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긴 교훈이 있다. 좋은 집에 살고, 아파트를 소유하고, 영업이 잘 되는 식당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해도 잘못하면 알거지 신세가 될수 있다는 사실이다. 홍수로 집이 부서지고 아파트도 파괴된데다 입주자마저 다 떠나 버렸고 관광객이 끊어지면 식당도 개점휴업이라 갑자기 돈있던 사람이 은행 빚에 올라앉게 된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라하여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 부동산에 집어 넣었을 경우 잘못하면 몇십년동안 땀흘려 모은 재산 다 날릴수도 있다.
돈없는 사람은 그래도 재기하기가 좀 나은 편이다. 다른 도시로 옮겨가 막노동이라도 하면 되지만 자리가 잡히고 재산도 모은 사람은 하루아침에 생활 근거지를 잃게 된다. 이번 뉴올리언스 한인들의 피해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같은 결론을 얻게 된다.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일수록 항상 재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과 다양한 형태로 재산을 나누어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겼다. 그중의 하나가 비상사태에 대비한 캐시보유다. 재산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비상금은 있어야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두 번째는 재난이 재난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폭동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뉴올리언스 참상은 쓰나미에 왓츠폭동을 혼합한 형태의 재난이다. 따라서 홍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세 번째는 정부를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참사에서 미국인들이 충격받은 것은 ‘미국의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물난리 3일만에 식수가 공급될 정도니 구호체제가 말씀이 아니다. 4.29 LA폭동에서 연방군이 작전지휘권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3일간이나 미적거려 피해가 엄청나게 늘어난 과거의 비극이 이번 허리케인 재해에서 또 재현 되었다. 그때도 부시정권이었는데 이번에도 부시정권인것은 매우 아이러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식수 정도는 평소 각자가 집에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뉴올리언스는 미국도시중에서 가장 특이한 도시중 하나다. 식당메뉴가 프랑스어로 인쇄된 곳이 많고, 주정부가 매년 프랑스로부터 국민학교 교사를 지원 받으며, 백인과 흑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크레올이라는 캐나다계 프랑스인들이 늪지대에서 살고 있고 모든 공문서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되어있으며 가톨릭 파워가 막강한 도시다.
또한 재즈의 본고장으로 공항에 내리면 라이브 밴드가 터미널에서부터 연주되는등 가는곳 마다 음악이 울려 퍼지고 다운타운 프렌치쿼터에는 프리저베이션 홀등 재즈연주장, 앤톤등 이름난 해산물 레스토랑, 팻 오브라이언등 화려한 바들이 줄지어 있는 환락의 도시다. 카니발 축제로 유명한 ‘마디그라’도 바로 뉴올리언스에서 펼쳐진다. 관광산업을 주산업으로 삼고있는 도시가 이제 폐허가 되었으니 물을 다 퍼낸다해도 ‘불경기’라는 이름의 늪이 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산 넘어 산이 뉴올리언스가 가야 할 길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9.11사태와는 달리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던 재앙이고 경고의 목소리도 여러번 있었다. 그런데도 재난에 대비하지 못했던 것은 부시정부가 지나치게 테러방지 업무에만 열중해 앞만 보고 옆은 못 본 탓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 쏟아 붓고 있는 예산은 자그만치 연간 4,000억 달러다. 예산적자에, 개솔린 파동에, 대재난까지 겹쳐 미국에 경기침체가 오지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