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관계를 현지에서 조율하는 주러, 주한대사들이 차례로 교체됐다. 이도훈 신임 주러시아 대사의 신임장을 최근 제정받은 푸틴 대통령은 7일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 국장을 임명했다. 안드레이 쿨릭 현 대사가 2018년 8월부터 대사직을 수행했으니, 5년여만의 교체다. 그동안 주러시아 대사는 우윤근(2017년 11월~2019년 5월), 이석배(2019년 5월~2022년 8월), 장호진(2022년 8월~2023년 7월) 등이 거쳐갔다.
온라인 매체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노비예프 신임 대사는 역사학 박사 후보(러시아는 박사후보를 거쳐 박사학위를 받는다/편집자)로, 중국 전문가다. 1992년, 1993년 베이징외국어대학과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엠게우)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를 각각 졸업한 뒤 외무부에 들어갔다.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러시아 대사/사진출처:러시아 외무부
중국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러시아 외무부에서 한국과 북한, 중국, 몽골을 담당하는 제1아주국 부국장(2012∼2016년)과 주중국 러시아대사관 공사(2016∼2018년)을 거쳐 2018년 7월부터는 제1아주국장을 지냈다.
지난 9월 초 동방경제포럼에서 제 1아주국장 자격으로 타스 통신과 가진 회견은 그의 대한국 관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그는 당시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동적인 사건들은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라며 "그 것은 북한과 한·미·일 간에 군사·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호전적인 발언이 증가하는 분명한 신호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삐걱거리는 한-러 관계에 대해 "우크라이나 위기는 한-러 관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한국은 서방의 대러 제재에 참여한 뒤 올해에는 수출제한 품목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국 제조업체들은 심각한 손실을 입고 시장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간 비자 면제 제도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지만, 양국간 직항 항공 노선이 중단되면서 인적 교류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한국이) 러시아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끝난 뒤 다시 역동적인 관계로 회복하려는 열의에 주목하고, 이러한 접근 방식을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과의 관계 회복에)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측의) 의지만 있다면 한국과 수교 30년이상 쌓아온 정치, 경제, 인도주의 분야의 복잡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도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서 "러시아는 한국과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발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신임대사의 타스 통신 인터뷰 웹페이지/캡처
그는 또 한국의 대우크라 포탄 제공 외신 보도에 대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한국은 공개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수준에서 러시아와 접촉하면서 이러한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서구 언론에 나오는 키예프(키이우) 정권에 대한 한·미 탄약 거래에 관한 정보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한국의 접근 방식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키예프에 직간접적으로 무기와 군사 장비를 공급하려는 성급한 결정이 양국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을 누차 경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