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구레는 1966년 5월 정식 수입품목으로 개방됐다. 상공부의 '중장기 무역계획'에 따라 국내에서 군화를 만들어 군에 납품케 하려고 수구레 수입을 허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사단(事端)이 났다. 당시는 모든 물품이 귀한 때라 소를 잡으면 어느 한 부위도 허투루 버릴 데가 없었다. 정식 도축장에서 잡건, 밀도살을 하건, 아니면 마을에서 잔치용으로 잡건 전문 칼잡이들이 소의 여기저기 먹고 쓸데를 샅샅이 도려냈다. 가죽이건 고기건 내장이건 단 한 점도 남길게 없었다. 이런 판에 살점이 붙은 수구레 수입을 허가했으니 그 고기를 둘러싸고 업자들이 침을 흘린 건 당연했다.
수입이 허가된 지 꼭 2년째인 68년 6월. 처음에는 시장의 노점상 여인이 수구레 묵을 만들어 팔다 적발됐다. 이 여인은 영등포의 피혁공장에서 버린 가죽조각을 주워와 물에 빨고 며칠씩 불린 다음 거기서 우러나온 액체로 묵을 만들었다. 한 모에 50원씩 받고 막걸리안주로 팔아왔다.
가죽에서 우러난 국물이든, 아니면 떼어낸 고기든 돈이 된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영등포나 서울역 동대문시장 등지에서 수구레가 슬슬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묵 외에도 수구레를 이용한 튀김 볶음 족편까지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대개 시장주변 지게꾼이나 노점상, 건달들이 술안주로 사서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