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우리집 물 쓰지 말라고 했잖아, 죽을래?
얘들아! 신혜민이 우리집 물 쓴다! 밟어! 전찬용! 넌 뭐해?"
"…… 시끄럽다."
전찬용도 집주인 아들의 친구…… 제일 무서운 놈.
대체로… 눈이 머리칼 사이에서 보일듯 말듯,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
"한주먹거리도 안되는게 까불어? 전찬용, 맞어 볼래? 맞기 싫으면 신혜민 밟아라!"
"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
"우린 친구잖아!"
"밟고 밟아주는게 친구 사이라…? 하, 웃기는 군.
우린 따지고 보면 친구가 아니야. 몰라? 너희 엄마, 우리엄마가 친구지."
"……!"
"킥킥… 쟤 봐라, 안운다! 미친년 같애"
"그 말… 취소 하지?"
나는 있는 힘으로라도 저항을 해 보았다.
온몸에 피멍이 든 채로….
"호! 때리기나 할꺼냐? 니가 나의 몸에 상처라도… 아니…
만지기라도 하면 넌 바로 쫒겨나! 알어? 얹혀사는 주제에!"
"신혜민… 뭐가 널 그렇게 만만하게 도와주는 거지?
네가 우릴 때리면… 살지는 못 할텐데?"
전찬용… 나쁜 자식.
"알고… 싶…냐?… 병신들아……?"
난… 피나는 입가에서… 겨우 말을 꺼냈다.
"자존……심… 하… 너흰 자존심도 없겠다… 그치?
보통 애들같이… 아니… 보통 애들보다… 편안하게 살았으니까…
나같이… 버림 받지 않고… 자랐으니까… 그치?"
"어라? 어디서 말을 까?"
"하… 바보냐? 내가 너보다 한살… 더먹었다… 병신아"
"뭐… 뭐야?"
* * *
하… 오늘도 이렇게 어이없게 하루가 끝났다.
어라? 전찬용이잖아? 얘가 여기 왜있지? … 변태인가?
마음 같아선 얼굴을 한대 먹여주고 싶었다.
근데… 왜이러지? 안과를 가봐야 되나…
전찬용이… 이상하게 멋있게 보인다.
"제길… 왜이래! 내 눈이 수명이 다 됬나…"
"큭… 이제 좀 괜찮냐?"
"그… 그렇다! 왜! 근데… 왜 니가 내 다락방…
아니 내 방에 있어? 짜증나는 거 알지?"
"쫒겨났다… 씨발"
"근데 왜 하필이면 내 방이야?"
"몰라… 여기가 생각 나더라고."
"……?"
- 전찬용 번외
# 당시 5살때
내가… 아마도… 신혜민을 처음 만난건…
다섯살때… 부터였을 거다…
"꺄~ 어떡해! 말똥구리다!"
"바보… 쇠똥구린데…"
"앗! 깜짝이야! 너… 누구니?"
"전… 찬용……"
"아~ 전찬영? 귀엽다!"
"내이름은 전찬용이야. 따라해 봐 바보야. 전!"
"전!"
"찬!"
"찬!"
"용!"
"영!"
- 퍽!
"아야야… 왜 때려!"
"남의 이름을 함부로 말하는 건 실례야!"
"그래? 근데… 너… 여자지?"
"나 남자다 바보야…"
"이익… 너 여자 잖아!"
"내가 왜!"
"머리 길잖어."
"머리 길다고 다 여자냐?"
'끄덕 끄덕'
"맞을래?"
"근데… 너같은 도련님이 이런 놀이터엔
뭐 하러 왔어?"
"나같은애는 오지 말란 그런 법칙이라도 있냐?"
"아니 그냥… 헤헤… 너같은 부자가 온 건 처음이거든…"
"사실은… 엄마가 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여자애를 데리고 오랬어…"
"이름은 몰라?"
"알어…"
"그 여자애 이름이 뭔데…?"
"신혜민."
"헛! 정말?"
"진짜지 가짜겠냐… 혹시 너 알어?"
'끄덕 끄덕'
"누군데?"
"나!"
"헉! 지… 진짜 너야?"
"응!"
"하…하하…핳…엉… 일단… 타라."
에… 저런 여자애가… 내… 약혼녀…? 제…… 길……
저런 바보애가… 어머니 말을 거역 하다간…
쫒겨 날지도 모르고…
아무튼 데리고 가보자…
* * *
이때 부터… 나의 운명의 길은 차차… 바뀌어 가고 있었다.
