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환자에게 처방만 내리던 박용우 교수가 본인이 뱃살을 쏙 빼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간승리’라는 축사까지 듣고 있는 그의 뱃살빼기 비법을 들어보았다.
‘뱃살’은 만병의 원인
보통 여성이건 남성이건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넘어가면 뱃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는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인해 배와 허벅지 부위, 팔 부위 등에 지방이 많아지기 때문에 ‘뱃살 여사’가 증가하게 된다.
남성 역시 중년으로 넘어갈수록 뱃살이 붙는데, 대부분의 원인이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다. 특히 얼굴과 팔다리 부위는 가는 편인데 배만 볼록하게 나와 ‘오뚜기형’의 뱃살 남성들이 많은데, 이것은 ‘내장 지방 비만’이기 때문이다.
중년의 남성들 중에서 건강 검진을 받을 때 ‘지방간’이라는 판정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 주변에 지방층이 두텁게 끼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지방으로 인해서 간 기능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므로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될 질환이다.
내장 비만이라는 것은 복부 안쪽의 내장 주변부에 지방층이 켜켜이 쌓여서 그것이 배를 불룩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방층이 내장 주위를 싸고 있으니 당연히 내장의 전체 기능이 떨어지고, 내장 지방 비만이 지속되면 당뇨병,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내장 지방은 0.5~2kg 정도로 전체 지방량의 10~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내장 지방이 두 배 늘어도 체중 변화는 1~2kg에 불과해 진단도 쉽지 않다.
박용우 교수는 뱃살을 빼야 하는 이유는 ‘몸매 가꾸기’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미국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 12주만에 10kg 감량 성공
올해 만 40세인 박용우 교수는 전형적인 ‘내장 지방 비만’형이었다. 얼굴에 살이 별로 없는 편이고, 팔다리도 가는 편인데 배만 불룩하게 나왔다. 키 169cm에 몸무게는 72kg, 허리둘레는 35인치였다.
정상 몸무게로 따지자면 10kg 이상은 더 나가는 비만형이었다. 그러나 그 살이 온통 배로만 몰려 있었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할 때는 뱃살이 늘어지는 것이 창피해서 늘 가운을 헐렁하게 걸쳐 입었다. 배만 가리면 그가 뱃살 비만이라는 사실을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 40이 되니 서서히 건강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하던 차에 지난 3월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운동 관련 실험에 참여할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것이었다. 1 주에 4회 이상, 한번에 최소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데, 총 12주 동안 시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박교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실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박교수는 12주 동안 성실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유산소 운동으로는 조깅을 선택했다. 처음 2주 동안은 몸무게 변동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살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운동을 시작한 지 3주 후부터였다.
12주가 지난 후에는 허리 사이즈가 35인치에서 31인치로, 몸무게는 10kg이 감량해 62kg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몸무게가 더 빠져서 현재 60kg에 허리 사이즈는 30인치가 조금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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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 4회 하루 30분의 조깅
뱃살의 원인은 나이, 유전, 체중 증가, 운동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중에 운동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며 본인의 의지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운동 부족은 인슐린 작용에 영향을 주어 그 자체로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되므로, 운동을 하지 않고는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
박교수는 12주 동안 1주에 4회 한 번에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했다.
러닝머신에 올라가 5분은 보통 속도(시속 5~6km)로 시작해서 빠르게 걷기와 가벼운 조깅(시속 7~8km)을 20분 동안 한 후에 마지막 5분은 다시 보통 속도로 걸었다.
점차 익숙해질수록 뛰는 시간을 늘려서 10~15분 동안을 쉬지 않고 뛰었다.
■□ 술 3개월만 끊으면 뱃살 빠진다
박교수는 술자리라면 빼놓지 않고 찾아다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집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밤에 늦게 귀가한 날에도 잠자기 전에 매일 맥주 3캔은 기본으로 마셨다. 쫄깃한 오징어는 안주감으로 최고였다.
그러던 박교수는 미국에서 다이어트에 도전한 지 3주 만에 술을 딱 끊었다. 술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침내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2주 동안에는 몸무게 변화가 거의 없다가, 3주가 되었을 때 술을 끊고 식이요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까 다이어트 시작 한 달이 될 무렵에 5kg 이상이 감량되었다.
박교수는 뱃살을 빼려면 먼저 ‘술부터 끊어라’라고 말한다. 술은 1g당 7kcal의 열량을 함유하고 있는데, 술의 칼로리는 몸에 저장이 되지 않으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안주. 술 먹을 때 슬금슬금 집어먹는 안주가 뱃살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복부 지방 CT 촬영을 해보면 대부분 내장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있고, 허벅지 부위는 근육량이 감소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안주를 별로 먹지 않고 술만 마실 때 오히려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제지방체중(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체중)이 빠지는 것으로 근육량이 줄고 지방이 내장과 근육 내에 더 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 배고플 때만 먹자
건강 다이어트는 소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먹는 양을 조절하지 못하면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 박교수는 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식사를 하는 오랜 습관을 과감히 탈피하기로 했다. 우선 한 번에 먹는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배가 고플 때는 틈틈이 먹었다.
소식을 하게 되면 위도 그에 맞게 적응을 해서 용량 자체가 작아진다. 박교수의 경우는 소식을 한 지 2주 정도가 지나니까 몸이 적응이 되었다고 한다.
