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중국 CCTV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해당 인터뷰는 당초 12일 밤에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은 돌연 11일 밤에 방송하겠다고 통보했다. ⓒ청와대 제공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중국의 외교 행태가 도를 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외교적 결례에 이어 중국의 국영방송인 〈CCTV〉의 인터뷰어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례에 가까운 질문을 하는 등 중국 특유의 안하무인식 태도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중국 관영매체인 〈CCTV〉는 문재인 대통령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드를 포함한 '3불 정책'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CCTV〉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 여러 차례에 걸쳐 압박성 질문을 했다. 이들은 "사드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한 데 이어 "중국은 나름대로의 전략적인 안보 이익이 훼손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나라의 주권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관영매체가 철저히 자국 입장만 중시한 태도로 질문을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3불(不)' 정책은 ▲한국의 MD(미사일 방어 체계) 불참 ▲사드 추가 배치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을 일컫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드 도입을 한국의 방위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지, 결코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해칠 그런 의도가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사드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 목적을 넘어서서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은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도 여러 번 다짐을 받은 바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CCTV〉측은 "중국어에는 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고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수억명의 중국 시청자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몰아붙였다.
〈CCTV〉측의 오만한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CCTV〉 측은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를 12일 방송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럽게 하루 앞당겨 11일 저녁에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청와대에 통보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춘추관 출입기자들에게 〈CCTV〉측이 통보한 내용을 전달한 시점은 불과 3시간 30분 전이었다.
CCTV는 중국중앙텔레비전의 약자로 중화 인민공화국 국가라디오영화텔레비전총부 소속 국영 방송국이다. 1980년대까지는 광고 없이 정부로 받는 국가 보조금으로만 운영해왔다. 뉴스는 중국 공산당의 관리, 검열하에 보도된다.
중국 언론 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한국을 무시하는 외교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날 시진핑 주석은 난징으로 향한다. 난징대학살 80주년 기념일을 맞아 현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한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 기념식에 지난 2014년 한 차례 참석한 이후 참석한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베이징에 도착함에도 '집주인' 시진핑 주석이 안방을 비우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 첫날에 재외 동포와 간담회를 가지는 등 중국 정부 당국과 이렇다 할 접촉을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회담 이후 관례적으로 발표하는 공동성명도 사라졌다. 한중은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해 왔다. 공동성명은 물론 한 단계 격이 낮은 공동언론발표문도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부랴부랴 "한·중 양국의 '공동 언론 발표'라는 표현을 양국의 '언론 발표'로 정정한다"며 단어를 수정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표문에 대한 사전 조율은 있겠지만 언론 발표는 양국이 별도로 확정해 개별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리커창 총리와 늦은 오후 면담하기로 된 것도 국빈방문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는 리커창 총리와 오찬 면담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천민얼 서기와 오찬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정치권은 이같은 중국의 행태에 공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사드 운용과 추가배치, 미사일 방어체계와 한·미·일 안보협력은 순전히 한국의 안보주권에 관한 사항"이라며 "어설픈 합의보다 분명한 이견이 국익에 도움이 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3불 관련 요구를) 미리 예단해서 타국에 특정 사안을 약속해 줄 일이 아니다"라며 "한 번 약속하면 상대방은 빚쟁이 빚 받으러 다니듯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중 정상 공동성명을 강요하지 않겠다"며 "그 대신 안보 주권은 확실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