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자와 착한 독재자
지난 40년간 삼성전자는 눈부신 성취를 이루었다. 기술력 없는 단순한 가전 조립 회사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로직 설계, 위탁 제조, 종합 가전 및 스마트 디바이스까지 제작하는 세계 최대 첨단전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플래시 메모리 후발주자였지만, 휴대용 저장장치 시장이 커질 것임을 예측하여 노어와 낸드 사이에서 낸드를 선택했다. 또 다른 혁명을 준비하던 애플과 손을 잡아 노어플래시와의 경쟁에서 승자가 되면서 하나의 혁신을 촉발하게 시킨 매체가 되었다.
인텔의 성공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왜 인텔 CPU를 구매하는지를 봐야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ISA; Instruction Set Architecture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특정 CPU가 이해하는 언어와 비슷한 개념이다. 컴퓨터는 알파벳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을 수행 시키기 위해서는 컴파일 Compile이라는 과정을 거쳐 CPU가 아는 기계어로 바꿔줘야 한다. 이 번역 내용을 0과 1의 집합으로 변환한다. 즉 컴파일한다는 것은 원본에 있던 프로그래머의 코드는 사라지고 CPU의 언어만 남는다. 목적에 따라 기계어만 남아 실행파일, 동적 라이브러리 등 여러 파일로 분리한다.
초기의 사무용 컴퓨터 시장은 혼란스러웠다. PC 제조사는 50개도 넘었고, 이들은 나름의 노하우와 다양한 부품 조합을 사용하여 CPU와 ISA도 혼란스러웠다. 여기서 인텔의 8086 프로세서가 사용되고 기본 OS는 MS-DOS가 탑재되었다. 당시는 A사의 컴퓨터를 사면 A사의 공식 부품만 부착해야 작동이 됐다. 여기서 호환되는 IBM의 PC 등장으로 인텔이 지배를 하게 된다. 당시 MS-DOS는 IBM이 사들여 쓰는 OS일 뿐이지 IBM에 속한 물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텔이 경쟁자를 무시하고 차기 생태계를 향해 움직이려 할 때 능력이 있는 경쟁자 AMD가 살아 있었다. AMD는 고객이 겪는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빈틈을 찔렀다. 그리고 듀얼코어 맨체스터를 개발하면서 시장의 우위를 점하였다.
2005년까지 인텔은 AMD와의 경쟁에서 고전했다. 그러자 인텔은 최고의 설계자원을 신형 프로세서에 투입 트랜지스터도 아끼고 전력 소모도 줄이는 하스웰을 통해 콘도를 내놓는다. 이에 AMD는 점유율이 무너진다. 2000년 초 AMD와 인텔은 코어 성능을 키우는 것이 힘이 든다는 것을 알아채고, CPU에 여러 개의 코어를 박는 멀티코어를 만들어야 함을 알고 있었으나 문제는 프로그래머들이었다. CPU는 제조공장과 달리 재고를 쌓아놓을 수 없다. 사용자 프로그램이 어디로 분기할지, 변숫값이 무엇을 될지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종합 반도체 회사 IDM; Integrated Deviced Manufacturer라 부른다. 한 회사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전부 담당하는 생산 방식을 뜻한다. 반도체 시장 초창기는 많은 회사들이 자신의 팸(소형 웨이퍼)을 소유하고 있었다. 설비비가 많은 자본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광기 한 두 개 들여와 작은 웨이퍼에 원하는 칩을 만들 수 있었다. 미세공정 경쟁이란 개념이 없는 반면 반도체 자체의 부가가치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막다른 길에 접어든다. 타사의 기술로 미세한 공정을 나갈 수 없게 된다. 다시 개발해도 시장이 기다려준다는 보장이 없다. 고객은 제조사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자 자신의 팹 Fab을 포기하고 핵심 엔지니어들과 자신이 설계해둔 IP (지식재산권)을 유지 공장을 매각한다. 2011년 일본의 메모리 업체 엘디아는 10조 원의 부채를 남기고 파산한다. 반도체는 설계도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실물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설계도에 따라 위탁 생산하는 업체가 늘어났다, 이른 파운드리 Foundry라 부른다. 이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 대의 일이다.
