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처럼, 증상
- 이은심
보건소에서 결과지를 받아왔다
뒷방에 수상한 손님을 들인 듯 몸안에 잠복기의 새 떼들이 몰려다녔다 이마
에 물수건을 얹을 무렵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음이 몸을 이길 때 잠복기는 소멸의 시기를 정한다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는 증상은 어두운 물잔을 권하는 내성,
잘 있다는 안부로 가득한 꽃그늘에 앉아 부서진 몸을 깁고 싶은데
이 망망한 밝음이 큰 어둠이라니
몸을 적으로 삼는 가쁜 숨소리,
은퇴한 神의 허밍 같은 숨, 숨, 숨소리
뭉게구름이 많은 곳엔 가지 마시오
자그마한 혐의에도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저 구름엔 누울 만한 곳이 없다 묵주를
놓치고 설마의 등을 서늘히 넘어 아름다운 저녁들은 어디로들 갔나
마스크 뒤쪽 어둠마저 섭취하면서
오래오래 잠들기 어렵고
오래오래 깨어나기 쉽지 않고
아직은 아무 일 없다
ㅡ계간 《시산맥》(2024, 가을호)
*************************************************************************************************
완전한 앤데믹도 아니었음에도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만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며 의료대란을 겪는 중에 다시 코로나 창궐입니다
가래가 끓고 목이 아프다며 막내가 혼자 닷새 동안 격리 치료를 했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둘째 손녀가 칭얼대며 아빠를 찾는데도 안아주질 못했다네요
야당대표는 코로나로 정치활동도 접었다던데...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환자들이 하나 둘이 아닌데도 위기상황은 아니라네요
군중이 운집하는 기회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예정된 집회만 늘어납니다
어두워서 안경을 쓰는 게 아니고, 냄새가 지독해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아니지요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게 많으니 밝은 대낮에도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아직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아무 일이 없는 게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