우리가 같이 있은 후 1년이 다 되갈 무렵.
'띠리리리 띠리리리 ♪'
"여보세요!"
"헛! 야, 왜 니가 받아! 집주인은 나란 말야!"
"조용해 이놈아! 전화 받고 있잖아!"
"아, 예…"
"네? 정말요? 알았어요… 당장… 갈께요…"
"누구야?"
"몰라도 돼~"
"치이…"
"나 - 짐싸줘"
"에… 왜? 갑자기?"
"몰라… 아무튼 짐싸줘…"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니가 직접 싸!"
"치사 빠안쓰…!"
"너… 어디가는데?"
"너 없는곳!"
"진짜로… 어디 가는데? 나 지금 심각하단 말야."
"1주일이면 올꺼야… 나 잊어 버리지 말고 있어야돼!"
"1주일 안에 안오면 잊어 버릴 꺼야!"
"헤헤… 꼭… 꼭… 올께 ……!"
"약속해!"
"응!"
"잊어 버리지 말고 꼭 오는거다! 1주일 안에 안오면…
잊어 버릴 꺼야! 꼭… 꼭… 1주일 안에 와야돼!"
"……"
그렇게… 신혜민은 마지막 함박 웃음고 함께… 기차와 떠나갔다…
몇주일이 지나도… 신혜민은 오지 않았다…
몇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몇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 친구분네 집에 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여자애가
왔다고 해서… 뛰어 가봤다… 나를 기다리게 한…
그 녀석을… 보러 ……
- [번외끝, 혜민 시점]
난 옆에 전찬용이 있다는 걸 무시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야!"
전찬용이 귀 바로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우씨! 깜짝 놀랬잖아! 씨… 아무튼 왜!"
"너…… 왜 1주일 안에 안왔냐?"
"무슨 뜻이야? 사람 무안하게 만들어! 나 잔다! 나쁜놈아… 아야야!"
흥분을 해서 아까 터진 입술이 반응했다.
아파서… 신음소리를 냈는데…
"에… 괜찮냐?"
"헹! 내입술이 얼마나 탄탄한데! 하나도 안아프다!"
툭!
"아야야~!"
"거봐라… 아프지?"
에… 저녀석… 입술은 왜 건드려 가지고…
근데… 쟤 오늘 따라 왜 저런다냐… 1주일 안에 왜 안왔냐…?
그건…… 뭐지?
"그 약속… 까먹었냐… 바보야?"
"……?"
"하… 물어본 내가… 바보지…"
"어라! 저거 쇠똥구리다!"
"쇠똥구리 처음 보냐?"
"아니… 귀여워서…!"
"저런 곤충이 왜 귀엽냐… 역겹다…"
"아니… 쇠똥구리에 추억이 담겨있거든…!
잘 생각은 안나… 엄마가 그랬는데… 잠시… 사고가 났었나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래서… 잠시…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었나봐
근데… 이상하게도 … 쇠똥구리만 보면… 이상한 기억이 떠오른다…?
검은색 머리에 약간 갈색으로 염색한… 아… 맞아! 네 머리 색깔이였다!
그리고… 머리는 길었구. 맨날 나한테 바보라고 했었어… 그녀석이!(발끈)
근데… 그 애 이름을 생각해 내고 싶은데… 생각이 안나 …… 좋아 했었는데 …
그 애가 기다릴까봐 최대한 기억을 빨리 찾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더라구… ……"
"하… 니가 그 애를 좋아 했었다고?"
"몰라…… 근데… 이상하게 ………
그 기억만 떠오르면 잠을 못자서…"
"푸하… 난… 이만 간다… 잘있어라"
"엥!? 벌써 가게? 너도 얘기 해 줘야지! 짝사랑 얘기!"
"필요없어 …… 난… 이미… 그애의 감정… 식었으니까…"
저 녀석… 미스테리하네 거 참…
어쩔땐 악마같고, 어쩔땐 동물 같고, 거참… 똥폼두 자알~ 잡는다!
똥폼 아무리 잡아 봐라~ 니가 멋있나.
* * *
- 신혜민 번외
# 당시 5살
"와아~ 말똥구리다!"
"바보야… 그건 쇠똥구리야…"
"핫! 깜짝이야! 누구야?"
……………!
부자집에 사는…… 도련님 같네?
"전찬용이다!"
"전찬영? 귀엽다!"