대만계 파운드리 전문회사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이런 생태계에 일조한다. 슈퍼 을의 대명사로 파운드리 회사 중 세계 최대 규모다. 반도체 제조공장의 핵심 장비인 노광장치의 발전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 장치는 빛의 파장을 최대한 줄여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다. 거대한 블록 거울을 통해 낮은 파장의 빛을 모으는 방식으로 빛의 파장이 짧아질수록 흡수력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PC와 비교하여 열등한 순위에 있는 것이 입력장치다. 일반 PC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빠르게 입력할 수 있고 개인 인증이 상대적으로 쉽다. 입력장치가 스크린 접촉으로 제한된 스파트폰은 힘이 든다. 그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홍채, 지문 등의 생체 수단뿐만 아니라 AI 기반의 영상인식 및 음성 인식을 도입하였다.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의 성능과 화질이 개선되고 모바일 인터넷의 전송 속도가 증가하며 각종 촬영 장비의 가격이 낮아졌다. 사용자의 접근성에 주목한 많은 사람이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어느새 기존 언론사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원하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댓글을 달거나 채팅을 한다. 유튜브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를 잡은 구글의 시너지는 뛰어났다. 유튜브는 한 달에 15억 명이 사용하며 월 감상 시간은 10억 분이 넘는다. 일반적으로 동영상이나 사진이 한번 업로드되면 수많은 사람이 클릭하여 관람한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업체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분류하고 처리하면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통 이러한 동영상이나 사진은 초기에는 조회 수가 늘지만, 시간이 흐르면 관심이 떨어진다. 그러면 고성능 저장소에서 저성능 보관소로 옮기면 비용을 아낀단다.
연산 자원을 중앙 집중하여 관리하면 효율이 올라간다. 이러한 원리를 터득하여 움직인 회사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였단다. 아마존은 AWS;Amazon WebService,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라는 가상화 솔류션을 도입했다. 이는 중앙 연상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이 특정 연산이나 저장소를 요구하면 특정 가격에 특정 시간을 이용하여 이를 대여해주는 방식의 비즈니스이다. 이런 가상 솔루션들은 스타트업들은 거대한 설비 투자나 수요 예측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수요가 커지면 더 많은, 비용을 내고 더 많은 자원을 요청하면 된다. 1억이 넘는 고성능 컴퓨터를 시간당 2달러에 필요할 때 임대해 쓸 수 있다.
20세기 말 IT 붐에 수많은 검색 회사들이 나타났다.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라이코스 등이다. 야후는 종합 포털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알고리즘과 검색 랭킹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회사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단연코 두드러진 것은 후발주자 구글이었다. 구글은 검색창에 한 줄만 띄워놓은 간략한 방식으로 공략했다. 이 알고리즘을 100만 달러에 팔려고 했으나 상대방이 75만 달러 이상을 줄 수 없다고 하자, 딜을 끝내고 스스로 회사를 만들었다. 지금은 수백조 회사가 되었다. 이런 규모로 큰 구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가 되었다. 구글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자주 하는 연산이 무엇인지 연산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유용하게 쓰일 확신을 하자 과감하게 하드웨어 설계시장으로 뛰어들었다.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와 반도체를 사용하는 회사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SNS의 최강자 페이스북도 거대한 서버를 운용하고 있으며, 쇼핑몰에서 IT 종합기업이 된 아마존은 AWS를 통해 순이익의 절반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상 사용자가 모이면 모일수록 더욱 강해지는 특성 덕분에 자연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2021.10.17.
반도체 제국의 미래-2
정인성 지음
이래 미디어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