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시원을 찾아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문명전을 찾은 사람들
우리는 통상 세계 4대 문명을 이야기한다. 중국의 황하, 인도의 인더스, 이집트 나일, 중동의 메소포타미아다. 모두 강을 끼고 있다. 그것은 강물이 문명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강이 있어야 농경과 수렵어로가 가능하고, 그런 토대 위에서 문명이 성립될 수 있다. 문명은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형성하면서 생겨났다. 그 도시가 중동을 가로지르는 두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사이에서 생겨났다.
메소는 '사이'라는 뜻이고, 포타미아는 '두 강'이라는 뜻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은 현재로 따지면 이라크에 위치한다. 당시 나라 이름으로는 우르, 악카드, 앗시리아, 바빌로니아가 된다. 이들은 청동기시대와 초기 철기시대에 걸쳐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쐐기문자를 사용했고, 수학이 발달했다. 점토와 청동을 이용한 생활용품, 신상과 제기, 금동을 사용한 장신구 등이 만들어졌다.
통치자의 두상
개인적으로 중국, 인도, 이집트는 문명의 현장을 방문해 그 역사와 지리 그리고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집트는 고대 문화유산이 나일강을 따라 잘 남아있어 크루즈여행을 하면서 피라미드, 신전, 지하무덤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중국 역시 서쪽 실크로드로부터 황하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문명의 현장을 답사할 수 있었다. 인도스 문명은 모헨조다로, 하라파 같은 현장을 방문할 수 없어 인도 고고학박물관에서 그 시대 유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에 가지 못하니 박물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자벽돌 패널
메소포타미아 지역도 현장을 방문할 수 없어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전을 연다고 하니 전시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라크 지역의 메소포타미아 본령을 여행하지는 못했지만, <이란-페르시아 기행>이라는 주제로 이란 문명탐사를 한 적은 있다. 수사(Susa)의 초가잔빌을 보면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산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자벽돌 패널
또 과거 독일에서 공부할 때 베를린에 있는 페르감몬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 이쉬타르문 양쪽 거대한 벽의 푸른 조각을 보면서 현장을 꼭 한번 봐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이번 메소포타미아전에서 사자 벽돌 패널을 보면서 조각의 정교함에 다시 한 번 놀라기도 했다. 이번 중앙박물관 전시를 통해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문명의 흔적을 볼 수 있다니 고마운 일이다.
문자와 조각을 통한 메소포타미아 이해
마르둑 찬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문자, 조각, 부조 세 가지다. 문자는 쐐기문자로 점토판 또는 원통형 인장에 새겨져 있다. 문자는 역사를 기록하고, 신을 찬양하고 경제활동을 하는데 쓰여졌다. 마르둑 찬가, 채무변제 증서, 곱셈표, 축제와 공적에 대한 기록 등이 보인다. 5단 곱셈표를 통해 그들이 10진법과 60진법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1시간은 60분, 원은 360도 등이 60진법의 흔적이다.
구데아왕 상
조각은 수호신 라마의 비(석), 봉헌자상, 구데아왕의 상, 바구니를 든 여인 등이 두드러진다. 수메르시대 라가쉬를 통치했던 구데아왕은 조각이 정교한 듯 하면서도 사실적이다. 몸에 비해서 머리와 손발이 크게 표현되었다. 이집트 지역의 나일문명과의 친연성도 보인다. 바구니를 든 여인은 시민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신바빌로니아시대 두상들은 페르시아 문명과의 친연성도 보인다. 청동으로 만든 통치자의 두상은 기원전 2300~2000년 작품임에도 예술성이 대단하다.
조공과 마부
부조는 대개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시대작품이다. 기원전 900~500년 작품이로 정교함, 상징성, 예술성이 뛰어나다. 조공행렬을 이끄는 외국인 마부상, 앗시리아 왕세자 조각 등이 있는데, 수염과 말의 갈기까지 아주 정교하게 표현했다. 바빌로니나시대 사자 벽돌 패널은 이번 전시물의 하이라이트다. 두 점이 왔는데, 머리, 갈기, 다리 꼬리의 균형과 역동성, 색감과 요철 등의 표현이 정말 뛰어나다. 이란의 수사에서 본 사자 부조조각과 친연성도 보인다.
우르 출토 장신구
이번 전시를 통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만 알던 문명을 실물을 통해 간접체험할 수 있었다. 다음 단계는 이라크 현장 방문이다. 지난 이라크 전쟁으로 문화유산이 많이 파괴되었을 테고, 정정의 불안으로 문명의 현장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갔다. 그렇지만 메소포타미아 문명탐방을 평생의 과제로 삼을 일만 남은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참 좋은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