저 여자애는 왠지 남자 같다! 피부는 하얗네! 눈은 똥그란게…
방울 토마토 같애… 근데… 머리가 여자애 같네? 죽인다~
"따라해봐 나는 전!"
"전!"
"찬!"
"찬!"
"용!"
"영!"
"이게! 남의 이름을 함부로 말하는건 실례야."
"어라…? 목소리가 남자 같네! 너 여자 아니야?"
갑자기… 쓸데 없는 말이 튀어 나와 버렸다. 여자 같기에…
"나 남잔데…?"
"이익… 여자잖아!"
"에엑! 내가 왜 여자냐! 웃겨 정말!"
"머리 길잖어."
"머리가 길다고 다 여자냐?"
"응!"
"정말… 바보군."
"근데 이런 도련님이 놀이터에는 왜왔어?"
"나같은 애는 오지 말라는 법칙 있냐?"
"아니… 너같은 애는 여기에 올 이유가 없잖어…"
"푸핫! 하긴… 최고급 울트라 실내 놀이터가 우리집엔 있으니까!(당시 5살이기에…)"
"좋겠다! 나 너네집 갈래!"
"………!"
"근데… 왜 온거야?"
"누구를 찾으러…"
"누군데?"
"몰라도 돼."
"알려줘어…! 엉엉 …!"
"거참 귀찮네! 혹시 … 보랏빛 머리와, 어깨까지 오는 바람머리에,
이름은 아르메라고 하는 여자애 아냐?"
"엉! 아주 잘알아!"
"누군데?"
"나!"
"안 믿어……"
"나라니까!"
- 퍽
"우욱… 왜때려! 배를!"
"못 믿으니까! 너가 날!"
* * *
나와 전찬용이 같이 생활한지도 원 1년…
알건 다 알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띠리리리 띠리리리 ♪'
"여보세요…"
"왜 니가 받어! 이집 주인은 난데!"
"잠깐만요. 야! 지금 전화 받고 있는거 안보여!?"
"아, 예."
"네? 정말요? 네… 당장 갈께요…"
"펄펄 난다… 로또에 당첨이라도 됐냐?"
"삐졌어?"
"아니."
"나… 1주일만… 어디 가야 될 거 같애…"
"어디 가는데?"
"비밀. 그러지 말고 짐이나 싸줘!"
"참내!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직접 싸라!"
"치사 한놈. 쳇! 1주일이나 못 볼 텐데."
"상관 없어."
하… 순진하군… 1주일…?
몇년도… 못 볼거다. 겨우 웃느라… 고생좀 했네…
엄마랑 같이… 캐나다 가기로 했거든?
"전찬용! 잊으면 죽어!"
"흥! 1주일 안에 안 오면 잊는거지 뭐!"
우린 한참의 말 다툼을 겨우 끝냈다. 그리고 결정의 그날.
나는 최대한 행복한 웃음으로… 그 녀석을 달래줬다.
기다려 봐라… 내가 오는지…
* * *
그날밤, 미친듯이 웃어댔다. 어이없는 하루가 그렇게 지났다.
역시 오늘도 학교에서 멍하니 창문을 바라 보고 있는데 창문 밖에서 누군가 날 올려보며…
"신혜민! 너 병조네 얹혀 산다며?"
역시… 저년이었군. 백현지. 보기만 해도 눈꼴 시린년…
"엉. 얹혀 사는게 죄냐?"
나는 애들 보는 앞에서 자존심 상하기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웃고 싶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창백하게 웃어댔다.
"하하하하… 하하…"
웃으면서 백현지를 쳐다보니…
나를 정신병자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봤다.
"으음… 여자가 남자집에서 얹혀산다…?"
"부럽나 보지?"
"풋…… 착각도 지랄병이래. 누가 부럽겠냐?"
"하긴…"
[점심시간]
음… 오늘… 화장실에 가서 존나 유치한 짓을 해봤다.
그것은! 화장실에다 낙서 하기… 백현지 그년에게 복수…… 하기!
푸후훗… 기달려라 백현지. 복수의 화신이 달려간다…!
하면서 속으로 웃어 댔다.
'백현지♡유병조'
큭큭큭… 어떠냐! 으헤헤…
화장실에서 미친듯이 웃어 댔다.
내가 나오니 여자 애들이 이젠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사람 보는 눈으로 나를 쳐다 봤다.
"하하하하…"
난 그런 썰렁한 웃음을 살짝 내주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 혜민 시점
학교가 끝난 뒤 어느 유치원을 지나게 됐는데…
화장실이 급해서… 왜 이때에!
