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할 때는 바다로 향한다. 청정 바다에 풍덩 빠지면 몸도, 마음도 후련해진다. 사면이 바다인 경남 남해는 바다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남해에서 해양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지만,
두모마을과 송정솔바람해변이 눈길을 끈다. 소박한 어촌인 두모마을에서는 카약을 비롯해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등 해양 레포츠를, 송정솔바람해변에서는 여유롭게 서핑을 즐길 수 있다.
두모마을 입구에서 내려다본 바다놀이터
상주면에 위치한 두모마을은 박씨·손씨·김씨·정씨 집성촌으로 구성되며, 주민들은 반농반어 생활을 한다. 고즈넉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바다에 맞닿은 ‘바다놀이터’에 가면 활기가 넘친다. 마을에 들어서면 초록빛 반짝이는 계단식 논이 먼저 인사한다. 해양 레포츠 종류가 메뉴판처럼 쓰인 이정표는 어떤 종목에 도전할지 행복한 고민을 안긴다. 캠핑장이 들어선 아담한 솔숲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갯벌이 보이면 바다놀이터 입구다.
바다놀이터에서 카약을 타고 열심히 노를 젓는 가족
바다놀이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카약이다. 초보자가 도전하기 쉽고, 직접 노를 저으며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 교육을 받고, 노 젓는 법을 익힌 뒤 카약에 오른다. 바다를 가르고 나가는 기분이 상쾌하고, 볼에 닿는 바람이 부드럽다. 노를 젓던 아이가 “아빠, 나 팔심이 세진 것 같아!”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온몸이 바닷물과 재미에 흠뻑 젖는다.
모터보트를 타고 나가면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카약을 타고 노도까지 다녀와도 좋다. 노도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사씨남정기》 《서포만필》 등을 이곳에서 집필했다. 자연과 함께 문학 여행까지 일석이조다.
카약 외에도 스릴 만점 바나나보트,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모터보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청정
바닷속 풍경을 구경하는 스노클링 등 각양각색 해양 레포츠를 만끽할 수 있다.
두모마을은 바다를 둥그렇게 감싸는 모양 때문에 드므개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두모마을 바다놀이터는 다양한 여행자가 찾지만, 특히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움푹 들어간 모양
이라 파도가 잔잔하고, 바다놀이터 직원 모두 수상 안전 요원 자격증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두모
마을은 드므개마을이라고도 불렸다. ‘드므’는 궁궐 처마 밑에 있는 큰 항아리로, 드므개마을이라
는 이름이 바다를 둥그렇게 감싸는 마을 모양에서 유래했다.
아기자기한 벽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모마을은 꽃으로도 유명하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가을에는 하얀 메밀꽃이 한들한들 춤춘다. 너른 들판에 핀 꽃도 아름답지만, 두모마을은 계단식 논에 꽃이 피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이 흐드러지게 필 즈음에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골목 벽에는 아기
자기한 벽화도 있어,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유롭게 서핑할 수 있는 송정솔바람해변
요즘 남해에서 서핑이 뜨고 있다. 보드를 타고 파도를 오르내리는 서핑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남해는 사람이 몰리지 않아 다른 지역에 비해 여유롭게 서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송정솔바람해변에 자리한 남해서핑스쿨 황원태 대표는 “창원이 고향인데, 남해를 여행하다 이곳 바다에 반해 서핑 스쿨을 차렸다. 송정솔바람해변은 파도가 부드러워 초보자에게 적당하다”고 소개한다.
보드를 타고 파도를 오르내리는 서퍼
초보자 강습은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모래밭에서 한 시간 동안 기본동작을 익히고, 바다에
들어가 실전에 돌입한다. 운동신경에 따라 익히는 속도가 다르지만, 수영을 못해도 탈 수 있다. 서프보드와 발목을 연결하는 리시 코드(줄 모양 보조 장비)가 있어, 물에 빠지더라도 줄을 잡고 보드에 오르면 된다.
백사장을 감싸는 울창한 솔숲이 시원한 상주은모래비치
카약과 서핑을 하고 나서 바닷가를 걷고 싶다면 상주은모래비치로 향하자. 2km에 이어진 모래가
곱고 아름답다. 반달 모양 백사장을 감싸는 울창한 솔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망중한을 보내기 좋다. 뒤쪽으로 남해 금산(명승 39호)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수심이 완만하고 물이 차지 않아 가족 휴가지로 사랑받는다. 해변에서 줄이 긴 그네를 타는 이들의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바다 위를 걷는 듯 아찔한 남해보물섬전망대 스카이워크
남해의 핫 플레이스, 남해보물섬전망대가 송정솔바람해변에서 가깝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이래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등대 모양을 형상화한 전망대에서 쪽빛 바다와 점점이 박힌 섬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2층에서 카페를 이용한 뒤 3000원을 추가로 내면 바다 위를 걷는 듯 아찔한 스카이워크를 체험할 수 있다. 유자아이스크림도 잊지 말자. 상큼하고 부드러운 맛에 눈이 번쩍 뜨인다. 1층에는 남해 특산물을 전시·판매하고, 3층은 옥상정원으로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남해보물섬전망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현재 휴관하므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문의하고 떠나자.
바람개비가 인상적인 바람흔적미술관
뜨거운 남해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면 바람흔적미술관이 좋다. 대형 바람개비 조형물이 반기는 미술관에 들어서면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을에는 앞산의 단풍과 내산저수지에 비친 그림자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설치미술가 최영호 씨가 만든 이곳은 평면공간과 입체공간, 조각공원으로 구성된다. 독특하고 예쁜 미술관을 천천히 걷다 보면 남해의 추억 한 페이지가 오롯이 완성된다. 바람흔적미술관 외부 공간은 휴관 때도 둘러볼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