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10월12일 월요일 - 첫째 날
나마스테 _()_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산군을 한 바퀴 도는 약200Km 짜리
이 멋진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트래킹 이야기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범 라카디마'를 내레이션 했던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의
그 중후하고 매력적인 저음으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It wa~s a lo~~ng day
그만큼 이번 트래킹이 적어도 우리한테는
오래오래 기억될 멋진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입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인천공항 수하물 체크 과정에서 보조 배터리가 일으킨 소동은
이미 오늘 하루가 매우 길 거라는 암시였는데
나만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달 전에 핸드폰을 겔럭시6로 바꾸면서
처분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던 겔럭시4를
이번 트래킹의 카메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카메라 전문가인 친구가 일반 건전지를 사용하면서도
가볍고 성능이 좋은 DSRL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오라고 주었지만
저는 16:9 사진이 주는 매력에 더 후한 점수를 준 셈입니다.
롯지에선 배터리 충전하기도 쉽지 않지만 비용도 싼 게 아닙니다.
그래서 겔4의 내장형 배터리 5개와
충전용 외장 배터리로는 6,500mAh 5개,
10,000mAh 한 개를 따로 마련했고
제 딴에는 많은 수의 배터리를 기내에 반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토끼를 본 적이 없는 별주부 자라가 화공이 그려 준 토끼 화상을 물에 적시지 않으려고 모가지를 길~~게 빼서 저 막창 끄트머리에 집어넣고는 모가지를 콱 움츠려버리니 물 한 방울 묻을 리 만무렸다’는 식으로 그 많은 배터리를 카고백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 넣어서 수하물로 보내고 출국심사 줄에 서있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에 나는 거기 들어 있던 스프레이 파스가 걸린 줄 알았습니다.
제길 헐!
직원을 따라 세관 구역에 불려가서,
배터리를 꺼내기 위해 정성 들여 차곡차곡 싼 카고백을 다시 분해 조립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허용된 기내반입 배터리의 수도 정해져 있어서
그걸 또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가 출국심사 후 다시 걷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이들은 그걸 수하물로 보냈던데
수하물 검사 X-Ray는 나만 미워한 겁니다.
그렇게, 나에게 허락된 하루치 에너지의 절반을 아침에 배터리 건으로 다 써버렸습니다
출발도 하기 전에 말이죠.
인천에서의 힘찬 take off와 순탄한 운항
그리고 카투만두의 트리뷰반 공항 활주로에서의 touch down은 매끈했지만,
무려(?) 네 대의 항공기가 한꺼번에 상공에 도달하는 바람에
우리 비행기는 착륙 전에 공항 상공을 20분이나 뱅뱅 돌았습니다.
가장 정겨운(?) 국제공항 가운데 하나인 트리뷰반 공항은 마치 시골 버스 터미널처럼 복잡했고
수하물 벨트는 1분에 한번 몇 십 초씩 섭니다.
1시에 착륙해서 공항에서 10분도 안 되는 곳에 있는 식당에
점심 먹으러 도착한 시간이 2시 40분이니까 말 다했지요.
Gyanendra Shahi
갸낸드라 샤히
우리는 그를 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우리가 2012년 11월에 해발 4,130m에 있는 ABC (Annapurna Base Camp) 갈 때
33살로 현지 대장 가이드였습니다.
이번에 그를 공항에서 다시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그때 내가 쓰던 밀집모자를 싸이한테 주고 왔었는데
그 모자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번 트래킹의 한국인 가이드는 두 분입니다.
한 분은 혜초트래킹 석 대표 그리고 또 한 분은 김 이사.
두 분은 양정고교 산악회 선후배 사이고
석 대표는 강가푸르나 등 여러 고산 등정 경험과 과거 네팔에 4년간 거주하면서
인도, 티베트, 히말라야 등등 수 없이 많은 가이드 경험을 가지고 있고
김이사는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많은 고봉 등정 기록을 가지고 있고
도봉산에 있는 등산학교 수석 강사로 활동 하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산에 관한 한은 베테랑입니다.
현지 대장 가이드는 ‘빠담’이라고
가이드 경력 15년차의 72년생으로 우리 말을 잘 합니다.
네팔
폭 280km 길이 780km의 땅에서
해발고도 차이가 60m에서 8,848m까지 나는 이 나라
네팔의 GNP는 820 달러입니다.
그 대신 행복지수가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집사람이 그럽니다.
‘소리 내어 크게 웃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요.
네팔은 바다가 없는 나라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수 억년 전엔 네팔이 바다였습니다.
북으로는 히말라야를 경계로 중국 티베트와, 남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마치 바둑의 단수 같은 포위된 형국입니다.
험난한 히말라야로 경계를 삼고 있는 중국 보다는 네팔의 운명은 인도가 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둘은 앙숙입니다.
네팔은 인도와 지리적으로 한 벨트에 있지만 일부러 15분의 시차를 두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우리와도 3시간 15분의 시차가 있습니다.
우리의 낮12시 15분이 네팔은 오전 9시인거죠.
카트만두 도로변 건물에서 지진의 흔적을 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더러 쌓아놓은 벽돌이 보이고 새로 지은 듯한 모습의 건물이 보였지만
생각했던 거 보다는 피해가 덜해 보였습니다.
최근 인도와 네팔 사이에 발생한 정치적인 충돌로 인도에서 기름 공급을 중단해버려서
주유소 마다 언제 공급될지도 모르는 기름을 기다리는 주유대기 차량들이
길게는 수 킬로미터씩, 안 그래도 열악한 도로의 양쪽으로 세워져 있는 바람에
교통 사정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밥 먹고 40 달러 (4천 루피) 환전해서 출발한 시간이 3시 45분이었고
쿠린타르 지역에 있는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8시반이였으니까
거의 5시간이 걸린 셈인데,
거기서 거기까지의 거리가 약 100km이니 도로 사정을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집사람은 지칠 대로 지쳐서 이미 침낭 속으로 들어갔고
나도 막 침낭 속으로 들어가려는데
벽에 장지뱀도 아닌 악어새끼도 아닌 한 녀석이
위장을 하고 쉬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 내가 널 해코지하지 않는데
설마 네가 내 침낭 속으로야 들어 오겠냐?
한 방에서 그냥 같이 자자꾸나’
그렇게 첫날 밤을 맞았습니다.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히말라야에서는
땀이 안 나게
숨이 안 차게
던야밧
_()_
첫댓글 🙏🙏🙏
솜사탕 먹듯이 사르르~~
_()_
여행의 길이 고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기 전에 상상의 나래를 펴고 갔다와서도 그 추억을 떠 올리면서 다시금 두근거림이 시작되죠..
제 심장도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