마음에 대대장님도 탄복을 하시고 말아서 영창을 가지 않게 되었다. 대대장CP로 중대장님을 불러 나를 영창 보내라고 하자 중대장님은 진지작업량과 13중대의 뛰어 난 점 및 나의 솔선수범하는 모습과 평소 군생활모습을 이야기 하면서 특히 나를 감 싸셨다고 했다. 솔선수범하며 모범적인 13중대의 기둥인 2분대 분대장(서재우)을 영창 보내고 중대장을 할 수 없다고! 그리고 모두가 하나같이 아끼고 동생같은 중대원이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데... 대대장님의 명령을 어긴 잘못은 밉지만 사람을 영창 보내면 창창한 젊은이들의 미래가 구겨진다고 말씀하시고... 그러자 대대장님께서 그러면 중대장이 계급장을 떼고 군복을 벗든지 영창을 보내던지 兩者擇一을 하라는 명령에도 영창은 못 보낸다고 사정을 두 시간을 하자... 대대장님이 감복하셔서 명령에 따르지 않는 너는 괘씸하지만 중대원을 사랑하는 너야말로 진정한 중대장이라며 용서를 해 주셨다 . 둘째는 독사사건인데 고참들이 떼를 뜨다가 기분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둔다. 예를 들면 떼의 형태만 만들어 놓으면 쫄병들이 손으로 뜯어 단가에 싣기도 하고 아니면 뗏장을 뒤로 엎어 주기도 하는데 재수 좋게 뗏장을 엎자 그 속에서 엄청나게 큰 독사가 나왔다. 화기 분대장이자 나의 하교대 동기인 김준기가 “어이 2분대장 몸도 안 좋은데 같이 꼬아먹지”라고 했지만 비위가 맞지 않아 먹지 않았는데... 반합에 물을 팔팔 끓여 놓고 독사를 씻은 뒤에 반합에 넣고 다시 20분 정도 끓인 후 손수건에 짜서 먹으니 기름이 동동 뜨고 구수한 것은 둘째고 그 효력이 금방 나타나 서 너번을 주체 못해도 계속 효과가 나타나 잠을 못자고 혼이 났다고 화기분대장이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믿거나 말거나... ...,
첫댓글 심학산 진지보수 나도 갔었지, 아마 벽돌은 일산 신도시 공사 위해 철거한 주택의 블록이었지 아마...
그것까지는 몰랐네....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