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김현명]
도토리묵은 향이 강하고 떫은 맛이 나는게 진짜다?
아니다. 도토리에는 천연지사제 및 방부제 역할을 하는 탄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이 탄닌은 적당하게 섭취하면 몸속의 중금속을 배출시키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도토리의 쓴맛은 바로 이 탄닌 성분이다. 묵을 만들에 이 탄닌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도토리를 물속에 오랜시간 담궈 두고 물을 갈아주는데, 이 과정을 많이 되풀이 할수록 떫은맛이 약해지고 순수한 전분만이 남게 된다.
대게 가정에서는 오랜 시간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기 힘들고, 번거롭기 때문에 대충 거친 가루만 제거하여 묵을 만들게 되는데 과거에 먹었던 그 강한 맛의 도토리가 머릿속에 남아 '떫은 맛이 나는 묵'이 진짜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가루와 전분의 차이 일반적으로 가루는 식물을 분쇄 가공한 것을 말한다. 가루는 식물에 들어있는 거의 모든 영양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반면에 전분은 식물의 영양소 중 순수한 탄수화물만을 추출한 것이다. 전분을 추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식물의 알앵이를 물속에 담궈 탄수화물과 기타 성분이 잘 분리되도록 하고 맷돌을 이용해 잘게 부순다. 그리고 촘촘한 망을 통해 불순물을 제외한 일차 전분을 걸러낸다. 과정을 되풀이 할수록 순수한 전분이 얻어진다.
즉,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도토리묵 가루'나 '메밀묵 가루'는 곡류를 통째로 갈아만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추출한 '전분'을 의미한다.
수입전분으로는 '100% 묵'을 만들 수 없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수입전분이란 국내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외국, 특히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전분을 뜻한다. "수입전분에는 국내 생산 전분을 보호하기 위해 800%라는 엄청난 관세가 부과됩니다.
전분수입업자들은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전분 80%에 다른 성분을 섞어 관세가 10% 내외인 혼합전분으로 만들어 파는 것입니다." '묵사랑' 박형석 대표의 이야기다. 즉 마트에서 묵 전분을 직접 사다 묵을 쑤어먹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만약 수입혼합전분이라면 100% 순수 묵이라고 볼 수가 없다.
> > 백년명가 시리즈 더 보기 양평·영월·영주·문경·대전=김현명 기자 [book88@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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