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태국 대홍수 (2011 Thailand Floods)
태국하면 흔히 열대 기후라고 생각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해 열대 사바나 기후
(Tropical Savanna Climate) 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이 기후대의 특징은 건기와 우기가 뚜렸하게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열대 사바나 기후에 속하는 대표적인 도시들. 건기와 우기의 강수량 차이가 상당히
크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Tropical_savanna_climate
)
태국의 우기는 5월에서 10 월 사이이며 평균 1,600 mm 정도되는 강수량이 이
시점에 집중됩니다. 이 정도면 한국의 강수량과도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태국이 매년 우리나라보다 홍수 위협에 더 시달리는
이유는 국가 자체가 북쪽의 고산 지대 아래 쪽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인도 차이나 반도의 남부의 저지대(低地帶)에 있는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비옥한
토양과 큰 강을 끼고 있기도 하지만 대신 홍수의 위협도 항상 존재합니다.
태국은 차오 프라야 (Chao Phraya) 강이라는 거대한 강에 의한 충적
평야가 태국의 중부부터 펼쳐져 있으며 기후 조건상 벼농사의 최적인 지역으로 대표적 쌀 수출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넓고 평탄한 충적
평야는 태국 국민 6600 만명이 먹고도 남을 식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대신 한번 차오 프라야 강이 범람해서 홍수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대홍수의 발생 가능성도 존재하는 양날의 칼과 같은 지형입니다. (아래 지도 참조)
한편 태국의 동쪽으로는 이보다 더 거대한 메콩 강이 흐르고 있으며 이 강을 낀 분지
역시 홍수의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태국의 지형. 태국의 북부는 고산 지대로 여기 내린 비는 모두 남쪽의 태국으로
가게 되어 있고 국가의 중부 이남은 거의 고도차이가 없는 평탄한 지형으로 한번 홍수가 나면 엄청난 범위가 침수될 위험성도 같이 가지고 있음. 이
지도를 보면 왜 태국이 홍수에 취약한지 이해가 가능. This work has been released into the public domain by its author, )

(이번 태국 홍수 (2011 Thailand Floods) 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 차오 프라야 강. 이 강 하구에 방콕이 위치함. 그러나 실제로는 메콩 강도 같이 범람함.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Kmusser )
사실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태국은 오래 전부터 치수산업에 집중해 왔습니다. 적지
않은 댐과 제방들이 건설되어 있는데 태국의 홍수 조절 책임자들은 오래전 부터 한 가지 딜레마에 시달려 왔습니다. 즉 건기에는 비가 거의 안오다
시피 해서 우기 때 물을 저장해 두지 않으면 건기에는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태국 자체의 인구도 6600 만에 달하고 여기에 최근에는 태국역시 꽤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는데다 관광객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태국은 매우 후진국 같지만 실제로는 1인당 GDP 4992 달러 (IMF 2010)
정도로 최근 저렴한 인건비와 비용으로 인해 소니, GM, 시게이트, 웨스턴 디지털 등 여러 기업들이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세계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농업 부분도 엄청난 물을 요구합니다. 그러니 물 소비량이 항상 엄청나서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우기에 어느 정도
물을 저장해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예측을 잘못해서 우기 초기에 너무 많은 물을 저장해 놓으면 나중에
10월 쯤에는 홍수의 위협이 매우 커질 것이고 반대로 너무 물을 적게 저장했다가 10월 쯤 비가 적게 오면 다음해 초에는 꽤 물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태국의 큰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기후가 안정되어 있고 예측하기가 쉽다면 이것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 현재 세계는 기후 변화 (Climate change) 라는 부인할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것은
단순히 지구 온난화 만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어느 지역에서는 폭우가, 그리고 어느 지역에서는 가뭄과 사막화가 발생하는 등 여러가지
기후 변화가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연강수량이 점차 상승하고 있지만 태국 역시 마찬가지로 이전의 데이터를
통해 기상 예측을 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에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했는데 태국 역시 올해 7월 부터 꽤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습니다.
지난 7월 인도 차이나 반도를 관통한 제 8호 태풍 녹텐 (Nock ten) 은
막대한 비를 뿌려 주변국은 물론 태국 북부와 북동부에 홍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워낙 태국 자체가 연례행사 처럼 홍수가 발생하고
2010 년에도 꽤 홍수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태국 국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강력한 라니냐가 계속해서 아시아 일부 지역에 강수량을 높이는데
일조했고 비는 예상했던 정도를 넘어서 계속 내렸습니다.
8월에는 태국 북부의 난 (Nan) 시가 50 cm 정도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9월 중순쯤 되자 태국의 주요 중부 지방이 홍수의 영향을 받으면서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태국 정부가 댐을 충분히 방류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쯤엔 이미 문제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현재의 태국의 홍수 제어 시스템은 강수량이 연간 1,000 mm 를 좀 넘던 시절인
80 년대에 건설된 것이라 현재로써는 적절하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 동아시아 각국이 유래없는 폭우를 겪었지만 앞서 말한 지형적 특성 -
북쪽의 고산 지대에 내린 비가 모두 남쪽의 태국으로 가게 되고 태국 중부 이하는 대부분 평탄한 저지대(低地帶) - 때문에 태국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협에 처하게 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그래도 남북으로 길쭉한데다 동북쪽의 산지와 서남쪽의 평야로 구성되어 비교적 물이 빨리 빠질 수 있는
지형이지만 태국은 한반도 면적보다 넓은 평야지형을 가지고 있음)
10 월 중순이 되자 수도 방콕까지 위험해져 사상 최대의 침수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이쯤 되자 거의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준까지 위기가 진행한 것입니다. 여기에 10월 29일 - 31 일 사이에는
바닷물의 만조까지 겹쳐 내륙의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조차 막게되니 방콕을 비롯한 차오 프라야강 하구 지역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홍수에 시달리게 됩니다.

