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죽이기 나흘째입니다. 내일이면 스텝 1명이 오기로 되어있는데
바라기는 변수가 생기지 않고 도착해서 오랫동안 일해줬으면 좋겠네요.
집에서 500m쯤 걸어갈 즈음 때마침 시내버스가 와서 올라탔어요.
이 근처에 낯선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금곡리가 진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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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지명인데 왜 저는 멀게 느껴졌을까요? 산꼭대기에 '산업단지'가 있었어요.
이곳에서 회 차를 하는지 기사가 저게 내리라고 했어요.' 86 팀 스피리트'때
완전군장을 하고 치악산 어느 산골에 떨어뜨려진 것처럼 낯설고 약간 쫄렸어요.
점심시간을 맞은 근로자들이 함 바에 몰려들었고 조인할까 하다 못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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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일대 약 4만 평에 산업단지를 조성한 후
4만 평 중 2만 4,000평을 200여 개 기업에 10년간 무상으로 분양했다는 것
같아요. '구로공단'부터 '안성산업단지' 조성을 볼 때 조만간 '금곡산업단지'는
번성할 것입니다. 산업단지를 내려와 금곡리 마을 길로 길을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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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담양 읍내에서 보았던 벽돌 담과 쓰래트 지붕이 냉전 시대의 기억과
함께 추억으로 고스란히 다가왔어요. 도랑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엔
이곳에서 아낙 네들이 빨래하지 않았을까요? 마을 한가운데 베어민 노인이
커피를 팔 것 같은 담쟁이 카페(카페&트리)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어요. 20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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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가든카페가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꼭 그때 지어진 카페 같았어요. 먹거리가
신통치 않아서 내부 스캔만 하고 그냥 나왔어요. 오래된 집들은 조경을 빼면
쓸모가 없어 거의 땅값만 쳐 주는 데 뭔지 모를 편안한 감성만은 신식 건물에
없는 것 같아요. 새로 지은 집이 예뻐서 가까이 가보았어요. 문패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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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혼때부터 문패(최영선/김효석)를 만들어놓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맨
먼저 챙겼는데 이태원 시절 이후부터 행방이 묘연합니다. 키 큰 칸나가 얼굴
마담으로 데스크를 지키고 있었고 해바라기가 초병을 서고 있는 풍경도 멋집니다.
새빨간 저 꽃은 맨드라미가 맞을 겁니다. 해바라기는 씨를 말려 주전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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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고 칸나는 '철정검문소'시절 현아라는 학생과 연애할 때 편지 속에 자주 등장
한 소재입니다. 칸나는 색이 짙고 예쁘면서 가을에 꽃이 피기 때문에 왠지 모를
쓸쓸함도 있는 것 같아요. 텃밭의 고추가 '나도 빨강'이라고 고개를 내밀고 있고
밤나무에 햇밤이 주렁주렁 열렸어요. 8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에 텃밭 없는 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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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없었어요. 고구마나 감자 같은 것은 밭에 심었지만 토란, 파, 가지, 고추,
들깨, 배추, 무 등등은 집 앞 텃밭에 심었어요. 담양 천변리(영천상회 안집) 살 때,
꽤 큰 텃밭이 집 앞에 있었어요. 그곳이 공터가 되기 바쁘게 우리는 비석 치기,
갱-깡, 세 발 뛰기, 다방구, 오징어 게임까지 멀티놀이터로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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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주인이 땅 밟는다고 야단을 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땅 주인은
키다리 아저씨가 틀림없을 것입니다. 신작로로 나와 칼국수 집으로 들어갔어요.
애호박만 넣고 끓인 칼국수인데 깔끔하니 먹을만했어요. 힐링 마사지가 보여
사진 한 장 찍고 보니 갈치 조림을 파는 곳이 있었네요. 언제부터 조기탕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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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었는데 파는 곳이 없어서 못 먹고 있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갈치탕 먹으러
한 번 와야겠어요. 30분쯤 걸었는데 '진접역'입니다. 화장실을 가려고 깊은 땅
속으로 내려갔어요. 볼일 보고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녹사평역 이랑 싱크로율이
높아요. 이태원 살 때 녹사평역이 만들어졌어요. 당시 미2사단 앞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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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많이 써서 만든 역입니다. 실제로 이 역에서 웨딩마치를 여럿 올렸습니다.
신안 23단지는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입니다. 꽈배기 4,000원, 오렌지 야쿠르트
2,600을 지불하고 경복대 샛길 입구에서 덥석 주저앉아 나 홀로 먹 방을 합니다.
1,000mm 반을 폭풍 흡입하고 또 걸어갔습니다.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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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23단지부터 경복대 지나 요양원까지 진접지구 재개발 계획이 잡힌 구역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요. 누구든 이곳에 집을 사면 반드시 높은 수익이 있을 겁니다.
제가 광릉네 에서 명품 숍 할 때 이 길을 매일 뛰어다녔는데 6년 사이에 길이 많이
넓어졌고 새 건물도 보입니다. 주로 오른쪽에 새 건물이 있는 것이 도로를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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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왼편만 개발구역인가 봅니다. 오른쪽에 근사한 카페가 있네요. 교회가 샀을까요?
이맘 때(9월) 꽃보기 쉽지 않은데 원추리가 오렌지를 뽐내며 버터플라이를 하고
있네요. 멋져부러. 꽃들도 자신의 향기와 색깔을 지속하느라 애를 쓰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버팀은 생성을 위한 지속일까.
2023.9.7.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