읎는 소리
- 박경희
농약 비료 안 뿌리고 똥거름으로 밭농사를 지으면 월급을 주고
땅이 더 거름질수록 해 월급, 달 월급, 별 월급을 준다면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까?
어림도 읎는 소리
써레질 끝난 논바닥을 환하게 바라보는 농부의 눈동자 속
소금쟁이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출렁이고
땅 한평에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상추, 가지, 고추, 쑥갓,
토마토, 오이를 심어 이웃과 나눠 먹을 수 있다면
서로를 귀하게 여긴 밥상 위에
살구꽃잎이 먼저 든다면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까?
어림 반푼어치도 읎는 소리
온 세상 귀퉁이를 반딧블로 비춘다면, 반짝이는 숨죽임에
바람의 춤을 춘다면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까?
쓰잘데기읎는 소리
곰팡이 편 벽,
바랜 3월 농사 달력에 삐뚤삐뚤 쓴 글자가 밭두둑처럼 길다
구신 씻나락 까묵는 소리 고만허고 나와서 밭에 돼지똥거름이나 뿌리라고!
ㅡ 시집 『미나리아재비』(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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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나절에 고구마 농사를 수확 중인 친구 내외가 하드렛고구마를 한 상자 주었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아리수 사과 한 봉지를 들려보냈고요
텃밭 위의 큰 밭을 부치는 이가 처갓집 산소 주변 벌초를 끝냈다고 해서 수고비를 보냈습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진심이어야 보람을 얻게 됩니다
고구마 농사를 짓는 그 친구는 젊었을 때부터 부지런했고, 귀농한 봉화 이웃도 천심입니다
초보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나의 영농일지에 보탤 적바림이 하나 더 쌓였습니다
세상에 쓰잘데기 읎는 소리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잡초들이 기역이 쇠해진 가을 볕이 아직은 따갑네요
농삿일로 돈을 번다는 어림 없는 소리를 삼키면서 내 고구마 밭도 추석 연휴에는 캐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