7월 11일 현재 위성 사진

10월 23일 현재 위성 사진
(태국의 역사적 도시인 아유타야 (Autthaya) 의 침수 사진. 위의 사진은
7월 11일과 10월 23일의 같은 곳의 위성사진. 출처 : NASA)

10월 8일 현재 위성 사진

10월 11일 현재 위성 사진
(태국 전체의 위성 사진. 불과 10월 8일과 10월 11일. 즉 3일 사이의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중부 지대가 침수됨. 출처 NASA)
이 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심지어 10월 16일에는 미해군까지 구조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미 해군 항공 모함 조지 워싱턴 (CVN 73) 과 몇몇 해군 함정이 이 지역으로 파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등을 비롯한 국제 사회도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10 월 17일 쯤에는 방콕이 안전할 것이라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지만 이런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10월말에는 걷잡을 수 없이 차오 프라야강 하구가 범람해서 결국 23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300 명 이상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또 세계적인 주요 쌀농사 지역이 크게 훼손되어 국제 쌀가격까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태국의 일부 산업 지대는 심각하게 침수되어 3미터 이상 물이 40일간이나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이
안 빠지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해수면보다 별로 높지 않은 높이의 저지대의 거대한 평야 지형 때문입니다.
폭우가 쏟아져도 대개 비가 그치면 수일 내로
물이 빠지는 한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더라도 물이 빠지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방콕 여러 부분이 침수된 가운데 차오 프라야 강의 수위가 10월 29일에 2.65 미터까지 상승해서 대규모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11월 초부터는 상황이 다소 호전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물이 빠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에 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한 네티즌의 글.
필자 (jjy0501)
첫댓글 구름위에산다님 잘 보시고 공부하세요. 엄한데다가 4대강 낑가넣지마시공.
그것 참..... 오지랍넓기는. 그대도 매 한가지라오. 차이라면 무대뽀라는거지. 당신이 말야.
잘읽었습니다.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한반도의 기후도 예외는 아니죠.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과거 온대몬순 기후에 속해있어 사계절이 뚜렷하였는데 지금은 남부지역도 아열대로 접어든 느낌이네요.최근까지도 더웠으니..오십년후면 이남 전지역이 아열대로 접어든다고 하죠.
빙하가 다 녹아서 없어지면 우선 수면 상승에 아주 많은 육지가 수몰될겁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지구의 용트림이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모르구요. 지진이나 화산 폭발등이 빈번해질건데.....화산재로 인한 피해는 가공할만할겁니다. 인간 스스로가 자초한 인류의 최대 위기가 도래하는 것.
대단한 자료를 올려주셨네요. 지구 재앙의 전조입니다. 호주가 이번에 'Carbon Tax(탄소세)'를
도입한 것도 온난화를 조금이나마 막아보자는 의지이겠죠. 올리신 글 덕분에 저도 공부 잘 했습니다. ^^