할 수 없이 유치원 화장실에 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유치원 꼬꼬마 들이 어이없는 듯 나를 쳐다 보며 지나 갔다.
"으음… 왜 하필 이때에! 지지리 복도 없… 엥?"
'전찬영 왕자♡신혜민 공주'
"………뭐지, 어린애 글씨체인데… 나는 아니고…
누구야…? 이런 존나 유치한 짓을 한녀석이!
하… 하핫. 좀 찔리긴 하는군. 일단은 지워 봐야 겠다."
윽… 안지워지잖아! 도대체 몇겹이나 쓴거야!
"…… 저기… 누구니?"
윽… 걸렸다.
"아하하핫! 화장실이 급해서…"
"언제라도 들리렴."
"아… 네."
그러고선 나가려 하는데 원장은 내 명찰을 보고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민망하게 시리.
"호… 혹시 귀신…?"
"…………?"
무슨생각을 하는건지 참 모르겠네.
내가 귓신처럼 그리 흐지부지 한가?
- 백현지 번외
# 당시 6살
오늘 어떤 여자애가 전찬용네 집에 왔다.
저녀석이 전찬용의 약혼녀인가.
왠지 귀엽게 생겼다. 나보단 아니지만!
저런 애랑은 한번쯤 친구 해보고 싶었다.
"저기… 안녕?"
"핫! 아… 안녕…"
인사를 할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누가 인사를 하길래 깜짝 놀랬다.
"나 오늘 여기로 왔어! 악수!"
"이익… 응…"
나는 언짢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
"너는 이름이 뭐야?"
"이… 이이… 름?"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름을 물어 본 애는 여태까지 없었다.
내가 물어봤을 뿐.
"배… 백현지야…"
"아! 예쁘다! 나는 신혜민이야! 나랑 이름 바꿀래?"
저녀석… 바보인가… 진짜 진지한 표정이네…
"우리 친구 할래?"
"치… 친구?"
"응! 친구!"
"아하하핫… 치… 친구… 그러지뭐…"
신혜민은 성격이 활발한 아이였다.
근데… 저 녀석이 전찬용의 약혼녀라니…
저런 애.따.위.가. …… 좀… 샘이 났다. 그래서 난…
"신혜민! 너희 엄마는 어디 있니?"
신혜민의 엄마가 어디 있는지도 알면서…
일부러 물어 봤다.
"……… 몰라…"
"그것도 모르냐? 너네 엄만!…"
"백현지! 뭐하는 짓이야! 혜민이가 울잖아! 사과해!"
…… 슬펐다…
신혜민이 없었을땐 맨날 맨날 울보인 나를
감싸주고 지켜주고 했는데…… 하 … 세상이… 꽉 막혔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신혜민이 떠났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 짧고도 짧은 몇 년 후.
어느날 전찬용네 집으로 가고 있는… 신혜민이 보였다.
몇 년이 지나서 그런지… 신혜민은 더 귀여워 졌고 키도 컸다.
신호등에서 멈췄는데… 빨간… 불이다?
나는… 갑자기 혜민이가 질투났다.
나도 모르게… 내 자신도 모르게… 혜민이를…
선밖으로 밀쳐 버렸다… 그다음은…
모르겠다… 밀쳐낸 다음… 앞도 안보고 뛰었다.
혜민이는…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신호등에서 날 기다린 거라 한다 ……
왠지… 미안했다. 후회 한다… 풋…… 난… 어쩔 수 없는… 유치한 년인가 보다.
근데…… 몇 달 후.
신혜민을 정말 닮은 사람이… 전학을 왔다…
아무리 봐도… 혜민이었다. 그런데… 혜민이는 날 모르나 보다.
혹시…… 그 사고 때문에…?
"안녕? 난 혜민이야. 잘 부탁해!"
"응? 어… 응…"
역시… 저 웃는 모습… 예전과 닮았다.
그럼 이제 또… 찬용이를 빼앗기겠지? 하… 미칠 거 같다.
이 온 세계가… 파멸… 멸망하면… 신혜민도 없어질 수 있을까?
- [번외 끝. 혜민 시점]
"…? 왜 제가… 귀신으로 …… 보이죠?"
"넌… 예전에 …… 사고가 나서… 죽지 않았니?"
"하… 다… 내가… 죽었다고 믿나…… 믿는 자는 없다… 이건가……
내가… 살기를 원했던 사람은… 없는건가 ……"
"아니… 그… 그게…… 그러니까 ………"
"근데… 당신이… 날 어떻게 안다는 거죠?"
