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말이던가...
탤런트 남성훈씨가 출연한 배반의 장미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인 남성훈씨는 몇년간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가..
아내가 에잇..이제 그만 포기하고 딴 사람이랑 결혼해야것다..
하는 순간에 깨어난다..
이런 드라마에는 꼭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 식물인간이 된 주인공의 마누라는 언제나 미인이라는 점..
둘째.. 그 마누라는 꼭 대학에서 남자주인공과 캠퍼스커플이다..
셋째..여자는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넷째..여자 옆에는 결혼두 안하구 그 여자 주위를 빙빙도는..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 내지 후배가 있다...결정적으로 이놈은 꼭 이 여자한테 목숨 건다..여자는 복두 많지...
다섯째..남편은 능력도 많으며...직업은 대학교수 내지 촉망받는 연구원이다..
여섯째..결혼식 며칠 전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여보..미안해요..하는 독백을 할 때 한 쪽 눈을 움찔거리거나 오른손 손가락을 움직이며 깨어난다..
배반의 장미는 이러한 특징을 다 갖추고 있는 드라마였다..
아마 작가가 김수현씨였을 거다..
그런데...이제는 드라마의 줄거리 조차 까마득한데도..
꼭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남성훈씨가 의식불명상태에서 깨어나..
다시 강단에 선다.
아마 경영학 교수였을 거다..
별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남성훈씨가 희한한 방식으로 강의를 하는 거였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해군이 패한 이유를 조목조목 대면서..
이걸 경영실패 사례와 연결을 짓는 것이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땐데..우리 학교선생님들은 그렇게 수업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교실 들어오면 칠판에 판서하고...적어...이랬었다..
그랬는데...드라마에서는 그게 아닌 거였다..
그때 남성훈씨가 강의실을 돌아다니면서 조목조목 얘기하는 연기가 얼마나 가슴에 남던지.....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남성훈씨를 좋아하게 됐지...
남성훈씨 하면 떠오르는게 또 있다..
70년대 수사반장에서 그는 형사로 출연했다..
지금은 뭐 줄거리가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남성훈씨가 경찰서로 전입오던 날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장면..
정면 우측에 형사반장 최불암씨가 앉아있다..
좌측에는 고참형사 앉아있다.
남성훈씨는 어정쩡하게 서있고..
따르륵 따르륵..전화소리가 울린다..
남성훈씨가 전화를 받는다..
남성훈: (패기왕성하게) 예 수사반입니다..
(얼굴표정 바뀌며 심각해진다)예..예...
(건수 잡았다는 표정으로 전화 끊고 뛰어나간다)
최불암 : (뛰어나가는 남성훈을 부르며) 뭐야?
남성훈 : 살인사건입니다.
최불암 : 어딘데?
남성훈 : (카메라 남성훈 얼굴 클로즈업) .......
너무 흥분해서 살인사건 현장이 어딘지 묻지도 않고 전화를 끊은 것이었다...후후...
그 때 20대 후반 남성훈씨의 표정은 또 얼마나 순수하고 깨끗했던지...
그런데..
그 남성훈씨가 얼마전에 희귀병으로 사망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죽기전까지..자기의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면서..
인터뷰도 거절했고..
같이 연기했던 최불암씨..김상순씨도 몇번 집에 찾아갔는데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자존심때문이였을 것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드라마 속의 그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성훈....그가 보고 싶다.....
추신 : 형사드라마의 특징이 하나 있다...사건해결이 끝나고 형사들이 술먹으러 가려고 하면..
꼭 사무실 전화가 울리고...큰 사건이 터진다...
도배한다고 뭐라구 하는 록키에게...후후..
너두...외롭게 살아봐....흐흑...다 알게 돼..
욕먹어도 굴하지 않는다..나는..
왜냐?
욕먹는 건 잠깐이기 때문이다.....^^
카페 게시글
♡조잘조잘수다장♡
남성훈.................
마르세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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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01 02:4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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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형님한테 죄송하지만..제목만 보고..남철, 남성남 하고 착각했슴
난 오빠의 도배글 좋아여.. ^^ 무엇이든 사소한 사건하나로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부럽습니다..
헐...이 인간이 먼일이래.. ㅡㅡ; 하믄서 진지하게 읽구 있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왜 튀나와여..? 깜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