■□ 식물성 지방을 섭취해라
박교수는 유난히 육식을 좋아했다. 1주일에 2회 이상은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몸이 든든한 것 같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박교수는 육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동물성 지방은 우리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이 많고, 식물성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지방은 섭취하되 성인병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게 해 동맥경화성 질환을 일으킨다. 불포화지방은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무조건 지방을 적게 먹으라고 권하는데, 이는 잘못된 지침이다. 지방을 무조건 적게 먹으면 상대적으로 당질 섭취량이 많아져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내장 지방량이 증가하므로 오히려 비만의 원인이 된다.
지방을 섭취하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어 음식 양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박교수의 경우는 저지방 우유, 닭 살코기, 생선, 올리브유 등으로 지방을 섭취했다.
■□ 흰 쌀밥보다는 잡곡밥을 먹어라
흰 쌀밥이나 흰 빵의 혈당지수(당질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올라가는 정도)는 설탕과 비슷하게 높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통 낟알 형태(현미 등)나 콩 등 잡곡을 섞어서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좋다. 잡곡밥은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박교수는 빵을 먹을 때 겉껍질을 벗기지 않은 밀로 만든 ‘통밀빵’을 주로 먹고, 밥은 현미밥이나 보리, 콩 등 잡곡을 섞어서 먹는다. 물론 이전에는 무조건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쌀밥’ 애호가였다.
■□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해라
살 찐 사람은 대부분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기를 싫어한다. 박교수의 경우도 예전에는 움직이기를 싫어했다. 피곤하게 일하고 귀가하면 많이 먹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캔맥주를 마시며 TV를 보다가 잠이들곤 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박교수의 생활 패턴은 완전히 달라졌다.
쓰레기 봉투를 버리러 나가거나 아이들 마실 우유를 사러 슈퍼에 다녀오는 일을 자진해서 맡았다. 그리고 새롭게 생긴 습관이 바로 아이들과의 ‘산책’이다. 저녁 식사 후에 아이들 손을 잡고 아파트 주변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온다.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도 하고, 또 심심하면 놀이터 주변을 가볍게 뛰기도 한다.
■□ 몸에 맞는 옷을 새로 사 입는 기쁨을 누리자
박교수는 체중 12kg이 줄고, 허리 사이즈가 4인치 이상 줄어들면서 옷을 모두 새로 장만해야 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마이너스이지만, 날씬한 몸에 맞는 옷을 사서 맵시 있게 입는 그 기쁨에 비하면 지출의 씁쓸함은 비할 바가 못된다.
오뚜기형이었을 때 입었던 청바지를 지금 입어보면 마치 자루를 입은 것처럼 헐렁하다. 요즘 산 청바지는 허리 사이즈가 30인치인데, 예전 바지와 비교를 해보면 차이가 엄청나다.
‘배불룩이 아빠’라고 놀리며 구박하던 아내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뱃살이 쏙 들어가서 몸매가 날씬해지니까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는 아내 입이 활짝 벌어진다.
계단은 무조건 걸어라 박교수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몸가짐이 빨라졌다. 그리고 되도록 많이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했다.
출퇴근은 전철을 이용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대부분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비만인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전철을 이용할 때 에스컬레이터를 버리고 계단을 이용했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도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플랫폼 끝까지 걸어갔다 되돌아오면서 분주히 움직인다. 병원이나 아파트 계단 역시 마찬가지. 박교수 집은 12층인데, 천 개 가까이 되는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온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계단 오르내리기만 지속적으로 해도 뱃살을 빼는 데는 효과적인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걸어서 20~30분 이내로 갈 수 있는 거리는 무조건 ‘걷기’를 원칙으로 한다. 시간으로 계산해도 차 타고 내리고 주차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걷기가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
■□ 다이어트에 성공할 때까지의 체중 재기
다이어트를 맘먹고 시작한 초기에는 체중을 되도록 재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상 좋다. 박교수의 경우 미국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처음 2~3주 동안은 체중 변화가 별로 없어서 매우 초조했었다. 운동하고 재보고, 화장실 다녀와서 재보고, 밥먹고 재보고, 굶고 재보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체중계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애를 써도 별 변화가 없는 체중을 확인하면 힘이 쫙 빠지고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예민한 사람은 ‘체중 강박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즉 몸무게가 조금 줄어들면 하루가 즐겁고, 몸무게가 그대로이거나 조금 늘어나면 하루 기분이 엉망이 된다. 몸무게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할 때는 매일 아침에 한 번씩 체중을 잰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매일 확인하고 매일 더 노력하게 되는 힘이 생긴다.
자신이 목표한 몸무게로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매일 체중을 체크하고, 그 체중에 기준해서 음식량과 운동량을 조절한다.
■□ 자신의 목표 체중을 정하지 말라
보통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브로카변법 등으로 인해 신장과의 비율 계산으로 적정 체중을 산출한 뒤에 그 체중을 목표 체중으로 한다. 박교수는 이렇게 목표 체중을 계산으로 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사람마다 체질도 다르고 유전적인 성향도 다르고 대사 속도도 다른데 일률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식을 적용해 목표 체중을 산출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자신의 적정 체중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자신의 몸에 관심이 많아지는데, 살이 조금씩 빠지다보면 자신의 몸이 가장 편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몸무게가 있다.
기분도 좋고 지치지도 않으며 살이 쪘을 때보다 더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때의 몸무게가 자신의 ‘건강 몸무게’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말하면 30, 40대가 되었을 때 20세 때의 체중에서 5kg 이상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만 18세 정도가 되면 성장이 끝나는데, 이후에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지방이 늘어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지방은 늘고 근육량은 점차 줄어든다. 즉 20세 때 60kg이었는데, 40세 때 65kg이라고 하면 근육량은 3kg 줄고 지방은 8kg 늘었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