"모… 모르겠니……?"
아… 저 사람 매우 답답하네. 모르니까 물어보는거지!
바보 아니야?
"네. 모르겠는데요?"
"찬용이란 애도… 모르겠니?"
"아는데요. 제가 얹혀 사는집 아들의 친구. 자주 놀러 오긴 하죠."
"잊었나 보구나……"
"무슨… 말이죠?"
"너의 약혼자……"
"………!"
누… 누가…… 누구의 …… 약혼자?
"누가 누구의 약혼자 인데요?"
"찬용이와 혜민이… 그러니까… 너……"
"아… 아아악!"
"……"
"그… 그럼… 안녕히 계세요……!"
으윽… 역시… 전찬용 그녀석…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그런… 낯선 인물이었는데……
약… 약혼자라…… 심하다…
에라이! 못 들은 걸로 해야겠다! 죽어도 걔랑은…
절대로 약혼 안할거야! 그럼~ 누가 하겠어!
"으음…… 마켓이나 들려서 먹을거리나 사갈까?"
"뭘 그리 혼자 중얼중얼 거리냐?"
"아앗! 깜짝이야… 최대한 작게 중얼 거렸는데… 들렸나요?
들렸다면 죄…"
"푸하하하! 웃겨!"
"에엥… 저… 전찬용?"
"크윽 … 그 … 존댓말… 압박이야!"
"그럴거 까지야……"
"하하핫! 웃겨…"
"그만 웃지? 사람 다 보는데 민망 하게시리…"
"아… 엉!"
아우… 저녀석… 인간 깜짝 놀래키는데에는 선수라니까! 짜증나… 정말.
"뭐 사려고 왔냐?"
"댁이 알 바 없잖소!"
"이익……"
"난 간다! 빠이빠이~"
"저… 저… 바보. 계산은 다 했으면서 마켓에 물건 두고가네.
후우… 뭐… 할 수 없지."
* * *
으음… 왠지 가뿐하네. 뭘 잊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도대체… 뭘 잊은 거지? 으음… 왠지… 손이 가벼워…
왜 그렇지? 분명히 있을 건 다 있는…!
으음… 뭘 두고 왔드라…
………아! 맞어 맞어! 그걸 두고 왔구나!
영수증…… 아닌가. 음… 그러면 뭐냐고!
하도 머리에 돌만 들어서!
꼬
르
르
르
윽
~?!!
하도 잊어버린 걸 생각하니까 배가 고프네.
"어디… 장 봐온거나 볼… 꺄아아악!"
"왜 이리 놀라? 주인님이 내 집 들어오는게 뭐가 어떠냐?"
화장실에서 나오니까… 전찬용이 TV를 보고 있다.
그동안 전기세 아끼느라고 생고생 했는데…!
전기세 나오면 쫒겨 나는데……
"전찬용… 두고 보자…!(최대한 작게)"
"혼자서 뭘 그리 궁시렁 대냐? 귀신이랑 대화 하냐?"
"아… 아… 아니. 그래도! 여자 방인데 심하잖어! 당장 나가!"
"니가 장 봐온거 기껏 들고 와줬더니, 그게 할말이냐! 이 할망구야!"
"꺄악! 누가 할망구래! 응? 누가 할망구래! 응?
이 젊고도 젊은 10대한테 누가? 감히 할망구래?"
음… 잊어버린게 장 봐온거였군…
전찬용…… 뭐… 쓸만하네!
"이봐… 정신좀 차리시지? 그만 정신 차리고! 밥이나 해줘!"
"됐어! 니네 어무이 한테나 그 말해라! 내가 니 엄마냐?"
"아잉! 그러지 말고! 짐까지 들고 와줬는데!"
윽… 쏠려라.
"어디서 아양은……"
"뭐… 뭐라고? 니가 정녕 우리집에서 쫒겨나고픈 거냐? 오호라! 그래? 정 그렇담……"
"아냐아냐! 하하하… 밥 해줄께! 하하… 하"
어색하다…
'씨익'
헛! 저… 저녀석 …… 웃었다!
"………!"
왜이래… 심장은! 우씨!
(지금… 지 가슴도 아닌 배를 심장으로 착각하고 때리면서… 자학하고 있다.)
"야야… 니 혼자 뭐하냐? 그리고 니 배는 왜 때려?
내 앞에서 개그 하냐? 이쁜짓좀 해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